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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샤 신에 대한 기념품을 사며 만난 인도 상인들과의 흥정과 사막 도시 자이살메르의 풍경
내가 샀던 인도 문화에 대한 책 표지에는 코끼리 머리를 한 신이 있었다. 동물의 형상이라는 것도 신기한데 보통 신들과 달리 우리 아빠 같이 볼록 튀어나온 뱃살을 한 신이라니. 팔이 여러 개 달리거나, 여러 개의 머리가 있거나. 푸른 피부가 있거나 혓바닥을 내밀고 있거나. 이러한 신들의 표상이 일상인 힌두교다 보니 오히려 코끼리 머리를 가지고 있는 신의 모습은 자연스럽다 못해 귀엽기까지 했다. 심지어 인도의 신들은 각자 타고 다니는 동물이 있는데 가네샤는 어째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쥐를 타고 다니기까지 했다.
가네샤라는 신이 코끼리의 머리를 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가네샤는 파괴의 신인 시바와 그의 아내 파르바티의 아들이다. 파르바티가 목욕을 하는 동안 그 앞을 지키고 있던 가네샤. 오랜만에 아내를 만나러 온 시바는 웬 남자 아이가 남편인 자기를 가로 막는 것을 탐탁치 않아 했고 남편인 내가 왜 못 들어 가냐며 그의 목을 단숨에 쳐 죽이고 말았다. 하지만 가네샤는 고행을 떠난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었고, 슬픔에 잠긴 파르바티를 달래기 위해 지나가는 코끼리의 머리를 잘라 붙여 다시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또 다른 설화에서는 이 가네샤의 머리가 신의 왕 인드라의 동물인 아이라바타의 것이라고도 한다. 굳이 다른 신의 아끼는 동물의 이름을 언급한다는 것을 보았을 때 이는 종파간의 알력 싸움이 만든 하나의 설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고행과 명상의 신답게 아내를 떠나있었기에 자기 아들도 몰라본다는 점과 수행자의 모습과 달리 다혈질 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시바 신의 이중적인 모습을 함께 보여주기도 한다.
가네샤는 한쪽 상아가 부러져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참 많은 설이 있다. 파라슈라마가 들고 있는 도끼를 막다가 부러졌는데 그 도끼가 아버지인 시바신이 만들어 피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지혜의 신이라는 역할답게 그는 손에 브라흐마처럼 베다 경전을 들고 있는데 이 베다를 적기 위해 자신의 상아를 부러뜨려 받아 적었다는 설 등이 있었다. 재밌는 점은 파라슈라마는 유지의 신 비슈누의 또 다른 화신인데 그를 가네샤가 막아섰다는 점이다. 이 또한 각 종파의 알력 싸움인걸까? 그렇다면 그는 왜 시바신이 만든 도끼를 들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가네샤는 창조의 신인 브라흐마보다 인기가 많아 어디를 가도 너무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지혜와 행운의 신으로서 학업과 상업의 성취를 도와주며 장애를 제거해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상업의 신이이자 여행자의 신이라고도 불리기에 세계를 여행하며 히피 문화가 깃들인 곳을 간다면 이 가네샤 신을 인도를 떠나서도 쉽게 만날 수가 있다. 어쩌면 힌두교를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가장 익숙한 신이 바로 가네샤이지 않을까? 생긴 게 귀여운 것도 모자라 여행자의 신이라는 말은 여행자에게 너무 매력적이다.
인도 서부 라자스탄의 한 도시 자이살메르에 머무는 동안 나는 가네샤가 장식된 특별한 걸 사고 싶어 여러 가게를 오가며 찾기 시작했다. 내가 찾는 것은 자이살메르의 유명한 낙타 가죽에 장식된 가네샤였다.
“저기... 이거 얼마야?”
“일단 환영해 친구! 자, 이건 보다시피 귀한 가죽에 수제로 만든 거니 비쌀 수밖에 없지. 하지만 넌 내가 좋아하는 한국인 친구니까 특별히 친구 할인을 해줄게. 1500루피야.”
인도를 여행하며 대충 물가를 알고 있기에 이건 아니다 싶어 그의 손길을 만류하고 다른 곳을 찾아갔다. 역시나 어느 가게 하나 가네샤의 표상이 없는 곳이 없었다.
“이거 가격이 어떻게 되는 거야?”
“환영해 친구!!! 어디서 왔어?? 사실 오늘 네가 내 첫 손님이거든! 그러니 내가 얼마나 기분이 좋겠어. 자, 특별히 너에겐 첫 손님 할인을 해줄게. 남들한테는 말하면 안 돼! 알았지?”
