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상하이 은행박물관
중국의 경제 수도라는 별칭을 가진 상하이에는 은행박물관과 금융박물관 두 곳이 같은 건물에 있다. 먼저 은행박물관은 2000년 4월에 상하이은행박물관(上海银行博物馆)이라는 이름으로 개관을 했으며, 2016년 2월에 같은 건물에서 금융박물관(金融博物馆)이 개관했다. 위치는 상하이 황포구 복흥중로 301호이며, 이전 상해변호사회관 건물이다. 박물관 면적은 4000㎥로 금융 관련 화폐, 서적, 유물, 기념물 등 5천여 건이 전시되어 있다. 중국 내에서 금융관련 박물관 중에서는 가장 많은 전시물을 보유한 박물관이다.
상해은행박물관. 입구. 2023 Ⓒ 김동하
대청호부은행 전시물.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1905년 베이징에 설립. 중국최초 국가은행.
은행박물관 전시관은 서술관, 전시관, 역사관, 다목적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중국의 은행 및 금융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는 역사관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중국의 전통 신용기관과 근대 중국에 진출한 외자 금융기관을 설명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장, 은호, 표호, 전당포 등 중국전통 신용(금융)기관과 근대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보험 등 금융기관의 활동상을 전시하고 있다. 주로 이들 기관에서 발행하고 사용하던 지폐, 어음, 인장, 배지 및 기계류, 간행물, 업무홍보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중국 전통 금융업(은전업)에 사용됐던 인장 100여 개와 1845년에 광동성 광저우와 홍콩에 설립된 중국 최초 외자은행인 리루은행(丽如银行. Oriental Bank)이 중국에서 발행한 주식 및 외자은행들의 희귀 지폐 등을 볼 수 있다.
오리엔탈 은행(리루은행, 동방은행) 전시관 전시물(증권).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미국 시티은행 표지.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미국 City Bank는 1902년에 상하이에 지점을 설립했으며, 중국에 진입한 최초의 미국계 은행임.
20C초 상하이에 진출했던 주요 외자은행들 표식.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두 번째 부분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된 1949년을 전후하여 등장한 중국계 금융기관의 현황을 전시하고 있다. 현대 중국자본 금융기관의 부상과 발전, 당시 국가금융센터 건설 및 관련 상황, 1949년 전후 국민당 통치 지역 금융업 역사를 볼 수 있다. 그 중 독특한 것은 중국 여러 은행들이 지폐를 인쇄할 때 사용한 동판들인데, 미국조폐공사가 제작했다.
1940년대 항일전쟁 시기 중국 내 지역별 화폐.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인민은행 관련 전시관 전시물.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전시장에서 구경할 수 있는 특별한 화폐 중 하나는 액면가 100만 위안의 금원권(金圆券)이다. 일본이 패망(1945년 8월)하자 다시 중국은 공산당과 국민당의 내전에 휩싸이고, 1948년 8월 당시 중화민국 총통 장개석은 전쟁비용 마련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본위 화폐인 금원권을 발행한다. 금원권 1원에 금 0.22217g을 태환할 수 있다고 공표하였으나, 이미 패전을 예감한 장개석은 모든 금을 대만으로 옮긴 후였다. 당시 국민당 정부는 강제로 금원권 1원과 법정화폐 300만 위안 혹은 시중에 있는 금과 은을 교환하려 했으나, 당시 중국경제는 이미 붕괴 상태여서 이루어지지 못했다. 금원권은 10개월 후인 1949년 7월에 폐지된다.
중국 지폐.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중국 주화.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1951년 발행된 중국 최대 액면가 지폐 1만위안(하단 좌측).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세 번째 부분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의 금융 산업 현황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의 설립, 건국 초기 금융업의 주요 조치, 개혁개방 이후 중국 금융업의 발전을 보여준다. 이 섹션에서는 혁명 근거지와 해방구의 화폐, 저우언라이 총리가 발행한 은행간부 임명장, 인민폐 ‘지폐왕(표왕)’으로 불리는 목마도가 그려진 1만 위안권 등 진귀한 화폐를 볼수 있다. 1만위안 권은 1951년에 발행됐으며, 1955년에 유통이 중지되었는데 전세계적으로 5매 정도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 가치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1948년 발행 위안화 지폐 1차 시리즈.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1955년 발행 위안화 지폐 2차 시리즈.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1988년에 상하이에 처음으로 설치된 ATM기.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2000년에 상하이은행박물관을 만든 주체는 중국 내 4대 국유상업은행(Big 4) 중 하나이자 중국 최대 은행인 중국공상은행(中国工商银行)이다. 하지만 중국 은행업이 처음부터 이렇게 세계 No.1 이 된 것은 아니다. 중국은 1949년 성립된 후, 사회경제 시스템을 러시아(당시 소비에트연방, 소련)에서 도입하여 계획경제를 실시했다. 따라서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있었으나, 원래 중앙은행의 역할인 물가 및 통화안정 기능을 수행하지 않고, 단순히 돈을 필요한 곳(국유기업, 지방정부)에 배분하는 재무 창구 역할만 했다.
