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중심을 통과하는 한강에는 수많은 다리가 있어 강의 북쪽과 남쪽을 잇고 있다. 1900년 세워진 한강철교를 시작으로, 2021년 9월 기준으로 한강에는 28개의 다리가 있다. 한강의 상류와 하류에 있는 다리까지 포함하면 총 31개의 다리가 놓였다. 서울에만 있는 한강 다리 중 대교는 24개, 철교는 4개가 있으며 가장 서쪽에 있는 다리는 2000년에 놓인 신행주대교이고 가장 동쪽에 있는 다리는 1991년에 놓인 강동대교이다. 백 년이 훨씬 넘는 시간 전에 세워진 최초의 다리는 2006년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250호로 지정되며 한강에 놓인 다리의 역사를 드러내고 있다.
한강 주변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이런 다리들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반포대교와 한강대교 주변이 아닐까 싶다. 반포대교 주변에는 잠수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며, 저녁이 되면 대교에 '달빛무지개분수'쇼가 진행되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물줄기와 더불어 남산타워가 함께 하는 서울의 야경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한강철교에 이어 두 번째로 놓였으며 한강 위에 놓은 최초의 인도교인 한강대교 중간에는 '노들섬'이 있기에,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과 더불어 한강의 여유로움을 느끼려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들섬의 이름의 연유를 들으면 왜 이 섬이 이렇게 한갓진 여유를 가지고 있는지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바로 '노들'이라는 이름은 '백로가 놀던 돌'이라는 뜻의 '노돌'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이다. 날갯짓을 거두고 한 점 여유를 얻는 백로처럼, 이곳에서는 세상의 근심을 훌훌 벗어던지고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있어 도심 속 휴식의 공간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1930년대부터 1950년 사이 노들섬은 중지도로 불렸다. 그 당시 한강에는 백사장과 스케이트장이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섬은 한강 여가 활동의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1960-70년 대부터 한강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섬의 인기는 점차 하락하게 되었다. 이후 몇 차례 개발 계획이 세워졌으나, 번번이 무산되면서 사람들에게 섬은 서서히 잊혀 갔다. 그러면서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밤섬처럼, 가까이에 있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섬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몇 십 년 동안 버려져 있던 이 섬은 2012년에 들어서 그 가치를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어 한강에서 휴식과 만남의 공간인 동시에 사람들을 이어주는 문화공간으로써 섬을 복원하는 계획이 진행되면서 섬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2019년 새 단장을 마치고 문을 연 섬에는 '음악을 매개로 한 복합문화기지'라는 모토로 라이브 하우스, 갤러리, 서가와 같은 문화 공간과 더불어 숲과 다양한 카페,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국제 뮤직 페스티벌, 버스킹 공연, 재즈 페스타와 같은 음악 공연과 친환경 캠페인 및 다양한 문화 행사가 꾸준히 진행되어 섬의 개성과 매력을 높이고 있다.
1층에 위치한 라이브 하우스는 섬의 중심을 이루는 공간으로 456석(스탠딩 824석)과 함께 최대 규모의 무대 플랫폼과 음향, 조명, 악기 시설이 갖추어진 음악 전문 공간이다. 장르에 관계없이 작품성 높은 공연이 하루가 멀다 하고 진행되기에, 음악을 진심으로 즐기는 이들이 꼭 들러야 할 공연 성지로서 인기를 얻고 있다. 리허설 스튜디오는 아티스트들의 공연 창작을 위한 공간으로 공연장과 유사한 장비와 환경에서 리허설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와 더불어 건물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잔디마당에서는 봄과 가을에 각종 야외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으로 늘 사람들이 붐빈다. 또한 잔디마당은 노을 맛집으로 소문나며 연인, 친구, 가족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2층에 있는 노들서가에서는 책과 음악이 함께 하는 휴식공간으로, 국내외 다양한 서적들이 준비되어 있다. 밝은 분위기의 넓은 공간에는 다채로운 분야의 서적들이 모여있으며, 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차분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었다. 이곳은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지만, 책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인지 음료 등을 들고서는 입장이 불가하다고 한다. 관심 있는 책을 골라 편안하게 독서를 하는 경험은 특별할 것 같았다. 또한 음악의 섬답게, 이곳에서도 종종 음악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이 밖에도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소규모 브랜드들이 자유롭게 문화 산업을 만들어 나가고 협력할 수 있도록 세미나실, 노들 오피스 등이 있었다. 다목적홀에서는 콘퍼런스와 함께 영화제, 전시, 페스티벌을 진행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노들 라운지에서는 노들섬 안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있어 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3층에 있는 SPINOFF_C에서는 탁 트인 한강의 모습과 함께 미술 및 음악을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다양한 문화체험을 경험할 수 있어 문화로 연결되는, 문화로 행복해지는 노들섬에서 한 군데 더 가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잔디마당에서 이어지는 섬의 야외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한강대교의 모습과 더불어 한강철교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다. 그와 더불어 여전히 서울의 랜드마크로 손꼽히는 63빌딩의 모습을 그야말로 '만끽'할 수 있다. 한강의 중심에서 한강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이곳에는 삼삼오오 모여 소풍을 즐기는 이들로 붐볐다. 63빌딩이 아니라면 유럽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푸른 하늘과 파란 한강, 그리고 빌딩이 즐비한 서울의 모습은 여느 유명 도시 못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풍경에 감탄해 앉아있었더니, 햇볕과 강바람이 피부를 간지럽힌다. 나도 모르게 이 순간이 좋아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봄에서 초여름으로 이어지는 계절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강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너무나 늦게 알았다는 것이 억울할 정도였다. 앞으로 봄, 여름 소풍을 즐기고 싶을 때 이곳을 꼭 들러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