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iland - TOMO의 태국 여행

제19화 - 빠이에서 히피처럼 살아보기

Episode 19 - To live like a hippie in Pai

타이 > 매홍손 > 빠이

by 토모 2019-09-15 조회 139 1

빠이에서 잠시 히피처럼 살아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결국 빠이에서 히피처럼 살아보네!

빠이의 볼거리는 하루 아니 반나절이면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적으므로 하루빨리 빠이를 뜨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전 날 빠이 시가지를 걷다가 ‘Thai Adventure Rafting’이라는 간판이 내 시선을 끌었다. 태국에 정착한 프랑스인이 경영하는 가게는 다양한 래프팅 옵션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래도 빠이에서 래프팅을 즐기며 하루 정도 더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1박 2일 래프팅을 하면 매홍손 (Mae Hong Son)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정보가 눈에 띈다. 세 시간 동안 덜컹거리는 버스에 탈 바에 태국의 자연을 만끽하며 래프팅을 즐기는 것이 당연히 나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래프팅 투어에 참여하는 사람은 없었고, 이틀 뒤에 독일인 2명이 합류할 예정이라  빠이 체류 일정도 하루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빠이에서 돌아다닐 곳을 찾기란 어려웠다. 가져온 책도 벌써 다 읽은 상태라 게스트하우스에서 쉬더라도 자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었다. 시간을 보낼 무언가를 찾으러 다시 시가지를 방황했다. 쿠킹 클래스, 수영, 요가, 마사지 등 히피들의 성지답게 시간을 보낼 다양한 활동이 광고지로 포장되어 전봇대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중 눈에 띈 건 ‘스쿠터 강습’과 ‘타이 복싱’이었다.

 

빠이의 시장에서

 


태국 여행 중 꼭 알아야 할 것 19 - 태국의 근대사

태국의 지식인들은 원래 중국을 경외하고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길 원했지만, 1850년대에 유럽 국가들이 동남아시아에 진출하자 그들의 태도도 급변하였다. 서양이 근대화를 거치며 이룩한 과학 지식, 행정∙군사체계, 교육, 기반 시설, 법률 등이 태국 내부로 유입되었다.

라마 4세 (Rama IV)가 된 몽쿳 왕 (King Mongkut)은 왕이 되기 전 27년을 승려로 보낸 특이한 삶을 살았다. 그는 승려 생활을 거치며 불교 교리를 엄격하게 따르는 타마윳 종파 (Thammayut)를 세웠고, 빠리어 (Pali), 산스크리트어 (Sanskrit)를 비롯해 라틴어와 영어에도 능통했다. 심지어 서양 과학도 공부했을 정도로 다방면에 뛰어났다고 전해진다.

 

라마 3세

 

라마 3세 재임 기간에 미국인 선교사인 제임스 로우 (James Low)에 의해 첫 번째 출판물이 태국에 선보여진다. 이후 또 다른 미국 선교사인 댄 브래들리 (Dan Bradely)에 의해 태국어로 된 신문인 방콕 레코더 (Bangkok Recorder)가 1840년대부터 1860년대까지 간행되었다. 몽쿳 왕가 태국 지식인들은 신문을 구독하며 견해를 넓혔다.

몽쿳 왕은 재임한 뒤, 라마 3세 때부터 문제가 된 경제, 사회 계층, 서양 문화의 유입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개혁파들은 서양과의 교역을 강화시키고, 자유로운 노동, 신기술의 보급으로 경제 성장을 이룰 것이라 생각했다. 라마 4세는 기독교에 대한 경멸을 드러냈지만 서양의 물질적 풍요로움에 크게 자극받기도 했다. 그의 오른팔이었던 차오프라야 티파코라웡 (Chaophraya Thiphakorawong)은 수필 모음집인 사다엥 킷자누킷 (Sadaeng Kitjanukit)을 펴내면서 어린이들이 서양 과학을 배우는 한 편 기독교는 거부하도록 장려하였다.

 

라마 4세 재임 기간에 태국은 서양 열강들과 조약을 맺으며 관계를 넓혔다. 1855년에 영국과 맺은 보우링 조약 (Bowring Treaty)로 태국은 세계 시장 경제로 편입되었다. 태국 의회는 왕실의 독점 정책을 포기하고 영국인들에 치외법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다른 열강들이 영국과 마찬가지로 태국에 불리한 조약을 맺으며 동남아시아에서 태국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찬 차이 무에타이 체육관 (Charn Chai Muay Thai Gym)

전화번호: +66 84 918 2024

홈페이지: charnchaimuaythai.com

강습시간: 8am-10.30am, 3pm-5pm

강습료: 반나절 ฿250 종일 ฿400

 

 

스쿠터를 배운 후 찾은 곳은 빠이 시내의 무에타이 체육관이었다. 빠이강 옆에 세워진 체육관에는 남녀 구분 없이 무에타이를 수련하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백인 여성들은 무술을 배우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게다가 체육관의 주인도 미국인 여자였다. 너무 놀란 나머지 그녀가 묻는 질문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How are you?”라는 질문을 “How old are you?”로 알아듣고 내 나이를 말해버린 것이다. 영어도 제대로 못 하는 동양인을 만났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녀는 박장대소를 하며 강습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반나절 강습은 오전 8시, 오후 3시에 이루어지는데 이미 오전 강습은 끝났으니 오후에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오늘 일정은 오전에 스쿠터 강습을 받고 오후에 무에타이를 배우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남여 구분없이 무에타이를 즐기는 사람들

 

오후에 체육관에 가니 벌써 열댓 명의 사람들이 링 위에 앉아있다. 한국인은커녕 동양인은 체육관에 속한 태국인들밖에 없었다. 190cm가 넘는 덩치를 자랑하는 미국인도 있었고, 서로 이야기한다고 무에타이에 소홀한 프랑스에서 온 연인들도 있었다. 무에타이는 처음이라고 말하자 태국 현지인이 주먹과 발을 쓰는 기본기부터 알려준다. 매일 걷는 데 쓰이는 부위 외의 근육을 사용하자 마치 스트레칭을 하는 것처럼 개운한 기분이 든다. 2시간 동안 열심히 몸을 놀렸음에도 피곤함보다 행복감이 밀려온다. 새로운 곳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을 배우는 느낌. 이것이 바로 빠이의 히피가 된다는 것인가.

