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세계여행#85

세렝게티사파리2, 야생이 살아 숨쉬는 동물의 왕국.

탄자니아

by 박성호 2018-11-25 조회 570 1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아직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기도 한참 전, 매주 일요일 밤의 개그 콘서트 엔딩을 '빰빠야~아'라는 주문으로 장식하던 한 프로가 있었다.
개그맨 심현섭 님이 추장으로 나왔고 당시에는 신인이셨던 김지혜, 김영철, 김대희, 김준호 님이 부족민으로 나오는 프로였는데, 그 프로의 제목이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사바나의 아침'이었다.

나는 1인용 텐트의 지퍼를 끝까지 내리고 침낭 속에 다시 누워 사바나의 아침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침낭으로 꽁꽁 싸맨 몸이 조금씩 저려올 때쯤, 가방에서 칫솔을 꺼내어 텐트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 순간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스무 마리쯤 되는 몽구스떼가 깜짝 놀라 부리나케 도망치고 있었다.
한두 마리씩 번갈아 뒤를 돌아보며 보초를 서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한편, 불과 수십 미터 앞의 평원에서는 목이 긴 기린이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침 양치를 하며 이런 장면들을 볼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기린은 생각했던 것보다 키가 훨씬 크고 거대했다.
족히 5~6m는 되어 보였는데, 등에는 낙타처럼 불쑥 튀어나온 혹까지 달고 있었다.
마침 잠에서 깨어난 가이드가 말해주길, 지구 육상 포유류 중에서 가장 키가 큰 '마사이 기린' 종이란다.
화가 나면 사자마저 가뿐히 제압해 버리는 동물이니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본 몽구스와 기린 덕분에 더 많은 동물들을 보고 싶은 사파리 의욕이 활활 불타올랐다.
빵과 커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지프에 올라타 카메라 필터를 깨끗이 닦았다.
그리고 엠피쓰리를 꺼내어 오늘의 첫 곡은 어떤 음악을 들을지 고민하다가 마룬5의 'Animals'를 선택했다.

 

 

 

 

 

 

 

 

 

 

 

 

 

지프 좌석을 밟고 서서 음악을 들으며 동물들을 바라보는 기분은 어떤 놀이기구보다도 짜릿하다.
끝없는 평원 세렝게티의 사바나 초원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그 위에는 신비한 동물들이 자유로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빵을 먹고 커피를 마셨던 것처럼, 임팔라와 톰슨 가젤을 비롯한 초식 동물들도 하루를 든든히 보내기 위해 열심히 풀을 뜯고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풀을 뜯고 있는 것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맹수들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한가로이 식사를 즐기던 톰슨 가젤 무리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는지, 반대편 수풀 속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힘껏 달아나기 시작했다.

 

 

 

 

 

 

 

 

 

 

 

 

 

과연 어떤 무시무시한 맹수가 나타난 것일까 기대했지만, 잠시 후 수풀 속에서 터벅터벅 걸어 나온 짐승은 아련한 눈빛의 하이에나 한 마리였다.

 

 

 

 

 

 

 

 

 

 

 

 

 

 

어제 동물의 왕 사자를 봐서 그런지 왜소한 체구의 하이에나가 왠지 모르게 불쌍하게만 느껴졌다.
더구나 남이 먹고 남긴 고기를 찾아다니는 세렝게티의 청소부인지라 혼자서는 가젤 한 마리 사냥도 힘들어만 보였다.

 

 

 

 

 

 

 

 

 

 

 

 

 

 

모두가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하이에나는 아직 먹을 것을 구하지 못했나 보다.
떠나가는 지프를 쳐다보는 하이에나의 눈빛은 너무도 처량해서 차마 두고 떠나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쩌겠는가.
세렝게티가 지금까지도 야생의 세렝게티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수백만 년을 이어온 공정한 자연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언제까지나 이 거대한 초원에게서 초대받지 못한 잠시간의 방문객일 뿐이었다.
하이에나는 지금의 굶주림이 있어야 생존을 위한 짐승의 본능을 잃지 않는 것일수도 있다.

 

 

 

 

 

 

 

 

 

 

 

 

 

 

그렇게 지프를 타고 계속 달리던 도중, 돌연 차가 멈춰 섰고 엔진도 완전히 꺼져버렸다.
주변에는 휑한 나무 몇 그루만 보였던 터라 무슨 상황인가 했지만, 가이드가 조용히 왼쪽 가까운 나무 밑을 보라고 했다.

 

 

 

 

 

 

 

 

 

 

 

나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던 나무 밑에서 진귀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세렝게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빅5 동물 중의 하나인 표범이 가젤의 여린 목을 물어뜯고 있는 장면이었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표범은 주로 나무나 바위 위에서 살아가는 데다가 야행성이기 때문에 쉽게 보기 어렵다고 한다.
더구나 이렇게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은 자신도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운이 엄청나게 좋은 편이란다.

 

 

 

 

 

 

 

 

 

 

 

그러던 중 표범이 가젤을 물고 나무 위로 허겁지겁 올라가 버렸다.
순간 멀리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 것일까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어디선가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가 고기를 훔쳐 먹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미 표범은 나무 위 높은 곳으로 올라가버린 지 오래, 이번에 만난 하이에나도 아까 만난 하이에나처럼 식사에 실패하고 말았다.

 

 

 

 

 

 

 

 

 

 

 

 

늘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다큐멘터리 채널에서만 봐오던 야생의 세계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으니 그게 그렇게 신기했다.
세렝게티는 내가 꿈꿔왔던 것처럼 태초의 야생 그 자체였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표범을 가까이서 보지 못했던 것 정도였다.
게다가 눈치 없는 하이에나의 등장 때문에 진귀한 식사 장면도 금방 끝나버렸지 않는가.

 

 

 

 

 

 

 

 

 

 

 

 

그러나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가이드 친구는 큰 바위와 나무 주변을 계속해서 살펴보다가 다시 표범을 찾아냈다.
높은 바위에 앉아 가만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표범을 발견한 가이드의 눈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기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갑자기 표범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 칸 한 칸 바위를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우리가 타고 있는 차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것도 심지어 두 마리씩이나!
손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서 마주한 표범과의 조우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황홀했다.

 

 

 

 

 

 

 

 

 

 

 

 

숨을 내쉬고들이쉴 때마다 바뀌는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고, 날카로운 눈매와 송곳니의 우아한 자태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내가 언제 다시 야생의 표범을 코앞에서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 온몸이 감동으로 차올랐다.
표범의 앙증맞고 통통한 다리와 발바닥은 치타의 미끈하고 늘씬한 그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아, 치타의 다리와 발바닥이 어떤지는 어떻게 아느냐고?

 

 

 

 

 

 

 

 

 

 

 

 

 

그거야 곧바로 눈앞에서 야생의 치타를 보게 되었으니까.

상상만 하던 아프리카의 모든 동물들을 볼 수 있었던 세렝게티 사파리,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의 신비함은 세렝게티를 모험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나는 한시도 쉴 새 없이 카메라의 셔터만 연신 눌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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