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 Camino

오리손 ~ 비스카레타 // 맑음, 28.5Km

스페인

by 고천 2018-12-07 조회 54 0

산티아고 가는 길(The Camino) 2일차 ... Orisson을 출발 피레네 산맥을 넘어 Biscarreta까지의 여정을 기록한 여행기로 실질적인 첫 날이라 할 수 있다.

♣ 경로 : Albegrue Orisson~ Collado de Bentartea(9.0Km)~ Roncesvalles(8.0Km)~ Burguete/Auritz(3.0Km)~

             Espinal/Aurizberri(3.8Km)~ Biscarreta/Guerendiain(4.7Km) // 28.5Km

 

♣ 요약 : 이른 아침 6시 정도 되니 다들 부산을 떤다. 본격적인 걷기가 시작되는 날이라 그런지 다들 긴장 반, 설레임 반으로

             더 부지런히 움직이는 듯하다. Orisson에서 점심으로 먹을 햄을 넣은 빵을 사서 넣고, 피레네 산맥을 오른다.

             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 그리고 서서히 안개가 걷히면서 본격적으로 뽐내는 풍광, 정상 부근의 아직도 제법 쌓인

             흰눈들, 바람이 부는 곳에서는 빙화(氷花)까지 만났다.

 

             피레네를 넘어 긴 내리막을 걷고 Roncesvalles에 도착하여 스탬프를 찍고 잠시의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다시

             평탄한 도로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Biscarreta까지 갔다. Biscarreta 어귀에 도착했을때 주택가 앞에 놀던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것이 인연이 되어 그 집에서 묵게 되었다. 사설 Albergue와는 조금 다른 민박집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라고는 한마디도 못하는 하지만 인내심 있고 친절한 주인 여자, 너무도 깔끔해서 미안할 정도의 나만이 사용한 2층,

             30여 밤을 보냈지만 가장 기억나는 숙소 중의 하나였다.

 

이른 아침 준비를 마치고 나왔을때 어제 저녁 늦게 도착한 바이크 부대들도 채비를 갖추고 우리 곁을 지나갔다.

걷는 내내 사진을 담으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 하나...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담겠다고 하면 대부분 기꺼이 사진에 응하고

자세까지 취해준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내가 사진을 찍으니 잠시 멈춰서서 포즈를 취해주었다.

 

구름도 좀 끼어있고 안개도 많았지만 좋은 날씨임은 분명했다.

Orisson에 가서 아침을 먹고, 점심으로 먹을 햄을 넣은 빵을 사서 베낭에 넣고 길을 나섰다.

 

프랑스 길임을 의미하는 표시와 그 유명한 노랑색 화살표가 같이 그려져 있다.

파란바탕에 하얀 색으로 그려진 가리비 표시 이정표도 많지만, 이런 프랑스길 표시와 노랑색 화살표도 까미노 길을 거의

끝까지 안내해주고 있다. 때로는 길바닥에 때로는 이렇게 돌에 때로는 나무에도 그려져 있어 조금만 주의를 하면 길 찾는데

문제가 없다.

 

Orisson에서 약 4Km 정도 걷다보면 왼쪽 길가에서 약 20여미터 떨어진 바위위에 성모상이 세워져 있다.

아직은 안개가 많아 시야가 트이지 않았지만, 맑은 날에는 이 곳에서 피레네 산맥의 중심부부터 Aspe 봉까지 보인다고 한다.

길이 2개가 있는데 까미노는 오른쪽 길이다. 표시가 잘 되어 있지만, 주변의 풍광에 취해 걷다가 집중력을 잃으면 가끔

길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점차 안개가 개이면서 황홀한 풍광이 눈앞에 차츰 펼쳐진다. 넓다란 초원지대에 아침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초원위로 비치는 햇살을 받아 이슬방울이 보석처럼 빛난다.

 

여기저거 방목된 말들이 지나가는 나를 신기한 듯이 바라본다. 생김새가 좀 다르게 생겨서 그런가..

"요즘은 코리아나들도 많이 온단다...얘야 ~~~~"

 

성모상이 있는 곳에서 부터 약 30여분(2Km)를 걷다보면 아스팔트 길이 끝나고 사진처럼 자갈이 깔려져 있는 소로가 이어진다.

역시나 아름다운 길... 저만치 오른쪽에 유명한 십자가가 보이길래 길을 벗어나 십자가로 향했다.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지나면서 이 십자가를 바라본다. 종교적 신념에 상관없이 대부분이 잠시나마 들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도를 한다. 어떤이는 고향에서 가져온 작은 돌멩이를 이곳에 올려놓고 기도를 하고, 어떤이는 묵묵히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또는 십자가 주변에 놓여진 사진이나 기념물들을 들여다 보면서 .. 비슷하지만 다른 염원을 한다.

