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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마시기 좋은 전통주를 소개합니다
: 진달래 꽃잎술과 함께 봄을 음미하세요
친절한 우리술 안내서|봄에 즐기다
“봄에 마시기 좋은 전통주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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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천 두견주]
언제 마셔도 좋지만 향기로운 꽃내음 진동하는 봄에 마시면 더욱 좋은 두견주.
벚꽃, 개나리와 함께 3대 봄꽃으로 꼽히는 진달래 꽃잎이 들어간 전통주인데,
진달래를 한자어로는 두견화(杜鵑花)라고 불러서 이 술을 ‘두견주’라고 부른답니다.
두견주는 진달래가 많이 피는 봄에 빚는 가양주이자
삼월 삼짇날(음력 3월 3일)에 즐겨마시던 절기주입니다.
사계절을 겪는 농경사회에서 봄이 지닌 의미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얼었던 땅이 서서히 녹고 새순이 돋으면 한해 농사를 시작해도 좋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날씨가 온화해지고 산과 들에 꽃이 피기 시작하는 음력 3월 3일을 삼짇날로 정해,
서로 마음을 다 잡고 한해의 풍년을 기원했다고 합니다.
▲진달래를 따서 만드는 화전
삼짇날엔 집집마다 여러 가지 봄철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특히 진달래꽃을 활용한 음식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이 보기도 좋고 맛도 있는 화전(花煎)입니다.
화전은 쌀가루 반죽을 동그란 모양으로 구워 그 위에 진달래꽃을 뜯어서 장식한 음식을 말합니다.
혹은 녹두가루 반죽에 진달래꽃을 넣고 익힌 것을 가늘게 썰은 다음
꿀을 탄 오미자물에 넣어서 먹기도 했는데, 이 음식을 가리켜 화면(花麪)이라고 합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음료에도 진달래꽃을 넣어 먹었다고 합니다.
봄에만 맛볼 수 있는 진달래화채는 설탕이나 꿀을 탄 오미자즙에다가
물에 살짝 데친 진달래 꽃잎 띄워서 만든 삼짇날 절식으로,
겨울철 잃어버린 입맛을 되돌리기에 딱 좋은 음료라고 하네요.
예부터 명문가에서는 봄엔 두견주를, 가을엔 국화주를 빚는 게 필수코스였다고 합니다.
특히 문인들의 출입이 잦았던 호남 문호의 대가
가람 이병기(1891∼1968) 선생의 집에서는 두견주를 유달리 자주 빚었다고 해요.
이렇게 술을 빚을 때 꽃을 넣는 방식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이색 제조법입니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매화나 국화, 야생화 등을 이용해서 다양한 술맛을 냈던 것입니다.
대략 천 년의 역사를 품은 두견주는 꽃을 가미한 우리나라 최초의 가향주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전통주입니다.
두견주 탄생설화는 19세기 말에 활약한 문신 김윤식의 시문집 《운양집(雲養集)》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문집에 따르면 고려시대의 개국공신 중 한 명이었던 복지겸 장군이
원인 모를 중병에 걸려 면천에서 휴양을 하던 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의 딸 영랑은 매일 아미산에 올라가 아버지의 완쾌를 바라는 기도를 100일간 드렸습니다.
100일째 되던 날 밤, 영랑의 꿈속에 신선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면에 소재한 아미산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하려면 아미산에 피어 있는 진달래와 찹쌀로 술을 빚되
반드시 안샘의 물을 써야 하며 이 술을 100일 뒤에 아버지에게 마시게 하고
그런 다음에 뜰에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고 지성을 올리면 아버지의 병이 낫게 될 것이다”
영랑은 곧장 신선의 말을 따라 행동합니다. 그녀의 지극한 효심 때문이었을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복지겸은 기적적으로 회복했다고 합니다.
이후 아미산에 핀 진달래와 안샘에서 나오는 물로 빚은 두견주는 명약으로 알려지며
당진 면천이 아닌 곳에서도 오늘날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면에 소재한 아미산
구전설화의 배경이 된 아미산은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면 죽동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해발 349.5m의 아미산은 당진시에 있는 산 중에 최고봉을 자랑합니다.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산 이름은 ‘미인의 눈썹같이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곳엔 천년 전 영랑이 두견주를 만들기 위해 진달래꽃을 채취했다던 진달래 군락지가 남아 있습니다.
아미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안샘’은 면천초등학교 왼편에 있는 영랑효공원 안에 있습니다.
