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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2_맹글로브 원시림의 주인들

말레이시아 > 사바 > Kota Kinabalu

by 이엔 2018-10-12 조회 170 2

맹글로브 나무, 투구게, 살찐 물고기들,
쿨린탕의 음색을 닮은 아이,
보트를 운전하는 소년, 수상가옥의 원주민들,
모두 이 맹글로브 원시림의 주인들이다






우리의 첫 일정인 보트를 타고 맹글로브 숲을 탐험하기위해
넥서스 리조트에서 차로 십분정도 거리에 떨어져있는 라군파크에 들어섰다.

날씨는 습하고 덥다. 적도 근처에서 빛나는 태양은 무척 따갑고 정열적이다. 


 
 
<맹글로브 강의 초입, 라군파크의 위치>





작열하는 태양 속, 느긋한 쉼터를 제공하는 여러 장치들, 
해먹과 그네 등이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맹글로브 숲을 탐험 후 우리는 이 여유로운 풍경속에 온 몸을 맡길 예정이다. 



맹글로브 정글, 보르네오 섬은 우리나라의 7배,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섬이며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강의 뒤를 잇는
세계 2위로 산소를 배출하는 숲이다. 

가이드는 이 곳에서 숨을 자주 크게 들이쉬며 호흡기와 폐를 깨끗하게 할것을 권유했다. 




선착장으로 향하는 가족들, 아직은 첫 일정의 시작이라 몸이 뻣뻣하게 굳어있다. 
어제까지만해도 어린 딸을 케어했던 내 몸 또한 말이 아니다. 



보트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가족을 보니 한국에 두고온 딸이 생각나
눈두덩이 붉그스름해진다. 
다른 가족을 알아가기 위해 내 가족과의 시간이 단절되다니, 
매번 남편이 출근때마다 느꼈던 감정을 이렇게나마 알게된다. 





바다같이 큰 맹글로브 강을 빠른 속도로 가로지른다. 

 

이 보트를 운전하는 분은 예상보다 짜릿하게 운전을 하는데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났을때 하는 스윙처럼 흔들흔들거린다.
세월호의 충격을 겪은 나는 무척 무서웠으나 사람들은 생각보다 즐기는듯한 눈치였다. 
아이들이 많이 탔던 보트라 조금 더 안전에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곳곳에 수상가옥들이 보인다.
코타키나발루는 과거,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 여러나라에 침략당했던 기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수상가옥엔 필리핀 난민들이 살고있다. 



필리핀과 멀지않은 지리적 위치 때문에 이 곳에 살게된 그들은
여전히 말레이시아의 인정을 받지못한 채 가난하게 수상가옥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십오분쯤 들어가니 드디어 맹글로브 나무가 빼곡이 자리잡은 곳에 도착한다. 
켈리베이와 맞닿은 이 강의 대부분엔 맹글로브 나무가 분포하고 있는데 
이 나무는 아열대의 수심이 얕은 해안 곁에 자라는 식물이다. 




전세계에 분포하고 있으나 인도와 동남 아시아에 가장 많은 종이 분포한다. 
해안 생물의 중요한 서식지로 풍부한 어자원을 제공하고 토양의 유실방지, 근처 바다의 먹이사슬 유지 역할을 하는
아주 다방면의 매력을 가진 이로운 식물이다. 

최근에 큰 인명피해를 낳은 인도네시아의 강력한 쓰나미가 
새우 양식을 위한 해안가 맹글로브 나무를 무자비하게 벌목해서 생긴 재앙이라는 과학적 근거도 나오고 있을만큼
이 나무가 자연과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다. 




무화과처럼 생긴 이 열매가 맹그로브 나무의 열매인데
가이드분이 열매와 가지를 뚝! 따서 사람들에게 보라고 건내준다. 
딱딱하고 향긋한 풀냄새가 난다.  

그러나 이 식물은 맹독이 있어 함부로 만지거나 맛을 보아서는 안된다. 


잎의 노란색 부분은 소금을 머금고 있는데 
과거 원주민들은 이 잎을 태워서 소금을 얻기도 했다고. 