나도 마음속으로 이 길의 무사완주와 멀리 고향에 남겨진 가족들과 친지들을 향한 기도를 했다.

 

잠시 더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프랑스 땅을 벗어나 스페인 땅으로 들어오게 된다.

길 가에 'Compostelle 765Km' 라는 거리 표시가 가리비 표시와 같이 새겨진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산티아고까지의 거리가 세월이

흐르면서 길이 바뀌고 중간에 우회길이 생기고 하면서 조금씩의 가감이 있고, 대략 780Km, 어떤 이는 약 800Km로 말하기도 한다.

 

걷다 보니 발걸음이 비슷한 프랑스 남자 한명과 잉글랜드에서 왔다고 한것으로 기억하는 여자 하나가 잠시나마 동행이 되었고,

부탁해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잠시 후 '롤랑의 샘'을 만나게 된다.

프랑스 최초의 무훈시이며 서사시(敍事詩)인 '롤랑의 노래'의 주인공인 롤랑이 스페인으로 진격할때 마셨다고 한 샘물이다.

 

안개가 다시 밀려오고 다시 밀려간다. 덕분에 전혀 기대하지 않던 풍광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기도 하고, 때로는 아쉬움의

탄성을 지르게도 한다.

 

특색있게 세워진 이정표가 나타나 잠시나마 사방을 둘러보게 한다. 오른쪽의 Roncesvalles쪽으로 가야 한다.

 

아름다운 아직은 잔설이 많이 쌓여 있는 길을 한참 걷게 된다.

서울을 떠나 올때 겨울 등산용 얇은 패딩을 준비했는데, 아주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 길에서 뿐만 아니라 두고 두고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유럽도 이상기온으로 인하여 기온의 차이가 상당한 경우가 많아진다고 한다.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바람이 제법 불고 기온이 상당히 낮아 추위를 많이 느끼게 되었다.

겨울에 피레네를 통과하려면 어디 쉴만한 곳이 있어야 할텐데 광할한 편이고 나무가 많지 않아 쉽게 몸을 피할 곳이 없다.

그래서인지 정상 조금 못 미친 곳에 자그만한 대피소가 있다.

 

무인 Albergue....말 그대로 대피소이다. 겨울에는 상당히 유용할 것 같고, 이 날도 추위때문에 잠시 바람과 추위를

피했다. 쉬는 동안에 안에서 먹을 것도 좀 먹고... 안은 상당히 지저분한 편이고, 벽에는 온갖 낙서가 많다.

물론 한국인들의 낙서가 빠질리 없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에는 아직도 잔설이 가득하고 바람도 제법 불어온다.

 

바람에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이 눈앞에 아름다운 풍광과 어울려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푸른 하늘이 드러난다. 하얀 눈, 그리고 푸른 하늘과 아직은 헐벗은 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은 덕분에 길가 나무들에 상고대가 달렸다. 바람에 떨어지는 상고대 소리가 자그락 자그락.... 때로는 수정이

떨어지는 소리마냥 투명하고 맑은 소리가 먼 길에 아직은 긴장에 얼어 붙은 마음을 풀어준다.

 

마지막 정상 부위를 넘어 내려오는 길... 제법 눈이 쌓여 있다.

 

본격적으로 내리막이 시작되고 길 양쪽으로는 하얀 껍질을 드러내고 있는 상당히 큰 나무들이 정렬하고 있다.

신기하게 밑 둥이 약간 구부러져 있고, 구부러진 곳을 기준으로 하늘로 빳빳히 기둥들이 서 있다.

 

나무에 칠해진 프랑스길 표지.. 초반에는 이 표지가 대부분으로, 길 안내를 정확히 하고 있다.

 

까미노 길 내내 중간 중간에 이런 추모비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어떤 사람은 까미노 순례길에 병으로 또는 다른 이유로

죽은 사람들도 있고, 대부분은 종교적인 신념에 의하여 까미노 길에 추모비를 세웠다.

 

한참동안의 내리막을 지나 잠시 걷다 보면 눈앞에 넓은 평지가 나타나고 커다란 Roncesvalles 마을에 도착한다.

초입에 위치한 성당 Colegiata의 수도원은 11세기에 지어졌다고 하며, 예나 지금이나 까미노의 아주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성당에서 운영하는 Albergue에 머물면서 까미노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에 참석하는데, 다양한 언어로 순례의 길을

축성해 준다고 하나,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했기에 나는 이곳에 머물지 않기로 하고 스탬프만 받고 여기까지 같이 온 사람들과 작별했다.

 

이 곳에는 나바라의 왕 산초7세의 무덤이 있고, 근처 부속교회에는 롤랑을 포함한 12용사가 묻혀 있다.

