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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파리, 가파도에서 나를 그리다.
ONE-DAY TRIP
제주도 서귀포 대정읍 가파도
가파도
Jeju-do, Gapado 제주도 가파도
가파도는 제주도 남서쪽에 위치한 대정읍 모슬포에서 남쪽으로 약 5.5km 떨어져 있는 섬입니다. 모슬포 운진항에서 배를 타면 약 1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가파도에는 1842년 이후부터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약 100여 가구 정도가 있다고 합니다.
1653년 네덜란드의 선박인 스페르웨르호가 표류를 했던 것으로 짐작하고 있으며, 그 배의 선원이었던 헨드릭 하멜이 '하란선 제주도 난파기'와 '조선 국기'를 저술하면서 서양에 한국이 비교적 정확히 소개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Visit to Gapado 제주도 가파도에 가다
가파도는 모슬포 운진항에서 출발하면 편도 약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입니다. 당연히 배를 타고 이동을 합니다. 가파도는 편도로 예매를 할 수도 있지만 주로 왕복권을 이용합니다. 왕복을 할 경우에는 정해진 배 시간이 있어서 더 빨리 돌아오거나 늦게 돌아올 수는 없다고 합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마다 운진항에서 출발을 하고 약 2시간 20분을 둘러본 후 운진항으로 돌아오는 배를 타게 됩니다. 오후 4시와 5시에 탑승한 탑승객의 경우 당일 왕복이 불가하여 가파도에서 1박을 하셔야 다음날 가장 빠른 오전 9시 20분 배를 타고 돌아올 수 있습니다.
*가파도 청보리 축제 기간에는 배편이 추가되고 섬에 머무르는 시간이 다릅니다. 관련 내용은 아래를 참고해주세요.
성인은 편도 6,100원, 왕복 12,100원입니다. 중・고등학생(청소년)의 경우 성인과 동일한 요금을 냅니다. 만 2세 ~ 12세(소인)까지는 절반 가격인 편도 3,100원, 왕복 6,100원을 내고 표를 예매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하실 점은 무조건 신분증을 지참해야 합니다. 청소년, 소인의 경우는 가족관계증명서 혹은 등본・초본, 의료보험증으로 대체가 가능합니다. 성인은 신분증을 지참하여야 하고 사진으로 찍어둔 파일은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저는 전날 가족에게 미리 일러서 신분증을 꼭 챙겨야 한다고 했는데 도착할 즘에 갖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희 집에서 운진항까지는 약 2시간이 걸리는 거리라 다시 돌아가서 가지고 올 수도 없는 상황이라 최악의 경우 제가 낙오가 되어 가족만 가는 경우를 고민했는데 다행히 예매하는 곳에 무인발급기가 있어서 등본을 뽑아서 신분증으로 대체하여 가파도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입장 표를 예매하기 전에는 먼저 승선 신고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승선 신고서에는 한 장에 6명까지 작성을 할 수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4명이라 한 장에 모두 적고 예매 창구로 가서 표를 구입했습니다. 가파도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매가 가능해서 미리 예약해도 좋고, 저희는 가서 예매해도 될 것 같아 그냥 갔는데 매진된 표가 있어서 예약을 하고 올 것을 잠시 후회를 했습니다.
10시 반에 도착해서 승선 신고서를 작성하고, 무인발급기에서 등본을 인출한 후에 표를 구입하니 약 10시 50분. 매표는 여객선 출항 10분 전에 마감이 되는데 다행히 좌석이 남아 있어서 11시 배를 탈 수 있게 되었고, 바로 뛰어서 승선했습니다. 이 시간을 놓치면 약 1시간 20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나이스 타이밍이었습니다!