열매의 아랫쪽 뾰족한 부분.  
이 줄기를 땅에 꽂으면 거대한 맹글로브 나무로 성장한다고 한다. 
번식력이 굉장히 좋은 편이라고. 



이 울창한 숲 안에는 청정지역에만 살고있는 반딧불이와 원숭이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고
잘 볼 수 없지만 악어도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코타키나발루에선 도심에 악어가 출몰해 인명사고를 내는 일이 가끔씩 일어난다고 하는데
모두 이 부근에서 서식하는 악어다. 
모두들 무서워하면서도 왠지 악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물안으로 뿌리를 뻗은 맹글로브 나무>



맹글로브 나무는 줄기와 뿌리에서 많은 호흡근을 내려 물 안으로 뻗는데
얕은 부근으로 들어가면 굉장한 가지의 뿌리를 볼 수 있다. 
진흙 속의 뿌리에는 통기조직이 발달하여 호흡근에서 필요한 산소의 일부를 섭취한다. 




<악어가 나오는 지역에서 열심히 설명중이신 가이드님과 경청하는 가족들>




가족들은 수심이 얕은 이 곳에서 한 가족씩 기념사진을 찍는다. 
약간의 시간이 난 나는 무료해진 틈을 타 잠시 뒤를 돌아본다. 

세상에,
아직 열다섯도 되지않은듯한 앳띤 소년이 보트의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우리를 이 깊은 맹글로브의 한가운데로 데려온게 이 수줍은 미소를 짓는 어린 소년이었다니. 

함께 여행온 가족들의 미소와 대비되며 나는 사진을 한장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는 허락대신 웃음을 지어보낸다.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는 것이 아주 즐겁지만은 않은 건
지금처럼 아이들과 청소년의 노동문제를 눈 앞에서 씁쓸히 마주해야하는 이유에서다.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는 내 가난한 눈으로 
소년의 여리여리한 눈을 바라보니 갑자기 응집된 불만으로 똘똘 뭉쳐졌던 내 어린시절이 생각났다.
학교도 대충 다니며 밤새 컴퓨터를 하며...그래도 무료함에 지쳐 나보다 부유한 사람들과 비교하며 불만에 차 있었던.

어렵게 일을하며 내게 생계의 짐은 절대 넘겨주지않았던 엄마에게
"나한테 해준게 뭔데?"
따위의 말만 소리치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서른을 훌쩍먹고 
엄마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 타지에서
낯선 소년의 눈을 보고나서야 어리석게도, 깨닫게된다. 



내게 어떤 깨달음을 준 소년, 그의 어린 손이 운전하는 보트는
울창한 맹글로브 숲을 빠져나와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보트는 기름냄새를 풍기며 다시 멈추고, 밖으로 보이는 낯선 풍경. 
절벽은 반쯤 깎여 기이하고도 특정한 문양이 새겨져있고
나뭇가지엔 여러가지 색의 천들이 걸려져있다. 

가이드가 묻는다. 
"이 곳은 무얼 하는 곳일까요?"

"기도하는 곳이요!" "사원이요!" "집이요!"

곧이어 정답을 알려주는 가이드, 
"전부 틀렸어요. 이곳은 무덤입니다."





가족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제서야 연신 셔터를 누른다. 

말레이시아 국민은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고있는데
이 곳은 수중가옥에 살아가는 무슬림들의 무덤이라고 한다. 
과거엔 수장을 하곤 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종종 그 풍습을 이어가고 있다고. 

일반 사람은 흰 천을 매달고 지위가 높은 사람은 노랑색,
가난한 사람은 다음생에 부자로 태어나라고 황금색,
군인은 빨간색, 슬프게도 아이가 죽으면 파란색을 단다고 한다. 



멀리 원주민들의 물고기를 잡는 어선이 곳곳에 보였다. 
고기를 잡는 바쁜 와중에도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주민들도 종종 있었다. 





드디어 수상가옥에 도착. 
 


히잡을 쓴 무슬림 할머니의 쿨린탕의 맑은 악기소리가 흘러나오며
신발을 벗고 수상가옥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곳에 사는 아이와 아주머니께서 웃으며 우릴 반겨주시며
곧바로 음식을 꺼내온다. 



