Bhutan - TOMO의 부탄 여행 이야기

제9화 - 부탄의 천일야화, 붐탕 계곡

[Bhutan] Episode 9 - Arabian Nights of Bhutan, Bumthang Valley

부탄 > 사우던 지역 > 붐탕

by 사진과여행의향기 2018-08-10 조회 370 1

 

붐탕의 계곡들

붐탕은 부탄의 한 주(州)로, 북쪽의 히말라야 산맥을 제외하면 크게 네 개의 계곡으로 나뉜다. 초코르(Chokhor), 탕(Tang), 우라(Ura), 추메(Chhume)로 구성된 붐탕 계곡에서 가장 주목할 곳은 초코르(Chokhor) 계곡이다. 초코르 계곡을 따라 요새를 비롯해 수많은 유명한 사원들이 늘어서 있기 때문에 붐탕 계곡은 초코르 계곡을 지칭할 때 사용되곤 한다. 붐탕 계곡의 어원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두 가지 설 중 하나는 계곡이 사원에서 성수를 담는 호리병인 붐파 (bumpa)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설이 더 흥미로운데, 탕(thang)은 땅을 뜻하고 붐(bum)은 여성을 뜻하므로 ‘아름다운 여성들이 살고 있는 땅’이라는 의미가 된다. 부탄의 현재 왕비가 이 곳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붐탕이 미녀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붐탕은 부탄에서 현지인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곳이다

 

붐탕은 구루 린포체가 중심이 된 서부지역과 다르게 또 다른 인물이 대등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탄 불교의 주 종파는 카규(Kagyu)이며 소수 종파인 닝마(Nyingma)를 창시한 뻬마 링파가 붐탕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것이다. 덕분에 붐탕에는 다른 지역에서 찾기 힘든 닝마 사원들이 많다. 닝마 사원의 독특한 건축 양식을 감상하고, 뻬마 링파의 신비한 전설에 대해 듣는 것이 붐탕 여행의 큰 매력이다.
 

 

부탄 여행을 하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 8 - 뻬마 링파 (Pema Lingpa)

11세기와 16세기 사이는 수많은 테르톤(terton, 보물 찾는 자)들이 구루 린포체가 숨긴 경전(terma)을 찾기 위해 활동한 시기다. 뻬마 링파(1450-1521)는 닝마 종파의 5명의 위대한 테르톤 중 한 명이자, 부탄에서 가장 위대한 테르톤으로 여겨진다. 그가 찾은 경전과 보물들, 그리고 그가 창시한 춤들은 현재도 만날 수 있는 부탄의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다. 또한 그는 구루 린포체의 환생체로 여겨질 정도로 부탄 사람들에 의해 신성시되는 존재다.

 

뻬마 링파는 붐탕의 탕 계곡(Tang Valley)에 있는 쿤장드락 사원 (Kunzangdrak Goemba) 부근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대장장이로 지냈다. 그가 만든 사슬 갑옷은 탐싱사원과 탕비 사원에 전시되고 있다. 그가 깨달음을 얻은 건 25살로, 꿈에 나타난 승려의 계시를 따라 보물을 찾아 나서게 된다. 승려가 건네준 문서에는 탕 계곡 깊숙한 웅덩이에 있는 보물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문서는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다키니(dakini)로 쓰여 있어 해독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는 다키니 한 단어가 인간의 언어로는 1000개의 단어를 뜻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뻬마 링파는 문서를 해독하는 데 성공하고 탕 계곡에서 처음으로 보물을 찾는 데 성공했다.

