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JEJU ISLAND, HANGPADURI HANGMONG HISTORIC SITE
수국으로 한창 아름답게 꾸며진 제주에 즐거운 소식이 또 하나 들려왔다. 바로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에 해바라기가 피고 있다는 소식. 나는 그 기쁜 소식이 들리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겨보기로 했다. 입구에 놓인 너른 주차장. 약간의 차들이 들어서 있고, 건너편에는 초록색보다는 연두색에 가까운 사랑스러운 너른 들판이 평화롭게 빛났다.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든 이곳. 삼별초 최후의 격전지이기도 한 이곳은 내게 오랜만에 만날 노란빛 설렘을 선사해 주었다.
노란 빛깔 해바라기의 향연
제주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JEJU HANGPADURI HANGMONG HISTORIC SITE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상귀리 1126-1
삼별초 최후의 항쟁지인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항파두리성은 강화도에서 진도로, 다시 제주도로 건너와 몽고에 저항한 삼별초가 머물던 군사기지이다. 1231년 몽고가 쳐들어오자 고려 왕조는 해도입보의 전략에 따라 강화도로 천도를 하게 된다. 이후 40년 동안 원나라에 저항했으나 결국은 강화조약을 맺고 개경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삼별초는 이에 반대하고 계속 싸울 것을 주장하며 진도로 기지를 옮긴다.
진도에서 용장산성을 만들고 대항하던 삼별초는 얼마 되지 않아 여몽연합군에 의하여 패하게 되고 다시 한번 근거지를 옮기게 되면서 선택한 곳이 제주도이다. 이를 미리 간파한 고려 조정은 제주도에 먼저 군대를 파견하였으나 삼별초의 선봉대가 이를 격파하고 내성을 비롯해 외성과 건물들을 세운 곳이 바로 항파두리성이다. 이곳에 머물며 일본을 정벌하려는 원나라의 계획을 방해하는 등 남해안의 해상권을 장악하며 항쟁을 계속하였으나 곧이어 대규모의 여몽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패하며 삼별초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삼별초가 여몽연합군에 맞서 최후의 일전을 벌이던 곳인 항파두리성 에 기념비를 세우고 돌로 쌓은 내성과 흙으로 만든 외성을 복원해 놓았다.
또한 내부에는 전시관이 있어 삼별초의 역사와 이곳에서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다. 안에는 삼별초 대장 김통정 장군이 밟은 자리에서 솟아났다는 우물인 장수물이 있는데, 이야기대로 사람이 밟아서 만들어진 듯한 모양새가 눈길을 끈다. 이 우물을 마시면 장수한다는 이야기가 이 지역에 전해지고 있으나 지금은 마시지 못한다. 그 밖에도 장교들이 마셨다는 옹성물과 병사들이 마셨다는 구시물, 화살 연습할 때 표적으로 사용했다고 하는 살 맞은 돌, 건물의 주춧돌로 사용되었을 돌쩌귀 등을 볼 수 있다.
노란빛의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는 다양한 꽃들이 피는 제주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앞선 4월에는 초록빛의 싱그러운 녹차밭이, 5월에는 매혹적인 색감의 양귀비꽃이 활짝 피어 항파두리의 너른 들판을 채웠고, 후에는 백일홍이 알록달록 아름답게 필 예정이다. 그리고 지금은 노란빛의 해바라기가 흐드러지게 피어 항몽유적지를 채운다.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에서 끝까지 전투를 이어간 삼별초처럼 우직한 느낌을 주는 해바라기. 노랗고 커다란 꽃잎은 왠지 이곳 항파두리와 잘 어울리는 느낌을 주었다. 아직은 낮게 자란 해바라기 밭. 곧 만개할 꽃잎의 모습은 내게 다가와 사랑스럽게 빛났다.
해바라기 밭을 지나 유적지로
노란색으로 어린잎을 피운 해바라기 밭을 지나 천천히 유적지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와로 만들어진 입구와 입구 위에 초록으로 피어난 나무는 항파두리를 지키는 모습으로 서 있었고, 내부로 들어섰을 때 보이는 너른 유적지의 모습은 평화롭게 다가왔다. 이곳이 끝까지 항쟁했던 전투의 흔적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곳은 평화로웠다.
내부로 들어서 천천히 가운데 나있는 길 끝까지 걸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만난 것은 순의비였다. 순의비는 몽고군에 대항하며 최후를 맞이한 삼별초군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비석으로, 비석 전면의 '항몽순의비'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항몽순의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이었다.
순의비를 지내 전시실로
항몽 유적을 천천히 거닐고 느낀 뒤, 순의비 옆 편에 놓인 전시실로 걸음을 옮겼다. 전시실에는 몽골에 대항하여 최후까지 조국을 수호한 삼별초의 항쟁, 원나라 침략에 맞서 끝까지 항거한 고려 무인의 정서, 당시 세계 강대국이었던 원나라와 맞서 끝까지 항쟁을 벌인 드높은 기상과 자주호국의 결의를 느낄 수 있는 것들로 가득했다. 항몽 유적지 안내, 삼별초의 대몽항쟁요도, 제주 항파두리 토성의 평면도 및 횡종단면도 등이 그것이었다.
돌쩌귀와 김통정
항몽 유적지를 나오니 커다란 나무와 돌쩌귀가 있었다. 삼별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김통정 장군이 항파두성을 쌓고 동, 서, 남, 북의 4대문을 내면서 그 돌쩌귀로 사용했던 돌들이 말이다. 설명에 의하면 성문 규모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아 분명치 않다고 하지만, 건축물에 이용되었던 것만큼은 확실하기에 유적으로 보호되는 것 같았다. 또, 삼별초의 흔적이 제주 전역으로 흩어져 김통정과 관련된 것들을 다른 유적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산일출봉의 등경석이 그중 하나이다. 삼별초의 위상이 이때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항파두리 성벽을 걷다
항파두리 성벽 외곽을 걷다 보면, 예전 SNS에 눈길을 끌던 장소가 하나 나온다. 바로 항파두리 나홀로나무. 아름답게 홀로 서있는 나무와 잔디 언덕은 왠지 모를 평화로움을 선사하고, 이곳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를 더욱 여행하고 싶게 만들었다. 평화라는 단어와 퍽 어울렸던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이곳은 분명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아 마땅한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