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O의 경상도 여행 이야기
제2화 - 나름 매력 있는 칠곡 여행
Episode 2 - The Trip to Chilgok, the Place of Hidden Charm
경상북도 > 칠곡군
TOMO의 경상도 여행 이야기
Episode 2 - The Trip to Chilgok, the Place of Hidden Charm
경상북도 > 칠곡군
칠곡은 대구에 있는 게 아니라 엄연한 경상북도의 지방자치단체라고!
칠곡으로 떠나기로 하다
칠곡이라고 하면 대구에 살던 사람들은 북구의 태전동·구암동·동천동을 떠올릴 것이다. 칠곡군과 접한 이 동네들은 1980년까지만 하더라도 실제로 칠곡군에 속한 칠곡읍이었다. 하지만 1981년에 대구광역시가 경상북도에서 분리되어 독자적인 지역이 되면서 칠곡군의 칠곡읍도 대구광역시로 편입되고 만다. 덕분에 칠곡군은 군의 중심지역이었던 칠곡읍이 사라지고 군청이 위치한 중심지역이 왜관읍이 되어버리는 촌극이 벌어지고 만다. 군의 중심지역은 대개 군의 이름과 같은 읍이 대부분인데, 칠곡군은 대구광역시가 생겨버리는 바람에 군의 이름과 다른 왜관읍이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이다. 경상남도 함안군 또한 함안면이 아니라 가야읍이 중심지역인데, 이는 함안면보다 가야읍이 번성하게 되었기 때문이지 함안면이 다른 지역으로 편입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칠곡군의 역사는 더 충격적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역사를 모르면 칠곡에 간다고 하면 대구 북구에 놀러 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연유로 이번 대구·경북 여행 이틀째 일정은 대구의 칠곡이 아닌 칠곡군으로 떠난 여행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두기로 한다. 대구에서 칠곡으로 불리는 동네가 주거지역이라 볼거리가 별로 없지만, 칠곡군 또한 관광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역사하면 환장하는 내가 칠곡에 꼭 가고 싶었던 것은 칠곡이 바로 한국전쟁의 격전지이자 전세를 뒤바꾼 다부동 전투가 일어난 곳이었기 때문이다.
경상도 여행 이야기 2 - 칠곡의 역사
칠곡군에서 청동기시대의 유물·유적은 많이 발견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삼한의 군미국(軍彌國)이 이곳에 위치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 소국의 행방은 알 수 없으나, 일찍부터 백제와 신라의 영토확장으로 인해 양국의 각축장이 되었으며, 결국 신라의 영역으로 편입되었다.
신라 때에는 사동화현(斯同火縣)·대목현(大木縣)·팔거리현(八居里縣)이 설치되었다. 이후 757년(경덕왕 16)에 각각 수동현(壽同縣)·계자현(谿子縣)·팔리현(八里縣)으로 개칭되어 수동현과 계자현은 성산군(星山郡: 星州)에, 팔거리현은 수창군(壽昌郡)에 속하였다.
후삼국시대에는 견훤(甄萱)과 왕건(王建)의 세력이 경쟁적으로 이 지역에 진출하였다. 927년(태조 10) 견훤이 신라를 공략하고 귀환하는 길에 계자현 들판에 쌓인 곡물을 불태웠다고 한다.
고려 초에 수동현이 인동현(仁同縣)으로, 계자현이 약목현(若木縣)으로, 팔리현이 팔거현(八居縣 또는 八莒縣)으로 각각 개칭되었다. 1018년(현종 9)에는 인동현과 팔거현이 경산부(京山府: 星州)의 속현으로 되었다. 시기는 분명하지 않으나 약목현 역시 경산부에 내속(來屬)하였다.
고려 말에 이르러 1390년(공양왕 2)에는 인동현에 감무(監務)가 파견되어 약목현도 겸임하였다. 한편, 1031년에 만들어진 약목현의 정도사(淨兜寺) 오층석탑의 조성기(造成記)는 고려 초 지방사회의 구조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조선 초에 인동현에는 감무 대신 현감(縣監)이 파견되었으며, 약목현은 인동현의 속현으로, 팔거현은 성주목의 속현으로 되었다. 당시 이곳의 토지는 절반만이 비옥했고 풍속은 검소했으며 양잠에 힘썼다고 한다. 『경상도지리지』에 의하면, 호구수는 657호 4,551인이었다.
1593년(선조 26) 경에 경상도 감영이 일시에 팔거현으로 옮겨지면서 이 지역이 중요시되었다. 그 결과 1604년에 도원수 한준겸(韓浚謙)의 요청에 따라 천생산성(天生山城)이 축조되고 인동현이 도호부로 승격되었다.
그리고 1640년(인조 18)에는 팔거현에 가산산성이 축조되면서 팔거현이 칠곡도호부로 승격되었다. 이처럼 좁은 지역에 2개의 도호부가 설치된 것은 이 지역이 경상도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감영인 대구를 방비할 수 있는 천연적인 요새였기 때문이다.
1895년(고종 32) 갑오개혁 때 23부제가 실시됨에 따라 칠곡군과 인동군으로 개편되어 대구부에 속하였다. 다음 해에 13 도제가 실시되자 다시 경상북도에 소속되었다.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인동군이 폐지되었고 그 관할구역은 칠곡군으로 편입되었다.
1949년 8월 13일에 왜관면이 읍으로 승격되었다. 1950년 6·25 전쟁 때에는 대구를 함락하기 위한 북한군의 주력이 이곳을 공격해 와 낙동강을 경계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때 국군은 가산면 다부동전투에서 북한군에게 결정적인 패배를 안기는 쾌거를 올렸다.
