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땅에★걸다]

은하수가 머무는 곳, 보은 느티나무

충청북도 > 보은군

by 이엔 2019-06-11 조회 546 3

별밤 아래 은하수가 머무는
느티나무를 만날 수 있는 곳.

여름밤의 보은,
보은 원정리 느티나무

 

 

 

 은하수의 계절,

여름. 

 

 

내겐 한해의 클라이막스 같은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북반구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위도상

여름 별자리들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계절이 바로 여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견우와 직녀의 사랑 이야기도 이 북쪽 하늘의 은하수에 있다. 

 

 

이 여름, 가만히 앉아서 이 빛나는 밤하늘의 이야기들을 흘려보낼 수는 없다!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것을 참을 수 없어

광공해도 적고 사람도 적지만 별과 풀벌레 소리는 무수히 많은, 

그리고 아름다운 은하수가 느티나무 위로 흐르는 신비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충북 보은의 원정리로 출발한다.  

 

 

<보은 원정리 느티나무 위치>

 

 


* I N F O 마로면 원정리 

 

마로면은 보은과 옥천, 소백산맥을 경계로 상주시에 속하는 다양한 지역적 성격을 가진 곳이다. 

대부분의 지역이 산지이며 소백산맥 주변에 여러 산들이 둘러쳐져 있다. 

산지가 많아 밭농사가 우세하여 밀,조,콩등의 잡곡재배를 하는 곳이며

북부에는 보은-상주간 국도가 가로지르고 영동으로 연결되는 지방도도 있어 교통이 편리한 편이다. 

그래서 대부분 산지에도 불구하고 여행지로 선택할때 접근성이 높다. 

 

마로면의 동남쪽에 있으며 서쪽으로는 솔정이봉이 있고 보청천이 아래로 흐른다. 

마로 광업소가 있어 흑연과 무연탄을 생산하고, 벼를 주로 경작하는 농촌마을이다. 

이 곳의 자연마을로는 모동, 점동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 있는데 모동은 본래 우암 송시열이 관리동으로 이름지었다고 한다. 

문화유적으로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8호인 원정리 3층 석탑이 있다. 

 


 

 

도착하자마자 하늘이 환하게 열려있다. 

오늘같은 날은 시상이 무척 좋은 날이다. 

안개도 구름도 없는 쾌청한 날씨. 

 

 

주로 여러 날씨 어플들을 통해 기상 예보를 보고 구름의 흐름을 본 다음에 관측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편이다. 

어렵게 간 곳에서 괜히 구름낀 하늘만 만나고 싶지 않아서이다. 

 

 

하늘 위쪽엔 은하수가 높이 떠 있다. 

여름의 대삼각형도 보이고 안드로메다 은하도 보인다. 

 

여름의 대삼각형은 백조자리 근처의 은하수 위쪽으로 밝은 별 세개가 이어져 있는 것을 일컫는다. 

 

그 밝은 별의 정체는 백조자리의 데네브와 거문고자리 직녀성, 독수리자리 견우성이다. 

 

 

 

지평선 가까이에는 황소자리의 푸른 산개성단, 플레이아데스도 보인다. 

 

 

한국에서 이렇게 별이 잘 보이는 곳은 처음이다. 

충청도 근처에서 별이 잘 보이는 곳이 '보은, 보은' 이라고 하던데

정말 환하게 시야도 트여있고 시상도 훌륭하다. 

 

천체관측하는 사람들이나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이 곳, 보은 원정리는 꽤 알려져있는 장소인데

다만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날은 가끔씩 많이 몰려드는 사람들로인해 주민들이 소음으로 피해를 본다고도 한다. 

 

이런 작은 마을에 천체관측이나 촬영으로 방문할때는 소음과

특히 불빛이 민가쪽에 너무 밝게 비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사실 두 눈으로 보면 별들이 크게 보이지 않는데 

소프트 필터와 촛점을 흐릿하게 만들어주는 디퓨져필터를 사용하면

크기가 커져서 화려한 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나도 오늘은 디퓨져필터를 사용해서 이 곳을 촬영한다. 

(디퓨저필터를 사용시엔 좀 흐릿한 감과 화질 저하가 약간 생기니 주의하자)

 

 

"멍멍멍"

 

멀리서 개가 짖는다. 

칠흑처럼 검은 이 곳에 가득한 것은 어둠과, 풀벌레 소리와 하늘의 무수한 별빛 뿐이다. 

가끔씩 다니는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이 어둠뿐인 시간을 잠깐씩 헤집기도 한다. 


 

 

산의 어귀에 은하수가 선명하다. 

세상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은하수를 두 눈으로 만날 수 있다니. 

 

여러곳에 별을 보러 다녔던 나 조차 놀랍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약 1시간 거리라 더 놀랍다. 

 

 

은하수의 암흑대도 선명하다. 

 

은하수의 중간 부분에 있는 검은색으로 보이는 암흑대는 별이 적고

수소, 헬륨 등 기체로 된 성운으로 채워져 있다고 추정되며 은하수 가장자리보다 별이 적어 검게 보인다. 