배는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예매 당시에 좌석은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 앉으면 됩니다. 저희는 50분에 표를 구입해서 거의 마지막에 들어와서 1층에는 자리가 없었습니다. 학생들로 가득한 1층을 뒤로하고 배 뒤편으로 가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가파도까지 향하는 배의 2층은 내부와 외부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밖이 잘 보이지 않는 내부보다는 밖에서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주변 사진도 찍고, 자연을 온몸으로 받으며 여행하길 원하신다면 2층이 제격입니다. 또한 2층에는 귀여운 모형이 있어서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배가 출발하면서 모슬포항에서 멀어질 때 산방산이 보이는데 그 풍경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하멜 상선 전시관)이 모슬포항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있어서 함께 둘러보기 좋은 여행지 중 한 곳이랍니다. 배 위에서도 가파도에서도 산방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경관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저 멀리 지나가는 배도, 하늘을 날아다니던 새들도, 바다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절로 나오는 감탄사,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빠른 손길과 함께 약 10분 후 가파도에 도착을 했습니다.
아, 가파도는 수심이 깊지만 물이 매우 맑아서 바닥이 보입니다. 배가 정착하고 사람들이 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고개를 빼꼼 내밀어 바다를 봤는데요, 배가 움직이면서 일어난 모래가 햇빛에 반사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반짝이는 모래들이 바닷속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빨리 내리고 싶기보다는 계속해서 이 모습을 눈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가 가파도 항구에 다다랐을 때 이미 탑승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왕이 행차할 때 환영식처럼 보여서 재미있었습니다. 한쪽 끝에서는 유유자적 낚시를 즐기는 분도 눈에 띄었습니다. 수심이 깊어서 낚시가 잘 될 것 같은데, 과연 몇 마리 잡으셨을지 궁금증을 뒤로하고 배에서 내려 가파도의 땅을 밟았습니다.
The 11th Gapado Green Barley Festival 제11회 가파도 청보리 축제
2019년 올해, 제11회 축제를 맞이한 가파도. 가파도는 한국 국토 최남단에서 가장 먼저 청보리로 봄의 소식을 전하는 곳입니다. 3월 초부터 5월 초까지 약 2개월간 푸른색의 청보리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시기인 3월 30일부터 5월 12일까지 44일간 가파도 청보리 축제가 열립니다.
가파도에서 자라는 보리는 제주의 향토 품종으로 타 지역 보다 2배 이상 자라난다고 합니다. 약 18만여 평의 청보리 밭이 있어 축제 기간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푸르고 노란 황금빛 물결을 보이며 자연이 만들어내는 빛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seogwipo.go.kr/festivals/cheongbori
가파도 축제 기간 운항 시간표는 조금 다릅니다. 매일 1시간마다 운행이 되는 평소와는 달리 축제 기간에는 배편이 추가되었습니다. 20분 단위로 출발하는 여객선의 수가 늘었고, 11시부터 탑승하면 가파도에는 약 3시간 정도 체류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Gapado tour 제주도 가파도 둘러보기
가파도는 제주도에 부속 도서 중 네 번째로 큰 섬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총면적이 0.9km2로 3시간이면 한 바퀴 둘러보고 식사까지 끝낼 수 있는 작은 섬입니다.
하지만 가파도는 선사 시대의 유물 고인돌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상동마을 할망당, 과거 해녀의 자취를 볼 수 있으며, 길 양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보리밭과 가파도를 350도 볼 수 있는 소망 전망대, 둥근 모양의 돌담길이 있어 자연을 그대로 느끼면서 힐링 할 수 있는 섬입니다.
지도를 보면 배에서 내려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길이 올레코스라 사람들이 주로 그곳으로 향합니다만, 저의 가족은 반대쪽인 왼쪽으로 향했습니다.
생김새가 귀여운 식물부터 바람으로 인해 누운 것처럼 보이는 나무들, 선인장이 보였습니다. 선인장은 제주도 월령리에 선인장 군락지가 있어서 구경을 한 것 외에는 보기 드문데 가파도에서 보게 되니 또 반가운 마음이 들었네요.