 

뻬마 링파는 그의 전 생애에 걸쳐 부탄에서 불교 성물을 찾는다. 그가 찾은 불상들과 유물은 부탄 사원 전역에 분포되어 있다. 붐탕에서는 탐싱 사원과 쿤장드락 사원에서 그가 남긴 업적을 만날 수 있다. 뻬마 링파도 샵드룽과 마찬가지로 세 명의 환생체(몸, 설교, 정신)로 다시 세상에 돌아올 것이라 여겨졌다. 그는 슬하에 6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을 두었고, 수많은 환생체를 남겼다. 뻬마 링파의 가문은 아직도 부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폽지카 계곡의 강테 사원을 건설한 걀세 뻬마 틴리(Gyalse Pema Thinley)는 그의 손자이자 환생체였고, 현재 부탄의 왕족인 왕축 가문 또한 뻬마 링파 가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붐탕 계곡을 따라 서 있는 수많은 불탑들

 

따시는 지옥 같은 도로를 운전하느라 고생했을 파상을 쉬게 해 주고 걸어서 붐탕 계곡을 탐방하는 것을 제안한다. 호텔에서 시작해 붐탕 계곡의 오른쪽에 위치한 탐싱 사원에 들른 뒤, 다리를 건너 왼쪽에 위치한 쿨제이 사원과 잠페이 사원을 탐방하고 자카르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차에 앉아 아픈 허리를 부여잡은 최근 이틀의 악몽을 떠올리니, 20km에 달하는 트레킹을 즐기는 것은 행복에 가깝다. 오랜만에 걸을 생각을 하니 따시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수많은 전설이 숨겨진 붐탕 계곡 곳곳을 보기 위해선 걷는 것이 최고의 길이다.
 

붐탕 계곡의 중심, 참카르 강

 

콘촉섬 사원 (Konchogsum Lhakhang)

콘촉섬 사원


콘촉섬 사원은 부탄의 모든 사원 중 가장 으리으리한 사원으로 손꼽힌다. 뻬마 링파가 15세기에 지은 사원 대부분은 2010년 버터 램프로 인한 화재로 인해 파괴되었다. 파괴된 사원의 흔적은 본당 안에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6세기 또는 7세기에 티벳 형식으로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원래 건물이 새로 지어진 사원 내부에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화마에도 살아남은 옛 사원을 대표하는 불상은 비로자나불이다. 비로자나불 오른편에는 관세음보살과 롱쳄 랍잠파 (탈파링 사원의 설립자)의 불상이 있고, 왼 편에는 구루 린포체와 뻬마 링파 동상이 봉안되어 있다. 오래된 오래된 사원 건물 앞에는 슬픈 역사를 가진 대좌가 있다. 원래 대좌 위에는 크고 오래된 종이 있었다. 티벳의 수도인 라싸까지 들릴 정도로 웅장한 소리를 낸다고 알려진 종은 17세기 티벳의 침략을 계기로 산산조각 난다. 붐탕 계곡까지 들어온 티벳군이 종을 약탈하려 했지만, 너무 무거워 바닥에 내던지고 간 것이다. 부서진 종의 파편은 콘촉섬 사원 위층에서 만날 수 있다.
 

 

오래된 역사를 본당 내부에 감추어둔 콘촉섬 사원이지만, 새롭게 지은 건물도 충분히 아름답다. 뻬마 링파의 세 환생체 (정신, 육체, 영혼)를 대표하는 동상이 새로 만들어졌으며, 화려한 불화들이 본당 벽에 그려져 있다. 콘촉섬 사원은 큰 화재에 잿더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정신으로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화려하게 건설된 본당뿐 아니라 양옆에 스님들이 거주하는 공간이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콘촉섬 사원이 있는 한 붐탕 계곡의 화려한 역사는 절대 잊히지 않을 것만 같다.

 

탐싱 사원 (Tamshing Goemba)

탐싱 사원


붐탕 계곡, 아니 붐탕 전 지역을 대표하는 세 가지 사원이 있다. 뻬마 링파에 의해 1501년에 지어진 탐싱 사원이 그중 하나인데, 이 사원의 생김새와 역사가 예사롭지 않다. 뻬마 링파에 의해 설립된 닝마 종파의 대표 사찰이 바로 탐싱 사원이다. 그는 새로운 종파를 만들기에 앞서 사원의 건축에도 관여를 했다. 부탄 불교의 주 종파인 카규 종파와 구분되는 건축양식을 원했던 뻬마 링파는 그의 제자들과 함께 불상을 만들고 사원 벽에 불화를 그렸다.
 