Roncesvalles의 성모상은 이슬람과의 전쟁때 숨겨진 것을 사슴이 숨겨진 동굴앞에서 성모를 찬양하는 소리를 냄으로 인하여

발견된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하루 머물만 한 곳이다.

 

Roncesvalles 주변 모습.

Colegiata를 등지고 길은 도로와 평행으로 나 있고, 한참을 편안한 숲길을 걷게 된다. 잠시 잠시 도로와 만나기도 하지만

그다지 신경이 쓰일 만한 상황은 없으며, 그냥 마음과 발을 내려놓고 호흡에 몸을 내맡기면 된다.

 

까미노 표지는 벽에도 역시 붙여져 있고 쉽게 찾을 수 있다.

Burguete(Auritz) 마을이다. 상당히 깨끗하고 아름답게 잘 지어진 아담한 집들이 이어져 있는 마을이다.

귀족가문의 집 앞에 새겨져 있는 가문의 표시가 몇군데 있는 것으로 보아 유서깊은 마을로 생각되어진다.

 

까미노 길은 사진의 Santander Central Hispano 은행 건물을 왼쪽에 두고 오른쪽으로 돌면 마을 밖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자그마한 개울을 건너기도 하고, 한참 가다 보면 Espinal까지 이어진다.

 

첫날 Orisson으로 오를때 만났던 오스트리아에서 온 Eric이다. 집에서부터 걸어서 여기까지 왔고, 베낭에 텐트를 가지고 걸으며

중간 중간 비박을 한다. 필요한 것은 슈퍼에서 구입은 하지만.....예전 순례자의 모습과 가장 닮았다고 볼 수 있겠다.

집을 떠난지 5개월 째... 약 1주일을 거의 비슷하게 걸었다. 나는 Albergue에서 잠을 자다 보니 낮 동안 잠시 잠시 만나게 되었다.

사진에 담겠다고 하니 역시 포즈를 취해준다.

 

Espinal에 도착했다. Aurizberri라고도 부르는데, 길 바닥 표지판에 마을 이름이 동시에 표기되어 있다.

 

전형적인 피레네 마을이지만 상당히 깨끗하고, 현대적인 성당이 하나 길가에 있다. 성당에는 상당히 높은 첨탑이 있다.

 

뒤돌아 본 Espinal 마을의 정경... Espinal은 작지만 1269년 나바라 왕인 테오발드 2세가 세운 상당히 오래된 마을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풍광은 무척 아름답다. 나도 모르게 몇번을 뒤돌아 보면서 눈에 담고 사진에 담았다.

 

이 비석은 개인의 추모비가 아니고 Roncesvalles 성모상을 기념하는 비석이다.

비문의 내용은 '이 곳에서 우리 Roncesvalles 성모님께 구원을 기도하라' 라는 의미라 한다. 도로와 만나는 곳에 세워져 있고,

이 곳에서 도로를 건너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런 숲길이 이어진다. 길가 이끼가 가득한 돌 사이로 프랑스길 표지가 보인다. 아무도 만나지 않는 길을 한참 걷다 보면,

흙길이 끝나고 Biskarreta 마을까지 이어지는 시멘트 길을 만나게 된다.

 

본격적으로 걷게 된 첫날.. 아직 해는 중천에 떠 있지만, 오늘은 여기에서 멈추기로 했다.

Casa Rural 이라고 종이에 써있는 글을 보고 잠시 멈췄더니 집앞에서 놀던 아이들이 어른을 부른다.

중간에 "까미노" 라고 하는 말이 들리는 것 보니 순례자가 집앞에 있다고 하는 것 아닌가 싶고, 바로 전형적인 스페인

여자 한분이 나와서 손짓으로 자고 갈거냐고 물어 온다.

영어를 전혀 모르는 주인여자,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는 나.... 약간 영어를 하는 약 10살 남짓 된 여자애를 사이에 두고

손짓 발짓을 섞어 하루밤 묵을 이야기를 나눴고 무난히(?) 해결이 되었다.

 

상당히 인내심 강하고 근본적으로 친절한 사람이라는 생각이고, 혼자 2층을 다 차지하고 편안한 밤을 보냈다.

저녁과 아침 식사, 잠자리를 포함 총 29유로를 지불했다. 약간 비싼 편이기는 해도 그만큼 친절하고 깔끔했으며, 식사도 아주 맛나게

잘 한 것으로 기억에 남았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역시 어렵게 와인을 한잔 얻어 집앞에 놓여 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햇살을 즐겼다.

햇살을 즐기는 사이 Eric이 지나갔고 좀 더 걸을 거라며 ....

내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대화를 나눴다.

 

....

 

아직 첫날이라 덜 익숙해졌지만 이런 언어적 소통의 어려움도 해결해 나가야 하는 한가지라는 생각과, 생각보다 잘 적응해

간다는 위로가 함께 들었다.

 

[까미노 둘째날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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