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상 이야기

강릉다운 맛|소박하고, 정겹고, 그리운

강원도 > 강릉시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사진제공(IR 스튜디오)-한국관광공사

  

  

   

강원도는 한반도의 등줄기를 이루는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크게 영동 지방(동쪽)과 영서 지방(서쪽)으로 구분돼 있다.
완만한 경사의 서쪽과 달리, 동쪽은 급한 경사면을 따라 내려와 동해와 연결되며 좁고 긴 해안지대를 이룬다.
특이하게 강릉은 바다와 산, 들을 모두 갖고 있는 덕분에

강원도의 다른 도시에 비해 더 풍성한 향토음식을 선보이는데,
주문진 해물마을과 사천 물회마을, 초당 두부마을과 병산 옹심이마을과 같이

강릉에 있는 4대 향토음식 마을만 살펴봐도 얼마나 다양한 음식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시에서 이렇게 음식 특화 마을로 지정했다는 건

그만큼 믿고 먹을 수 있으며 어떤 음식점에 들어가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다에 면한 속초, 강릉, 동해, 삼척 모두 해산물을 재료로 한 음식이 유명하다.

요즘처럼 더위가 서서히 몰려오는 시기에 강릉을 찾는다면 물회가 제격이다.

보통 속초에서 물회를 많이들 먹지만 강릉 사천도 물회로 유명한 지역이다.

사천항 앞에 자리한 물회마을 중에서 ‘장안횟집’과 ‘사천항주문진물회’가 가장 유명하지만

어떤 식당에 들어가도 제철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간 맛좋은 물회를 먹을 수 있다.

 

일반적인 물회가 새콤달콤하게 양념한 찬물에 회만 말아 먹는 것과 달리,

사천 지역의 물회는 회를 먹은 다음 밥이나 소면을 말아 먹는게 특징이다.

사천 물회 역시 다른 지방의 물회 유래와 같이 바다에서 일하는 어부들이

고추장을 푼 물에 갓 잡은 생선을 썰어 넣어 한 끼를 해결하던 것에서 유래한 음식인데,

특별히 사천의 어부들은 여기에 찬밥을 말아 먹었다고 한다.

   

  

   

   

  

  

  

강릉에 갔으면 감자와 두부로 만든 음식을 한 끼 정도는 먹어줘야 마음이 놓인다.
소박하지만 왠지 모르게 고향의 맛이 떠오르는, 토속적이고 정겨운 맛이라 더욱 그렇다.
강릉 사람들의 소울푸드로 꼽히는 얼큰한 장칼국수나 메밀국수도
옛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그리움의 맛이 담겨 있다.

사실 이런 음식들은 사시사철 관광객들로 들끓는 맛집에 줄서서 먹는 것보다

우연찮게 들어간 식당에서 먹어야 그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법이다.

 

구색을 제대로 갖춘 강릉 전통 한정식을 먹고 싶은 이들에게는 ‘서지 초가뜰’을 추천한다.

강릉 전통 농가 음식전문점으로, 강릉 창령 조씨 조현옥 종가의 최영간 종부가
선조들의 훌륭한 손맛을 알리기 위해 문을 열었다고 한다.
대표 메뉴는 모내기하던 날에 먹던 밥상을 재현한 ‘못밥’이다.
집 앞 뜰에서 직접 재배해 더욱 신선한 재료들로 정성껏 만든 밥과 국, 반찬이 한상 가득 나온다.
맛이 훌륭한 건 말할 것도 없고, 깊은 산골에 식당이 자리한 덕분에

강릉 도심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여유로움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01

초당두부


동해 바닷물을 길어 두부를 만들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이범수)-한국관광공사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과 그의 누이이자 조선 최고의 여성 문인이었던

허난설헌의 생가 터는 강릉을 대표하는 관광명소 중 한 곳이다.
생가에서 도보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은 가까운 거리에

강릉의 오랜 명물인 초당두부마을이 자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데,
이는 허균과 허난설헌의 아버지인 허엽이 바로 이곳에서 두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 문헌에 두부가 처음 등장한 때는 고려 말기이다.
고려의 성리학자 이색(李穡)의 《목은집》을 보면 <대사구두부내향>이라는 제목의 시가 한 편 있는데,
“나물죽도 오래 먹으니 맛이 없는데, 두부가 새로운 맛을 돋우어 주어 늙은 몸이 양생하기 더없이 좋다.…”라는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조선 중기(1552년 이전) 김유가 지은 전통 조리서인 《수운잡방》에는 두부를 제조하는 과정도 상세히 적혀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이범수)-한국관광공사

  

 

조선시대 중엽, 조정에 상소를 올린 것이 문제가 되어 강릉부사로 좌천된 허엽은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관청 앞마당에 있는 샘물을 떠다 마셨는데,
물맛이 어찌나 좋았던지 마실 적마다 두부를 만들 때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맑은 샘물을 떠다가 콩을 밤새 불리고,

맷돌로 곱게 간 콩물을 가마솥에 끓일 때는 간수 대신 동해 바닷물을 길어서 넣었다고 한다.