코코넛의 하얀 부분을 갈아 튀긴 음식. 이름은 물어보지 못했는데 
호떡과 비슷한 맛이 났다. 무척 달고 맛있어 모두들 허겁지겁 입에 넣기 바빴다. 



코코넛을 통째로 따 컵에 따라 부어먹는 음료. 
시원하진 않았지만 단맛과 염분기가 어우러진 맛이 갈증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원주민들은 이 곳에서 잡히는 살아있는 화석,
맹그로브 투구게를 잡아 뚜껑을 말려 여러가지 장식, 도구로 쓴다고 한다. 
투구게는 갑각류일것 같지만 독단적으로 투구게류로 분류되는 독특한 생물이다. 
발생상으론 고생대 캄브리아기의 삼엽충과 비슷한 유생기를 거친다고. 
그러니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릴 수 밖에. 


안타깝게도 최근엔 환경오염으로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원주민 무슬림 할머니의 쿨린탕 연주>



집 밖에는 이렇게 강아지만한 메기가 굉장히 많았는데 
이 곳 사람들은 이렇게 살찐 메기를 절대 먹지 않는다. 
과거부터 수장하던 관습으로인해 
가족이 죽어 수장 후엔 이 메기들이 가장 먼저 달려들어 뜯어먹는다고.
조상이 이 메기에 깃들어있다고 생각해 절대 먹지 못한다고 한다.  




이제 다시 켈리베이로 돌아가는 길. 

보트를 지나치게 격정적으로 몰던 소년이 기어이 일을 낸다. 
매케한 연기와 탄 냄새를 뿜어내던 보트가 맹글로브 강 한가운데 멈춰서버린 것이다. 



모두들 강 한가운데서 난감해하는 상태. 

보트는 다시 움직일 생각을 하지않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몇십분을 물살에만 맡긴채 유영했다. 

가이드는 연신 어디론가 전화를 해대고, 나는 또다시 한국에 두고온 딸이 생각난다. 
내가 여기서 죽으면 어쩌지?
엄마가 된 나는 살면서 한번도 해본적 없던 걱정을,
언젠가 내 엄마가 했을 이 낯선 감정에 무척 초조해진다. 




그때 갑자기

"아오, 이것도 인생에 남는 경험이 되겠네!!!"

라고 가족 중 한 꼬마가 소리친다. 

긴장하던 모두들 "와하하!" 웃음을 터트린다. 
우스갯 소리에 무장해제된 나와 가족들의 걱정은
조난 신고를 받고 우리를 구조하러 온 튼튼한 보트에 올라타며 끝이난다. 





새 보트에 올라 구명조끼를 꼭 잡고
우리를 구해주러 온 큰 보트의 선장님, 그의 듬직한 등을 바라보니 
으아 이제 살았구나, 싶은 안도감을 받는다. 






지켜야 할 것이 있을때 사람은 약해진다.
타협하지않던 사람에게 비굴해지고 걱정하지않던 위험에 몸을 사리게된다. 
작은 일에도 걱정하게되고 조금 더 살고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이것은 어쩌면 강해지는 과정이다.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해도, 가난에 지쳐도
맹글로브 강에서 강인하게 살아가는 수상가옥 주민들,
또 예상치 못한 위험에 한국에 두고온 딸과 언젠가 내 엄마가 했을 걱정, 
그리고 부딪힌 난관을 유머로 해쳐나가는 아홉 가족들을 바라보며 
나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강해지는 과정안에 있음을 절절히 실감한다. 
 





- 3편으로 이어집니다. 






 
 *insta : goyoha_photo
*mail : rhehin@gmail.com

* 본여행은 하나투어 문화재단과 서울시, 트래비의 후원, 협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함께 여행하는 가족들은 초상권문제로 인해 뒷모습 또는, 모자이크 처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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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도로시 2018-10-15

    꼬마 진짜 귀엽네요ㅋㅋ꼬마 아니었음 별 생각이 다 들었을듯 것 같아요...저두 마지막 문단에 깊이 공감해요

    59/1000 수정
    답글

    이엔 2018-10-15

    무언가 삶을 통찰하는 유머였어요.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의 어린아이였는데. 감사합니다 도로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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