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 참 좋더라

히카두와 해변의 네가지 풍물

스리랑카 > 사우던 > 갈 > Hikkaduwa

by ssabal 2020-02-13 조회 137 0

그 작은 해변마을에는 놀라운 것이 있다!

 

스리랑카는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사자산 시기리아 요새가 단연 압권이다.

 

시기리아 요새. 사자의 형상은 사라지고 현재는 거대한 사자 발만 남아있다.

 

근친상잔의 잔혹한 가족사에, 수천 년의 세월을 무색케 하는 요염한 압사라 벽화와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거대한 바위 위의 왕궁터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다분히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유유자적 자유로운 곳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인간사가 얽혀있는 비극적인 성채보다

바다와 로티가 있는 해상국립공원 히카두와(hikkaduwa)가 더 매력적이었다.

 

동네에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은 다 모였다.

 

비록 가오리(?) 한 마리와 칼치 그리고 작은 생선들 뿐이지만 그들은 아주 만족스러워 했다.   

 

 

히카두와의 매력 하나 - 서핑

 

 

히카두와 해안의 가장 남단에 위치한 바닷가에서는 물수제비처럼 물위를 날아오르는 서퍼(surfer)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다.

깊지 않은 수심과 순결한 모래가 깔린 바닥 그리고 깨끗하고 높은 파도는 서핑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장점이라면 잘 알려진 곳이 아니기에 한적하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서핑을 시작하려는 초보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스릴 넘치는 장면보다 헛웃음과 혀를 차는 일이 많아, 나도 저만큼은 할 수 있겠다, 라는 자신감이 샘솟는다.

 

 

 

 

히카두와의 매력 둘 - 스틸드 피싱(Stilt Fishing)

   

서핑을 보면서 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바다 속에 박아 놓은 말뚝을 발견하게 된다.

만약 이곳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여행자라면 뭐하는 물건인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또한 밀물 때가 아니라면 이것의 용도 또한 확인할 길이 없다.

이 말뚝이 박혀 있는 곳은 다른 곳보다 깊은 수심을 가지고 있는 바다 웅덩이가 형성된 곳으로 이 지역의 낚시 포인트라고 보면 된다.

 

 

스틸드 피싱은 거친 파도를 피할 바위 하나 없는 이 지역에 최적화된 낚시법으로, 바다에 박은 2미터 가량의 말뚝에 앉아서 하는 낚시다.

이른 아침, 바다 한가운데 앉아 낚시를 하는 모습은 고독 그 자체였다. 그럴 법도 하다. 도통 생선 한 마리 잡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대게 낚시꾼 모델로 생계를 유지한다. 혹시라도 파도도 없고 바닥이 들어난 썰물 때 찍힌 그들의 사진을 보았다면, 그들이 돈을 낚는 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히카두와의 매력 셋- 바다거북이

 

다시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돌무더기가 자갈처럼 펴져있는 해변으로 들어서게 된다. 산호와 크고 작은 바위로 이루어진 해변이다. 사실 히카두와에서는 이곳이 가장 중요한 곳이다. 이곳 돌 틈에서만 미역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해간 비닐봉지에 미역을 따서 담는다.

바다 거북이와 놀 수 있는 시간은 미역의 양에 비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역을 따고 다시 해변을 따라 걷는다. 발걸음이 제법 빨라진다. 하지만 그 길은 쉽지 않다. 해변을 점유한 리조트의 담장 사이로 난 좁은 샛길을 헤쳐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북이가 출몰하는 백사장에 도착한다.

 

, 이제 거북이를 만날 시간이다.

 

 

미역을 바닷물에 담그고 흔들기 시작한다. 그러면 채 2분도 되지 않아 저 멀리 용궁에 사는 거북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가 나타난다. 인근 늙은이의 말을 빌리면 자기가 어렸을 때도 나타났었다고 하니 족히 백 살도 넘은 신묘한 거북이임에 틀림이 없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먹을 것에 홀린 늙은 거북이일 뿐이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미역을 받아먹는 거북이는 등짝을 만지거나 등에 올라타기도 하는 짓궂은 여행자의 만행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손자의 장난을 받아주는 촌노처럼 무던하고 관대하다. 하지만 미역이 다 떨어지고 나면 냉정하게 돌변한다. 뒤도 안돌아보고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히카두와의 매력 넷- 넘버 원 로티 숍(No 1 Roti shop)

 

거북이와 놀다 지치면 남은 미역을 선심 쓰듯 주변에 있는 여행자에게 나누어 주고 다시 해변을 따라 걷는다. 그러면 파도에 밀려갔다 밀려오는 작은 목선과 보트들이 어수선하게 흔들리고 있는 해변에 이르게 된다. 이곳이 우리의 종착점이다. 여기서 방향을 튼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변이 아닌 도로를 따라 거슬러 오른다.

 

조잡한 기념품을 파는 토산품 상점과 라이스 앤 카레를 파는 식당 몇 개를 지나면, 좌측 편에 로티에 관한 한 천하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No 1 Roti shop’ 로티 레스토랑을 만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로티를 파는 식당으로 그 맛을 한 번 보면 절대로 잊지 못한다.

 

로티는 쫄깃한 맛을 내는 밀가루 반죽이 생명이다. 넓고 평편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적당한 크기의 잘 숙성된 밀가루 반죽을 치대서 A4지 한 장 정도의 크기와 두께로 만들어 살짝 지진 다음, 그 위에 궁합이 맞는 다양한 토핑을 얹고 포개면 완성이다.

혹시 상상이 되십니까?

1986년에 문을 연 이 식당은 긴 역사만큼이나 다양하고 맛있는 로티가 있다.

 

 

대표적으로 초코렛 바나나 로티(Chocolate Banana Roti), 더블치즈 토마토 로티(Double Cheese Tomato Roti), 바나나 초코렛 코코넛 꿀 로티(Banana-Chocolate-Coconut-Honey Roti), 더블치즈 토마토 양파 로티(Double-Cheese-Tomato-Onion Roti), 아보카도 새우 치즈 토마토 마늘 양파 로티(Avocado-Prawn-Cheese-Tomato-Garlic-Onion Roti).

 

하지만 얹은 토핑의 이름만으로는 결코 그 오묘한 맛을 상상할 수 없다.

미식가라면 죽기 전에 꼭 한번은 먹어봐야 한다.

그 증거로, 수십 번을 갔는데 로티 사진이 한 장도 없다.

로티에 홀려 사진 한 장 찍을 생각을 못했다.

아래 사진은 ‘The Srilaka Sundaytimes’에 실린 로티 사진이다.

 

 

 역시 맛은 찍을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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