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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 한바퀴
돈키호테 도시, 톨레도
중세 도시 여행을 하고 싶다면, 마드리드 근교 도시로 여행을 떠나면 된다. 마드리드는 서울과 같은 세련된 도시지만, 근교 도시는 옛 문화와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마드리드 근교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복잡한 대도시보다 조용하고 그나라의 풍경을 잘 느낄 수 있는 소도시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지없이 선택한곳. 스페인의 정치적, 문화적 중심지였던 곳이니만큼 톨레도는 마드리드 이전 옛 수도의 영광을 고스란히 담은 살아있는 박물관 처럼 비춰졌다. 마드리드에서 한 시간이 안되는 거리에 위치한 톨레도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지정됐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도 세 민족이 생활했던 이 곳은 이국적인 문화를 느끼기에 충분하여, 스페인 여행을 계획했을 때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다녀온 지금까지도 스페인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낭만이 가득한 곳이다.
마드리드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톨레도Toledo. 남쪽 근교 중세 도시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한 그곳으로 향하는 알사Alsa 직행버스를 탔다. 알사 버스 왕복 티켓은 빠르게 예매하면 할수록 저렴한데 보통 10-15유로 정도 한다. (한화 13000원 - 18000원)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황토 벽돌의 중세 건물들과 성곽 안의 구불구불한 돌길들이 마치 현대에서 중세로 넘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끔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도시로 등재된 도시 성곽 안으로 들어서면 중세 배경의 영화세트장에 들어온 듯 시간 감각을 잃는다. 물론 내가 여행자의 속도로 느낀 것이긴 하지만 이곳의 삶의 속도는 서울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느긋한 분위기다.
톨레도는 언덕 위 성곽 안에 형성된 도시가 타호강 (Rio Tajo)에 둘러쌓여 있는 요새이다.복잡한 스페인의 역사만큼이나 이 도시가 지켜내고 이루어온 문화유산은 과거의 화려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스페인의 찬란했던 한 시대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서고트 왕국이 6세기에 세비아에서 톨레도로 수도를 옮겨온 것을 시작으로 1561년 수도가 마드리드로 옮기게 될 때까지 이슬람교와 유대교, 카톨릭교가 시대별로 융합하면서 이루어낸 화려하고 다사다난했던 이 도시의 역사가 한때 톨레도를 학문과 예술의 발전을 이루어낸 도시로 성장하게 했다.
톨레도의 역사적 중심지인 플라자 소코도베르에서는 주말마다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광장의 중앙에는 큰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으며 주변에는 벤치가 많아서 편리한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 하고, 현지인과 방문객들로 북적거리기 때문에 사람 구경을 실컷할 수 있었다.
주소: Plaza Zocodover, 45001 Toledo, Spain
곳곳을 다니다 보면, 철과 금속 세공품을 파는 상점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데 이는 과거 철로 만들 물품을 생산하던 도시로 중세 시대 물건인 검을 만들었던 장인들이 유명세를 떨치던 곳이었다고 한다. <왕좌의 게임> 속 창과 검들이 실제로 판매되고 있다.
톨레도 대성당으로 알려진 톨레도의 성모 마리아 대주교 성당은 스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성당 중 하나이다. 이 13세기 고딕 양식의 랜드마크인 이전 교회를 토대로 세워졌는데, 이슬람 세력이 지배했을 때는 300년 이상 모스크로 사용되었다. 11세기 다시 기독교가 스페인 왕권을 잡으면서 대성당 재건이 시작 되었다. 성당에는 성 루이스의 유골함 및 예술작품을 보관하고 있다. 스페인의 대표 화가 루카스 조던과 엘 그레코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주소: Calle Cardenal Cisneros, 1, 45002 Toledo, Spain
운영 시간: 월요일 ~ 토요일 10:00 ~ 18:30, 일요일 14:00 ~ 18:30
전화: +34 925 222 241
톨레도에서는 구글 지도를 끄고 걸었다. 미로 같은 좁은 골목을 별생각 없이 걸어보는 거다. 스페인에서도 이곳 톨레도 골목은 헷갈리기로 유명하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상태로 걸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건물과 풍경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참을 걷다가 택시를 타고 성문을 나와 타호강이 흐르는 협곡 위 다리를 건너 성채 도시 밖의 언덕 위 전망대로 향했다. 성곽에서 멀어질수록 타임캡슐 밖으로 서서히 빠져나오는 기분이다. 위로 향할수록 시야가 넓어지면서 한 중세 도시와 그 주변을 둘러싼 웅장한 자연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딕양식의 톨레도 대성당과 늠름한 요새 건물 알카사르, 유대교 회당과 모스크 그리고 촘촘한 주택들이 성곽이라는 벽돌의 보자기에 둘러싸여 저 멀리 한 시대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알칸타라 다리 : 스페인의 국가 문화 기념물로 지정된 타호강에 놓인 가장 오래된 다리
보통, 톨레도를 한눈에 보기 위해 미라도르 전망대 (Mirador Toledo)에 가는데 스페인에 살았던 친구가 추천해준 다른 장소는 이 전망대 보다 더 위에 위치한 파라도르 호텔이었다. 파라도르 호텔의 식당에서 와인 한잔을 주문하고는 전망좋은 곳에 위치한 야외 테라스에 자리잡았다. 톨레도를 둘러싼 자연 풍광은 마치 17세기 프랑스 바로크 시대를 대표했던 화가 푸생이 그린 한 폭의 페인팅 속 배경과도 같다. 여기가 일몰을 보기에 베스트 장소인것 같으나, 버스 시간때문에 아쉽지만 일몰은 못보고 내려왔다. 다음에 톨레도를 온다면, 이곳에서 하루정도 머물며 여유롭게 지내고픈 전망이 좋은 곳이다. 이색적인 장소에 머무는 경험을 선사해주니 다시 꼭 오고싶은 곳이다.
도시전체가 세계문화유산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마냥, 곳곳에서 발휘되는 중세도시의 고풍스러움에 눈을 떼지 못했고 특히나 마드리드 프라도 박물관과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보았던 엘 그레코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마음에 쏙 들었다. 플라자 자코도베르 내 주차되어 있는 빨간 기차인 톨레도 트레인 비전 소코트렌은 톨레도 시내를 누비며 오디오 가이드 관광 투어를 제공한다. 톨레도 투어의 명물도 다시 타보고 싶고, 파라도르에서 느꼈던 와인 한잔과 함께 일기를 쓰며 가졌던 여유로움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지성 - 이보영의 웨딩사진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라던데 톨레도의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