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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음식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한 번 맛 들이면 멈출 수가 없다
다시 대구 음식을 먹으러 대구로 돌아오다
아침에 차를 몰고 거리가 있는 칠곡으로 갔다가 다시 대구로 돌아온 건 순전히 대구에 먹을 것이 많아서라고 볼 수 있다. 구미에 살고 있는 지인을 만나려면 대구에서 북쪽에 있는 칠곡에 들렀다가 다시 조금만 더 북쪽으로 가서 구미로 가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지인 또한 오랜만에 대구에 가고 싶다고 말하며 대구에서 보고 싶다고 하였다. 지인의 아내 또한 대구 출신이었고, 구미보다 대구에서 보는 걸 선호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오후 일곱 시에 대구에서 만나 막창을 먹기로 했다.
경상도 여행 이야기 3 - 막창의 역사
소(牛)는 우리 식생활에서 중요한 단백질공급원으로서 머리부터 꼬리까지 무엇 하나도 내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한국인에게는 대대로 소중한 가축이었다. 소를 사육한 역사도 길어서 삼국시대 우경(牛耕)을 시작한 이래 오랜 세월을 우리 조상들의 경제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산수단이기도 하였다. 전통적으로 농경국가였던 우리나라는 소를 국가적인 생산수단으로 여겼기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우금(牛禁)을 제도적으로 시행하였다. 소를 잡아야 할 경우에는 고을 수령에게 타당한 사유를 보고하여 허가를 받은 후에야 가능했고, 만약 소를 함부로 잡는 경우에는 엄하게 처벌하거나 심지어는 사형에 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소고기는 연중행사로 먹을 수 있는 귀한 식품이었다. 그래서인지 소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가축이라는 말에 충실하게 소를 먹는 우리 식문화는 외국에서는 식용하지 않는 소나 돼지와 같은 가축의 ‘부속고기’를 먹는 식문화가 발달하였다. 부속고기란 소나 돼지의 살코기와 뼈를 제외한 머리, 발, 꼬리, 내장, 껍데기, 가죽 등의 부위를 총칭한 말이다. 소의 경우 부속 중에서 내장 부위로는 양(䬺)ㆍ벌양ㆍ천엽ㆍ막창ㆍ소창ㆍ대창ㆍ간ㆍ염통ㆍ콩팥 등을 식용한다. 양은 소의 첫 번째 위장이고, 벌양은 두 번째 위장, 천엽은 세 번째 위장, 막창은 네 번째 위장을 말한다. 이에 반해 돼지막창은 돼지 대장의 말단인 직장(直腸)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명칭은 소와 같지만 부위는 서로 다르다.
21세기 들어 한국사회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음식으로서 부속고기요리의 대표적인 지역을 꼽자면 단연코 대구광역시일 것이다. 대구광역시는 수년 전부터 전국적인 열풍을 일으킨 소 막창구이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다. 한편 대구광역시는 소고기를 이용한 향토음식의 메카이기도하다. 2006년 대구광역시는 대구를 대표할 향토음식 10가지를 선정하여 ‘대구 10미(味)’라는 브랜드로 발표하였다. 그중에서 막창구이ㆍ뭉티기ㆍ육개장ㆍ동인동찜갈비 등 4종의 대표 향토음식은 소의 막창, 사태살, 쇠고기 국거리, 사골, 소갈비 등 모두 소를 이용한 음식이다. 대구에는 이외에도 소에서 얼마 나오지 않는 소의 힘줄을 구워 먹는 오드레기구이라는 향토음식도 있다.
대구광역시가 소를 이용한 향토음식이 발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의 우시장이 있었던 지역이라던 점이 큰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대구는 조선시대부터 경상도 감영이 주재하면서 지금의 경상북도와 경상남도 전역을 통괄하는 대읍(大邑)이었다. 행정과 군사, 경제의 중심지인 만큼 많은 인원이 왕래하고 물산이 집화되면서 대구에는 조선 중기 이후 ‘대구장(현 서문시장)’, ‘대구약령시’와 같은 3백여 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지닌 대규모 장시가 섰다. 큰 시장이 서는 지역 인근에는 소시장이 서기 마련이다. 대구에는 19세기 중엽 지금의 달성공원 인근에 우시장이 형성되었고 해방 무렵까지 삼남지역의 소가 집결되어 전국은 물론이고 만주지역에까지 소를 무역할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우시장으로 성장하였다.
대구 막창구이를 비롯한 내장구이의 역사는 도축장 중심으로 발전하게 된다. 1969년 4월 현재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 두류수영장 자리에 ‘신흥산업’이라는 도축전문법인이 설립되면서부터이다. 이듬해인 1970년에는 시립도축장이 되면서 본격적인 대구 막창구이의 시대가 열린다. 도축장에서 소와 돼지의 부산물이 많이 나오자 내장을 이용한 음식이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대구에서 막창구이를 가장 처음 선보인 식당은 1970년대 초 지금의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동에 위치하였던 ‘황금막창’의 김연순 씨이다. 처음에는 ‘막창탕’과 같은 곱창전골과 유사한 음식을 선보였다. 주로 술손님 들인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지 못하자, 연탄불 위에 석쇠를 얹고 구이로 전환하면서 단번에 인기안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출처 - 지역N문화
뮤지컬을 보고 대구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인 막창을 먹다
칠곡 왜관철교를 바라보는 카페인 '더 브릿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차를 몰고 대구로 향한 건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 때문이었다. 실제 뮤지컬 배우들의 대표 공연은 '나인 투 파이브'로 대구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리지만 대학생들이 준비하는 공연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열린다. 그중 관심이 있었던 공연은 태국의 학생들이 주인공인 '방콕-로스앤젤레스'였다. 공연이 열리는 곳은 성당못 뒤편의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이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 도착한 건 오후 세 시 십 분 전이었다. 헐레벌떡 뛰어 비슬홀에 도착한 뒤에 배정받은 자리는 무대 바로 앞 줄이었다. 배우들의 표정과 행동을 잘 볼 수 있는 건 장점이었지만, 문제는 공연이 태국어로 열리기 때문에 자막을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이었다. 자막을 보기 위해선 왼쪽과 오른쪽의 스크린, 그리고 무대를 번갈아 가면서 봐야 하는데 이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목을 왼쪽, 오른쪽으로 반복해서 돌리니 목도 아프고 무대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왔기에 조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목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잠을 쫓은 건 뜻하지 않은 수확이기도 했다.