둥근 모양의 돌로 쌓여진 돌담길도 걸어가면서 시선을 끌었습니다. 제주도는 담을 만들 때 네모난 각진 벽돌 벽이 아닌 돌로 쌓아둔 돌담이 있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시내 밖으로 가면 밭과 밭 사이, 집과 집 사이에 돌담으로 구분을 해두었는데요, 그 돌들은 구멍이 뚫려있고 투박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가파도의 돌담은 굉장히 둥글고 귀여운 모양이라 제주도 사람들에게도 '저거 귀엽네'라고 생각이 들었던 돌담이었습니다. 가파도에 있던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벽을 모두 저 돌로 해서 굉장히 귀엽던데. 갑자기 초등학생 시절에 들었던 '네모의 꿈'이 떠오르네요.
1인당 5,000원으로 자전거를 대여해서 가파도를 돌아다니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1인승과 2인승 자전거가 있어서 원하는 것으로 선택해서 한 바퀴 돌기 좋아 보였습니다. 체류 시간이 2시간 정도라면 자전거를, 3시간이라면 걸어서 돌아다니는 것을 추천하지만, 그것은 각자 자신의 여행 스타일에 맡게 다니면 될 것 같아요. 저희 가족은 가파도에서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이 3시간 정도였고, 여유롭게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걸었는데요, 사진 찍는데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가파도 전체를 모두 둘러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문했던 날은 걷기에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햇볕도 적당히 따뜻했고,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으면서 시원했어요. 오른쪽으로는 푸른 풀과 식물들이, 왼쪽으로는 바다와 저 멀리 보이는 제주도의 땅. 공부하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았는데 오늘 하루로 인해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게 바로 힐링이죠.
약 1/4 정도 걸어왔을 때 제단(짓단)이 보였습니다. 제단은 매년 정월달에 정일과 해일을 택하여 마을에서 재관 8~9명을 선정하여 2박 3일을 숙식하면서 재물을 생으로 진설하고 국가와 마을에 평안을 비는 제를 지내는 장소입니다. 제를 지낼 때 사용하는 사당집을 '짓단집'이라고 부르고, 짓단집이 있던 밭을 '짓단집밭(제단집)'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제단 옆으로 가면 헬리콥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공터가 있고 그 앞으로 바다 가까이로 들어갈 수 있는 계단이 있습니다. 기이한 형태의 돌을 건너 바다 가까이로 가봤습니다.
역시나 물이 맑아 보는 맛 나는 가파도의 바다였어요. 한반도 유일의 수중생태를 간직한 신비의 섬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가파도인데, 인정합니다. 정말 깨끗하고, 맑고, 자신 있고(?)! 파도가 생각보다 세서 너무 가까이까지는 못 갔지만 멀리서 보아도 바닥까지 보이는 바다와 빛과 함께 만들어낸 에메랄드빛의 하모니. 청보리 보러 온 가파도였는데 바다에 두 번 반하고 갑니다.
이것은 천연 소금. 제주도 구암리에도 돌 염전이 있어서 방문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그곳은 이렇게 실제로 있기보다는 이전에 이곳에서 염전을 생산했었다,라는 느낌이라면 가파도에서는 실제 소금이 있어서 놀랬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내서 규모는 작지만 실제로 이런 모습을 본다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라 생각이 듭니다.
다시 올라와 가파도 선착장에서 반대편으로 다다를 때쯤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이뻐서 또 한 장. 구름이 어쩜 솜 뜯어놓은 것처럼 놓여있는지! 아래 직사각형으로 보이는 건물은 예술가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라고는 하는데 가까이 가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 옆에는 '불턱'으로 과거 해녀들이 물질을 하면서 옷을 갈아입거나 차가워진 몸을 녹이는 곳으로 이용되었던 곳입니다. '불'은 말 그대로 불씨를 의미하고 '덕(턱)'은 불자리를 뜻해 두 말이 합쳐져 '불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제주도 해녀에 관해서는 세화리에 있는 '세화 해녀 박물관'에서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돈물깍과 불턱을 지나면 소방대, 치안센터, 민박, 식당 등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 나옵니다. 마침 점심을 먹을 시간이라 근처에 위치한 가파도 식당, '밥상'으로 향했습니다.
