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수많은 폭포와 계곡을 보면서 깊은 고봉 준령으로 들어섰다. 모든 것이 낯익다. 지난 나의 어릴때 추억과 비슷하다.
오늘은 Jagot를 거쳐 Tal까지 가기로 했다.
새벽에 일어나 밖을 보니 날씨가 참 좋다.
잠시 폭포 부근을 거닐어 보고, 본격적으로 걷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산은 높고 푸르고 하늘은 깊고 푸르다.
높고 깊고 푸르니 그 안에 있는 나는 덩달아 푸르고 깊고 높아진다.
안나푸르나 라운드 순례길은 보통 시계반대방향으로 돈다.
가장 높은 고개(사람이 생활을 위하여 넘나드는 고개길로는 지구별 최고, 5416 M)인 쏘롱 라(Thorung La)를 기준으로 보면
왼쪽 묵티나트 쪽은 급하고 반대쪽인 마낭쪽은 완만하기 때문에 고소적응이나 오르는 것에 힘이 상대적으로 덜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낭쪽은 마르상디 강(Marsyangdi Nadi)을 따라서 계곡을 걷는 것이고,
묵티나트쪽은 칼리칸다키 강(Kali Candaki Nadi)을 따라 걷는 길이다.
마르상디 강을 따라 길이 이어져 있고, 그 길은 패이고 구불구불하고 깊지만 사람과 나귀가 다니는 생활의 길이다.
마르상디쪽은 물이 뿌연 석회질이 많은 동물이 마실 수 없는 물이다.
그래서 집집마다 정수시설이 되어 있고 나같은 여행자들은 물값을 상당히 지불해야 한다.
마을을 지났다. 아이와 같이 있던 엄마가 밝은 표정으로 지나가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와 같이 사진을 담아도 되냐고 물으니(물론 손짓으로)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활짝 웃어준다.
아직은 편안한 길.... 춤세가 열심히 앞서서 걷고 있다.
포터들은 짐의 무게와 몸 상태에 따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일정한 거리만 유지하면 된다.
생각해보면 춤세도 전문가이고 프로인지라 처음 동행하는 고객을 살피는 것이 주로 한일 같다.
이 사람이 체력은 어떤지, 먹거리 잠자리에 적응은 잘 하는지, 성격은 어떤지....
나중에 들어보니 나름 지금까지 만난 순례자들 중 상당히 괜찮은 편에 속했던 것 같다.
얼마전 한국 TV에 네팔의 석청(바위에 지어진 꿀벌 집)을 채취하는 광경이 방영된적이 있고, 카투만두 우리집에 주방에도
석청 채취하는 사진이 걸려져 있다.
석청을 채취하는 사람들은 목숨을 건다. 그만큼 위험하고 그만큼 금전적으로 얻는것도 많다.
그 석청이 길 건너편 바위밑에 빼곡히 매달려 있는데, 석청전문가들도 감히 접근하기 힘든곳에 위치해 있다.
그 덕분에 이렇게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무사히 있는 이유이겠다.
수없이 많은 높고 수량이 엄청난 폭포들...그리고 그 사이로 상당히 많은 수의 나귀들이 등 가득히 짐들을 메고 방울소리를 내면서 지나쳐 갔다.
jagot 마을을 지난다. 눈이 커다란 어린 소녀가 마냥 신기한 듯 이방인을 바라보았다. 나도 웃어 주었다.
중간에 점심을 먹은 마을...
식사는 주로 짜파티라 불리우는 밀가루로 반죽을 한 것을 불에 구운것, 달(쌀밥), 커리 등으로 했고
거부감 등은 거의 없었으며 오히려 입에 잘 맞았다.
여행에서의 가장 주요한 요소인 '잘먹고 잘싸고 잘자는' 3대 요소를 무난히 소화한 것이 장시간 순례길을
무난히 마치게 한 요인이고, 오히려 기억에 남는 좋은 여행으로 만든 한 요인이라는 생각이다.
아이들이 뭔가를 열심히 먹으면서 놀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네 어릴때의 모습 그대로인지. 반가운 생각마저 들었다.
폭포도 참 많다.
규모도 크고 수량도 풍부하다. 겨울 설산을 위한 순레자가 대부분이지만, 오히려 그 기간을 피해 우기에
안나푸르나 라운드 순례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가을이후의 설산만큼은 아니지만 섭섭치 않을 정도로 설산을 볼 수 있고, 특히 구름과 푸른 산등이 어우러진
설산을 볼 수 있다. 또한, 히말라야의 깊은 속살이 드러나 깊고 높은 모습과 여름이면 피는 아름다운 꽃들이
굉음을 내는 폭포수와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모습을 부탁해서 담아 보았다. 아직은 아니지만 조금만 지나면 나도 네팔인의 모습을 띄게 될 것이다.
