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좌충우돌 신준식의 사진 여행기, 사진을 위해 떠나는 색다른 모험
체르마트를 무려
10박했다구?
스위스의 상징인 듯 아닌 듯 한 그 곳, '체르마트'를 저는 무려 10박을 하고 왔습니다. 사실 이 실수는 '그냥 한 번 10박으로 예약 해봤음'으로부터 비롯합니다. 쇼핑몰 장바구니에 원하는 품목을 일단 찜하며 넣어두는 심정으로, 일단 체르마트를 이 시기 즈음에 갈 터이니 대략 이 숙박업소에 10박 잡아놓아보자, 그리고 일정을 짜보자. 한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부킹닷컴에서 10박을 예약을 건 직후, 저는 예약 취소가 불가능함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아뿔싸. 취소 위약금은 상당했구요. 하하. 울며 겨자먹기로 스위스 30일 여행 중 무려 1/3을 체르마트에서 반강제 (?)로 지내게 된 것이죠.
하지만 저는 이를 두고두고, 정말 감사한 실수 (?)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체르마트에 10일이나 있었는데도, 절대로 지겹지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루마다 달라지는 날씨에 달라지는 제각각의 매력의 체르마트는 황홀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녀온 이후 인터라켄 숙박에 이어 체르마트 숙박을 종종 권하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번에 서술하는 것도, 체르마트가 왜 매력적이였는지에 대한 답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ㅎㅎ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유레카!
체르마트 시내 기념품 판매점에 꽂혀있었던 엽서 한 장, 포인트 기록용 핸드폰 촬영
체르마트 시내를 걷다가 마주하는 기념품점에서는 종종 이렇게, 마테호른과 체르마트 마을이 한눈에 함께 다 보이는 깔끔한 풍경이 담긴 엽서들을 만납니다. 제가 바로 이런 풍경을 찍고싶었기에, 대략 이런 포인트를 가서 담으리라 다짐하며, 핸드폰 카메라로 포인트 기록용으로 담아봅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체르마트 마을로부터 고르너그라트로 올라가는 산악 열차에 몸을 실을 때마다 항상 보이는 풍경이 이러했습니다.
핸드폰 인증샷, 체르마트 마을과 마테호른이 보인다. 포인트 기록용 사진 01
핸드폰 인증샷, 체르마트 마을과 마테호른이 보인다. 포인트 기록용 사진 02
동공지진. 여기서 조금만 더 고도가 높아지면 수많은 지붕을 내려다보면서 마테호른을 담을 수 있는 환상의 동화 속 풍경을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계속 변변치 않았습니다. 물론 이 핸드폰 인증샷에서 보듯이 마을과 마테호른이 같이 보이기는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글 스트리트뷰 캡쳐
야호! 계속 찜찜한 느낌을 받던 저는 계속 좋은 뷰를 찾기에 나섰습니다. 두 발이 건강하기에 계속 발품 팔아 돌아다니면서 담는 것도 좋겠지마는, 그래도 구글 스트리트뷰라는 것이 있으므로 그것을 이용하면 제 포인트 탐색 시간이 단축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길고 짧은 사투 끝에 위와 같은 스트리트뷰를 찾아냈습니다! 카메라와 삼각대가 있는 모양새도 역시 여기가 베스트 뷰인 느낌을 주는군요!
핸드폰 인증샷, 감격스러운 이 순간!
찾은 날 저는 바로 실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고르너그라트로 올라갔다가 다녀온 직후라서, 몸이 피곤했지마는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무려 체르마트 하이킹 코스 중 하나인 '마크 트웨인의 길'의 험준한 돌길을 내려온 직후인데 말이죠! 바로 포인트를 찾은 직후에, 삼각대를 펴고 카메라를 장착한 후 구도를 잡기 시작합니다. 기쁜 마음에 위의 핸드폰 인증샷도 잊지 않았습니다!
