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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미술관 그 아름다운 20년의 역사를 한 눈에 보다
제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그림이 뭐였냐하면....
바로 이 작품!! 박노수 화백의 선소운(仙簫韻)입니다.
하얀 배경 검은 한복. 얼핏 보면 상복을 연상시키지만 우리 문화에서 검은 옷은 상복이 아니지요. 여인의 시선은 단아하면서도 곧습니다. 이 맑고 간결한 그림을 제목인 선소운(신선의 퉁소 소리)라는 이름이 마무리짓지요.
이 그림의 모델은 박노수 화백의 학생이었던 사람인데 이 그림이 유명해진 다음에도 같은 동네에서 자주 마주쳐서 꽤 멋적었었다는 박노수 화백의 후일담이 있습니다.
이 그림이 너무 좋아서 복제화...도 아니고 브로마이드를 구해서 벽에 붙여놨는데요... (신윤복의 미인도, 베르메르의 화가의 작업실과 함께) 아무래도 원본 그림이 가진 강렬한 아름다움은 안 묻어나오더군요. 내세에 로또 한 번 맞으면 진품에 도전해 보렵니다.
김중현 화백의 <춘양(春陽)>. 즉 봄볕이라는 뜻의 그림입니다.
이쾌대 화백의 여인 초상. 아내를 모델로 한 그림입니다.
채용신 화백의 전우초상. 이 채용신 화백은 역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공부를 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는 조선 후기의 초상화가입니다. 산수, 인물, 영모 모든 것을 잘 그렸으며 후에 종이품(從二品) 벼슬까지 한 조선 최후의 어진화가입니다. 1900년에 태조, 숙종, 영조, 정조, 순조, 헌종의 어진을 그렸고 1901년에 고종어진을 그린 것도 이 사람이지요. 1906년, 사직한 그는 고향인 전라도에 낙향한 후 1941년까지 수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 그림들의 소재가 나라를 위해 발벗고 뛴 우국지사들임을 생각해보면 그가 어떤 마음으로 낙향했는지 알 수 있죠. 이 그림은 그런 의미에서 제가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장욱진 화백의 <독>. 저는 처음에 새를 못보고 독이 깨진 줄 알았어요(...)
허건의 <삼송도>. 이 그림에는 반전이 있는데 무려 1975년에 구입한 작품이라는 것. 작가는 조선시대 사람이 아니라 당연히 1908년에 태어난 근대화가입니다.
김종태 화백의 작품. 작품을 보면 유럽의 어디를 그린 것 같아 보이지만 정작 저기가 어딘가하면 <석모 주암산>입니다. 안타깝게도 29세의 젊은나이에 장티푸스로 사망했는데요 이 그림은 그 유작전에서 발굴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중섭 화백의 <정릉 풍경>. 그 분 작품은 사진이라면 모를까, 실물로 보면 바로 알 수 있지요.
안상철 화백의 <몽몽춘>. 왜 이 그림을 이렇게 옆에서 찍었냐하면?
이 그림의 소재가 <돌>이라서 그렇습니다. 안상철 화백이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지요.
이응노 화백의 . 그림을 번호별로 나누시는 분이셨나요?
여담이지만 이 그림이 전에 전시되었을 때 친구와 4살짜리 친구의 딸과 함께 왔었는데요. 그 아이한테 '이 그림의 사람이 몇일까?'하고 생각없이 질문을 던졌더니 진짜 이 앞에서 사람 수를 다 센겁니다. 너무 기특해서 돌아가는 김에 갖고 싶어하던 인형을 사준 기억이 나네요. (=예상외의 출혈).
유영국 화백의 <산>.
디지털 파사드를 이용한 공간. 개인적으로는 좀 뜬금없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덕수궁 석조전이라는 공간이라는 테마와 국립현대미술관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의도는 알겠습니다만?
한묵 화백의 <금색운의 교차>. 이건 어디서 판권계약 맺고 영화포스터로 쓰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영렬 화백의 <적멸>.
꽤 오랜 시간을 있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제 체력이 지루해서 문제죠.
사진의 건물은 덕수궁 석조전입니다. 덕수궁은 그 특성상 조선시대의 건물과 근현대 서양식 건축물이 같이 있고, 일부 건물은 아직 복원되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석조전도 2013년이나 되어서야 복원되었고 지금 예약제로 관람운영이 되고 있죠.
원래는 황제와 황후가 거처할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설했으나 완공연도가 1910년이니... 이후에는 아예 미술관으로 복원할 것인지 아니면 원래 용도인 황궁으로 복원할지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황궁으로 복원되었는데요...
놀라운 것은 황궁을 복원할 때 필요한 가구들이 없어서 당시 황궁용 맞춤가구를 제작한 영국 메이플(Maple)사에 문의를 했더니 당시 도면을 2000년도인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었다네요. 그래서 사진이 남아있는 부분 한정으로 완벽한 복원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그렇지만 유독 덕수궁은 예술과 연이 깊습니다. 제가 여기 온 이유도 <문화유산신탁>의 회원특별공연을 위해서 온 것이고요... 제가 중학생때는 여기서 매주 토요일마다 음악회가 열렸었지요. 당시 학생들이 음악을 접하는 창구가 라디오였던 상황에서 덕수궁은 참 고마운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왕가 미술관의 활약과 이왕직의 노력 덕분에 이렇게 멋진 근대 미술을 다 볼 수 있었네요.
그래서 여러모로 마음 복잡해지는... 아름다운 덕수궁이었습니다.
전시정보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가격: 2000원
기간: 2018년 5월 3일 ~ 2018년 10월 14일
추천도: 5.0 (5점 만점)
총평: 원래 이 전시는 다녀온지 꽤 되었는데 제 워너비 전시였던 <지도예찬>글을 쓰느라 밀리고 밀려 전시가 다 끝난 지금에서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원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좋은 전시를 많이 하는데 이번 전시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 근현대 회화에 관심있는 사람,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 하물며 데이트 장소가 필요한 사람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훌륭한 전시에요. 세상에 어느 기획전시에서 각 화가들의 걸작들을 모아서 볼 수 있을까요?
게다가 전시관람비가 2000원 (저는 문화유산신탁 회원이라 무료) 이라는 건 그야말로 특별선물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전시가 또 언제 열릴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2028년에는 열리겠죠?) 기회가 되시면 꼭 한 번 가보시길 바랍니다. 아니 국립현대미술관의 여러 기획전시에 주목하시는 것도 좋아요. 정말 전시들이 하나같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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