마낭까지 이런 식의 도로가 꾸준히 나 있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몇년후에는 자동차를 타고 쏘롱라를 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쉽지는 않을 듯 하다.
설사 도로가 만들어진다 해도 워낙 산들의 경사도가 심하고 산사태가 많고 무너져 내리는 곳이 많아
유지보수가 정말 쉽지가 않다는 판단이다.
그 비용이 도로 몇개 만드는 것 이상일 것이고 위험도도 상당하다. 포장도로화 한다는 것은 아직은 요원하다.
이 사람들은 무스탕으로 들어와 쏘롱라를 넘고 내려오는 일본인들의 포터이다.
나중에 만났지만, 사진을 찍으러 왔다는 그들은 그 어려운 반대쪽 코스로 쏘롱라를 넘었고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포터들 중 한명은 여자였고, 남자와 마찬가지 크기의 짐을 이마에 의지해 짊어지고 가고 있었다.
깊은 계곡과 높은 봉우리들. 산 허리를 타고 좁은 길이 나 있다. 여기는 4000미터 급은 이름이 아예 없고, 적어도 5000미터 이상은 되어야 그나마 이름을 얻을 수 있단다.
척이나 나귀들의 왕래가 잦다.
길에는 온통 나귀들이나 말 소들의 똥천지이다. 처음에는 피하지만 나중에는 방끔 싼 뭉텅이가 아니라면 신경도
쓰지 않고 지나간다. 무심코 몇일된 똥은 밟는게 일상사이고, 점차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진다.
때로는 그 앞에서 간식도 먹고 물도 마시고... 가끔은 사람똥도 앞에 보여도 개의치 않는다.
잠시 쉬면서 춤세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성격도 밝고 차분하다.
원래 계획으로는 딸(Tal)에서 묵기로 했는데, 춤세가 오면서 알아본 결과 지대가 낮은 딸은 비가 많이 와서
길이 좀 편치 않다고 했다.
좀 더 안전한 Karte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딸은 순례기에는 거의 대부분 칭찬하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좀 아쉽기는 하지만 안전이 제일인지라 춤세의 안내를 따라 바라보기만 하고 이동을 했다.
여기저기서 도로 공사가 한창이고, 이 공사는 나중에 마낭부근까지 이어진다.
옆으로는 마르상디 강물이 험하게 흐르고...
절벽을 깨서 부수고 때로는 다이너마이트를 장착하기 위한 드릴작업이 한창이고... 공사장을 만나면 걸음이 빨라진다.
그래도 산은 푸르고 골은 깊고, 폭포수는 시원하게 떨어진다.
어디로 가는 걸까. 잠시 쉬고 있는 짐꾼들의 지게에 닭들이 여러마리 들어 있다. 자동차가 운행을 하기 힘드니 이렇게 닭들도 지고 가야 한다.
오늘 묵고 갈 Karte가 눈에 보인다.
다리를 건너서 오른쪽에 있는 자그마한 마을이다.
마침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다리를 건너오고 있다. 재빨리 카메라를 꺼냈는데 다리가 출렁거려서 촛점이 흔들렸다.
여기 사람들은 사진 찍는것에 익숙하고 대부분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포즈를 취해주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즐거워라 한다.
이들 부부 역시..나를 보면서 씨익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고 갔다.
로지 문앞에 세워져 있는 팻말..'맛있는 김치 있어요'
한국인 트레커들이 그 만큼 많이 온다는 의미이고, 이곳에서 김치를 많이 찾는다 했다.
이번 순례길은 준비하면서 반찬거리는 거의 가져오지 않았다.
철저히 현지 음식을 먹고자 했고, 다행(?)히 식사나 반찬에 문제는 없었다.
다른 분들에게 안나푸르나 순례를 한다면...아니 다른 곳을 가도 마찬가지로 권하고 싶다.
먹고 마시고 자는 문화를 체험하고 받아들이고 내것으로 하는 것도 여행.순례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보따리 보따리 싸가지 말고 현지식 현지문화에 충실한다면 더 기억에 남는 순례길이 될 것이다.
....
로지에 들어 간 후 약 5분뒤부터 강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운이 좋은 날...
내일도 이렇게 된다면 날씨는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