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세계여행#30

해변을 사랑한 호주인들의 인공해변, 에스플러네이드 라군.(호주 케언즈)

오스트레일리아 > 퀸즐랜드 > 케언스

by 박성호 2018-04-16 조회 245 0

 

 

 

 

 

 

 

[바나나세계여행#30]

해변을 사랑한 호주인들의 인공해변, 에스플러네이드 라군.

(호주 케언즈)

 

 

[바나나 그 다음,]저자 박성호.

 

 

 

 

 

 

 

 

 

뉴질랜드 남섬 일주의 모든 여정이 끝나고, 나는 다시 호주로 돌아와다.
호주에서 가장 맑고 순수하기로 유명한 퀸즐랜드 주에서도 단연 최고의 휴양지로 손꼽히는 케언즈로 말이다.

 

 

 

 

 

“What’s the purpose of the visit?”
(방문 목적이 뭐죠?)

처음 호주에 왔을 때와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하며 무난하게 입국 게이트를 통과했다. 
그리고 동시에 워킹 홀리데이 시즌투가 시작되었다.

통장에 남은 돈은 처음 호주에 왔을 때와 같은 천 달러, 다만 앞으로 내가 지낼 곳은 브리즈번보다 훨씬 작고 아담한 곳이다.

공항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후끈후끈한 공기가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땀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렇게 한동안 지낼 만한 호스텔을 찾아 시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조금만 가다 보면 금방 도시 끝에 도착하고는 했다.

 

 

 

 

 

 

 

"So, you mean that it is $120 for a week?"
(그러면 한 주에 120달러라는 거야?) 

다행히 호스텔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하루에 20달러이지만 6일을 자면 하루는 공짜로 숙박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더 돌아다니기도 싫었고, 그냥 이곳에 짐을 풀기로 했다. 

 

 

 

 

 

 

'괜히 방값이 싼 게 아니었구나...'
뜨거운 날씨 때문인지 방문을 여는 순간 엄청난 악취와 함께 축축한 기운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방에는 창문도 환풍기도 없었고, 침대에는 엄청난 거구의 서양인이 팬티만 입은 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슬며시 그 옆을 바라보니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 말라붙은 프라이팬과 식기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브리즈번에 처음 도착했을 때 머물렀던 캥거루 포인트 수용소가 생각났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새로 시작할 맛이 나지.'
나는 더 이상 뉴질랜드 남섬을 일주하던 여행자가 아니었다.
일자리를 구하러 가게들을 전전해야 하는 가난한 워홀러로 돌아온 것이었다.

 

 

 

 

 

 

 

케언즈에 도착하고 첫 일주일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날씨였다.
적도에서 가깝게 위치한 케언즈는 한 겨울에도 온도가 30도에 육박하는 열대 기후를 갖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쨍쨍한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작열하는 태양 덕에, 시내에 있는 자외선 측정기는 늘 Extreme(심각함)에서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날씨의 영향은 이 곳 사람들의 성격과 성향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열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케언즈 역시 성급함이나 바쁨같은 단어보다는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어울리는 곳이다.
이런 날씨에 열심히 움직이는 것은 급격히 체력을 소진시킬 뿐이다.

 

 

 

 

 

 

마을 곳곳에서 축제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푸른 잔디가 깔려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드러누워 책을 읽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무대에서는 이러한 분위기에 걸맞은 낙관적인 펑크 록 음악이 울려 퍼진다.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간직한 펑크는 자칫 무기력해질 수 있는 케언즈에 자유로움과 활기를 불어 넣는다.

 

 

 

 

 

 

 

그리고 이런 장소에 BBQ가 빠지면 섭섭하다.
마을 곳곳에 위치한 공원에는 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BBQ 기계가 구비되어 있다.