허엽의 호를 따서 이름을 붙인 ‘초당두부’는 그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났지만

제조법이 비밀리에 전수되는 바람에 오늘날과 같이 식당에서 먹을 수 있게 된 건 몇십 년 전부터이다.

당시 허엽이 두부를 만들었던 샘물이 있던 자리는 오늘날 강릉시 초당동이 됐으며,

허엽이 살았던 집 부근을 초당마을이라고 부른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김지호)-한국관광공사

 

 

초당마을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초당두부마을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현재 약 20여 곳의 두부요리 전문점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너도나도 원조 타이틀을 붙이고 있는 탓에 어디에서 식사를 해야 할지 헷갈린다면 ‘원조초당순두부’로 향하자.

속초 대청마루, 인제 재래식손두부, 양구 전주식당과 함께 강원도 4대 두부집으로 이름 있는 곳이다.

매일 아침 동해 바닷물로 신선하고 고소한 두부를 만들며,

순두부백반을 주문하면 순두부와 두부, 비지가 무한리필로 제공된다.

수요미식회에 방영됐다는 ‘초당 할머니 순두부’ 역시 외지인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지만

유명세에 비해 맛은 다소 평범하거나 아쉽다는 평이 많다.

마지막으로 ‘토박이 할머니 순두부’는 시골 할머니집에서 든든한 한 끼를 먹는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자극적이지 않은 순두부 맛에 적응하기 어렵겠지만 계속 먹다보면 속이 차분해지면서 정화될 것이다.

 

 - 원조초당순두부|강원 강릉시 초당순두부길77번길 9

- 초당 할머니 순두부|강원 강릉시 초당순두부길 77

- 토박이 할머니 순두부|강원 강릉시 초당순두부길 47

  

  

  

  

   


02

감자 옹심이


소박한 멋이 있는 강원도식 감자 요리

     

     

 

사진제공(IR 스튜디오)-한국관광공사

  

  

감자범벅, 감자전, 감자뭉생이, 감자송편, 심지어 감자막걸리까지
감자는 강원도 향토음식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친근한 식재료이다.
쌀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구황식품이었지만 오늘날 감자로 만든 요리들은 별미에 속한다.
쫄깃한 식감이 특징인 감자 옹심이도 오랜 사랑을 받아온 강원도 감자 요리이다.


옹심이는 강원도 방언으로 ‘새알심’을 뜻하는데, 그 어감처럼 맛과 모양에서도 정감이 넘친다.
강원도 정선과 영월 지방에서 먹기 시작한 감자 옹심이는 감자 수제비와 비슷하다.
하지만 반죽을 손으로 뚝뚝 떼어내는 수제비에 비해
옹심이를 빚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정성과 시간을 요한다.
먼저 감자를 갈아 물기를 꼭 짜낸 다음, 가라앉은 녹말가루(전분)와 함께 섞어 반죽을 만든다.

반죽이 준비되면 팥죽에 들어가는 새알심처럼 작고 동그랗게 빚어준다.
같은 재료이지만 반죽을 빚는 방법이 달라 수제비보다 옹심이의 식감이 훨씬 입체적인 것이다.

 

 

 

 

왼쪽|감자 옹심이, 오른쪽|감자 옹심이 칼국수

  

  

강릉에서 제대로 된 감자 옹심이를 먹고 싶다면 병산옹심이마을로 향하자.
10곳의 감자 옹심이 전문점이 모여 있는 병산동의 작은 마을인데,
강릉 음식 좀 안다는 사람은 반드시 이곳에서 옹심이를 먹는다고 한다.
‘만선감자옹심이’는 들깨감자옹심이와 장옹심이를 판매하는 식당으로,
감자는 물론이고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농축산물이 강원도에서 난 것이라 믿고 먹을 수 있다.

 

특별히 강릉에서는 옹심이와 밀가루 면을 섞은 감자 옹심이 칼국수도 즐겨 먹는다.
감자 옹심이 칼국수는 임당동에 자리한 ‘강릉감자옹심(강릉본점)’에서 맛볼 수 있다.
감자 송편 역시 이곳의 주력 메뉴인데, 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에피타이저 느낌으로 감자 송편을 먹는다.

단, 방송에 여러 번 출연한 집이라 30분 이상의 웨이팅은 각오해야 한다.

   

- 만선감자옹심이|강원 강릉시 공항길 46

- 강릉감자옹심 강릉본점|강원 강릉시 토성로 171

  

  

  

  

   


03

장칼국수


얼큰한 맛의 칼국수를 즐겨 먹게 된 배경은?

