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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구 여행
첫 번째 이야기 : 영도구, 태종대 8경 찾아 걸어보기 ▶바로가기 네 번째 이야기 : 이야기가 있는 영도구 산책 (영도대교) ▶바로가기 |
영도구, 남항대교 일대의 풍경은?
부산의 옛 중심지였던 영도구, 서구, 중구, 동구 등 원도심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그러나 단기 여행자들이 부산 원도심 구석구석 걸어볼 일이 얼마나 될까? 특히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1박 2일, 2박 3일이라는 짧은 일정으로 부산을 찾았다면 아름다운 바다나 근사한 카페, 맛집, 야경 등을 두루 즐길 수 있는 명소를 더 선호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도심 대부분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걸어가기가 쉽지 않고(물론 산복도로를 따라 운행하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가 있다), 대부분 주거지 밀집 지역으로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해운대, 광안리해수욕장 등 널리 알려진 명소들은 부산을 방문할 때마다 한 번씩 들르곤 하지만, 더 이상 흥미를 주는 장소들은 아니다. 부산 원도심처럼 그 도시만의 특색있는 지역을 찾아 주민들처럼 느긋하게 골목길을 산책하는 일은 내 여행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힘들게 오른 길 끝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무척 아름답기도 하다. 이전까지 부산을 충분히 방문했다면 원도심 구석구석 산책해 보는 일은 특별한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영도대교와 그 주변 풍경을 소개한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남항대교를 따라가 보는 여정이다. 전날 흰여울문화마을에서 남항대교와 건너편 송도해수욕장 등을 보며 필자가 한강의 다리를 즐겨 건너는 것처럼 바다를 건너보는 느낌은 어떨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 흰여울문화마을(부산 영도구 영선동4가)에서 바라본 남항대교와 송도해수욕장 일대(부산 서구 암남동)
영도대교를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나오는 '대교사거리'가 나온다. 이때 오른쪽 골목으로 꺾어서 들어가면 되는데 큰길로 가려면 ‘영도고가교(남항대교·부산항대교 영도연결도로)’ 아래로 난 영선대로를 따라 걸어가면 된다.
▼ 영도고가교 및 영선대로 전경. 이 길을 쭉 따라 걸어가면 남항대교가 나온다.
필자가 지나온 이곳 남항동 일대에 얽힌 특별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가 있었는데 바로 '영도전차'와 '광천욕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일대에는 '영도전차종점 기념비와 안내문'를 찾아볼 수가 있다. 과거 부산 시민의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던 전차가 이곳까지 왕래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곳에서 잠시 바다와 인접한 지역을 달리던 전차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 영도전차종점 : 영도구 남항동 1가 125-1번지 일대 / 운행기간 : 1935년부터 1967년까지 / 운행구간 : 남항동~구덕운동장, 서면
▼ 지금은 전차의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부산전차가 운행되던 옛 풍경사진은 '부산박물관' 등에서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부산남중학교 일대에는 '목도 광천욕장'이 있었다고 한다. [목도(牧島)와 절영도(絶影島)는 모두 ‘말’과 관련된 영도의 옛 지명이다. 영도는 과거 말 사육장으로 유명하여 '목도'라고 불리었고, 이곳에서 기르던 말이 그림자조차 볼 수 없을만큼 빨리 달려 '절영도'라고도 했다.] 1911년 발행된 부산시가도에는 '부산목도광천욕장'이 표기되어 있었고, 새벽 4시부터 지하에서 뽑아 올린 물을 데워 손님을 기다렸다는 '목도광천욕장'은 해운대온천, 동래온천, 범어사, 부산진성지, 용두산공원 등과 함께 당시 부산 8대 관광지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1926년 이후 발행된 지도나 기록에 나타나지 않아 그 이후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안내문 속 흑백사진처럼 '과거엔 있었으나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풍경들을 볼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든다.
▼ 목도광천욕장이 소재했던 부산남중학교 일대의 모습. 안내문 속 흑백사진과 일치하는 풍경이 전혀 없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가 해안가에 이르면 송도해수욕장 등으로 갈 수 있는 남항대교가 나온다.
영도구는 먼저 찾은 사하구처럼 '동해안국토종주자전거길'이기도 한데 사하구-서구를 거쳐 남항대교를 통해 이곳 영도구에 이르게 된다. 자전거길을 따라 영도대교, 삼진어묵역사관, 청학수변공원, 국립해양박물관, 동삼동패총전시관, 아치섬, 태종대, 절영해안산책로 등 주요 명소들을 차례대로 만나볼 수 있다.
한강의 교각처럼 남항대교 교량 하부에는 남항대교수변야외공연장과 아담하지만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여가, 체력단련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영도구와 서구를 잇는 이 다리를 건너 본다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남항대교를 건너가진 못했다. 남항대교 보도 포장공사로 보행자의 출입 및 통행을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이곳에 조성된 ‘남항호안 X-Sports 광장’과 '남항방파제 & 매립지'를 따라 빨간색 등대 앞까지 걸어보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다.
▼ 남항대교 상부는 계단 또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갈 수 있다. 공사는 4월 중 마무리 되었고, 현재는 출입과 통행이 가능하다.
바다 가까이 곧게 뻗은 남항방파제 & 매립지를 따라 걸으며 부산 남항 외항의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가 있었다. 뒤쪽으로는 흰여울문화마을과 건너편 송도해수욕장과 송도해상케이블카, 암남공원 용궁구름다리, 이색적인 마을풍경 등을 두루 조망할 수 있다.
▼ 남항방파제 위에서 바라본 흰여울문화마을과 절영해안산책로
▼ 송도해상케이블카, 암남공원 용궁구름다리도 볼 수 있다.
▼ 남항대교를 건너면 송도해수욕장(서구 암남동) 앞에 이르게 된다.
바다와 인접한 지역은 날씨에 따라 풍경이나 기온의 변화폭이 큰데 해가 내리쬘 때면 고요하면서 평온한 바다 풍경을 보여주다가도, 조금이라도 흐린 날엔 바다의 매서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방파제를 따라 걷는 동안 쾌청한 하늘과 잔잔한 바다, 우중충한 하늘과 몸이 휘청거릴 만큼 강한 바람이 몰아치는 경험을 모두 겪기도 했다.
바람이 매섭다면 남항방파제 아래에 조성된 '남항호안 X-SPORTS 광장'을 따라 걸으면 파도와 바람으로부터 보다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남항방파제 끝부분에 이르면 붉은 색을 띤 '홍등대'를 볼 수 있다. 깡깡이예술마을 마을지도에 의하면 이 등대는 일제강점기에 부산 남항을 이용하던 일본인들이 만든 등대라고 한다.
▼ 남항방파제 끝에 자리한 '홍등대(붉은 등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