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를 따라서

죄인이 쓰는 고깔모자, 2019 부활절

스페인 > 안달루시아 > 카디스 > 엘 푸에르토 데 산타 마리아

by HORA 2019-06-16 조회 139 0

안달루시아자치지방 카디스(Cadiz)주의 엘푸에르토데산타마리아(El Puerto de Santa Maria)이다. Puerto가 항구라는 뜻이니 도시명을 들으면 물가에 면해 있구나 알 수 있다. 이곳은 이베리아반도 지브롤터 해협을 넘어 대서양쪽에 있는 마을이다. 여행에서 예기치 않은 곳의 방문은 예기치 않은 추억을 선사한다. 렌트카로 안달루시아를 여행하며 숙소를 구하던 중, 오래된 수도원에서 호텔로 변모한 곳이 있어 찾아왔다.

 

위의 사진이 산미겔(San Miguel) 수도원 호텔이다. 18세기 수도원으로 지어졌는데 오늘날 레노베이션을 거쳐 호텔이 되었다. 골목에 있는데, 지도를 펴보니 주변 관광지가 다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였다.

 

방까지 오는데 무지 복잡한 경로를 거쳐서 도착했다. 일단 밖을 돌아다니고 내일 오전에 다시 호텔을 순방해 보기로 했다. 스페인 여행에서 과거 순례자들이 다녔던 파라도르(Parador)와 수도원(Monasterio)에서의 숙박은 로컬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몇 분 안지나 하얀 건물이 있는 광장에 도착했다. 시청사인데, 앞에 빨간색으로 쫙 대열을 해 놓은 장치가 보이는데, 이것은 부활절 행사를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이다. 2019년 4월 부활절 부근에 여행을 했기 때문이다.

 

도시는 축제 분위기였다. 특히 길거리 음식으로 가장 많이 보였던 것은 감자튀김이다. 어마어마한 양을 튀기고 있었다.

 

스페인에서 렌트카를 한다면 반드시 작은 차로 해야 한다. 피앗이 딱 맞다. 우리나라의 모닝 같은 크기도 괜찮다. 길이 너무나 좁고, 차를 도로변에 세워놓지 못하게 갖가지 장치를 해 놓아 운전자들을 애먹인다. 유럽인들은 돈이 없어서 작은 차를 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부활절 전야제라서 그런지 거리거리에 갖가지 노점상과 사람들이 붐볐다. 너무나 환하게 웃고 계시는 장삿꾼 아주머니가 보였다. 웃는 표정이 환하고 밝아서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4마리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아저씨이다. 몸통 크기에 비해 얼굴 크기가 얼마나 작던지, 만화 속에 나오는 개들처럼 보였다.

 

또 다른 감자튀김 노점상이다. 사진으로 봐서 모를 수 있으나, 양이 무지하게 많다. 우리가 보통 먹는 감자튀김 수준이 아니다.

 

오른쪽에 스페인 오면 먹어봐야 하는 부뉴엘로(Buñuelo)와 고프레(Gofre)를 파는 노점상이다. 부뉴엘로는 쬐그만 동그란 도우넛이고, 고프레는 스페인식 와플로 생각하면 된다.

 

가톨릭 국가라면 도시마다 있는 마요르 파로키알 교회(Iglesia Mayor Paroquial)이다. 사람들이 붐빈다. 부활절이 있는 주간은 전부 축제이다.

 

 

교회 부근 수도원 건물 벽에 산티아고길(Camino de Santiago)라는 표지판이 있다. 요즘 한국인들에게 유행인 순롓길인 산티아고길은 대서양쪽인 갈리시아 지방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쪽인 안달루시아에도 있나 하고 의아했다. 조개 모양이 순례를 뜻한다. 알고보니 안달루시아 지방에도 산티아고 길의 있었다. 갈리시아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살라만카를 지나, 메리다, 코르도바, 세비야를 거쳐 이 도시를 지나 카디스에서 끝난다.

