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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Karte를 출발해 Chame까지 약 9시간을 걸었다. 중간지대의 전형적인 히말라야 마을들을 몇개 지났고 비슷한 옛 추억에 잠겼다.
◆ 진행경로 : Karte(07:00)~Dharapani~Timang~Thanchok~Chame(16:00) // 약 9시간
역시 아침 날씨가 좋다. 아직은 해발도 낮고(1850 M), 기온도 선선하고 습도도 높지 않아 걷기에는 최적이다.
오늘의 목표지점은 Chame(해발 2670)이다. 백두산 높이만큼 고도를 올리지만, 아직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어제 지난 딸(Tal)부터는 마낭(Manang)지역에 속한다.
안나푸르나 산군의 동쪽지역은 자동차로 지난 지역을 포함한 람중(Ramjung)과 여기 마낭(Manang)으로 나눠진다.
람중과 마낭은 여러모로 구분이 된다. 우선, 마낭은 람중에서 볼 수 있는 계단식 논(다랭이논)이 드물고, 티베트 풍이 강하며 람중이 힌두문화권인데 비하여 여기 마낭은 불교문화권이다.
Dona 호수에 대한 안내글이다. 마낭 지구에서 두번째로 높은 곳(해발 4700M)에 위치한 호수로 오른쪽으로 가리키는 Nache 마을 방향으로 가야 한다. 잠시 망설였다. 미리 가이드 춤세와 협의가 안된지라 곤란한 상황이 될까봐 생각을 접었다.
앞에 보이는 산들이 싱그럽다. 아침 햇살을 받아 초록은 더욱 빛나고 그늘 진 곳은 더 진한 그리움으로 자리 잡는다.
무척이나 깊은 골짜기, 높은 봉우리들. 이 한적한 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생경스럽다. 마음 한편에 갑자기 적막함이 밀려왔다. 계곡 아래 물들이 약간 뿌옇다. 이 곳 물들은 석회질이 많아 그냥 마실 수가 없다. 물색이 뿌연 이유도 색회질이 많이 포함되어서라고 한다.
다라파니에 도착한다. 다라파니는 제법 큰 마을이다. 크다는 의미가 수백가구라는 의미는 아니고 다른 마을에 비하여 큰 편이라는 의미이고 보통은 수십가구 이하로 보면 맞는다.
많이 보는 풍경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개들의 무심한 늘어진 오후에 낮잠자는 듯한 모습이다. 때로는 발로 건드려도(잠자는 개를 건드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 눈만 한번 뜨고 '왜 건드세요~~'하는 듯 힐끗바라 보고 나서 다시 눈을 감아버린다.
마낭지역으로 들어서면서부터는 불교문화권 답게 룽다(風馬)가 더 많이 보인다. 룽다의 색은 총 5가지로 구분되는데 아래에서부터 노란색-초록색-빨강색-흰색-푸른색의 원색으로 되어 있고, 푸른하늘과 초록색 산과 아주 잘 어울린다.
때로는 하늘에 걸쳐 있기도 하고, 때로는 대문이나 지붕위에 깃발형태로 세워져 있기도 하는데 바람에 달리는 말갈기의 형태를 한다고 해서 우리말로 풍마라고도 한다. 각 깃발에는 라마경이 인쇄되어 있는데, 깃발이 휘날릴때마다 불경을 한번 읽는다는 의미가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소박한 소망은 '거친바람 부드럽게, 찬 바람 따스하게' 정도라 한다.
눈이 부실듯 아름다운 풍경을 만난다. 초록이란 늘 아름답지만 먼 나라에서 아무도 아는 이 없는 이곳에서 혼자만의 고요가 덧붙으면서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
하늘, 강, 초록색 풀빛, 아침햇살....그리고 바라보는 나 !!
문득 멀리 뒷쪽으로 설산이 하나 보인다. 여기와서 처음보는 설산... 마나슬루라고 춤세가 알려준다.
