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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의 역사를 간직한 구 한림제지
아트 플레이스로 재탄생
일제 강점기에 누에를 키우는 공장이었다가,
70여년간 종이를 만드는 공장으로 지내왔다.
가동이 멈춘 공장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며
기능을 잃었다.
<리모델링 되기 전 한림제지 외부 모습>
10여년간, 폐허로 방치되다 최근 명소로 다시 태어난 곳이 있다.
1927년 설립된 산일제사공장이, 한림제지 공장으로,
폐업과 함께 흉물로 장기간 방치되다,
이어 도시재생의 손길이 닿아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바로 세종시 조치원 1927 아트센터가 그 주인공이다.
십 여년 동안 조치원 인근의 흉물로 방치되어왔던 한림제지 건물.
재정비와 리모델링을 거쳐 문화와 카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됨은 다양한 의미가 있다.
과거와 현재를 접목해 보존과 재해석의 가치를 살려낸 것.
<리모델링 되기 전 한림제지 내부 모습>
이 곳은 2022년 7월 개관을 거쳐 문화와 예술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고 있다.
외부에는 한림제지 시절 사용되던 벽돌과 저수조 등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어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도 그럴것이, 이 곳을 매입해 완공까지 하는 과정에서
구 한림제지 공장의 골조와 시설을 보존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 건물에 담겨있는 의미를 비롯해
내부의 첫 인상도 너무도 이색적이었다.
마치 근현대의 역사 속으로 들어온 듯한,
구한말 우리나라의 느낌이 나도록 인테리어가 되어있었다.
한림제지의 느낌을 살린 독특한 외관의 뼈대를 고스란이 간직하고
과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리모델링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최근 떠오르는 자연적인 인테리어도 적용됐다.
해가 잘 드는 곳에 살아있는 식물들을 심어놓아 자연친화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야말로 '재해석'이란 키워드가 떠오르는 곳이다.
아트센터 내부엔 커피와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카페 '헤이다'가 위치하고 있고
벽면에 비치되어 있는 장서들로 다양한 독서도 즐길 수 있다.
헤이다의 시그니쳐 메뉴인 2만 3천원. 브런치는 1만원에서 2만원 대에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음료는 4천원에서 1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가격도 나쁘지 않다.
시나몬과 과일 등을 팔팔 끓여 나온 뜨거운 와인인 뱅쇼도 8천원대에 즐길 수 있다.
추운 겨울날, 무척 좋은 메뉴일 것으로 기대된다.
공장식 서까래와 나무 기둥, 그리고 책, 커피.
무척 어울리는 조합이다.
책들도 예술에 관련된 서적들이 가득해
예술적으로 변모한 이 공간과도 잘 어우러진다.
카페 테이블 바로 앞에는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롤스크린이 마련돼있는 다목적홀이 있다.
흑백영화가 방영되고 있는데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무대와 객석이 마련돼 있어 행사시에는 콘서트와 영화 상영, 전시 및 각종 공연을 열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건 그랜드 피아노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
상상만 해봐도, 소규모의 멋진 공연이 가능한 공간처럼 여겨진다.
대기실과 미팅룸도 인상적이다.
나무결이 살아있는 테이블에, 정갈하게 배치된 책장.
나무 지구본과 은은한 샹들리에 조명.
타닥타닥, 벽난로에 불길만 솟아오르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만 같은 곳.
공연 진행시에 출연자 대기실로 사용되는 이 곳은
회의실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마치 1927년도의 격동기에 들어온듯한 내부 모습이 인상적이다.
행사가 없는 날에는 이용객들이 자유롭게 이 곳을 둘러볼 수 있다.
사진 촬영도 가능하며 이 곳에 앉아 음료도 즐길 수 있다고.
이런 멋진 인테리어를 한 이 곳의 주인은 미술을 공부한 사람이라고 한다.
역시, 미술 공부한 사람은 달라.
(내가 미술 전공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재해석'과 '재생'을 떠올리는 오래된 엔틱 가구들이
조치원 1927 아트센터 곳곳에 장식돼 있다.
오래된 턴테이블에 영화 ost lp가 올려져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일까?
소품 하나하나에 정성이 깃들어 있음이 느껴진다.
빨간 비단 의자, 생화가 올려진 목조 테이블.
큰 초가 들어가는 고무나무 등.
한껏 레이스로 꾸미고, 머리를 올리고
이 곳에 앉으면 근현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개화기 의상들이 비치되어 있는데,
이 옷을 입고 웨딩 사진을 찍어도 잘 어울릴만한 공간처럼 여겨진다.
안어울리겠지만 한번 입어보고 싶다.
물론, 레이스 옷 말고 저 남자 제복이 더 끌린다.
최근 이 시설은 국토교통부 주최, 주관하에 시행중인
한국건축문화대상 중 사회공공부분에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상은 우수 건축물을 발굴해 시상하고
건축인의 창작 의욕을 높이며
변화하는 건축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상이다.
실재 이 건물 중 한채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는 등 역사를 품은 건축물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
영화 소품으로 쓰일 듯한 거울 속. 그 속에 비친 나를 한 컷 찍어본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는 평범해서,
괜히 한껏 더 꾸미고 와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구한말 옷을 빌려서 입는 프로그램도 마련되면
이 건축물의 향취를 한껏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 곳을 같이 찾은 분들도 연신 "너무 멋진 공간이다"라고 찬사를 연발한다.
아직 찾는 사람도 많지 않아 조용하게 담소를 나눌 수 있다.
두툼한 목재 테이블에 앉아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책 한권을 빌려 조용히 독서에 빠진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은 곳.
달콤한 팥빙수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함께 하며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 조치원 1927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근현대의 정취를 예술적으로 만나보고 싶다면,
이 곳을 방문해 역사와 예술의 향기를 흠뻑 느껴보길 바란다.
* rhe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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