범상치 않은 탐싱 사원의 입구
 

탐싱사원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는다. 문을 하나 지나면 스님들의 거주공간과 마당이 나오고, 또 다른 문을 지나야 본당으로 들어갈 수 있다. 본당의 구조도 특이한데, 본당 중앙에 있는 법당이 벽에 의해 가려져 있는 것이다. 법당 안에는 뻬마 링파의 세 가지 환생체 (육체, 정신, 설법)를 위한 성좌가 마련되어 있다. 중요한 행사가 열릴 때 실제로 세 명의 승려들이 이 곳에 앉아 행사를 주관한다고 한다.
 

탐싱 사원의 벽화
 

성좌 맞은편에는 구루 린포체를 중심으로 미륵보살과 석가모니 부처가 모셔져 있다. 불상들도 여태껏 보았던 것들과 색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구루 린포체는 신발도 안 신은 상태이며, 불상들의 시선도 정면이 아니라 위를 바라보고 있다. 제단 위로는 두 마리의 막사라와 가루다가 사원을 지키고 있다. 사원의 벽에는 구루 린포체의 여덟 가지 형태가 그려져 있으며, 닝마 종파답게 뻬마 링파 동상도 만날 수 있다.
 

 

탐싱 사원의 특이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위층에 올라가면 본당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발코니가 있다. 발코니는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낮은 높이로 설계되었다. 뻬마 링파의 작은 키에 맞게 지어졌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탐싱사원의 숨겨진 보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본당 벽에는 석가모니 부처가 수없이 그려져 있으며, 아미타불상과 축제에 사용되는 수많은 가면들도 찾아볼 수 있다.


 

탐싱 사원을 방문하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부탄 어디서도 보기 힘든 건축양식과 뻬마 링파의 손길이 닿은 불상들을 가지고 있는 사원은 붐탕 계곡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보물 중 하나다. 하지만 탐싱 사원의 아름다움에 취하기엔 이르다. 참카르 강 건너편에 붐탕 계곡이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아직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도 잠 (Do Zam)

도 잠을 대체한 흔들 다리


탐싱 사원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나무로 만들어진 흔들 다리가 나온다. 부탄 아니랄까 봐 다리는 각양각색의 기도 깃발로 뒤덮여있다. 붐탕 계곡의 동서를 연결하는 다리는 원래 목조 다리가 아니었다. 강 한가운데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징검다리가 도 잠이지만, 현재 곳곳이 깨져있어 바위를 통해 강을 건너는 건 불가능하다. 도 잠에 얽힌 전설도 흥미롭다. 구루 린포체를 만나기 위한 여신에 의해 돌다리가 만들어졌지만, 이를 시기한 악마에 의해 파괴되어 현재 상태로 남아있다고 한다.
 

참카르 강
 

쿨제이 사원 (Kurjey Lhakhang)

쿨제이 사원 입구를 지키고 있는 바위


구루 린포체가 처음 부탄에 온 건 746년이다. 그가 방문한 지역은 부탄 중부 지역의 중심지인 붐탕으로 알려져 있다. 붐탕에 내려오는 전설은 구루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보여준다. 붐탕의 왕으로 군림하던 신두 라자가 붐탕의 지방 신인 셀징 칼포의 노여움을 사 죽음에 이르게 되자, 그를 구하기 위해 구루가 부탄으로 온 것이다. 구루는 셀징 칼포를 처단하기 위해 여덟 가지 형태로 나뉘어 쿨지 사원의 마당에서 춤을 춘다. 붐탕의 수많은 지방 신들이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왔지만, 셀징 칼포만은 끝까지 숨어 있었다. 구루는 신두 라자의 딸인 따시 쿠엔돈 공주와 결혼하고, 그녀를 금으로 된 물병을 든 다섯 명의 미녀로 변화시켰다. 물병에 반사된 햇빛은 결국 셀징 칼포가 이 신기한 광경을 보도록 만들었다. 존재를 들킨 셀징 칼포는 사자로 변해 도망갔지만, 구루는 가루다로 변해 마침내 그를 잡는 데 성공한다. 신두 라자의 생명을 구한 뒤, 셀징 칼포는 구루의 제안을 받아들여 불교의 수호신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나게 된다.
 