캬 드디어 자리를 잡고 정신없이 담기 시작합니다. 알프스 산맥 뒤편의 일몰 태양은 구름을 적셔가고 그 아래 체르마트 마을 불빛은 저마다 서로서로를 하나하나 밝히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밝아오면서 동시에 날은 어두워져가고 있는 바로 이 순간. 짜릿합니다. 저는 체르마트를 발 밑에 내려다보면서 마을의 생동하며 끝나가는 하루 일과를, 점멸하는 마을의 불빛들을 감상하는 것으로 지켜봅니다.
체르마트의 오후, 2018
어서 와요 동화 속으로, 스위스 체르마트
아니 그런데... 일몰이 다 지고 나니까 혹시 은하수가 뜨는게 아닐까, 아니 그 전에 별이라도 예쁘게 뜨는게 아닐까 걱정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하늘은 금새 별이 수놓기 시작합니다. 아 이러면 저녁도 못먹었는데 숙소로 돌아갈 수가 없잖아... 그렇게 시작된 눈치게임.
하지만 날은 추워지고 배는 계속 고파져옵니다. 그 순간 야속하게도 은하수가 떴습니다. 하지만 아직 좌측에 많이 치우쳐져 있는 상태고, 계속 지켜본 결과 마테호른 쪽으로 아주 천천히 움직이더랍니다. 마테호른에 은하수를 딱 걸칠 생각으로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포인트로 오기로 합니다.
푸석푸석한 카레, 이 숙소는 전자레인지가 없었던 것이다.
주린 배를 부여잡고 숙소에 새벽 두시 정도에 들어왔습니다. 공용 라운지에서 낮에 장을 봐놓은 냉장 볶음밥을 꺼냈는데요, 오호 이 숙소는 전자레인지가 없네요? 울며 겨자먹기로 포장된 냉장밥에다가 커피포트의 뜨거운 물을 여러번 부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절대 데워지지가 않았습니다. 위의 짧막한 동영상에서 보시다시피, 정말 푸석푸석한 밥입니다.
왜 이렇게 먹어야 했느냐? 스위스는 물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며칠간은 이렇게, '쿱 (coop)' 이라는 스위스 체인 마트에 가서 음식점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냉장 볶음밥을 사먹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맛도 없는 볶음밥을 억지로 속으로 밀어넣고 밀어넣은 다음, 카메라 메모리카드에 저장된 그 길고 긴 하루에 담은 사진들을 노트북에 옮기면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그 포인트로 가기 시작합니다. 어라? 은하수가 마테호른에 서서히 걸쳐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은하수 마테호른에 걸치기 대작전
카메라 LCD를 찍은 핸드폰 인증샷, 잘은 보이지 않지만 명백히 별.똥.별 이라구욧!
별똥별은 좀 전에 찬조출연 해주시고... 주인공 은하수는 나중에 위용을 드러냅니다.
카메라 LCD를 찍은 핸드폰 인증샷, 촤라라라라란!!!!!!!!!!!!!!!!!
아아 드디어 그 분이 오셨습니다. 맛없는 볶음밥을 먹고 대기타고 적절히 타이밍 맞춰서 왔군요 럭키가이! 그렇게 나온 사진을 보여드립니다. 이걸 담은 직후 저는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가 노곤한 체력으로 사진을 정리 보정 후 잠에 들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만져보고 싶은 사진이기도 합니다 ㅎㅎ
Starlit Dorf, 2018
별이 찬란하게 빛나는 밤, 스위스 체르마트
포인트 정보 안내
구글맵 길찾기로 가시는 것을 권장한다.
https://goo.gl/maps/7mAfuoFjHfx
이 곳으로 길찾기를 해서 가시라. 이 건물을 조금 지나면 위의 사진 포인트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 건물을 가는데는, 그냥 단순히 이 방향을 향해서 오르기만 하면 길이 거의 하나로 통일이 된다. 가는 길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체르마트 중심부로부터 약 20분~30분이 소요된다. 대중교통은 없고, 걸어서 가야한다.
단 밤에는 무서울 수 있으니 유의하자. 하지만 위험하거나 하진 않다. 단지, 가는 길목에 가로등이 듬성듬성 있을 뿐이다. 날이 어두워질 즈음에는 핸드폰 후레쉬를 비추며 가면 된다. 그렇다고 험한 길이 아니다. 단지 어두울 뿐!
가는 길을 혹여 모르겠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