신기하다고 할까... 감동보다는 이 여름에 설산을 보니 신기하다는 감정이 앞섰다.
다라파니에는 Check Post가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서는 TIMS(Trekkers'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에 등록하여야 하고,
같이 주어지는 Entry Permit(입장허가증)을 소지하면서 중간 중간에 있는 Check Post에 신고를 하여야 한다.
(물론, 등록비와 입장허가를 위한 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
현재는 대부분 수기로 관리를 하지만, 추후에는 전산화를 할것이라 한다.
해당 지역을 언제 통과했음을 관리하는 것이고, 만약 사고가 나면 통과한 지역, 아직 통과가 안된 지역을 구분하여
찾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 것이다. 물론, 순례자들의 지역 방문자 파악 용도로도 쓴다.
Danakyu에 도착하기 조금전에 앞쪽으로 커다란 제법 선명한 설산이 하나 나타났다.
안나푸르나 II .... 줌(300 mm)으로 바꿔 당기다 보니 뭔가가 움직이는 느낌이다.
"사람이 있네.." "지금은 등반을 하는 시기가 아닌데...."
"아~~ 예띠구나.."
춤세와 한참을 웃었다. "나는 예티를 봤다고....". " 대단한데요 ㅎㅎㅎㅎ"
생각도 자유..상상도 자유...
'자유'는 티벳말로 'Ngejung(네중)'이라고 한다. 네(Nge)는 '틀림없이', 중(jung)은 '벗어나다'라는 뜻이라 한다.
내가 속한 것으로부터의 자유, 심지어는 예티는 전설상의 것이고 지금은 없다는 관념에서도 벗어나
마음대로 생각하고 상상 해보는 것도 네중 곧, 자유이다...
춤세는 '자유'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어찌 보면 나도 이곳에 온 이유가 '자유'롭고 싶어 온것은 아닐까 싶다.
익숙한 것들로부터 자유롭고 내 마음대로 걷고 보고 느끼고자..
그 익숙한 것들은 뭘까.
내 일? 내 가정? 내습관? 내 욕심? 내 아집?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설산을 봐서인지, 아니면 나만 예티를 봐서인지 기분이 더 좋아졌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이 꽃은 해발 2000~4000 정도에 지천으로 피어 있다. 어떤 사람은 이꽃을 '안나푸르나'라고 이름 지어 부른 것을 책에서 보았다. 나도 안나푸르나라고 불렀다.
다양한 꽃들이 많이 있었다. 아름다웠다. 실제로 히말라야 야생화는 더 높은 곳에 가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연히 앞에서 걸어오는 여학생을 찍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 중의 하나가 되었다.
(다른 하나는 야크카르카를 가다가 아래쪽 길을 지나가던 여자아이를 순간적으로 줌으로 당겨 찍은 사진이다)
미리 연출되거나 준비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스냅사진 찍듯이 찍은 사진들 중에 마음이 끌리는 사진이 오히려 많다.
티망에 다다랐다. 카니가 세워져 있고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여전히 차분하고 조용한 마을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여자분 한분과 학생 한명이 같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대비, 그러나 비슷한 표정이었다. 더 깊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부분의 마을 길가나 중간 중간 쉬어 감 직한 곳에는 짊어진 짐들을 내려 놓을 수 있도록 '초우따라'가 있다.
돌을 쌓아 만들기도 하지만 어는 곳은 나무를 엮어 만들기도 한다.
트럭이나 버스 등도 있지만 깊은 산골에서는 전체적인 이동 수단의 대부분을 나귀나 야크 또는 사람의 등을 이용한다.
닭들도 어김없이 등에 매는 닭장속에 넣어져 다른 마을로 이동한다.
마을 어귀에 있는 초우따라에 등짐들을 내려놓았고, 닭들이 들어 있던 것도 내려져 있다.
닭들이 나와 있다.