쿨제이 사원 마당의 벽

 

쿨지 사원의 이름이 뜻하는 바는 구루 린포체의 몸(kur)이 새겨진(jey) 사원이다. 쿨지 사원은 오직 구루 린포체 한 명을 위한 사원인 것처럼 보인다. 구루가 셀징 칼포를 물리친 곳도 여기고, 그가 명상을 하면서 흔적을 남긴 동굴이 있는 곳도 바로 이 사원이다. 

 

삼파 룬드룹 사원

 

쿨지 사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구루 사원 (Guru Lhakhang)은 1652년에 트롱사의 영주였던 밍유르 텐파 (Mingyur Tenpa)에 의해 지어졌다. 구루 린포체와 셀징 칼포의 치열한 전투를 기념이라도 하듯 처마 밑에는 사자와 가루다 상이 달려 있다. 구루 사원의 아래층은 산가이 사원 (Sangay Lhakhang)으로 바위 사이 좁은 길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부탄 사람들은 이 좁은 길을 통과하면서 자신들이 지은 죄를 두고 온다고 믿는다. 상층이 쿨지 사원에서 가장 성스러운 영역인데, 구루 린포체 상 수천 개가 벽을 따라 늘어서 있다. 사원 내부에는 구루 린포체를 비롯해 뻬마 링파와 따라(Tara, 티벳 불교에서 여신) 상도 보인다. 하지만 쿨지 사원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구루 린포체다. 구루 린포체 상을 중심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구루의 여덟 가지 형태와 여덟 개의 불탑이다. 구루 린포체 상 뒤로 그가 명상한 동굴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구루와 같이 활동한 25명의 제자를 비롯해 다양한 인물들이 벽에 그려져 있다. 사원 뒤편의 사이프러스 나무는 구루의 지팡이가 변해서 된 것이라고 하니, 쿨지 사원은 구루 린포체 그 자체가 될 수밖에 없는 성지다.
 

구루 사원

 

사원의 본전인 구루 사원 옆으로 1900년에 부탄 1대 국왕인 우겐 왕축에 의해 지어진 삼파 룬드룹 사원이 있다. 사천왕을 비롯해 구루에 의해 지역 신으로 변한 괴수들이 입구에 그려져 있다. 수많은 지역 신 중 하얀 말을 탄 유령 형상이 바로 셀징 칼포다. 사원 내부에는 10m 높이의 구루 린포체 상과 그의 여덟 가지 형태를 나타낸 상이 있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건물은 세 번째 왕비였던 아시 케상 왕축에 의해 1984년에 지어졌다. 사원 바깥에 108개의 불탑이 서 있는 벽도 그녀가 건설한 것이다. 만달라를 비롯해 다채로운 그림들이 사원을 장식하고 있다.

 

세 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쿨지 사원
 

쿨지 사원은 부탄 역사와 문화의 중심인 구루 린포체의 성지 중의 성지다. 그를 기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붐탕까지 찾아온다. 부탄 왕가도 이 곳의 중요성을 깨닫고 본전(本殿) 옆에 새로운 사원을 두 개나 지을 정도다. 구루 린포체의 전설에 대해 듣고 싶은 여행자들은 반드시 붐탕에 들러야 한다. 구루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파로의 탁상 사원과 더불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곳이 바로 이 곳, 쿨지 사원이다.