 

스쿠터 강습

스쿠터를 가르쳐 준 스코틀랜드인과 함께

 

빠이에는 태국에 눌러앉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널렸다. 대부분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히피들인데, 스쿠터 강습으로 돈을 벌며 빠이에 머무르는 스코틀랜드인도 그중 하나였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처음 태국에 왔을 때는 면허 없이 스쿠터를 몰 수 있는지 몰랐다. 그런데 ‘스쿠터 강습’이라는 전단지를 확인하고 나니 면허증 없이 강습만 받으면 스쿠터를 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전화한 뒤 강사(?)를 만나보니 태국에선 여행자들의 면허 유무에 상관없이 스쿠터를 대여해 준다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자전거를 타고 다니느라 고생한 나에게 스쿠터를 탈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다. 하지만 내가 너무 들떠 보인 탓일까. 그가 나에게 넌지시 속삭인다.

“외국인들에게 아무 말 없이 스쿠터를 빌려준다는 건 그들이 당신을 돈으로만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신이 죽든지 말든지 그들은 돈만 벌면 되거든요. 빌린 사람이 사고가 나서 죽더라도 망가진 스쿠터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스쿠터를 타고 빠이 논밭을 가로질러 가는 길

 

위험성을 자각하고 나니, 2시간 동안의 강습 동안 주의해야 할 사항을 숙지할 수밖에 없었다. 브레이크 밟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절대 과속하지 말라, 태국 북부는 산악지방에서 만나는 내리막길에선 항상 브레이크를 잡고 있어라 등 아직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조언이 남아있을 정도다. 강습이 끝나자 무섭기도 하지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마음속에 생겼다.

 

타 빠이 온천 (Tha Pai Hot Springs)

관람시간: 8am-noon, 2pm-6pm

입장료: ฿200

 

 

 

타 빠이 온천은 뜨거운 물이 흘러나오는 노천 온천이다

 

빠이 강을 건너 7km 남동쪽으로 길을 따라 달리면 타 빠이 온천으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온천으로 들어가면 개울이 공원 곳곳에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개울이 흘러 생긴 웅덩이는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노천 온천 외에도 온천수가 채워진 공용 욕탕도 있다. 이 곳에서 흘러나오는 온천수는 온천 주위의 스파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아로마 빠이 스파 (Aroma Pai Spa)

전화번호: +66 87 187 0791

영업시간: 7.30am-9pm

스파: ฿850부터

 

 

아로마 빠이 스파는 타 빠이 온천 주변에 있는 스파 리조트 중 하나다. 마사지와 온천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빠이에서 먼 곳을 이동해서 찾아올 만하다. 먼저 개인실에서 목욕을 한 뒤 전문 마사지사에게 스파를 받는다. 스파를 끝내면 온천수로 이루어진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격은 비싸지만 서비스의 질도 그만큼 훌륭하므로 한 번 찾아갈 만하다.

 


빠이 맛집!

케이크 고 오 (Cake Go “O”)

전화번호: +66 88 269 7475

영업시간: 10am-10pm

메뉴: 오트밀 스콘, 커피

 

 

아침으로 먹은 오트밀 스콘

 

케이크 고 오는 빠이 시내에 있는 무슬림 빵집 중 하나다. 오트밀 스콘을 비롯한 다양한 빵을 팔고 있으며, 커피를 비롯한 간단한 식사도 즐길 수 있다. 다른 무슬림 빵집에 비해 독특한 간판이 눈에 띄며 아침 식사를 해결하기 좋은 곳이다.

 

라압 콤 화이 뿌 (Laap Khon Huay Pu)

전화번호: +66 53 699 126

영업시간: 9am-10pm

메뉴: 랍 꾸아 (lahp kooa)

 

 

이 곳의 시그니처 디시인 '랍 꾸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당으로 가득 찬 거리를 벗어나 육식을 즐기기 위한 식당을 찾는다면 빠이 시내 북쪽 외진 곳의 ‘라압 콤 화이 뿌’를 방문하면 된다. 이 곳의 스페셜 요리는 ‘랍 꾸아’로, 다진 고기 (돼지고기 또는 소고기)를 허브와 향신료와 함께 튀긴 음식이다. ‘sticky rice’라 불리는 인디카 쌀과 허브 잎, 싱하 맥주와 함께 먹는다면 빠이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식사가 될 것이다. 빠이에서 태국 북부 요리를 먹고 싶다면 이 곳을 찾도록 하자.

 


여행의 다양한 방식

다른 여행자들과 어울리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고 나니 그동안 경험했던 여행과 다른 재미가 느껴졌다. 스쿠터를 타고, 무에타이를 배우고, 스파를 받고 나니 막상 남는 사진이 얼마 없다. 사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날이 태국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떠오르는 건 여행을 통해 알게 된 단편적인 지식보다 사람들과의 소통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일까.

 

여행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나처럼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여행을 떠날 것이고, 또 다른 이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재미있어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여행의 형태가 어떠하든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빠이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첫날에 지루하기 그지없었던 빠이에 왜 여행자들이 열광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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