1973년 7월 1일에 북삼면 낙계동이 선산군 구미읍으로 편입되었고, 1974년 11월 1일에 약목면 동부출장소가 설치되었다가 1986년 4월 1일 가산면으로 승격되었다. 1978년 2월 15일에 인동면 일원이 구미시로 편입되었고, 1980년 12월 1일 칠곡면이 읍으로 승격되었다가 이듬해 대구직할시로 편입됨으로써 군세가 크게 약화되었다. 1987년 1월 1일에는 선산군 장천면 석우리가 가산면에 편입되었고, 1989년 1월 1일에 가산면 신장리가 선산군 장천면으로 편입되었다. 2003년 7월 1일에는 북삼면이 북삼읍으로 승격되었고, 2006년 10월 1일에 석적면이 석적읍으로 승격되었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칠곡의 유명한 사찰에서 시작해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심지로 가다
칠곡에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기 때문에 대구 동성로 한가운데 위치한 '호텔 노블스테이'에서 하루를 묵고 칠곡으로 떠나기로 했다. 호텔 노블스테이는 2성 호텔로 모텔과 큰 차이가 있지는 않지만 나름 조식을 제공해 주는 식당도 있으며, 무엇보다 깔끔한 점이 너무나 좋은 곳이다. 동성로와 가까워 밤에 술을 마시며 대구 사람들의 밤문화를 즐기기에도 좋다.
아침 늦게 일어나 호텔에서 제공해 주는 조식을 먹고 동대구터미널로 갔다. 동대구역으로 간 이유 첫째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차를 빌려야 했던 것이며, 둘째는 다시 성남으로 돌아올 때 동대구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동대구터미널 바로 옆에서 경차를 빌려 칠곡으로 향했다.
칠곡 여행 첫 번째 목적지는 칠곡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인 송림사였다. 송림사는 불교 신도 비율이 가장 높은 대구 인근 지방답게 아직도 번창한 모습이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 엄청나게 많은 차량이 송림사 주차장에 있었고, 들어가는 데 한참이 걸릴 정도로 애를 먹었다. 이런 고생을 해도 송림사는 충분히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절이다. 보물을 무려 네 점이나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송림사를 대표하는 보물은 '송림사 오층전탑'이라 할 수 있다. 경북 지방에 주로 보이는 전탑은 송림사 외에도 많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절의 중심탑으로 전탑이 있는 경우는 경주 분황사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송림사 오층전탑의 웅장한 모습에 감탄하며 번잡한 절 앞마당을 둘러보았다. 불교 신자들은 대웅전에서 울리는 주지스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부처님의 자비로움을 떠올리며 소원을 빌고 있었다. 송림사의 대웅전 또한 보물로 지정이 되었으며, 대웅전에서 모시고 있는 목조석가여래삼존상 또한 보물이다. 목조석가여래삼존상은 대웅전에서 스님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기에 제대로 보지는 못 했지만 부처님 오신 날의 사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대신 또 다른 보물인 석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을 감상하며 송림사의 오랜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송림사를 빠져나온 뒤 향한 곳은 '커피명가 동명레이크점'이었다. 대구에서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즈인 커피명가가 동명저수지 앞에 세운 카페가 바로 커피명가 동명레이크점이다. 동명저수지를 한 바퀴 돌고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려고 했지만, 늦잠을 잔 데다 송림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동명저수지 둘레길을 걷지는 못 했다. 대구 커피명가에서 시그니처 커피인 명가치노를 이미 마셨기 때문에 동명레이크점에서는 과테말라 핸드드립커피를 마셨다. 핸드드립답게 진한 커피맛을 느끼며 저수지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칠곡은 한국전쟁의 격전지라 그런지 아직도 미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이다. 미군 부대 주변에는 미군을 상대로 한 상점과 맛집이 많은데, '아메리칸레스토랑'과 '한미식당'이 대표적인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식당'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한 나는 '아메리칸레스토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아메리칸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는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였다. 돈가스는 다음 날 먹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함박스테이크를 먹었다. 함박스테이크의 맛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양이 많았기 때문에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칠곡 여행 마지막 목적지는 한국전쟁의 격전지인 낙동강 옛 철교, 즉 왜관철교였다. 예전에는 경부선 철도가 다니던 다리였지만 한국전쟁 이후 차량이 다니던 다리가 되었다가 노후화로 인해 철거될 뻔하였다. 현재는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보수한 뒤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왜관철교를 보러 이곳으로 온다.
왜관철교 앞에는 근사한 카페도 지어졌다. '더 브릿지'는 다양한 커피뿐 아니라 맛있는 빵도 만드는 베이커리 겸 카페다. 이미 배가 불러있는 상태라 수많은 빵 중 소금빵과 아인슈페너를 카페에서 먹기로 했고, 옥수수 스콘, 햄치즈, 레몬 파운드케이크는 포장해 달라고 부탁했다. 2층에서 소금빵을 아인슈페너와 곁들여 먹으며 왜관철교의 풍경을 바라보니 '더 브릿지'에 왜 사람이 가득 차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철교 풍경을 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는 전국에서 오직 칠곡에서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칠곡 여행을 즐기고 있으니 어느덧 두 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아직 하루가 다 가지 않았는데도 칠곡을 떠나야 했던 건 저녁에 대구에서 또 지인을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지인은 구미에 살고 있었지만, 구미보다는 대구가 맛집이 많다는 데 서로 동의해 대구에서 보기로 했다. 게다가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을 좀 더 즐기고 싶어 저녁 약속 전에 세 시에 열리는 공연을 꼭 보고 싶기도 했다. 다음번에 칠곡에 들른다면 다부동 전투를 기리는 '다부동 전적 기념관'까지 들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