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O의 경상도 여행 이야기
제1화 - 전국에서 가장 특이한 대구 음식을 맛보다
Episode 1 - Gourmet Trip to Daegu, The City of Special Foods in Korea
대구광역시
TOMO의 경상도 여행 이야기
Episode 1 - Gourmet Trip to Daegu, The City of Special Foods in Korea
대구광역시
치킨 외에도 대구에는 먹을 것이 무진장 많다
지인을 만나러 대구로 가다
아는 지인들이 거의 다 수도권으로 올라온 지금, 지방으로 내려가는 이유는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시기라 지방에 살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을 전부 만나야만 했다. 대구에 살고 있는 지인은 1명, 구미에 살고 있는 지인도 1명인데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이므로 따로 약속을 잡고 한 명씩 만나야 했다. 때마침 부처님 오신 날이 대체공휴일로 지정이 되고, 금요일에 휴가를 내기로 결정하면서 3박 4일의 긴 일정동안 대구에 머물면서 지인도 만나고 그동안 가고 싶었던 국내여행도 떠날 수 있었다. 대구·경북 여행의 첫날은 당연히 대구에서 보냈다.
경상도 여행 이야기 1 - 대구 10미
대구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음식이 많다. 대구의 관광 명소를 여러 군데 둘러봤더라도 대구 10미를 맛보지 못했으면 대구로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닐 정도로 대구의 음식 문화는 독특하다. 대구가 자랑하는 10가지 음식은 다음과 같다.
1. 납작만두 2. 무침회 3. 논메기매운탕 4. 동인동찜갈비 5. 막창구이 6. 야끼우동 7. 누른국수 8. 복어불고기 9. 뭉티기 10. 대구육개장
대구 10미 중 지금까지 내가 먹어 본 음식은 납작만두, 동인동찜갈비, 막창구이, 야끼우동, 뭉티기, 대구육개장 총 여섯 가지다. 나머지 음식들도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대구 음식은 내 입맛에 잘 맞다. 물론 경상도 음식답게 특별한 요리 비결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 음식들이 많다. 그럼에도 대구만의 독특한 문화가 잘 살아있다는 점에서 대구 10미를 맛보는 건 일정에 반드시 넣는 걸 추천한다.
대구는 광주와 함께 지역색이 강한 도시 중 하나라 대구만의 프랜차이즈 집이 많다. 전국으로 영역을 확장한 브랜드만 봐도 서가앤쿡, 미즈컨테이너, 신전떡볶이, 대구반야월막창 등이 있다. 치킨 브랜드만 따져도 페리카나치킨, 멕시칸치킨, 처갓집양념통닭, 호식이두마리치킨, 땅땅치킨 등 엄청나게 많다. 커피 브랜드로는 커피명가, 다빈치, 핸즈커피, 모캄보 등이 있을 정도로 대구는 맛의 도시로 인정받고 있다.
대구의 맛, 뭉티기와 막창구이
대구는 광역시임에도 대구 주변의 도시인 구미, 포항 등이 산업의 중심으로 발돋움한 기이한 곳이다. 서울처럼 주변도시가 베드타운으로 역할을 하는 위성도시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대구는 이상하게도 주변 도시에서 일하고 대구로 돌아오는 특이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구미와 포항에는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경우가 적지만, 대구는 소비가 극대화된 도시가 되어 창업의 기회를 포착하는 경우가 많다. 대구에 생겨난 수많은 카페는 상당히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고 있고, 기존 대구가 자랑하는 음식이 아닌 다른 색다른 음식을 통해 성공하는 식당들도 많다.
금요일엔 해야 할 일이 있어 낮 시간에는 카페에서 일을 하다가 저녁 시간에 지인을 만나기로 했다. 대구에 머물면서 들린 카페는 세 곳이다. 수성구의 사운즈커피와 쿰, 중구의 류가 그 주인공이다.
'사운즈커피'는 아침 9시부터 오픈하는 부지런한 카페다. 수성구에서 재개발이 이뤄진 아파트 단지에 위치해 있으며, 다섯 종류의 드립커피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로 커피의 진정한 맛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선택한 커피는 룰루 블렌드였다. 블렌드는 싱글오리진보다 질이 떨어지는 원두를 섞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맛을 내기 위해 심사숙고해서 비율을 섞은 뒤 바리스타가 직접 맛을 보고 출시를 결정한 노력이 담겨있다. 아침에 몽롱한 상태에서 맛본 룰루블렌드는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깊은 맛을 자랑했다. 9시 30분이 되면 다양한 빵도 나오기 시작하는데, 내가 선택한 빵은 뺑스위스였다. 달달한 빵과 함께 마신 아침 커피를 먹은 이 날의 시작은 더없이 상쾌했다.
점심때가 되자 사운즈커피에 가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까지 생기자 혼자 두 시간 정도 앉아있기가 민망해 다음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쿰'이라는 카페는 모래커피로 유명하다. 사운즈커피와 달리 12시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인근 놀이터에서 책을 읽다가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서 카페로 갔다. 사운즈커피와 달리 오래된 주택가에 위치한 카페라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모래가 이 카페의 주인공이다. 모래커피를 처음 접했기 때문에 바리스타 분께서 어떻게 마시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커피 바닥은 모래로 가득 차 있어 양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그윽한 맛이 일품이었다. 디저트로 먹은 아이스크로플 또한 정성껏 준비해서 그런지 커피랑 잘 어울렸다.
오후 세 시에 일찍 퇴근하고 약속 장소인 '왕거미식당'으로 갔다. 왕거미식당은 대구 10미 중 하나인 뭉티기, 즉 생고기를 파는 곳이다. 백종원이 두 번이나 방문했을 정도로 맛있는 뭉티기를 파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후 4시부터 문을 여는 것으로 알고 있어 3시 20분 정도에 도착해 느긋하게 대기하고 있으면 바로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금요일에는 오후 3시에 문을 열었다. 나 혼자 이걸 몰랐던 것인지 이미 20팀 정도가 대기를 하고 있었고, 1시간이나 지난 4시 30분 정도가 되어서야 식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기다렸기에 뭉티기만 먹기엔 아까워 오드레기도 함께 시켰다. 뭉티기가 먼저 나오고 오드레기는 30분 정도 뒤에 나왔다. 생고기를 처음 접한 건 나주였고, 이때 생고기를 너무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또 한 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구에서 다시 생고기를 접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백종원 씨가 예찬을 할 만큼 생고기의 질이 뛰어나 금방 눈앞에서 사라질 정도였다. 오드레기는 소의 힘줄을 구운 것으로 오드득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배가 다 찼음에도 불구하고 둘이 남김없이 먹을 정도로 왕거미식당의 명성이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참고로 뭉티기는 도축장으로부터 받은 날에만 팔기 때문에 평일에만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왕거미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지인과 헤어진 뒤 간 곳은 '대구 오페라 하우스'였다. 때마침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이 열렸고, 메인 공연인 '나인 투 파이브'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라 주저 없이 방문했다.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고 여성 차별이 만연한 미국 회사 문화를 세 명의 여자 직원들이 바꾸는 이야기였다. 노래도 너무 좋았고, 공연이 끝난 뒤 사인회도 열려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대구에 살지 않아 6월 초에 열리는 수많은 뮤지컬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첫날 대구의 맛집과 카페 투어하는 것으로 시작한 일정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둘째 날부터는 대구 인근의 칠곡을 둘러보고 다시 대구로 돌아와 대구의 맛집과 카페를 들리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대구는 볼 것도 없고 여름에 덥기만 한 '대프리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구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대구의 숨겨진 매력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