 

잠페이 사원 (Jampey Lhakhang)


붐탕과 파로는 유사한 점이 많은 마을이다. 구루 린포체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원이 있을 뿐 아니라, 부탄의 악마를 억누르기 위해 지은 108개의 사원이 있는 것도 똑같다. 파로의 키추 사원이 악마의 오른쪽 발 위에 지어진 절이라면, 붐탕의 잠페이 사원은 왼쪽 무릎 위에 지어진 사원이다.
 

잠페이 사원으로 걸어가는 길

 

잠페이 사원은 붐탕 계곡의 절 중 가장 오래된 절이다. 부탄의 많은 사원들이 화마에 사라져 다시 지어졌지만, 잠페이 사원은 아직도 원형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준다. 부탄은 아직도 세계문화유산이 없지만, 잠페이 사원은 그 역사와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올려져 있다. 
 

 

사원의 오랜 역사는 입구에서부터 만날 수 있다. 본당으로 들어가는 세 개의 돌계단은 각각 시대를 상징한다. 첫 번째 계단은 과거를 뜻하며 석가모니 부처를 상징한다. 과거에 걸맞게 바닥 아래로 내려앉아 현재는 나무로 덮여있다. 두 번째 계단과 세 번째 계단은 각각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데, 두 번째 계단이 바닥으로 가라앉을 때 현세는 끝나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다고 한다.

 

 

법당에는 미륵불인 잠파가 모셔져 있고, 법당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뻬마 링파가 만든 철갑옷이 놓여 있다. 입구 위 작은 방에는 구루 린포체 상이 놓여있다. 잠페이 사원 아래에는 호수가 있으며, 구루 린포체는 이 호수에 수많은 보물을 숨겨놓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법당을 한 바퀴 도는 코라 의식을 하면서 영겁의 세월을 견딘 벽화를 만날 수 있다. 1000명의 부처가 그려진 벽화는 아직도 양호한 상태다. 부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사원답게 법당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신성하기 그지없었다. 벽에 그려진 신들은 동물들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49재 동안 죽은 사람이 만나는 신들이라고 한다. 
 

코라 의식을 진행하는 부탄 사람들

 

잠페이 사원도 오래된 본당 주위로 새롭게 지어진 건물들이 있다. 북쪽에 지어진 칼라차크라 사원 (Kalachakra temple)은 부탄의 1대 왕인 우겐 왕축에 의해 지어진 건물이다. 남쪽에는 붐탕의 영주였던 치미 돌지가 지은 구루 사원 (Guru Lhakhang)이 있다. 구루 린포체를 비롯해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상이 봉안되어 있다. 
 

 

사원에는 거대한 불탑 두 개가 서 있는데, 하나는 어릴 때 죽은 2대 왕의 동생을 위해, 다른 하나는 1대 왕과 2대 왕의 조언자였던 라마 펜첸 겐포를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잠페이 사원은 붐탕 계곡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사원 중 하나다. 법당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성함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을 분위기다. 게다가 송첸 감포가 659년에 지은 사원 중 아직도 남아있는 절이라는 것도 사원을 돋보이게 만드는 점이다.


 

차카르 사원 (Chakhar Lhakhang)

차카르 사원
 

차카르 사원을 찾아가는 길은 붐탕 계곡의 보물을 찾으러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 사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외관을 가진 차카르 사원은 구루 린포체를 붐탕으로 초대한 신두 라자의 궁궐이었다. 차카르라는 이름은 ‘철의 궁궐’인데, 이 자리에 있던 원래 궁궐이 9층 높이였으며 철로 건설되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붐탕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마리화나. 도처에 널려있다.