가파도에는 가파도 선착장과 선착장 반대편인 이곳에 식당이 있습니다. 가파도에 가기 전에 가파도 레스토랑을 검색했을 때 '밥상'이 유명하기도 했고, 평가가 좋아서 다녀왔습니다.
메인 메뉴는 제주 몸국, 제주 고사리 육개장, 가파도(뿔소라) 비빔밥, 모둠 꼬치 덮밥이 있고, 사이드 메뉴로는 청보리 소시지 핫도그와 아크 소시지가 있었습니다. 음료로는 커피와 스무디, 에이드류가 있고 알코올 메뉴로는 맥파이 맥주와 가파도 청보리로 만든 맥주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주문을 하고 결제를 한 후에 양옆으로 창이 트여 마음까지 뻥 뚫리는 인테리어에 반해버렸습니다. 재작년인가,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건물이라 깔끔했습니다.
가파도 뿔소라 비빔밥이 먼저 나왔습니다. 테이블에 비빔밥 소스가 있어서 입맛에 맞게 뿌려서 먹으면 됩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빈약해서 충격이었어요. 사실 가장 기대했던 메뉴 중 하나였었거든요. 소라도 많이 올라간 것도 아니고, 풍성한 맛이 없어서 비주얼이 아쉬웠습니다. 맛도 특별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다음은 고사리 육개장입니다. 주문한 메뉴 중 가장 맛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내용물도 많이 들어가 있고, 국물도 맵긴 했지만 밥과 맥주와 함께 먹기에 좋았습니다.
마지막은 몸국. 몸국은 제가 원래 좋아하지 않기도 한데 그냥 심심한 맛이라고 하더군요. 음.. 뭐 입맛은 개인 취향에 따르니까요. 전 그랬다고 합니다.
이곳은 가파도 선착장 근처에 위치한 가파도 핫도그집입니다. 핫도그에 가파도 보리가 들어가 있어서 유명해진 핫도그에요. 평소에는 좋아하지 않아서 먹지 않는 핫도그지만 이럴 때나 먹어보지 싶어서 순한 맛과 매운맛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매운맛은 소시지가 매워서 매운맛이라고 해요!
주문이 밀려서 조금 기다린 후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소스도 직접 야무지게 뿌려서 먹었어요. 핫도그는 그냥 핫도그 맛입니다. 제가 뭐 보리 맛도 잘 모르고.. 후식으로 먹긴 좋았습니다. 매운맛은 전혀 맵지 않아요. 보통맛보다는 매운 느낌이 있는 정도였습니다. 매운 음식 못 먹는 제가 먹고도 아무렇지 않았으니 이것은 확실합니다.
Gapado Green Barley or 가파도 청보리 혹은
점심을 먹은 후 가파도 선착장으로 직진하는 중간 코스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보리는 가운데 길을 중심으로 있기 때문이죠. 청보리 축제가 3월 30일부터 열렸는데 저는 5월 9일, 마지막쯤에 가서 청보리는 거의 없고 황보리만 잔뜩 보고 왔어요. 하하.. 청보리가 정말 이쁘다고 하던데, 다음을 기약해야겠습니다. 대신 황보리의 황금물결을 보고 왔기에 전혀 아쉽지 않았습니다.
