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속 소소한 이야기

시작부터 끝까지 예상과는 너무 다르다. 인도 사막!

인도 > 라자스탄 > 자이살메르, 인도, 인도 > 라자스탄

by 김역마 2020-02-12 조회 180 1

인도 서부에서 만나는 사막이라는 풍경. 어째 이곳도 그냥 사막이 아니라 인도 사막이라 불러야겠다.

 

 

 인도 서부 자이살메르를 들리는 이들의 대부분이 하는 투어 낙타 사파리. 내가 갔을 당시에는 한 외곽의 숙소에 유독 한국인이 많이 모이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수십 명이 함께 낙타 사파리를 간다는 소문이 있었고, 처음 해외여행을 갔던 나에겐 오히려 덜 매력적이었다. 

 

 자이살메르의 버스 스탠드에 내리자 이미 버스 문 앞에는 온갖 숙소에서 나온 호객꾼으로 가득했다. 나는 그 중 한 명을 따라 숙소를 얻게 되었고, 그곳에서 낙타 사파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코팅 된 종이에 적힌 수많은 옵션. 옵션에 따른 가격 대비 큰 차이는 없었다. 애초에 1박 2일을 떠나는 투어임에도 제주도에서 말 한 번 타는 것보다 싸다는 점(3만원 이하)은 여행자에게 있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옵션의 종류

 

1. 방문하는 마을의 수

2. 방문하는 사구의 수

3. 채식 혹은 육식

4. 술의 수

 

 

방문하는 마을과 사구의 수에 따라 일정이 1박 2일에서부터 시작해 더 늘어만 갔다. 물론 당일치기 사막 투어도 있지만 사막에서 보내는 하룻밤을 꿈꾸는 여행자에겐 큰 메리트가 없어보였다.

 

내가 머물게 된 숙소에는 여행자가 별로 없었다. 괜히 한국인들이 없는 곳에 와서 낙타 투어를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나에게 숙소 주인아저씨가 말했다.

 

“걱정하지마! 내가 다른 숙소와도 연계해서 네가 꼭 갈 수 있게 해줄 거니까 말이야.”

 

실제로 저녁에 신청해 다음날 바로 일정이 잡혔다. 다른 필요 없는 짐은 숙소에 맡기고 낙타 사파리를 떠나는 날. 주인아저씨가 말했다.

 

“음.. 네가 원하는 닭고기와 맥주는 아쉽지만 안 될 거 같아. 같이 가는 애들이 채식주의자라고 하더라고. 대신 숙소에 돌아오면 내가 준비해줄게 알았지?”

 

어떻게 여행에 술과 고기를 빼고 갈 수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외국인들과 함께 한다면 색다른 여행의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은 인도. 처음부터 어긋난 낙타 사파리는 하나 둘 계속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차를 타고 다른 숙소로 픽업을 가서 만나게 된 여행자. 3명의 영국인이 함께 한다고 했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들이 친구끼리 같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어째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나는 외지인이 되고야 말았다.

 

 

 

 

 

 

 

도시를 벗어나 작은 마을에 들려서 잠깐 구경을 한 후 마침내 차가 멈춘 곳에서 우리는 낙타 몰이꾼을 만나게 되었다. 그곳엔 우리를 기다리는 4마리의 낙타가 앉아 있었다. 사실 낙타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말보다 큰 동물임과 동시에 한 번 올라타면 낙타가 앉기 전까지는 혼자 내리긴 불편할 정도의 높이라니. 심지어 뜨거운 햇살 아래 특별한 햇빛 가리개도 없이 본격적인 사막을 걷는 다는 건 예상과 달랐다.

 

‘그래도 여행자들끼리 이야기하면서 가면 좋지 않을까?’

 

기본적인 투어에 대한 개념. 하지만 낙타에 타서 사막을 걷는 이 방식에는 여행자간의 거리가 낙타에 감긴 줄 길이만큼이나 거리가 멀었다. 안 그래도 어색한 와중에 이정도 거리라면 사실상 묵언 수행에 가까웠고, 이는 나와 달리 친구들끼리 온 3명의 영국인. 조니, 펠릭스, 뽀삐에게도 같았다.

 

 

 

 

 

 

 

 

 

 

 내가 선택한 옵션은 3개의 마을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차를 타고 낙타를 만나러 오기 전 들렸던 마을에는 쥐를 위한 사원이 있었고, 두 번째 마을은 낙타를 타고 가던 중 몰이꾼이 잠시 쉬어가자며 말했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공통점이 있었으니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굉장히 반긴다는 점이었고, 동시에 음식 혹은 짜이(인도식 밀크티)를 권하는 모습이었다. 더운 햇살 아래 따뜻한 밀크라는 건 사실 전혀 끌리지 않았음에도 이상하게 분위기상 이들이 우리가 사먹기를 원하고 있었다. 여행자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어깨를 으쓱이며 주문에 동의했고, 어째 강제로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짜이를 끓이는 동안 다가온 아주머니와 아이들. 이 때 확실히 알았다. 잠깐 들리는 여행자들이 그들에게는 꽤나 큰 수입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활짝 핀 얼굴로 다가오는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 나에게 웃으며 다가왔고, 아이가 울자 툭툭 치며 웃으라고 강요하기까지 했다. 깜짝 놀란 나는 당황하며 괜찮다고 말렸으나 말이 통하지 않는 아주머니의 어색한 미소만이 되돌아  왔다.

