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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NTH IN KYOTO
#3
주말이 찾아왔다. 나는 주말을 요란하게 보내지 않고 평범하게 보내고 싶었던 터라 어디로 향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이틀간 원없이 만끽했던 카모강은 잠시 놔두기로 하고 가 볼만한 집 근처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멀리 향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단풍 절정기가 다가올 때 즈음 주말 교토는 사람들로 가득 차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모든 관광지가 붐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유명한 곳들은 평일을 이용해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다.
그렇게 고민 끝에 선택한 곳은 숙소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교토대학교였다.
나 역시도 대학생활을 지나오며 대학교 캠퍼스에서 많은 낭만과 추억을 경험했던 터라 교토에 있는 대학교 캠퍼스의 모습은 어떨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이 날 역시 날씨 운이 좋았다. 따뜻하고 맑은 날씨 덕분에 산책하기가 배로 좋아 집 밖으로 나선 순간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숙소에 지내면서 대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던 시절이 자주 떠오르곤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하숙집 형태의 숙소에 지내며 대학교 근처였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대학생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대학생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 왠지 모르게 뭉클하고 아련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교토 대학교로 향하는 길은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평범한 일본의 동네 풍경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인지 10분이 걸릴 거리를 30분이 넘어 도착했다. 어떠한 모습일지 너무 궁금했었기 때문에 두근거리는 마음이 가득했다.
단과대학 캠퍼스를 시작으로 천천히 둘러보던 나는 메인 캠퍼스로 향하고자 했다. 주말이었지만 대학 근처는 나들이를 나온 친구, 연인, 가족들로 붐볐다. 내가 대학 캠퍼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아름답게 조성된 캠퍼스가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어 휴식 공간으로 여겨진다는 점이었는데, 교토 역시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우뚝 솟은 시계탑이 인상적인 교토대학교 메인 캠퍼스에 도착했다. 주말이었지만 견학을 나온 듯한 학생들이 캠퍼스 앞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꽤나 시끌벅적했다.
교토대학교는 일본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일본 대학 중에 3위 안에 이름을 올린다고 알려져 있는 명문 국립 종합대학교다.
대학교를 여행지로 택한다고 말하면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유구한 역사를 가진 지역의 명문대학을 찾아가 보는 것은 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캠퍼스 내부로 들어서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편에는 댄스 동아리로 보이는 학생들이 춤 연습에 열중이었고,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도 많았다. 마치 활기찬 분위기로 가득한 동네 공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교토대학교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학내 레스토랑이 맛있다고 해서 알려지기도 했다. 때 마침 점심시간이었던 터라 나 역시도 메인 캠퍼스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자 했다.
사실 토마토 파스타를 시키려 했는데 주문을 잘못해서 크림 파스타를 먹게 되었다. 평소에 크림 파스타를 싫어해 절대 먹지 않던 나였는데 깨끗하게 한 그릇을 비웠다. 그 만큼 맛있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점심 식사를 마친 나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고자 했다.
안쪽으로 어느 정도 들어가자 벤치가 늘어선 아늑한 휴식 공간들이 눈에 띄었다. 몇몇 사람들은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먹거나 신문과 책을 읽으며 쉬고 있었다.
가을을 한껏 머금은 캠퍼스는 정말 아름다웠다. 분위기와 풍경에 절로 매료된 나는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래를 듣고 글을 쓰며 오랜 시간을 보낸 나는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평온한 분위기의 캠퍼스는 내 대학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이었기도 하고, 카모강에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감정을 안겨주었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대학의 여느 캠퍼스와 비슷한 분위기지만 조금 더 평온한 정취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또한 차로 가득한 캠퍼스의 풍경이 아닌, 자전거가 가득한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많은 일본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하는데, 아마 자전거 탄 풍경이 교토를, 이 대학 캠퍼스를 평온하게 보이게 끔 하는 역할을 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완연한 가을로 들어서고 있던 교토대학교를 지나 숙소로 돌아가려 했던 나는 입구 앞에서 또 주저앉아 풍경을 감상했다. 아마도 날씨가 너무 좋았던 게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단풍과 동아리 학생들의 춤을 구경한 나는 겨우겨우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모든 게 완벽했던 하루였다고 생각한다. 날씨와 분위기, 그 날의 내 감정까지. 모든 게 너무 마음에 들었던 하루라 가장 기억에 남는 날 중에 하나였다. 아마 그 속에 머물던 평범한 내 모습이 내가 바라던 모습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잠시 옛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재미있게 보셨나요! 여러분들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