간혹 보였던 청보리에서도 사진을 찍었습니다. 보리는 처음 봤는데 공격적으로 생겼네요. 낱알들도 실하게 생겼습니다. 이게 맥주가 되는 건가요?(언제나 맥주 생각)
그리고 펼쳐지는 황금물결. 바람이 불면 보리가 받는 빛으로 인해 명도가 변하면서 마치 바다 위 파도처럼 색이 변합니다. 어쩜 그렇게 아름다운지, 보리가 이렇게 아름답다니. 19년 동안 제주도에 살았지만 이런 모습 처음 봤어요. 축제의 끝이긴 했지만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
보리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위 사진은 쌀보리입니다. 겉보리와 구분하여 부르는 명칭인데요, 쌀보리는 씨방벽에서 점착 물질이 분비되지 않아 속껍질과 겉껍질이 잘 떨어지는 특성을 가진 보리입니다. 점착 물질이 분비되는 겉보리에 비해 도정이 쉽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것은 쌀보리 사이에 있던 맥주 보리입니다. 맥주 보리의 특징은 두 줄로 기다란 것입니다. 1933년 OB맥주에서 공장이 설립되면서 제주도에서 처음 재배하기 시작한 보리입니다. 녹말의 함량은 높고, 단백질이 낮은 보리가 맥주의 품질을 향상시킨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맥주의 원료인 보리를 보니 거참, 맥주가 마시고 싶어지는 풍경이었습니다.
이것은 죽은 보리. 네. 죽었습니다. 음. 오. 아. 예. ←?
Gapado SOMANG Observatory 가파도 소망 전망대
가파도에서 가장 높은 위치(해발 20.5m)에 설치된 소망 전망대에서는 가파도의 전경을 360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한라산, 마라도도 모두 볼 수 있는 최적의 명소이면서, 한라산신제처럼 도민의 무사 안녕과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설문대 할망에게 소망을 기원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몽골에서 살면서 몽골 전통 이동식 집인 게르를 보면서 살았는데 제주도, 그것도 가파도에서 게르를 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가파도의 게르에서는 소망을 적고 기원하는 장소이면서 혹은 전망대에 그 소망을 적은 띠를 매달면서 기원하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몽골에서 봤던 게르에는 침대와 생활용품이 가득했는데, 가파도의 게르에는 소망을 적은 깃이 게르 내부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매달았던 소망들이 언젠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소망을 적지는 않았지만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바라며 소망 전망대를 지났습니다.
소망 전망대를 지나서 다시 가파도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오후 2시 20분 배편이라 아직 30분이 남은 상황이라 선착장 주변을 돌아다니고, 이때 핫도그를 사 먹었답니다:)
선착장에서 서쪽으로 가면 상동마을 할망당이 있습니다. 매부리당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가파리 주민들을 수호하는 '해신당'이며 1년에 한 번씩 집안과 객지로 나간 가족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정월, 6월, 8월에 택일해서 메기, 돼지고기, 명실 등을 가지고 가서 기원한다고 합니다.
상동마을 할매당을 지나 바다 가까이로 갈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저 멀리 미끄럼틀(?)이 보였습니다. 소라 등의 것을 옮기는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에 1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함이라는 것에 1표 무승부를 얻었습니다. 무엇이든 간에 바다에 덩그러니 있는 미끄럼틀은 괜히 의욕을 부추깁니다.
저는 19년을 제주도에서 살고 7년 중 2년을 외국에서 5년을 육지에서 살았습니다. 외국에서 살았을 때에는 내륙 국가에 있어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육지에서 살았던 시간 또한 이렇게 맑은 물을 보지 못했습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살고 있는 지금도 저희 동네 바다가 최고로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가파도는 정말 청정구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물이 맑고,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했습니다.
제주도에 여행 오는 분들은 항상 있습니다. 자연을 보러 오기 위함인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자연을 계속해서 보기 위해서라도, 미래의 후손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자연을 가꾸고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제주도에서는 자연을 보러 오는 관광객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서 도민으로써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부디 이 아름다운 자연을 오래오래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남은 시간 동안 가파도 선착장에서 기념품을 구경하다가 밖에 있는 벤치에서 대기한 후에 배가 와서 타고 다시 모슬포항으로 돌아갔습니다. 단 3시간을 가파도에서 머물기 위해 먼 길을 택했는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던 이 순간을 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황금빛으로 눈을 멀게 했던 보리밭, 너무나도 청량해서 마음을 빼앗긴 가파도의 바다, 제주도의 돌담과 다른 아기자기한 가파도의 돌담, 모두 이곳으로 향한 발걸음이 가벼워진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