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시작, 이집트 여행

모세가 십계를 받은 곳, 시나이산을 오르다

이집트

by 봄날여행 2019-06-16 조회 128 0

고대 문명의 발상지, 수많은 이야기의 나라 이집트.
초기 기독교와 뗄수 없는 이집트. 모세가 십계를 받았다는 시나이산을 가본다

블랙홀 같은 여행지, 이집트 다합

 

이집트 시나이반도 다합에 위치한 시나이산. 

다합은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여행의 블랙홀'이라 불린다. 

호불호는 있지만 오랜 여행자들은 대체적으로 파키스탄의 훈자, 태국 카오산로드, 이집트 다합을 블랙홀로 꼽고 있다. 

왠만해서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 마치 자석과도 같은 장소라는 의미다.  

 

고대 이집트의 수도 룩소르에서 낡은 버스를 타고 꼬박 하루만에 다합에 도착했다. 
다합은 천국이었다.  

저렴한 물가, 해산물, 여유가 넘치는 이곳은 오아시스처럼 이집트의 황량함을 달래주고 있었다. 


또한 다합은 다이빙의 천국이다.  

레저스포츠를 싫어하는 나도 다이버에 도전하고 싶어질 만큼 다이빙의 유혹이 많다. 

며칠만 배워도 강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 다이빙만을 목적으로 다합에 머무는 이들도 많다. 

 

다합 해변 바로 앞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는데, 게스트하우스 사장은 나를 볼때마다 꼬셔댔다. 

"여기서 스쿠버 다이버 자격증을 따보면 어때. 안그래도 한국 여행자들이 많아지는데, 한국 강사들은 부족하거든"

그럴때마다 약간의 갈등이 됐지만 수영도 못하는 나에게는 그저 신기한 직업이었다. 

 

다합의 분위기에 취해서일까. 

며칠째 해변가에 누워 이집트의 사카라 맥주를 홀짝이거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책을 보며 빈둥대며 보냈다. 

참. 내가 다합에 온 이유는 시나이산 때문이었는데. 

 

 

 

 

모세의 십계, 시나이산에 오르다

 

 

다합이 배낭여행의 천국으로 알려져있지만, 사실 다합은 기독교 성지순례지다. 

다합의 시나이산은 바로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를 듣게 되는 장소다. 

 

비기독교인들도 잘 알다시피 모세는 이스라엘의 종교적 지도자다. 

한편의 대서사시같은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간략하게 요약해보자. 

 

당시 이스라엘 민족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에 불안을 느낀 이집트 왕은 이스라엘 백성을 박해했다. 

그러던 중 모세는 한 이스라엘인이 이집트인 근로감독에게 구타당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죽여버리게 된다.  

이집트를 탈출한 모세는 호렙산에 올랐다가 활활 타오르는 가시덤불을 보며 자신을 부르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됐다. 

이집트에서 고통받는 이스라엘 백성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탈출시키라는 명령이다. 

결국 그는 이집트 내 이스라엘 백성들의 지도자가 되어 시나이산에서 십계를 듣고 '모세의 기적'등 수많은 기적들을 행하게 된다. 

 

 

시나이산의 일출을 꼭 보고 싶었다. 

어느 곳이나 일출은 아름답지만, 수천년전 모세가 올랐던 여행지를 꼭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나이산에 가려면 대부분 투어를 이용한다. 오후 11시경 승합차량이 각 게스트하우스를 돌며 여행자를 픽업하면 새벽 1시경 시나이산 입구에 도착한다. 

앞이 보이지 않은 어둠속이지만 시나이산은 상상 이상으로 황량했다. 나무 한그루 조차 찾기 힘든 바위산이다. 

올라가는 게 힘든 사람은 낙타를 탈수도 있다. 물론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정상까지는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나무가 없다보니 앞서 줄지어 걸어가는 여행자들의 렌턴 불빛이 길잡이처럼 느껴진다. 

정상은 두가지 코스가 있다.

수도승들이 고행으로 올라갔다는 가파른 3,750계단이 있는 길과 경사가 완만해 오래걸리는 길인데, 여행자들은 대부분 올라갈때는 완만하게, 내려올때는 수도승의 길로 온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별과 달빛에 의지해 걸어가는 기분은 경건했다.

밤이 깊어질 수록 기온은 더욱 내려가서 중간에 보이는 작은 매점에서 뜨거운 차를 마시기도 했다. 

 

 

 

 

 

 

하늘과 바로 맞닿아있는 느낌, 어디선가 신의 음성이 들리지 않을까. 

 

 

정상에는 이미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자신만의 뷰 포인트를 선점한 이들은 겨울옷과 담요를 두르고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막 기후는 한낮에는 40도가 넘어가기 일쑤지만 밤만되면 급격히 기온이 떨어진다. 

사막의 밤을 우습게 봤던 나는 변변한 겨울 옷도 안챙겨온 상태였다. 뷰 포인트를 찾는 것보다 추위를 견디는 것이 더 힘들었다. 담요와 메트리스를 대여하는 장사꾼들도 보였지만 돈 쓸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안챙겨온 내가 바보같았다. 

 

신기하게도 추위와는 별도로 잠은 끊임없이 몰려왔다.

온몸을 웅크리고 꾸벅꾸벅 잠드는 데 갑자기 환호성이 들렸다.

 

일출이 시작됐다.

 

짙은 청색 하늘 끝에 조그마한 붉은 점이 보였다. 연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는 눈을 감고 기도를 했고, 누군가는 연인과 키스를 했다. 시나이산은 민둥 바위산이라 정상에 있으니 하늘이 바로 내 앞에 있는 것 같았다. 마치 하늘에 둥둥 떠있는 느낌이랄까. 

이토록 멋진 일출이라니. 

모세 또한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늘속 어딘가에서 신의 음성이 들릴것만 같았다. 다만 무지한 내가 그 음성을 듣지 못할 뿐. 

 

 

내려가는 길에 보게 되는 시나이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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