 

교회 건물을 등지고 길을 따라 내려왔다. 차 한대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거리이다. 교회 앞에서 부활절 행사를 한다고 했는데, 늦게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강가에 가서 밥도 먹고 다시 이곳을 돌아오기로 했다.

 

크리스토발 콜론 광장으로 간다. 콜론(colon)은 영어로 콜럼버스이다. 그 뒤로 보이는 건축물이 산마르코 성채이다.

 

물이 있는 곳에는 항상 방어를 위한 요새가 자리한다. 현자의 왕(El Sabio)으로 알려져 있는 카스티야왕국의 폰소10세(재위 1252~1284)가 지은 성채이다.

 

대서양 연안 도시라기 보다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와 과달레테(Guadalete) 강둑에 면한 도시이다. 이 강은 대서양으로 흘러나간다.

 

강가에 위치한 식당에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구아카몰레(Guacamole) 소스가 뿌려진 샐러드이다. 구아카몰레는 아보카도가 주재료이다.

 

더부룩하지 않게 먹고 싶으면 생선 구이를 먹으면 된다.

 

사이드 요리로 고로케를 주문했다. 배를 든든하게 하여 다시 골목 골목을 돌아 교회 쪽으로 걸어가 볼 예정이다.

 

이미 사람들이 웅성웅성 바글바글핟. 뭔 일이 일어날 듯하다.

 

가면을 쓰고 있는 어른과 아이, 아마도 부자간이 아닐까 한다. 고깔모자의 원뿔형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 모자 위가 푹 꺼져 있다. 아직은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다^^

 

시청사 앞에서 고깔모자를 쓴 사람들의 행진이 시작하려고 한다. 스페인에서의 부활절 행사에서는 윗 사진처럼 고깔모자들을 쓰고 있다. 이것은 미국 백인우월주의자 극우단체인 케이케이케이단(Ku Klux Klan)과 아무 상관이 없다. 종종 오해한다.

 

스페인의 고깔모자는 과거 스페인 종교재판때 죄를 지은 자들이 썼던 모자의 형태에서 기원한다. 죄지은 자들은 이런 것을 쓰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군중들의 야유를 감수해야 했다고 한다. 즉 참회의 과정이다.

 

길거리는 축제의 장이다. 자동차들이 다니지 못하도록 길을 막아 사람들로 넘쳐났다.

 

다음날 아침 과거 수도원이었던 이곳을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복도 중간중간에 성화들이 걸려 있다. 왼쪽 그림을 보면 황홀경에 빠진 듯한 여자의 모습과 그 오른쪽에 해골이 놓여 있다. 전형적인 인생 무상을 의미하는 바니타스를 표현한 것일까.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위의 사진 복도는 과거에 뜰로서 개방이 되어 있던 곳을 레노베이션 하면서 이어놓은 것으로 보였다.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천장을 보면 유리로 지붕을 만들어 놓았다. 성화들도 많이 걸려 있지만, 오른쪽 벽을 보면 오래된 지도도 있다. 곳곳에 놓여 있는 가구들은 최소 100년 이상은 되어 보였다.


왼쪽에 예수의 얼굴이 나타나 있는 그림이 걸려 있는데, 아마도 베로니카의 손수건이 아닐까 한다. 그 오른쪽으로 있는 가구는 자세히 보니 옛날 전화박스이다. 영화에서 가끔 본 것 같다.

 

호텔이지만, 내부에 찬찬히 돌아다녀보면 박물관 같은 느낌도 들었다. 여행을 하면서 로컬 특성에 맞는 숙박업소를 찾아서 머무는 것도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호텔을 나섰다. 동네는 이런 모양새다. 어제는 바글바글하고 시끄럽더니 오전에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이 도시에서 유명한 투우장이다. 들어가 볼 수가 없어 밖에서 그 위용을 감탄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제 또 어떤 도시에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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