 

 

 

 

 

 

공원에는 노란색 가면 쓴 듯한 귀여운 새들이 총총거리며 뛰어다닌다.
사람들이 먹다 흘린 음식물을 주워 먹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케언즈 최대 매력은 역시 에스플러네이드 라군에 있다.
마을 중심에 위치한 이 에스플러네이드 라군을 방문하지 않고는 케언즈를 다녀왔다고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케언즈 지역 부자들은 해변을 사랑하는 호주 사람들과 관광객들을 위해 큰 선물을 하나 준비했다.
어린이를 위한 유아풀부터 성인용 깊은 풀장, 고운 모래사장, 탈의실, 샤워실, BBQ 시설로 이루어진 에스플러네이드 라군이 바로 그것이다.
케언즈를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이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 이런 멋진 인공해변을 가지고 있는 케언즈 사람들은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내를 걷다 땀이 흐르면 언제라도 시원한 풀장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케언즈에 이런 인공 해변이 만들어진 것은 바다와 인접한 도시임에도 해변가가 없기 때문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해변가에는 늘 물이 빠져있어서 오직 드넓은 갯벌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바닷물이 빠져나간 해변을 바라보는 것도 꽤나 낭만적인 일이다.
이따금씩 덩치가 산만한 펠리컨들이 머리 위를 유유히 날아다녔다.

 

 

 

 

 

 

 

다만 케언즈에 도착하고 일주일이 넘게 일을 구하지 못했다. 
매일같이 인터넷의 구인정보를 확인하고 길거리를 돌아다녀 봐도 일이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케언즈는 인구가 16만 명 밖에 되지 않는 도시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전에 살았던 호주에서 3번째로 큰 도시 브리즈번과는 다르다.
도시 규모가 작다 보니 일자리도 적고 일자리 경쟁도 치열하다. 

 

 

 

 

 

물론 나 말고 다른 워홀러들도 비슷한 상황인 듯했다.
인터넷에 구인 공고가 떴다 하면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가 많지만 시급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일을 하지 않으면 항상 불안함이 들기 때문이었다. 

 

 

 

 

 

 

케언즈 시내에는 나이트마켓이라는 야시장이 있었다. 
이곳에 들어오면 여기저기서 익숙한 발음이 들려왔다.

"Forthy minutes fifteen dollors." (40분 15달러)
"욘주분 주고르데쓰."(40분 15달러) 


누가 봐도 마사지숍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의 영어, 일본어 발음이었다.

 

 

 

 

 

 

40분에 15달러 마사지, 호주 물가를 생각하면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었다.
게다가 마사지숍은 능력 제로 돈을 받기 때문에 시간당 10달러를 벌기 힘들 때도 많다고 했다.
손님이 없는 날이면 수많은 한국인들이 의자에 일렬로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브리즈번에서 가장 바쁜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력이 있던 나는 그나마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었다.
해변가에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성공적으로 면접을 마쳤다.
시급은 21달러, 즐겁게 일을 하며 때때로 해변에서 수영을 하고 놀아도 쉽게 돈을 모을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이었다.

 

 

 

 

 

 

앞으로 이곳에 살면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했다.

매일 아침, 레스토랑에 출근해 그날 요리에 쓰일 각종 해산물과 식재료를 준비하고, 때로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설거지에 정신없이 일을 할 것이다.

그래도 쉬는 시간에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며 셰프가 해주는 맛있는 요리도 먹을 수 있을 것이고, 밤에는 발코니에서 발코니에서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시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주말에는 인공 해변에 가서 수영도 하고 스케이트보드도 타며 바비큐 파티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만 해도 즐거워졌다.

다만, 이 장면들이 뭔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청춘에 1년 동안 내 맘대로 살 수 있다는 것은 살면서 다시는 가질 수 없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케언즈에 살면서 겪게 될 일들은 사실 해보지 않아도 이미 해본 일들이었으니까.

 

 

 

 

 

 

처음 한국을 떠날 때 1년간 여행을 하면서 내가 그동안 살았던 인생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여행의 마지막 날, 스스로 '정말 많은 경험을 했어'라는 생각을 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더 이상 이곳에서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동안 어느새 지갑은 점점 가벼워지고 마음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숙소에서 한 영국인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앞으로의 내 인생을 크게 뒤바꿔 놓은 가벼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I've worked at banana farm, and that was f***ing hell."
("난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다 왔는데, 거긴 정말 지옥이었어.")



머릿속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지옥 정도는 가봐야 새로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

나는 곧바로 이곳을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댓글 2

  • 윤이나 2018-04-16

    도심에 수영장 있는거 정말 좋아보이네요!! 호주의 복지수준이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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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빛나 2018-04-18

    호주 햇살에 저도 취하고싶네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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