 

 잠깐의 휴식과 함께 즐기던 짜이. 약 300루피로 합의 본 가격을 내밀었고, 아주머니는 가장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마음이 아팠던 게 한 꼬마 아이는 지갑을 꺼내던 모습을 봤는지 뽀비의 지갑이 있던 주머니를 계속해서 잡거나 손을 넣으려 하며 웃고 있었다. 비록 그들에게는 생계 활동이라 할지라도 투어를 통해 들리는 마을의 모습이 이러할 줄 몰랐던 나는 그저 씁쓸함만이 가득했다.

 

 

 

 

 

 

 

 

 

 

 

 다시금 이어지는 묵언의 시간. 사방이 구별 되지 않지만 낙타 몰이꾼들은 방향을 확실히 아는지 이리저리 꺾어가며 길을 이어갔다. 작은 나무와 함께 그늘이 있는 곳을 발견하자 우리는 점심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인도식 커리와 밀 전병인 짜파티. 인도의 기본 음식이 구성되었고, 점심 후 다시 낙타를 타고 길을 나섰다.

 

 늦은 오후 도착한 곳은 내가 생각한 사막과는 많이 달랐다. 흔히들 생각하는 사막은 생택쥐 페리의 어린왕자가 자기 별로 돌아간 곳이다. 그렇게 선으로만 이어진 풍경을 기대했으나 이곳에는 온갖 잡목들이 가득했다. 생각해보면 점심도 불을 피우기 위해 주변에서 나뭇가지들을 주워 와야 했고, 저녁과 아침을 만들기 위해선 잡목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순수하게 사막이라는 풍경을 기대한 것일까? 이 사막 투어는 어째 처음부터 끝까지 오지라기보다는 삶이 함께할 수 있는 자연의 한 장소일 뿐이었다. 우리는 주변에서 나뭇가지를 구해와 저녁을 준비했고, 영국 친구들이 가져온 와인을 한 잔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래 위에 펼쳐진 담요들. 그 위로 다시 덮게 된 두꺼운 담요들. 이로서 잘 곳 마련이 끝났다. 낮에는 뜨거워서 힘들었던 햇살이 사라지자 예상외의 추위가 급습했다. 입안에는 바람이 불며 들어온 모래가 가득했다. 아그득 아그득 씹히는 모래. 불편한 것 투성이에 예상과 다른 사막의 모습들. 그럼에도 내 기대와 같이 밤하늘만큼은 똑같았다. 추위와 불편함 속 잠을 이루지 못하는 와중에 세상의 절반을 차지한 별빛은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우리는 담요에 얼굴을 파묻었다가도 추위를 견디며 얼굴을 내밀어 다시금 별빛을 바라보았다.

 

“자?”

“아니.”

“예쁘다.”

 

짧은 대화만이 가득했던 사막의 하룻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다음날 아침, 추위 속 따뜻한 짜이와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금 낙타를 타고 길을 나섰다. 우리는 얼마 후 드디어 누구나 떠올리는 사막이라는 장소를 찾아가게 되었고, 이곳이 바로 투어 옵션에 적혀 있던 사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막에서 굳이 사구를 왜 옵션으로 적었을까 생각했지만 이쯤 되니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비록 일부지만 이곳은 내가 생각하고 기대하던 그 사막이 있었다.

 

 

 

 

 

 

 

 

 

 

 

 

 

 

 

 

 

 사구를 떠나 마지막으로 큰 마을을 들린 후 우리는 픽업을 위한 대기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사막에서 만드는 식사가 이어졌다. 사실 더 이상 사막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장소였지만 말이다.

 

 첫 날 점심, 저녁과 둘째 날 점심까지 같은 커리에 같은 짜파티다. 라자스탄의 커리가 비교적 매콤하니 입맛에 맞아 다행이었지 입맛이 맞지 않은 이에게는 꽤나 고통스러울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어졌다. 물론, 처음 내가 선택한 닭구이가 함께 하거나,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곳에서 했다면 전혀 문제가 없었겠지?

 

 픽업 차를 기다리며 처음으로 낙타 몰이꾼들이 설거지 하는 걸 지켜보게 되었다. 그동안 물도 없이 어떻게 기름기 가득한 인도 커리를 이렇게 깔끔하게 씻었을까. 멀뚱멀뚱 쳐다보는 나를 보곤 낙타 몰이꾼이 웃으며 보여준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그저 접시에 모래를 넣고 좌우로 흔드니 돌돌돌 뭉치던 물기는 흙덩이로 변해갔고, 그걸 그저 땅에 탁탁 털어내니 설거지가 끝났다. 이 모습을 마지막에 봐서 다행이다 싶다. 사실 그가 스탠 접시에 담은 모래 주변으로는 낙타 똥이 가득했었다. 이게 똥일까 흙일까. 건조하고 햇빛이 강한 사막지대니 잘 발효되어 큰 문제가 없는 거겠지? 정말 끝까지 예상과도 기대와도 다른 낙타 사파리다.

 

 

 

야생 공작새들

이틀 내내 먹은 인도 커리

 

 

 

 

 

 

 마지막으로 픽업용 차가 왔을 때 낙타 몰이꾼에게 팁을 주었고, 우리는 각자의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짐은 안전하게 잘 보관되어 있었고, 이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차가운 맥주도 함께 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인도에서 사막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는 있지만, 이곳은 인도의 사막일 뿐 우리가 생각하는 그 사막이라는 단어와 매치되는 곳은 아니라 삶이 함께 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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