중국은행 전시물.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청나라가 멸망하고 1912년 남경정부가 이전 상해대청은행을 개편하여 설립한 은행. 주식에 나타난 인물은 원세개(군인.정치인. 위안스카이) 모습임.
중앙은행 전시물.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1924년 중국 내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혁명가 손문(쑨원)이 설립한 은행.
1979년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하면서 미국(1979년)과 일본(1972년)과 수교를 하게되고 외국기업이 중국에 몰려들면서 상업은행이 필요해지게 된다. 이후 중국정부는 순차적으로 농업은행(1979), 중국은행(1980), 건설은행(1981)을 설립했고, 1984년에 공상은행을 설립하여 주로 국유기업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편, 농업은행은 농민들에게, 중국은행은 무역기업(외환)에게, 건설은행은 인프라 건설 등에 필요한 상업 및 정책금융 서비스 제공이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절강흥업은행 전시물.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1907년에 중국 최초로 설립된 상업민영은행. 절강성 수도 항저우에 설립. 절강성 지역은 과거는 물론 현재 중국에서 민영기업이 가장 많은 지역임.
교통은행 전시물.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1908년에 중국 최초로 정부와 민간 합작으로 설립된 상업은행. 주로 선박, 철도, 우편, 전보 사업에 금융서비스를 하기위해 설립되었기에 그 명칭을 교통은행으로 함.
이들 Big 4 은행은 1994년에 중국이 설립한 정책은행인 국가개발은행, 농업발전은행, 수출입은행에게 정책금융 업무를 이관하고 본격적인 상업은행으로 부상하게 된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홍콩 및 상하이 증시에 상장되어 몸집을 불리면서 지금의 세계 최대 은행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한편, 영국의 금융전문지인 '더뱅커'가 선정해서 발표한 글로벌 은행순위에 따르면 2023년 세계 1000대 은행에 중국계 은행이 140여곳 포함됐으며, 20대 은행에는 10곳이 순위에 올랐다. 더뱅커가 순위를 매기는 기준은 기본자본으로, 보통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공상은행 관련 전시관 전시물.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1984년에 설립된 공상은행 영업허가증과 이를 보도한 인민일보. 상해은행박물관. 2023 Ⓒ 김동하
1위는 기본자본 4972억달러의 공상은행이 차지했다. 2위는 건설은행(4072억달러), 3위 농업은행(3798억달러), 4위는 중국은행(3394억달러)이 차지했다. 중국의 4대 국유상업은행이 1위부터 4위까지를 차지한 것이다. 중국의 은행 순위는 곧 전세계 은행 순위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참고로 5위부터 8위까지는 미국계 은행들이 차지했다. 5위는 모건스탠리, 6위는 뱅크오브아메리카, 7위는 시티은행, 8위는 웰스파고은행이었다. 또한 9위는 중국교통은행, 10위는 영국의 HSBC은행이었다. 이 밖에 중국 초상은행이 11위, 중국우체국은행이 12위, 흥업은행이 17위, 상하이푸동발전은행이 18위, 중신은행이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20위권 은행에 중국계 10곳, 미국계 5곳, 프랑스 2곳, 영국, 일본, 스페인계가 각각 1곳씩 포진했다.
본 여행기 작성에는 중국의 지폐발전사(김상욱. 2016), 중국경제론(곽복선·김동하 외. 2022)를 참고하였다.
김동하 작가의 두피디아 여행기 시리즈
차이나 뮤지엄 투어: 중국 내 주요 도시의 박물관, 기념관을 돌아보는 뮤지엄 투어
차이나 시티 투어: 중국의 31개 성, 직할시, 자치구의 수도인 성회(省會)와 주요 도시를 돌아보는 시티 투어
샤오핑 로드: 중국 개혁·개방 설계사 덩샤오핑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경제지리 여행기
화교 역사·문화답사기: 전 세계에 분포한 5000만명 화교 발생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특징을 알기 위해 떠나는 답사기
한자로드 : 3300년 전에 만들어져 아직도 살아 있는 한자. 그 생존의 원인과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떠나는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