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상 이야기

제주다운 맛(1)|제주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것은?

제주특별자치도

사진제공(박동철)-한국관광공사

  

    

    

<우리 밥상 이야기> 시리즈의 일곱 번째 지역은 한국에서 가장 큰 섬 제주도이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화산섬 제주도는 따스한 기후와 독특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일단 논이 거의 없었던 척박한 환경에 순응하며 쌀 대신 콩, 보리, 메밀 등을 길러 주식으로 삼았다.

반면 청정바다의 이점을 살려 자리돔, 옥돔, 오분자기 등과 같은 신선한 해산물을 활용했으며

1,800여 종의 식물과 수천 마리의 야생노루가 서식하는 동식물의 보고인

한라산에서 꿩이나 산채, 표고버섯 등을 구해 제주만의 요리로 탄생시켰다.
덕분에 여느 국내 지역과는 비교불가한 독보적인 식문화를 발달시켰고

섬 특성상 외부와 접촉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 독자적인 요리문화를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이범수)-한국관광공사

   

   

    

제주 향토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조리법 뿐만 아니라 음식 자체도 단순하고 소박하다는 것이다.
제주의 음식은 꾸밈이 없으며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그 이유는 제주에서 난 특산물만으로도 충분히 빛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의 음식에 사용되는 식재료의 가짓수가 많지 않다.
본래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주재료 외의 것들은 과감히 생략한다.

소금과 된장을 제외한 양념과 향신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이범수)-한국관광공사

     

    

     

오늘날 관광객들이 만나는 제주 음식은

그 본연의 개성이 많이 빠져있는 향토음식이거나 전에 없었던 새로운 음식들이다.
진정한 제주 향토음식은 지금처럼 양념이 강하고 화려하지 않았다.
수십 년 전 제주 사람들의 밥상은 재료 고유의 맛에 집중하며 소박하고 단출했는데

이를 가리켜 낭푼밥상(제주 밥상)이라 불렀다.

낭푼이란 밥그릇을 의미하는데 위 사진 속 밥상처럼 밥이 가득 담긴 큰 그릇을 가운데 놓으면

식구들이 둘러앉아 나눠먹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낭푼밥상의 특징은 단연 국이다.

뜨끈한 국 없이 밥을 먹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으며

밥은 나눠먹더라도 국은 식구 수만큼 놓았을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모자반, 보말, 갈치, 멸치 등을 넣은 다양한 국을 즐겨 먹었는데

그중에서 맛과 모양새까지 제주도스러운 음식을 꼽자면 각재기국과 고사리육개장일 것이다.

 

제주도 방언으로 전갱이를 뜻하는 각재기는

부패가 빨라 바다와 먼 육지에서보다 해안과 밀접한 지역에서 주로 먹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먹는 각재기국은 배추와 각재기, 된장이 전부인데도 그 맛이 뛰어나다.

각재기국이 맑고 시원한 맛이라면 고사리육개장은 진득하니 깊은 맛이 특징이다.

잘게 찢은 고사리와 돼지고기 수육, 메밀가루를 넣고 끓인 국으로

칼칼한 일반 육개장과는 생김새부터 다르며 일단 먹어보면 독특한 매력에 반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 임금의 진상품이었던 제주 고사리로 만들었으니 맛이 없을 리가 있나.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이번 제주다운 맛 1편에서는 제주 밥상에 숱하게 오른 네 가지 국 요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주의 향토음식과 현지인들의 밥상이 궁금했다면 아래 음식들을 주목해보자.

제주 음식의 꽃이라 불린다는 몸국의 주인공과 낯선 비주얼의 통통한 멸치,

죽, 칼국수, 국, 전으로 무한변신 가능한 보말까지

제주의 색깔이 담긴 식재료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01

몸국(모자반국)


제주 음식의 꽃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예부터 제주도에서는 잔칫날이나 집안에 중요한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꼭 집에서 기르던 돼지를 잡아다가 상을 차렸다. 이때 빠지지 않고 상에 올랐던 음식이 몸국이다.
여기서 몸이란 ‘모자반’이라는 해초를 부르는 제주 방언이다.
돼지고기를 삶은 육수에 모자반과 신 김치, 미역귀, 돼지 내장 등을 넣고 한소끔 끓으면
메밀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먹는 제주 향토음식이 몸국(모자반국)이다.

몸국은 잔치용 음식이기도 했지만 오랜 세월 제주 사람들의 속을 책임진 든든한 한 끼였다.

낯선 재료들의 조합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도

계속 먹다보면 지극히 토속적이고 한국적인 맛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될 것이다.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조리법만 들어서는 어려운 구석이 없어 보이는데 의외로 몸국은 까다로운 음식이다.

