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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분야를 총 망라해 우리나라의 소리를 보고 감상할 수 있는 곳
자주 지나다니던 창덕궁 돈화문 앞에 새로운 건축물이 눈에 밟혔다. 그것은 전통의 형상을 담고 있었으나 그 자태가 상당히 현대적이었다. 생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처럼 보여, 나를 제외한 다른 행인들은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 고아한 자태에 한 번 쳐다보기만 할 뿐, 그 빠른 발걸음들이 서울 시민들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었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 들어가는 입구 앞에 나열된 아홉 자가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고취시켰다. 지금껏 어디서도 겪어보지 못했던 주제의 박물관이었기 때문이다.
전국에 있는 모든 소리들을 한 곳에 모았다. 비단,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음원뿐만 아니라 생각 외적인 요소들도 상당히 많아 흥미를 끌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자연광을 받아 고풍스러운 색감이 눈에 돋보이며 '참으로 한국적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공간이었다. 상주하고 계신 분에게 질문을 드리니, 별도의 입장료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관람객들도 많지 않아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었다. 단층 구조의 박물관, 그 아래 자리한 관람 시설들 까지 조금 더 깊이 있게 우리나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던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었다.
1. 소리
평범해 보이던 곳에서 평범하지 않은 것들과의 만남이었다. '우리 소리'라는 문구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들에서부터 그 폭을 자연스레 확장시켜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판소리, 민요 등을 포함해 생각지도 못했던 종류들의 음원이 사람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갖고 살필 때 공간 자체가 배움의 현장으로 급작스레 바뀌는 것을 마주할 수 있었다. 총 20,000여 편 정도가 되는 음원과의 만남은 이제 막 시작 되고 있었다.
게다가 참으로 아이디어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참으로 생소했지만 보통 우리나라 전통의 소리들을 얘기할 때 '한' 이라는 단어와 대표적인 몇 가지 정도를 생각하곤 한다. 그 희미했던 개념의 잔상이 구체적인 사례들과 기록물들을 만나 더욱 또렷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이제 막 본격적으로 날개짓을 하던 K-POP들과 연관시키며 그 뿌리를 살펴볼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았다. 게다가 음악 또는 소리 장르의 벽이 없으니 더욱 많은 것들을 껶을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박물관 초입에서부터 그 많은 것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모든 공간의 관람을 마친 사람들을 위한 음원 감상공간이, 차가운 겨울날 따사로운 햇살을 마주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테이블과 헤드셋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제 막 문을 열었기에 인기척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관람을 마치고 이곳에서 꽤나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곳에 아카이빙 된 모든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었으며,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서 기증한 자료들도 살펴볼 수 있었다.
지상 1층에서 부터 지하 2층 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4개의 공간에서 각기 다른 테마의 '우리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한국 사람들에게도 생소했지만, 조금 깊이 한국을 알고 싶은 여행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공간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복도를 한창 걷던 중, 저명한 음원들을 판을 담은 레코드 판이 눈길을 끌었는데 관람을 마치고 이를 통해 부모님과 깊은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 참으로 뜻깊은 순간으로 남아 있었다. 시간을 더할수록 그 의미도 함께 깊어져만 가는 느낌이었다.
관람을 시작하기 전, 상설전시장을 돌면서도 꽤나 일반 사람들에게 밀도 있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설명판에 적힌 활자가 너무 많아 부담 또는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이 공간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부지런히 읽어갔다.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무언가를 접하는 그 날것의 느낌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 관계와 결을 이해하고자 조금이라도 더 패널 앞에 머물기를 선택했다. 그 모든 순간들에 의미가 없는 것은 없었다.
2. 체험
상설전시관 그리고 다른 전시관 앞에서 시각적 만족을 추구했다면, 이어지던 공간에서는 무수히 많은 헤드셋과 분야에 따른 음원 자료들을 집약적으로 만나 볼 수 있었다. 초입 부분에서 모든 것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었다면, 이곳에서는 자율학습의 장이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왕의 행차 시에 사용되던 음악이 홀로그램을 사용하여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다는 점이었다. 이후, 헤드셋을 귀에 가져가니 생각지도 못한 순간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더불어 사람들이 많이 없던 곳에 서울의 대학에서 공부중인 유학생으로 보이던 사람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한국에 꽤나 관심있어 보이던 그는 매우 독특해 보였으며, 전해지던 이질감 속 그 집중하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하나 둘 씩 클릭해가며, 넌지시 느껴지던 그 감탄사는 지금까지도 잊히질 않는다. 문득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본다. 내게 있어 소리는 대중음악에 국한되었지만, 만약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저렇게 밀도있는 선택을 이어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 말이다.
결과는 예상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이런 박물관에서 관심 있게 소리들을 접한 것은 아니었지만, 호주 시드니의 서큘러 키 앞에서 진행되던 공연과 춤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던 버스킹까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그저 지나가는 소리 로만 들렸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한편으론 그 사람에게 감사하면서도 과거에 이어져 왔던 그 여행의 흔적들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전통 문화가 MZ세대들에 의해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미미하게나마 문화재청에 의해 한복을 착용한 자들에 한해 무료 관람이 시작되더니, 이제는 고궁 주변으로 한복 샵들이 즐비해 골라 입는 재미가 생길 정도니 말이다. 주변에서 왕성하게 활동중인 작가들에 따르면 각 시대에 따라 거론되는 한복 브랜드가 다를 정도라고 하니,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바이다. 더불어 음악에서도 이와 같은 흐름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작년을 시작으로 참 많이 느끼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 산업에 위기가 찾아오는 듯 싶었지만, 한국관광공사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내 관광지들을 매력적인 장소로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그 사이에서 우리의 전통의 것들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꽤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나 또한 미미하지만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을 다녀온 뒤, SNS를 활용해 서울의 유명 여행지에서 사진 촬영을 시작해 SNS에 업로드 하는 것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받은 그 영감으로 감히 내가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분명 지속적인 활동과 누적된 데이터들을 통해 그 가능성을 발현시킬 수 있을 때가 다가올거라 생각하며, 오늘도 백범일지에 담겨있는 그 문구를 되뇌이며 여행기를 마무리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