잠시 닭들에게 먹이도 먹고 물도 마시며 숨을 쉬라는 자유가 주어졌나 보다.
닭들이 멀리 가지 못한다. 그냥 그 자리에서 맴맴 돈다.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공간에서만 살다 보니
저렇게 풀어줘도 이탈할 줄을 모른다.
관습의, 습관의 테두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저 닭들을 통해서도 짐작 할 수 있다.
하교길인지.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내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내가 어렸을때의 모습을 다시 보는 듯 했다.
저 밝은 미소들이 계속 되기를 바란다.
동네어귀에는 거의 대부분 이렇게 마니가 세워져 있다.
나도 왼쪽으로 가면서 가능한한 마니를 돌려본다.
뭘 비는 것은 없지만, 그들의 마음을 느끼고 싶고 가끔은 심정적으로 편안해지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Timang 부근은 제법 오르막이 가파르다.
계곡도 깊고, 가파름도 상당하다. 한참을 오르다 보면 깊은 숲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난다.
산 중턱에서 로지를 하나 지나는데 아이 하나가 공부를 하다가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얼른 공부하는 척 한다. 귀엽다.
주방에서 아주머니가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계신다.
전기가 잘 안들어오고 가스 등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많이 집들이 저렇게 아궁이를 만들고 나무를 태워 불을 피운다.
앞산에 운무들이 밀려오가면서 멋진풍광을 수놓는다.
옥상에 올라가서도 보고, 마당에서도 보고 한참을 구경했다.
참 아름다운 로지에 도착해 점심을 먹는다.
주변을 잘 정리했고, 텃밭도 잘 가꾸어 있으며 꽃도 여기저기 심겨져 있다.
춤세가 시간이 되면 여기서 자고 가도 참 좋다고 말한다.
Timang(해발 2270 M)인데 고도계에는 2500M로 나온다.
아마 식사전에 가파르게 올라온 이유이고, 흔히 말하는 Upper Timang이라 그런 듯 하다.
Thanchok을 지나다 추수하는 밭은 지났다.
우리네 밀 수확하는 풍경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어떤 집에서는 할머니 한분이 럭시(네팔의 전통 술)를 만들고 계셨다.
나중에 로지에서 두번 마셔보았는데, 숙성 여부에 따라 도수가 상당히 차이가 난다.
대부분이 가정에서 직접 만들기 때문에 식구들의 취향도 많이 영향을 끼치는 듯 했다.
환타가 눈에 들어왔다. 오랫만에 보는 음료수, 사려고 했는데 주인이 밭일을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탄촉을 지나면서부터는 편안한 길과 정겨운 시골마을이 이어진다.
마음마저 편안해지고 자유를 느꼈다.
길가 간이 찻집앞에서 잠시 쉬어갔다.
작은 아이 하나가 있는데, 사내 아이라 했다. 3살이라 했으니 .. 내 수십년전의 모습도 비슷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순례길은 내 어린시절의 잊었던 기억과 모습을 찾는 길이구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고,
그 생각은 순례를 마치는 날까지 내 뇌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앞쪽에서 이마에 짐을 인 자매인듯 한 여자아이 둘이 걸어온다.
우리는 자연에 속한 존재..(자연이 우리에게 속한게 아니다)
차메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묵티나트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마지막 샤워, 머리를 감는다.
2700 M에 가까운 해발이고, 슬슬 고소적응을 진행하여야 하는데, 감기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차메는 마을 입구에 커다란 문이 있고, 우리가 묵은 로지 샹그리라 바로 앞에 긴 마니가 있다.
로지 주인할머니가 열심히 마니를 돌리고 염불을 외우신다.
저녁에 또 비가 내렸다.
내일도 날씨가 좋으려나.... 내일은 3000 M 해발대로 진입하는 날이다.
...
오늘은 혼자라는 생각이 강하게 나를 지배하기 시작한 날이다.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