모자반을 육수에 넣기 전에 10번 이상은 빨아야 하기 때문이다.
겨울에 잡아 햇빛에 잘 말린 모자반을 그냥 국에 넣으면 다량의 염분 때문에 쓴맛이 강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으니, 제주바다 어디에서나 잡혔던 모자반이

어느 순간부터 귀한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린 모자반은 젓갈에 무쳐서 반찬으로 먹고 다 자란 것은 국에 넣어 먹었을 정도로

톳 다음으로 제주 사람들이 많이 먹던 흔한 해초가 모자반이었으나

이제는 천연 모자반을 찾기 힘들어진 실정이다.

심지어 양식장에서조차 자라지 않아 지금은 우도와 추자도 부근에서만 천연 모자반이 잡히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김지호)-한국관광공사

  

   

향토음식을 포함해 매력적이고 개성 있는 먹거리가 쏟아지는 제주에서
몸국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면, 바로 ‘제주 음식의 꽃’이라 불리기 때문이다.
사실 몸국은 먹을 게 없던 시절 속을 든든하게 채우려고 먹었던 음식에 불과했다.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모자반이 귀해지자 이 음식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는데,
몸국만의 독특한 맛과 개성이 곧 제주의 정체성과 연결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몸국은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귀한 향토음식이 됐다.

 

더 이상 잔칫상에선 찾아볼 수 없지만 다행히 몇몇 제주 향토 식당에서 몸국을 맛볼 수 있다.

생전 처음 몸국을 접하는 이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는 음식점이 두 곳 있다.

먼저 제주를 대표하는 몸국 맛집으로 이름난 ‘신설오름’이다.

제주공항과 가까워 제주에 막 도착한 이들이 첫 끼로 이곳 몸국을 선택한다고.

몸국수를 시키면 밥 대신 국수가 나오는데 이 또한 별미이다.

다음은 제주식 고사리육개장 맛집으로 알려진 ‘우진해장국’이다.

구수하고 깊은 맛의 고사리육개장뿐 아니라 얼큰한 몸국 역시 이 집의 자랑이다.

    

- 신설오름|제주 제주시 고마로17길 2

- 우진해장국|제주 제주시 서사로 11

  

  

  

  

   


02

멜국


싱싱한 멸치에서 이토록 깊은 맛이!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멜’은 멸치의 제주 방언으로 알려져 있는데 엄연히 말하자면 멸치와는 다른 종류의 멸치과 생선이다.
일반적인 멸치볶음에 들어가는 멸치보다 크고 통통해서

제주에서는 주로 튀김이나 회무침으로 즐겨먹고 국에도 넣어 먹는다.

특히 비린내는커녕 입안 가득 고소함이 진동하는 멜 튀김은 제주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별미 중 하나이다.

 

맛깔난 멜 튀김과 멜 회무침을 현지에서 먹고 싶다면 ‘정성듬뿍제주국’을 추천한다.

최자로드 맛집으로 소개되면서 여행객이 일부러 찾아오기 시작했지만

원래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식당이었다고.

사실 이곳의 메인은 장대국과 각재기국이어서 튀김과 회무침은 물론이고 반드시 식사도 해야 한다.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멜국은 두툼하고 싱싱한 멜과 얼갈이배추를 넣고 끓인 국물 요리이다.

마늘과 고추로 시원한 맛을 더하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 게 전부여서 맛도 깔끔하다.

그래서 멜국의 맛은 멜의 신선도에 따라 쉽게 좌우된다.

멜국 본연의 맛을 위해서는 은비닐이 반짝거리며 살아 있는 생멜을 넣어야 한다.

좋은 재료로 만든 멜국 맛을 보고 나면 제주 음식의 비결은 다른게 아니라

제주에서 난 신선한 재료에 있다는 말을 실감할 것이다.

 

제주 방언으로 ‘마을 앞 넓은 땅’을 뜻한다는 ‘앞뱅디식당’에서는 멜국과 각재기국을 먹을 수 있다.

이곳 멜국은 시원하다거나 깔끔하다는 표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맛이 난다.

싱싱한 재료에서만 우러나오는 감칠맛 덕분에 현지인, 외지인 가릴 것 없이 자꾸만 찾게 된다고.

 

- 정성듬뿍제주국|제주 제주시 무근성7길 16

- 앞뱅디식당|제주 제주시 선덕로 32

  

  

     

  

   


03

갈치호박국


가을에 먹으면 더 맛있는 이유는?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가을이 오면 제주 사람들은 자연스레 갈치호박국을 먹었다.
특별한 까닭이 있다기보다는 갈치와 늙은 호박이 가을에 나는 제철 식재료였기 때문이다. 