남들에게 절대 말하면 안 되는 가격 2000 루피. 똑같은 물건인데 어째 비밀 유지비가 붙어서인지 이전에 비해 500루피나 더 올라있었다. 혹시 비밀유지는 나의 몫이라 가격도 올린 걸까. 분명 가죽에 세공한 가네샤의 모습이 있는 이 사진 앨범은 의외로 찾기 쉬웠음에도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여러 가게를 오가는 나의 모습을 이미 지켜봐서일까. 인사마저 달라지기 시작했다.
“친구!!! 이번엔 어디 가려는 거야? 네가 필요한건 나한테 있으니 어서와. 사실 지금이 딱 문 닫기 전인데 말이야. 너는 내 마지막 손님이니 특별한 마지막 할인을 해줄게. 찾는 게 뭐야?”
가게를 닫고 기분 좋게 집에 가서 맥주라도 한 잔 하고 싶은 걸까. 계산기에는 비밀유지비보다, 친구비보다는 저렴한 1200루피가 적혀 있었다. 이유에 따라 달라지는 마법 같은 인도식 기념품 가격. 급할 것 없는 나는 다음날 찾아보기로 했다.
“이 가네샤 사진 앨범을 말하는 거야? 가네샤에 대해 알고 사는 거지? 가네샤는 말이야.....”
하다하다 이제는 가네샤에 대한 가르침 비용까지 추가하려고? 이제는 말이 길어지면 상인의 혀를 믿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이다 싶어 들린 한 가게. 내가 들어와도 관심이 없는 주인 아저씨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저기... 이 가네샤 포토 앨범 얼마에요?”
“그거? 800루피야.”
“조금만 할인 해주세요... 600?”
“그래.”
지치기도 했지만 그동안 혀가 굉장히 길던 다른 상인들에 비해 확실히 저렴한 가격이었고, 약간의 흥정을 바로 받아들인 점이 조금은 의심이 가지만 그래도 초기에 비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 여겨졌다.
기분 좋게 돌아온 숙소. 외국인 친구들과 숙소 주인에게도 자랑했다. 얼마에 샀냐는 질문에 그동안의 이야기를 말하며 그래도 싸게 샀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말했다.
“600루피!”
“뭐??? 그거 200루피면 살텐데 말이야...”
가게 내부 상인들을 위한 가네샤 신상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 많은 이들이 매일 기도를 해서일까? 가네샤는 치사하게 여행자의 신은 잠시 내려놓고 상인의 신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인도 여행에 있어서 여행자는 숨쉬듯 흥정을 해야했다.
자이살메르는 인도 서부의 라자스탄 주에서도 가장 서쪽에 위치한 도시 중 하나로 겨울철 인도를 방문하는 여행자가 꼭 들리는 도시 중 하나다.
수도인 뉴델리에서 자이살메르까지 가는 방법은 총 3가지가 있다.
1. 여행사의 사설 버스 혹은 라자스탄 관광청이 운영하는 비카네르 하우스에서의 정부 버스 이용
2. 여행자 거리인 빠하르간즈 앞 뉴델리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
3. 비행기를 타고 항공 이동
각 수단마다 거리와 시간이라는 장단점이 분명하며, 가격도 너무나 상이해 개별 여행자의 선택에 따라 가는 편이다. 보통의 겨울철 인도를 방문하는 이들은 라자스탄 주의 도시를 많이 들리고, 각 도시별 버스 이동이 굉장히 잘 되어 있는 편이라 때로는 기차보다는 버스가 더 편할 때가 많았다. 거기다 기차보다는 버스가 짐 도난에 대해 더 안전한 편이기도 했다.
자이살메르에는 성을 중심으로 도시가 펼쳐져 있다. 당연히 도시 외곽의 경우 숙소가 더 저렴하지만, 성 내부의 경우 비싸더라도 전통적인 건물 안에서 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여행자가 이곳에 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사막에서 낙타 투어를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사막 지대에 위치한 도시 답게 노란빛으로 가득한 성내부의 골목 사이사이의 길들도 좋고, 도시 외곽에 위치한 가디사르 호수도 독특한 매력이 있으니 꼭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자이살메르 성의 모습
성 내부의 골목들은 상업 지구이자 이곳 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곳이 함께 했다.
성의 외벽에서 바라본 자이살메르 풍경
가디사르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