두견주를 빚을 때 이곳 물이 아니면 참맛이 안 난다고 할 정도로 핵심이 되는 재료인데요,
어찌나 물이 맑은지 안샘을 덮고 있는 천장이 그대로 보입니다.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있는 술이지만, 상품화 단계를 거쳐 팔리기 시작한건 불과 몇년 전 일입니다.
민간에서 약용으로 전해져 왔던 두견주는 일제강점기에 자취를 감췄다가
1986년 국가 지정 중요 무형문화재(86-나호)로 지정되면서 박승규 씨에 의해 제조되기 시작합니다.
그는 두견주 제조비법을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계승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3대 양조 계승보전 과정 중에 안타깝게도 박승규 씨가 사망하면서 다시 맥이 끊기고 맙니다.
당시 당진군은 두견주의 영구보전을 위해 문화재청과 손을 잡고,
면천 주민 중 16명을 선정해 2001년 두견주 보존회를 구성합니다.
2007년부터는 ‘면천두견주보존회’라는 이름으로 두견주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우리 전통주는 가문에 계승자가 나오지 않으면 대를 이어가기 힘들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데요.
면천두견주보존회처럼 기능 전승 환경의 문제를 극복한 좋은 사례가 앞으로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당진시는 두견주의 전승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다지려는 목적으로,
2017년 3월 면천두견주 전수교육관을 개관했습니다.
두견주를 담그는 항아리 모양의 건물 외관이 이곳의 특징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전수교육관에는 두견주 숙성실과 전시실, 체험실 등이 마련돼 있으며,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두견주 만들기도 상시 진행되고 있습니다(*최소 20명 이상).
면천두견주보존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두견주를 빚고 있다고 합니다.
우선 두견주의 핵심재료인 진달래꽃은 4월 초순경에 채취해 꽃술을 떼고 말려줍니다.
꽃술에는 독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꽃술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그다음 멥쌀과 누룩, 물을 넣어 밑술을 만듭니다.
밑술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 여기에 추가로 멥쌀과 찹쌀, 물,
그리고 말려놓은 진달래꽃을 넣어 덧술을 안칩니다.
50일간 발효가 끝나면 침전 및 여과 과정을 더하고, 마지막으로 30일 동안 숙성시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견주는 인공적인 단맛이 아닌 자연의 은근한 닷맛이 나며,
적은 양의 양조용수를 사용한 탓에 진한 맛을 내는 편입니다.
집에서도 간단하게 빚을 수 있는 술이 바로 두견주입니다.
3월 말부터 4월까지 만개하는 진달래꽃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죠.
재료도 간단합니다. 진달래꽃(400g)과 설탕(300g),
그리고 꽃 양의 3배가 되는 소주(1.8L)를 준비해주시면 됩니다.
먼저 채취한 진달래꽃은 꽃술을 따로 빼내어 음지에 보관해 줍니다.
진달래꽃과 비슷하게 생긴 철쭉도 이 시기에 만개해서 두 꽃을 혼동하실 수도 있는데요.
철쭉은 독성이 있는 꽃이기 때문에 식용으로 사용하면 위험하다고 합니다.
준비한 진달래꽃과 설탕을 병에 한 층씩 차곡차곡 쌓아 2~3일 놔두고
여기에 소주를 부어준 뒤, 2개월 간의 1차 숙성을 거칩니다.
1차 숙성이 끝나면 여과를 해서 맑은 술을 걸러줍니다.
2~3개월 간의 2차 숙성을 거치고 나면, 맛과 향은 물론 건강에도 좋은 두견주가 완성됩니다.
두견주는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고, 신경통과 류머티즘에 효능이 있는 술이라고 합니다.
두견주는 공식석상에 이미 여러 번 노출된 유명 전통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 2014년,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사제단 만찬에 두견주가 올라 세계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후 천주교 아시아 청년대회, 일본 대사관 행사 등의 공식 만찬주로 두루 쓰이고 있답니다.
면천두견주보존회의 더욱 활발한 활동으로, 두견주의 맛과 멋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네요.
이상으로 봄의 맛을 담은 전통주, 면천 두견주였습니다.
[면천 두견주 상세정보]
▶양조장 주소|충청남도 당진시 면천면 골정길 27 (성상리 322-5)
▶대표전화|041-355-5430
▶홈페이지|www.면천두견주.한국
▶가격|면천 두견주 700ml(1세트 2병) 18%(3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