봄 산란을 마치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갈치는 8~9월 무렵이 제철이며

맑은 생선국으로 끓여먹어도 괜찮을 만큼 싱싱하고 맛이 좋았다.

여기에 천연 단맛이 은은하게 우러날 수 있도록 알맞게 익은 늙은 호박과 배추를 넣었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갈치호박국은 전혀 비리지 않고, 구수하면서 담백한 국물 맛을 낸다.

        

     

      

 

사진제공(왼쪽)|제주관광공사

   

   

갈치조림은 양념 때문에 갈치 특유의 향이 묻혀버리는 반면

갈치국은 멜국과 마찬가지로 양념을 최소화해서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 좋다.

제주 ‘덕승식당’은 덕승호에서 직접 잡은 자연산 활어만을 사용한다는

철칙을 40년 넘도록 뚝심있게 지켜온 곳이다.

싱싱한 갈치 속살에서 나온 기름기와 호박, 배추, 양파의 채즙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칼칼한 양념을 더한 갈치조림도 이 집의 인기 메뉴이다.

 

두 번째 맛집은 외지인들에게 인생 갈치국의 추억을 선물한다는 ‘물항식당’이다.

수요미식회에 갈치회 맛집으로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손맛 좋기로 유명하고 오래된 음식점이었다.

일단 한눈에도 신선해 보이는 갈치회와 삼치회, 고등어회를 직접 맛보고 나면

갈치국은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생길 것이다.

마치 엄마가 끓여준 것 같은 맛, 혹은 마음을 사르륵 녹게 만들어준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그 밖에도 갈치구이, 갈치속젖 등 싱싱한 갈치를 주재료로 한 음식들이 많다.

  

- 덕승식당|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항구로 66

- 물항식당 탑동점|제주 제주시 임항로 37-4

  

  

  

  

   


04

보말국


제주에서 난 보물로 원기충전하자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제주의 색깔이 담겨있는 마지막 재료는 보말이다.

보말은 ‘고둥’을 가리키는 제주도 방언인데 제주도에서 나는 보말은 ‘수두리보말’이다.

보말의 여왕으로 꼽히는 수두리보말은 보말 중에 맛이 제일 뛰어나며 여름이 제철이다.

부드러운 식감은 독보적이며 씹으면 씹을수록 달콤해 삶아서 그냥 먹어도 훌륭한 간식이 된다.

 

제주도에 보말이 어찌나 흔했던지 보말죽, 보말칼국수, 보말전, 보말국 등
오래전부터 보말을 활용해 다양한 음식과 주전부리를 만들어 먹었다.

모슬포항 맞은편에 자리한 ‘옥돔식당’에서는 줄을 서는 한이 있더라도 보말칼국수를 맛봐야 한다.

제주 모슬포 바다에서 잡힌 보말을 사용해 더욱 진하고 개운한 육수맛을 내기 때문이다.

제주바다 내음이 가득한 음식을 찾고 있다면 이곳의 보말칼국수를 추천한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이범수)-한국관광공사

   

   

한 그릇만으로 온몸에 기운이 도는 영양만점 보말죽은 놓치기 쉬운 제주의 별미이다.
제주에 와서 전복죽은 많이 먹지만 보말죽이나 깅이죽 같은 향토음식은 지나치기 쉬운데,
보말 내장까지 듬뿍 넣어 정성껏 끓인 보말죽은 제주가 아니면 진짜 맛을 경험하기 어렵다.

 

보말칼국수를 파는 곳에서 대부분 보말죽도 판매하지만 아래 두 곳은 보말죽이 더 유명하다.
함덕해수욕장 인근에 자리한 ‘잠녀해녀촌’은 해녀들이 운영하고 있는 식당으로,

직접 물질한 해산물로 성게보말죽을 끓여 판매하고 있다.
한편 현지인들이 인정한 식당 ‘해월정‘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보말죽과 함께 시원한 육수 맛이 끝내주는 보말칼국수도 함께 맛보자.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미역과 보말을 넣어 끓인 보말국은 보말로 만든 음식 중에 가장 대중적이며 친숙하다.
일반 미역국보다 감칠맛이 더 돌면서 속을 따뜻하게 풀어준다.

분명 화려한 맛은 아닌데 자꾸만 손길이 가는 게 신기한 음식 중 하나이다.
안덕면에 자리한 ‘중앙식당’은 제주산 성게가 들어간 성게보말국을 판매하고 있는데,
아침에 허기지고 쓰린 속을 달래기에는 이곳 보말국만한 음식이 없을 것이다.

  

- 옥돔식당|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영로36번길 62

- 잠녀해녀촌|제주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410

- 해월정|제주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2340

- 중앙식당|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로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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