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디아 여행기
추운겨울의 따스한 스페인남부 (1)세비야
<Hearty winter trip to Spain Andalucia> (1) Seville
스페인 > 안달루시아 > 세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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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피디아 여행기
<Hearty winter trip to Spain Andalucia> (1) Seville
스페인 > 안달루시아 > 세비야
뜨거운 햇빛과 이국적인 거리와 음식, 불타는 정열의 음악과 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세비야(Seville)는
우리가 ‘스페인’을 생각 했을 때 떠오르는 대부분의 이미지들을 만날 수 있는 보석같은 도시이다.
2017년 1월 홀로 떠난 유럽, 앞서 눈이 펑펑 내리던 뮌헨에 있었던 시간을 뒤로하고
나는 유럽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따스한 스페인 남부지방으로 향했다.
세비야에 도착해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찾아가는 길, 나를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따스한 햇살을 받고있는 오렌지 나무였다.
일주일 동안 뮌헨의 앙상한 나무들과 차가운 눈을 봐오던 나에게 가로수로 심어진 싱그러운 오렌지 나무는
이때 까지의 여행에 내리우는 한줄기 빛 같았다. 이리도 따스하고 아름다울수가!
길가에 오렌지가 이리도 주렁주렁 달렸는데 아무도 따먹지 않는겐가? 싶겠지만,
사실 이 아이들은 사람이 먹을만한 맛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현지에서 만난 한 한국여행자가 바닥에 떨어진 오렌지를 살짝 맛보았는데,
심각히도 시고 쓴맛에 고통을 맛보았다고 하니 탐스러워 보여도 굳이 시도 해보지는 말자.
이제껏 도미토리 형식의 호스텔에서 묵었지만 세비야에선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스페인에는 Hostal과 Pension 이라는 특유의 숙소가 있는데, 호텔보다는 규모가 작은 현지 여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가격도 호텔보다 저렴하고 잘 선택한다면 중앙의 정원(파티오) 을 둘러싼 스페인식 현지 건물에서 묵는 경험을 할 수있을 테니
숙소 선택시 고려해 봐도 좋을듯 하다.
분위기 끝내주는 숙소 옥상정원에서 커피한잔 내려 마시고 본격적으로 세비야 탐방에 나서기로
해가 살짝 넘어가기 시작하는 무렵의 세비야 대성당은 정말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세비야 대성당은 유럽에서 세번째로 큰성당이라고 한다. 그만큼 웅장하고 압도적이었다.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수많은 성당들을 방문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성당에 좀 시들해지기 마련인데
세비야 대성당은 정말 없던 신앙심마저 불러 일으킬 것 같은 공간이었다.
특히 성당 안에 세비야에서 항해를 떠났던 콜롬버스의 묘가 있는데, 매번 비슷하게 느껴지는 성당 투어의 특별 관람포인트가 돼주었다.
성당 내부를 구경하고 히랄다 탑을 올랐다.
히랄다 탑은 세비야 대성당의 부속건물로 원래는 이슬람사원의 첨탑이었으나 16세기에 기독교인들이 종루를 설치 했다고 한다.
좁은 탑을 둘러둘러 올라가는길이 조금은 고되었지만
격자무늬 창살이 쳐진 창문으로 감질나게보이는 풍경들이 꼭대기의 풍경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주었다.
히랄다 탑에서 내려다본 세비야 구시가지의 풍경.
따듯한 색감과 아기자기함이 마치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 같았다.
이 아름다운 풍경 깊숙이서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 도시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대성당 처럼 유명관광지도 인상적이지만, 사실 세비야는 관광명소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스페인의여름은 살이 타들어가는 햇빛과 더위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시에스타, 일명 낮잠시간으로
가게들이 문을 닫고 휴식시간에 들어갈 정도인 반면, 1월의 스페인 남부는마치 한국의 늦가을의 날씨와도 같았다.
아침의 찹찹하고 상쾌한 공기, 낮의 따스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 저녁의 선선함. 기분좋게 걸으며 도시를 느끼기에 완벽한 시기였다.
나에게 세비야는 햇빛, 길거리의 음악과 춤, 오렌지와 나무들의 푸르름으로 기억된다.