  

  

 

  

  

강원도 국수의 양대산맥하면 막국수와 장칼국수가 떠오른다.
막국수가 대중적인 음식이라면 장칼국수는 비교적 덜 알려진, 강원지방의 향토음식이다.
장칼국수는 멸치 육수에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칼칼하고 구수하게 끓인 칼국수 요리인데
맑은 육수가 아닌, 장을 풀어서 끓인 걸쭉한 육수를 즐겨 먹게 된 배경은 이렇다.
과거, 강원 영동 지방은 지리적인 이유로 소금을 구하기가 무척 까다로웠다.
그래서 소금 대신 간장을 넣거나 특히 산촌 지역에서는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간을 맞췄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강원지방의 특색이 묻어 있는 향토음식이 탄생하게 됐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매력적인 강원도표 장칼국수는 강릉, 속초, 양양에서 맛볼 수 있다.

간판이나 메뉴판에 ‘손칼국수’라고 적혀 있어도 백이면 백, 장칼국수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

강릉만 해도 1시간 꼬박 줄을 서야 하는 곳부터 현지인들밖에 모르는 숨은 맛집까지 정말 다양한데,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가게마다 손수 장을 담그기 때문에 맛있는 집보다 맛없는 집을 찾는 게 더 어렵다고 한다.


강릉 장칼국수 맛집으로 소문난 ‘벌집’이나 ‘형제 칼국수’는

30분 이상 기다리지 않으면 오히려 서운할 정도로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다.

하지만 ‘용비집’이나 ‘나운칼국수’처럼 강릉 시민들이 인정한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용비집은 쫄깃한 식감을 더하기 위해 콩가루를 넣어 면을 만드는 곳으로,
6일 동안 정성껏 바르고 말린 다시마를 사용해 만든 육수가 일품이다.
입소문으로 서서히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나운칼국수는
황태로 육수를 뽑기 때문에 멸치 육수보다 훨씬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아직까진 외지인보다 현지인 비율이 훨씬 높다고 하니 더 유명해지기 전에 방문해보자.

    

- 벌집|강원 강릉시 경강로2069번길 15

- 형제칼국수|강원 강릉시 교2동 162-94

- 용비집|강원 강릉시 남문길 20

- 나운칼국수|강원 강릉시 하슬라로206번길 3-1

  

  

  

  

   


04

삼숙이탕


아귀 뺨치게 못생긴 생선의 반전 매력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삼숙이탕이야말로 꼭 강릉에서 맛봐야 하는 향토음식이다.

다소 생소한 이 음식의 정체는 삼숙이라는 생선을 넣고 칼칼하게 끓인 매운탕이다.
강원도에서는 삼숙이, 충청남도 서산과 태안에서는 꺽쟁이, 전라도에서는 삼식이,

경남에서는 탱수라고 부르는 이 생선의 정확한 명칭은 삼세기이다.

삼세기는 강원도 강릉과 속초 주문진에서만 잡히는 바닷물고기인데, 그렇다고 귀한 대접을 받는 생선은 또 아니다.
오히려 울퉁불퉁한 피부와 못생긴 생김새 때문에

그물에 걸리기라도 하면 재수가 없다는 이유로 버려지기 일쑤였다.

못생기고 바보같다는 놀림말로 쓰이는 단어 ‘삼식이’도 이 생선 이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오랜 세월과 내공이 느껴지는 해성횟집

  

  

몇십 년 전만 해도 잡어로 취급돼 버려지기 바빴던 삼세기가 강릉의 특별 음식이 된 까닭은
거친 생김새만 봐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부드럽고 쫄깃한 속살 때문이다.

마치 우럭 같은 식감을 내는 탱글탱글한 속살은 씹으면 씹을수록 담백해 질리지 않는다.

살은 또 어찌나 많은지, 생긴 것 빼고 미워할 구석이 없는 생선임에 틀림없다.

특히 10월부터 4월까지 잡히는 삼숙이는 기름기가 살짝 돌아 더욱 맛이 좋다.

강릉에서는 삼세기로 얼큰한 탕을 끓여 먹는데,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육수를 내 일반 매운탕보다 훨씬 더 구수하다.

 

강릉 중앙시장 건물 2층에 자리한 ‘해성횟집’은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삼숙이탕 전문점이다.

식당 이름은 횟집이지만 메뉴는 삼숙이탕과 알탕, 단 두 개뿐이다.

24년 전통을 이어온 현지인 맛집답게 그 내공도 대단한데,
2년간의 숙성 기간을 거친 수제 고추장만을 사용해 여느 삼숙이탕과는 차별된, 깊고 진한 맛을 낸다.

한 그릇에 만 원하는 삼숙이탕을 주문하면 쫄깃하고 실한 삼숙이와

제대로 속 풀리는 얼큰한 국물, 끝맛을 개운하게 마무리해주는 미나리까지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 해성횟집|강원 강릉시 금성로 21 중앙시장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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