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자라나는 아이들을 닮은 계절이다.
4월에서 5월. 이 무렵 자연과 산림은 여린 연두색의 어린 티를 벗어내고
제법 청년티가 나는 푸른 빛으로 물들어 간다.
앞다투어 꽃망울을 틔워내던 봄 꽃들도 이제는 한풀 꺾인 기세.
밟으면 꺾일 것 같던 여림이 성장의 단계로 단단해지는 시기다.
사람도 자연도 결실을 향해 바삐 움직이는 때,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배우기 좋은 충청남도 보령으로 떠난다.
보령으로 떠난 날, 귀한 봄비가 내린다.
여행에 비는 불청객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다.
역대 최고로 건조한 봄날씨로 인해 발생한 산불로 인해 우리 소중한 산림들이 화마에 소실됐기 때문인데,
기후변화의 걱정을 안고 첫 번째 여행지인 보령 개화예술공원에 도착한다.
개화예술공원
충남 보령시 성주면 개화리 177-2
18:00에 운영 종료
041-931-6789
개화 예술공원은 자연과 예술작품의 어우러짐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2005년 7월 27일에 개원해 약 18만여 제곱미터의 대지에 허브랜드와 음악당, 육필시 공원, 비림공원, 모산 미술관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허브랜드 안에는 다양한 관엽식물과 수생식물을 비롯해 각종 민물고기, 양서류 등이 서식하는 자연 학습장이기도 하다.
육필시 공원에는 한국의 원로, 중진 시인들의 시를 비석에 새겨 전시하고 있으며
비림공원에는 추사 김정희와 퇴계이황, 매월당 김시습 등의 명시와 명언 등을 새겨놓은 비석 5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생각보다 작은 규모인줄 알았지만 도착하자마자 드넓은 산림 안에 펼쳐진 아기자기한 요소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이들도 기대감에 한껏 푸분듯한 눈빛.
허브랜드 안에는 관엽식물과 허브, 수생식물 등 다양한 식물을 비롯해 곳곳에 요즘 감성을 자극하는 색상의 포토존과
자연을 콘셉트로 한 화려한 카페도 마련되어 있다.
숲 속으로 들어가면 시크릿 가든으로 들어가는 빨간색 문이 나오는데
여기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엄마 사진 찍어줘!”라고 아이들이 계속해서 졸라댈 정도로 인생샷 맛집이다.
예쁜 옷을 입혀서 올껄, 하는 후회.
식물을 좋아하는 둘째도 이 곳에 펼쳐진 자연물들을 만지고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곳에는 작은 연못이 조성돼있어 아이들과 올챙이며 수생식물을 괄찰하기에도 무척 좋다.
비오는 날, 아직 다리도 생기지 않은 올챙이를 보고 있으니 어릴때, 강가에서 놀던 옛날 생각도 난다.
동심을 소환케 해주는 자연에 늘 감사하다.
개화예술공원의 가장 인기있는 장소는 바로 카페 '리리스'다.
자연물을 소재로 굉장히 화려하게 내부 인테리어를 해놓아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는다.
외부 벽부터 심상치 않다. 보라색과 자주색으로 꾸며놓은 벽면에
보라색을 가장 좋아하는 첫째가 눈을 떼지 못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화려함의 극치'가 펼쳐진다.
수많은 자연물들로, 지저분하지 않게 꾸며둔 내부는 에스닉한 프랑스의 어느 가정집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화려한 꽃과 장식으로 뒤덮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카페 리리스.
주인이 직접 만든 프리저브드 플라워와 드라이 플라워, 그리고 꽃향기와 커피 향기가 내부를 가득 채운다.
이 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인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엔틱 가구와 레트로한 소품들이 어우러져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무심해 보이는 아저씨들조차 내부의 분위기를 한껏 즐긴다.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한바퀴 돌다보니 어느새 빗줄기가 약해진다.
이때쯤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들리는 "엄마 배고파" 소리.
다행이 개화예술공원에는 빨간색 건물의 작은 매점이 운영되고 있다.
매점은 추가요금을 내면 공원을 한바퀴 돌 수 있는 기차를 탈 수 있는 매표소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이 곳에서 컵라면이며 어묵, 핫도그, 과자, 음료수 등을 먹을 수 있는데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외부 테이블에서 먹는 육개장과 어묵 맛은 마치 캠핑장에서 먹는 그 맛과도 같다.
아마 한동안 이 육개장 맛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사진만 찍고 간다면 아쉽다.
개화예술공원 한 가운데 자리잡은 모산조형미술관 안에도 국내외 작가들의 150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모산 미술관
충남 보령시 성주면 성주산로 673-24
17:30분에 운영 종료
041-9330-8100
모산 미술관은 '남포오석'이라는 독창적인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 '남포오석'은 보령시 성주면에서 생산되는 석재, 즉 '오석'을 이용해 만들어지고 있다.
오석은 비석의 재료이며 청석은 최고급 벼루 재료로 이용된다.
이처럼 보령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석재산업이 발달한 곳이라고 한다.
이 미술관은 지역 예술인들을 발굴하고 작품을 전시하게 도와준다고.
또한 국내외 작가들의 문화예술 교류를 위한 세계문화예술제(WCAS)와 국제조각 레지던스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 미술관을 넘어 국제적인 시각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화예술공원에는 자연에 둘러쌓여있어 서식하는 동식물을 관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바둑이네 동물원' 라는 작은 동물원까지 구축돼 있어 아이들이 즐기기에 무척 좋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예술공원은 입장료를 따로 받는데, 내부 시설 모두 비용을 따로 내야한다는 점이다.
약간 관광을 목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점은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세종시에 있었던 ‘바둑아 놀자’라는 소규모 동물원 업체도 코로나 이전에 이 곳으로 옮겨 운영을 하고 있다.
입장료는 1인 8000원인데, 아이들이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도록 작은 먹이 바구니를 함께 제공한다.
타조, 사막여우, 돼지 등 생각보다 다양한 동물들이 아이들을 기다리는데, 불쌍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면서도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참 아이러니한 생각이 든다.
동물 뿐 아니라 병아리가 부화되는 과정을 관찰 할 수 있으며
작은 강아지들을 만지며 놀 수 있는 운동장같은 장소도 마련돼 있다.
강아지를 만지며 놀고 있는데
"강아지를 억지로 안으면 안돼요!"
라고 관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대보다 경영철학이 분명하다.
동물을 만나는 것에 목말라있던 아이들은 이 곳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데,
강아지를 만지며 놀 수 있는 쉬운 경험 조차도 귀해지는 요즘. 동물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곳이었던 것 같다.
공원 곳곳에는 봄꽃이 흐드러져 있어 느긋하게 계절을 즐기기에도 충분하다.
다양한 자연과 포토스팟, 다채로운 예술품, 그리고 동물들까지 만날 수 있는 개화예술공원.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라면, 이 곳에서 하루종일 놀아도 시간이 짧을 것 같다.
계절이 여름으로 치닫기 전, 봄이 주는 자연의 싱그러움을 만나러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개화예술공원을 거닐어 보는 것은 훌륭한 선택지처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