뮤지컬은 방콕의 한 커플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나기로 했지만 갑자기 이모가 돌아가시면서 카페를 물려받아 경영하는 걸로 시작한다. 남자친구는 계속해서 로스앤젤레스로 떠나고 싶어 하지만 여자친구는 카페를 경영하는 데 만족하며 원래의 꿈을 잊고 살아간다. 미국으로 떠나는 문제로 다툼을 하던 여자친구는 어느 날 로스앤젤레스로 떠나 애니메이션 제작자로 유명해진 사람이 자신과 이름이 같은 걸 발견하고 연락을 시도한다. 자신과 완전히 똑같은 인생을 살아온 그녀와 자신이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된 차이가 바로 미국으로 떠났는지 여부라는 걸 발견하고 '멀티버스'가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비록 원래의 꿈을 이루지는 못 했지만 자신이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애니메이션 제작자라는 꿈을 이룰 거라는 다짐을 하게 되면서 뮤지컬은 끝나게 된다.
뮤지컬을 감상하고 대구문화예술회관의 미술관에도 들렀다. 때마침 열리고 있는 특별 전시는 <아프리카 미술 특별전>이었다. 유명한 흑인 화가로는 미국 출신의 '장 미셀 바스키아'를 들 수 있는데, 미국 태생이 아닌 아프리카 태생의 화가 작품을 볼 수 있었기에 <아프리카 미술 특별전>이 더욱 신기했다. 편견과 달리 전시에 출품한 작가들의 실력은 상당히 뛰어났다. 우리가 널리 알고 있는 거장들처럼 추상화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눈을 사로잡은 작품도 많았다. 특히 아프리카 특유의 동물이나 상징을 보여준 작품이 인상 깊었다.
약속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성당못도 한 바퀴 돌며 산책했다. 성당못에 피어있는 연꽃은 점점 더 여름에 접어들고 있다는 증거였다. 성당못은 크기가 적당해 둘레길을 걷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아 가볍게 걷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또한 두류공원 한가운데에 있는 83 타워와 타워의 반영을 성당못에서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산책을 하고도 시간이 남아 동성로에 위치한 '류'라는 카페에 들렀다. '류'에서도 다양한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드립커피는 따뜻하게 마시는 걸 선호하지만, '류'에서는 일본식 아이스 드립이라는 독특한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드립 커피를 차갑게 마시면 원두가 가진 본연의 맛이 많이 희석되는 줄 알았는데, 일본식 아이스 드립을 마시고 나니 그런 편견이 사라졌다. 차갑게 마셔도 충분히 커피의 맛이 잘 느껴진 것이다.
지인을 만나 대구의 대표적인 음식인 막창구이를 먹은 곳은 '복주소막창'이었다. 대구에 수많은 곱창, 막창 거리가 있지만 '복주소막창'은 특화 거리가 아닌 반월당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식당이다. 수요미식회에도 나올 정도로 맛있는 막창을 먹을 수 있어 이곳을 택했다. 최소 3인분 이상만 주문 가능하기에 소막창 3인분을 먹은 뒤 소갈빗살 3인분도 연달아 먹었다. 아무래도 막창집이다 보니 갈빗살보단 막창구이가 맛있었다. 술과 함께 곁들여 먹었는데도 합리적인 가격에 막창을 먹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추천하는 식당이다.
막창을 먹은 뒤 마지막 입가심을 하기 위해 '스테드'라는 카페에 들렀다. 여기도 드립커피로 유명한 곳이라 르완다 미레레 내추럴 드립커피와 디저트로 얼'그레이'클래식을 골랐다. 얼그레이 케이크는 '그레이'답게 회색이었으며 커피랑 정말 잘 어울리는 디저트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커피를 네 잔이나 마시다니 이따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그 걱정은 숙소의 사정과 더불어 현실이 되었다.
둘째 날 숙소는 '사보이 호텔'이었지만 이름만 호텔이고 사실상 모텔이었다. 체크인이 오후 10시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단순히 여행만 즐기러 온 사람들은 예약할 때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위치가 뛰어나긴 하지만 여름에 이곳에 묵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숙소는 깨끗하지만 모기가 너무 많아 숙면을 제대로 취하기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모기약을 뿌린 뒤에서야 겨우 잠들었다.
제대로 잠을 들지 못 한 채 (차가 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셋째 날 일정을 진행했다. 셋째 날 일정은 영남알프스가 있는 밀양과 청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동안 너무나 가고 싶었던 사찰인 운문사가 위치한 곳이 바로 청도였으므로 운문사로 가서 사찰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고 청도의 명소 곳곳을 둘러보는 것이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