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영도구 여행
첫 번째 이야기 : 영도구, 태종대 8경 찾아 걸어보기 ▶바로가기 네 번째 이야기 : 이야기가 있는 영도구 산책 (영도대교) ▶바로가기 |
영도구, 태종대 8경 찾아 걸어보기
부산에서 둘째 날을 맞이했다. 첫째 날 사하구 일대의 주요 명소들을 방문한 데 이어 이번에는 영도구 구석구석 다녀보는 일정이었다. 첫날보다 바람이 몹시 불며 쌀쌀했지만, 쾌청한 하늘 덕분에 자연 명소의 아름다움을 원 없이 만끽할 수가 있었다. 영도구는 이틀 연속으로 방문했는데 첫날은 남동쪽 끝에 있는 태종대부터 시작해 서쪽 해안선(절영해안산책로)을 따라 흰여울문화마을까지, 다음날은 남항대교 일대와 깡깡이 예술마을을 거쳐 영도대교에서 마무리 짓는 일정으로 동쪽 지역을 둘러보진 못했지만 영도구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엔 충분했다.
영도구는 첫 방문인지라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까 하는 설레는 마음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첫 목적지인 '태종대'로 가기 위해 이른 아침에 숙소를 나섰는데 부산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태종대 입구까지 직행하는 버스가 자주 오는 편이어서 곧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부산을 여행하면서 여러 번 느낀 점은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 참 좋은 곳이라는 점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뚜벅이 여행자들이 다니기 좋은 곳을 꼽으라면, 부산과 제주도를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는데 이는 노선이나 안내방송 등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어 여행자들에게 불안하지 않고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버스는 영도대교를 지나 영도구 구석구석 거쳐갔는데 주요 명소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덤, 이곳이 낯선 필자에게 마치 투어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기도 했다. 부산역 앞에서 태종대 입구까지 약 40분가량 소요되었고, 종점인 '태종대·태종대온천'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부산 태종대 |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7호, 국가지질공원
다누비열차 (2023년 5월 기준) |
버스에서 내리니 여유롭고 한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치 아름다운 자연을 독차지한 듯한 기분도 들었는데 이런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태종대를 즐기고 싶다면 필자처럼 이른 아침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여행 시간이 충분하지 않거나 30분가량(왕복 약 1시간) 산을 오르기가 벅차다면 태종대를 순환하는 다누비열차의 운행 시간 (매표는 9시부터, 열차 운행은 9시 20분에 시작)에 맞춰 방문하도록 하자.
태종대는 ‘부산의 3대(臺)’ 중 하나로 꼽힌다. [3대(臺) : 태종대, 다대포해수욕장 근처의 몰운대, 해운대를 지칭] '태종대'의 명칭은 신라 제29대 태종 무열왕과 관련이 있는데 그가 삼국통일 후 이곳에서 활을 즐겨 쏜 데서 태종대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동래부지 (東萊府誌)」에서 전해지고 있다. 다른 하나는 조선시대 태종이 조선에 큰 가뭄이 들자 하늘에 빌어 비를 내린 일을 본받아 동래부사가 가뭄이 들 때마다 이곳에서 기우제를 올렸다는 이야기가 안정복의 「동사강목 (東史綱目)」에서 전해진다. 각기 다른 시기의 '태종'과 연관된 '태종대' 명칭의 유래가 흥미로웠다. [ 참고 : 태종대 안내문 ]
태종대 광장에서 영도 등대 및 전망대로 가는 길은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좌측 등산로를 통해 오르면 등대·자갈마당·신선바위·영도등대·태종사·영도유격부대전적비를 지나치게 되며, 우측 등산로에는 전망대·남항조망지·구명사·태원 자갈마당 등이 있다. 어느 방향에서 출발해도 무방한데 필자는 좌측 등산로에서 출발하여 우측 등산로로 하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싱그러운 초목이 우거진 산책로의 모습은 이른 아침 서울의 남산을 오를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부산에서는 유독 까마귀가 많았는데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게 등산 메이트가 되어주기도 했다. 숲속에 있을 땐 여느 산책로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탁 트인 정상에 이를 때면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으로 된 해안 침식 절벽 등이 드러나면서 큰 차이를 보인다.