길거리의 플라멩코 공연
강렬한 레드와 발을 구르는 소리에 멈춰섰다. 사실 이제껏 길거리 공연을 보고 돈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그녀의 춤사위를 보고는 동전으로 3유로를 쾌척..!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거리 공연을 보고 당시 예정에 없었던 플라멩코 공연을 예약했다. 촬영이 불가하기 때문에 아쉽게도 사진은 없지만 꼭 보기를 추천한다.
다양한 공연장이 있으니 검색 후 원하는 곳을 예약하면 된다. 나의 경우 ‘Tablao El Arenal’ 을선택했다.
이제껏 내가 생각하던 플라멩코의 이미지는 여성 집시가 붉은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이었는데,
공연에서 남성 댄서의 춤을 보고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검은 옷에 강렬한 눈빛을 한 남성 댄서가 놀라운 에너지로 발을 구르며
춤을 추는 모습, 그리고 그 엄청난 소리에 나를 포함해 리액션에 인색하고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우리 한국인 여행자들도
"올레!" 를 외치며 기립박수를 쳤다.
플라멩코를 보고는 함께 공연을 본 여행자들과 샹그리아를 한잔 마셨다.
식당마다 샹그리아 맛이 상당히 다른것이 재미있다.
사실 나는 이번이 스페인 두번째 방문이다.
스페인에 또 간 이유가 뭐에요?라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답할 것이다.
‘하몽 먹으러요!’
장난기 섞인 진담이다. 이리 말하니 꼭 점심으로 라멘 먹으러 비행기타고 일본간다는 갑부같이 들리지만
하몽이 내 스페인행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건 사실이다.
숙소에 돌아오면 매일밤 하몽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 했다.
스페인에 다시 가면 하몽을 물릴 때 까지먹고가겠다는 다짐을 잘 실천하고 돌아왔다.
하몽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생햄으로 스페인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다.
짭조롬하고 특유의 살짝 비릿한듯 꼬릿한 향기와 눅진한 기름의 맛과 향이 일품이다.
현지에서 만나 스페인 남부여행의대부분을 함께했던 한 오빠는 하몽을 처음 먹어보고 이런 감상평을 남겼다.
“고기에서 어떻게 치즈맛이나지?!?!”
하몽은 식당이나 하몽 전문점, 마트에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세라노 (Serrano)’ ‘리제르바(Reserva)’ ‘큐라도(Curado), 등 다양한 명칭이 붙은 하몽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백돼지로 만든 것이고,
최상급으로 치는 것은 이베리코 드 베요타( Iberico deBellota) 로 도토리를 먹여 키운 흑돼지로 만든 것이다.
한국에서 이 최상급의 하몽을 먹으려면 팩으로 포장된 것도 80g에 삼만원 넘는 돈을 주어야 하니 현지에서 꼭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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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에 5박 6일간 머무르며 두번이나 방문한 Sal Gorda의 하몽 크로켓과
튀긴 가지 타파스와 앤쵸피 타파스가 아주 맛있었던 La Bartola
세비야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아직 남았다.
김태희가 씨에프를 찍었다는 스페인 광장 (에스파냐 광장)은 이제껏 봐오던 다른 광장들과는 스케일과 무게감이 달랐다.
흔히들 말하는 ‘인생샷’을 찍으러 스페인 광장에 많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저 예쁘기만 한 배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 공간이 무대 세트장인 것처럼,
나를 주인공으로 한 한편의 연극이 펼쳐 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함께 광장을 방문했던 언니와 서로의 사진을 수 십장의 찍어주었다.
셔터를 마구 누를 수 밖에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낮의 스페인 광장과 밤의 스페인 광장은 아주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둘 다 놓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해가 넘어갈 때 즈음 방문해 금빛으로 빛나는 스페인 광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주변에서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낸 후 다시 광장으로 돌아와 야경을 보니 아주 금상첨화였다.
계단에 걸터앉아 분위기를 즐기며 이때 까지의 여행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세비야는 스페인 남부 여행의 너무도 멋진 시작이었다. 안달루시아 라는 소설의 아주 신나는 인트로를 읽은 느낌 이랄까.
다음 챕터는 깎아지른 듯 한 협곡과 그 위의 마을이 유명한 론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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