 

이렇게 육안으로 보면 좁아 보이지만 사실 우리 은하 기준으로 넓은 곳은 1만광년이나 걸리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간혹 비포장길로 길이 나있는 곳이 있는데 사진으로는 장노출로 밝게 찍혔지만

암적응이 된 두 눈으로 보아도 무척 어두운 편이다. 

야간 촬영과 야간 여행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이니 유의해야한다. 

 

 

 

우리도 핸드폰 불빛을 안전대 삼아 비포장도로를 터벅터벅 걸어간다.

 발에 여러 풀벌레, 날벌레들이 치이는것 같은 착각이 느껴진다. 

그만큼 여름의 초입에는 많은 생명들이 밤을 누빈다.

이 곳에선 운이 좋으면 가끔 반딧불이도 만날 수 있다. 

 

날벌레와 별빛, 푸르고 붉은 식물들과 함께 둘이 사이좋게 증명사진을 남긴다. 

 

 

 

 

금강 주위로 흐르는 보청천도 보인다. 

보청천은 충청북도 보은과 옥천에 흐르는 하천으로 속리산 자락을 흘러 금강으로 흘러든다. 

길이는 69.3km로 금강 상류의 구룡산 부근에서 발원한다고 한다. 

 

보청천이 흐르는 능선들 위에도 은하수가 선명하다. 

 

 

 

소백산맥에 솟아오른 속리산 자락과 보은군 주변에는 우리가 잘 알고있는 '정이품송 소나무'를 비롯해서

오래된 나무들이 보호수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보은읍 길상리 은행나무, 상승면 원남리 버드나무, 장안면 서원리 느티나무, 

마로면 원정리 느티나무 등 보호수만해도 약 70그루에 달한다. 


 

 

 

그중에서 원정리 느티나무는 사진가들에게 유명한 장소다. 

앞뒤로 탁 트인 환경에 민가에도 멀고 농로가 안전하게 되어있어 촬영하기에 최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내가 도착하기 전에도 누군가가 이미 와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매너를 지키고자 그 분이 먼저 촬영을 끝내기를 기다리며 농로 어딘가에 앉거나 서서 은하수가 넘나드는 풍경을 감상한다. 

 

 

정말 아름답다.

 

눈부신 별빛과 은하수 아래 오롯이 서있는 오래된 느티나무라니. 

 

들판 한가운데 우뚝선, 단단하게 자태를 뽐내는 이 나무가 왜 그렇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지 이해가 갈 정도다. 

지난 2010년 6월~8월 2개월간 방영된 MBC 특별기획 로드넘버원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여러 탐사프로그램에서 이 곳을 촬영하러 오기도. 

(그래서 주민들이 소음으로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보은군 마로면 원정리 느티나무와 은하수>

 

<보은군 마로면 원정리 느티나무와 은하수 파노라마>

 


최대한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지않기위해 조용하려는 자세로 촬영에 임한다. 

 

 

떠들썩하게 열정적으로 촬영할 수 없어 필터를 갈아끼우는데 실수를 하거나

먼지나 입김, 수증기가 잔뜩 묻은채로 촬영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사실 촬영을 하지 않아도 이 곳, 이 하늘 아래 그냥 서있는 것만으로도 무척 황홀하고 벅차다. 


 

 

 

그렇게 숨죽이며 밤하늘을 감상하며 촬영하는 우리 머리 위로 밝은 궤적이길게 떨어진다. 

 

별똥별, 유성이다. 

 

 

"와아!!!"

 

이때만은 침묵을 깨고 탄성이 터져 나온다. 

 

 

 


*I N F O 유성 (shooting star)

흔히 별똥별이라고 불리며 우주 먼지 따위의 유성체가 지구 중력에 이끌려 대기권으로 들어와 연소되며

밝은 빛줄기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지구 대기의 화학 조성이 고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유성이 생기는 고도에 따라서 색깔이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하루 동안 지구 전체에 떨어지는 유성 가운데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수없이 많지만 속력이 30~72km/sec 정도로

떨어지는 유성은 빛을 내는 시간이 수십 초에서 수 초 사이이기에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관측하기 쉽지 않다.

 


 
 

 

그 이후로도 유성은 우리 머리를 헤집고 참 많이도 쏟아졌다. 

은하수에, 별똥별에. 

 

언젠가의 밤에 이런 글귀를 끄적인적이 있다. 

 

⌜그를 읽어내던 감각은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처럼 빛났다,

하지만 지나면 순간일 뿐, 

그 감각들은 어김없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감각은 순간, 붙잡을 수 없다. 

하지만 그를 만난지 십년이 지난 지금. 

그를 향한 감정은 별똥별도, 유성도, 은하수도 아닌

그저 저 느티나무처럼 단단하게 뿌리박혀진 탄탄한 무엇이다. 

 

은하수와 별똥별이 느티나무 위로 빛나는 이곳에서

그렇게 우리는 익숙한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과거와 지금의 빛들을, 그리고 시간들을 읽어낸다. 

 

 

 


 

* rhe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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