태종대가 처음이라 낯설더라도 천천히 오르다 보면 자연스레 광장에서 안내하고 있는 '태종대 8경' 등 다채로운 풍경들을 만나보게 된다. '태종대 8경'은 태종대·신선바위·망부석, 영도등대와 무한의 빛 조형물, 전망대, 남항조망지, 목련길 (3월), 태원자갈마당, 태종사 수국(6~7월), 유람선에서 바라본 태종대를 말하는데 목련길이나 수국처럼 특정 시기에 만날 수 있는 풍경도 있다. 필자가 방문한 4월에는 가는 길 곳곳에 붉은 동백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영도등대가 있는 곳에 다다를 즈음, 무인 매점과 쉼터가 있어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근처에는 사찰인 '태종사'와 '영도유격부대 전적지비'가 있는데 이곳에서 처음 접한 영도유격부대의 이야기는 무척 마음 아프기도 했다.
이 일대는 한국전쟁 당시 함경남도, 함경북도, 강원도 북부 지역에서 탈출한 반공청년들의 자진 입대로 편성된 영도유격부대(1950년 10월~1952년 12월)의 맹훈련과 결연한 출동이 이루어졌던 전적지였다고 한다.
이분들은 비정규 임무를 띠고 귀환의 계획과 보장 없이 전선 후방인 고향으로 낙하산, 보트 등으로 침투하여 철도 폭파, 교란, 방공 동지 규합 등 작전을 전개하였다 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휴전으로 침투하였던 대원 중 생환한 대원은 33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북측에 남겨졌거나 동료를 잃은 대원들의 막막하고 괴로웠을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가 있을까.
나라와 겨레의 위난을 구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계급도 보수도 없이 동해 북부 3도에 침투하여 특수전을 전개, 수많은 전과를 올리다 목숨을 바치신 순국 선열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이 비를 찾아보며 이분들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태종대' 이름의 유래가 된 태종 무열왕이 활을 쏘던 것처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활 쏘는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 볼 수 있는 포토존을 지나,
조금만 더 걸어가면 영도등대가 나온다. 다누비 열차를 타고 왔다면 이곳에서 하차해 곧바로 등대를 보러 갈 수 있다.
▼ 4월에는 부산 곳곳에서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눈부신 아침 바다와 영도등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하얀색의 아름다운 영도등대는 1906년 12월에 우리나라에서 10번째로 건립된 등대라고 한다.
나무 데크와 큰 돌 계단으로 이루어진 진입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면 영도등대를 만나볼 수 있다.
등대 주변에는 아름다운 바다 전망과 함께 야외공연장과 '해기사 명예의 전당' 및 '무한의 빛' 조형물, 인어상 등 다채로운 볼거리도 가득했다.
이곳에는 또 하나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만나볼 수가 있는데 '해안단구(계단 모양의 해안지형) 파식대지'와 '해식애(해안절벽)'이다. 긴 세월 동안 바람과 파도에 의해 형성된 독특한 지형은 신비하면서 아름답기까지 했다. 이 일대의 바위를 신선바위, 망부석 등으로 지칭하고 있다.
영도등대를 둘러보았다면, 다시 올라가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하산하면 된다. 이때 태종대 전망대와 구명사(사찰), 남항조망지, 태원자갈마당을 차례대로 만나게 된다.
▼ 태종대 전망대 (1층에는 트릭아트 포토존, 푸드코트와 카페가 있으며, 2층에는 편의점과 전망대, 3층에는 오션 라운지 등이 있다.)
▼ 남항조망지
▼ 남항조망지에서 바라본 풍경. 남항대교와 부산송도해수욕장, 암남공원, 몰운대 등 부산 서구와 사하구 일대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태원자갈마당 인근에는 해녀 직속 해삼, 멍게, 낙지, 소라, 개불, 성게, 전복, 광어 판매하고 있는 '해녀촌'과 유람선 탑승구가 있다. 유람선은 자갈마당 – 전망대(자살바위) - 주전자섬 – 등대 – 오륙도 앞바다 경유 1km 전방을 운항하며 약 35~40분 소요된다고 한다. 대인 15,000원 소인 8,000원으로 반드시 신분증 지참하고, 승선신고서를 작성 후 승선할 수 있다. 태원자갈마당을 지나면 다시 시작점이었던 태종대 광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 태원자갈마당
영도구 여행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