 

현재 만날 수 있는 건물은 14세기에 돌지 링파라는 성인에 의해 지어졌다. 사원을 대표하는 인물은 역시나 구루 린포체다. 사원 내부에는 잠페이 사원의 축제에 사용되는 탈과 모자가 수없이 걸려있다. 신두 라자의 딸이자 구루 린포체의 아내였던 따시 퀘도엔 (Tashi Khewdoen)의 흔적도 이 사원에서 만날 수 있다. 그녀의 동상과 함께 그녀의 발자국이 새겨지 돌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카르 마을 탐방

자카르 마을 중심에 있는 국왕 부부의 사진


자카르 마을은 파로 마을과 비슷하게 잘 정돈된 느낌이지만 방문하는 여행객의 수는 현저하게 적어 개발이 더디다. 게다가 2010년 발생한 대화재로 인해 마을 전체가 불타버렸다. 자카르도 부탄의 다른 마을과 비슷하게 데킬링 (Dekyiling)으로 이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현재 붐탕은 30분이면 다 둘러볼 정도로 작고 아늑한 마을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자카르 마을
 

드래곤 수공예품 상점 (Dragon Handicrafts)

  • 전화번호: 17120032
  • 영업시간: 7am-9pm

드래곤 수공예품 상점
 

드래곤 수공예품 상점은 붐탕을 대표하는 기념품 상점이다. 오랫동안 붐탕을 지키고 있는 아저씨가 운영하고 있는 상점에서 붐탕을 소개하는 책자, 탈, 엽서를 비롯해 다양한 물건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상점을 대표하는 물건은 부탄의 1대 왕이 입었던 고(Gho, 부탄 전통복)다.
 

드래곤 수공예품 상점의 주인아저씨

 

상점 주인아저씨는 내가 구경을 하자 반갑게 인사를 한다. 부탄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럽에서 온 나이가 지긋한 분들인데, 그나마 젊은 동양인이 가게를 서성이는 게 신기해 보였나 보다.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니, 2017년이 한국-부탄 수교 30주년이라고 말하며 기념으로 발행한 우표를 보여주셨다. 붐탕에서 상점을 운영하면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붐탕은 미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멋진 남자들도 함께 살아가는 곳이었다.

 

카페 퍼크 (Cafe Perk)

  • 전화번호: 17739217
  • 영업시간: 9am-9pm

카페 퍼크의 커피


카페 퍼크는 자카르를 대표하는 카페다. 커피뿐 아니라 다른 음료들도 있으며, 팬케이크, 샌드위치 같은 각종 먹거리도 만날 수 있는 트렌디한 곳이다. 20km가 넘는 트레킹을 끝낸 뒤 커피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를 붐탕에서 만난 건 행운이다.


 

부탄 대표 스포츠인 활쏘기를 즐기는 붐탕 사람들

 

붐탕 계곡은 수많은 전설을 품고 있는 곳이다. 계곡을 따라 늘어선 사원들은 구루 린포체, 송첸 감포, 뻬마 링파 같은 부탄 역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사람들의 전설들로 가득 차 있다. 사원 건물의 화려함과 아름다움만 생각하면 부탄 서부지방에 뒤질지 모른다. 하지만 참카르 강을 따라 흐르는 물을 수백 년 동안 지켜본 사원은 우리에게 진귀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주고 있다. 마치 ‘천일야화’를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샤리아르 왕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니 말이다.

 

“여정은 그 자체로 보상이다.”

“The Journey is the Reward.”

- 스티브 잡스 (Steve Jo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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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jooni 2018-08-10

    우와 진짜 화려하네요! 보통 다른 나라들에서 보기 드문 완전 직각 지붕이라 멋진 거 같아요 부탄만의 개성이 확실하게 드러난 느낌!

    72/1000 수정
    답글
  • 김아현 2018-08-10

    미디어에 거의 노출안된 나라여서 처음 접하는 문화가 정말 많네요 재밌게 봤어요^^~

    46/1000 수정
    답글
  • 사진과여행의향기 2018-08-11

    @jooni 부탄은 아직도 전통 양식으로 건물을 지어야 하는 법이 있는 것 같아요~ 정말 개성이 뚜렷한 나라에요! ^-^ @김아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탄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이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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