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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JEJU ISLAND, BUNKER DES LUMIERES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맞을 때도, 역시나 맞지 않을 때도 존재하며 말이다. 성산을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비가 오지 않는다 했는데, 타닥타닥 금백조로 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와이퍼를 자동으로 쓰기엔 애매한 빗방울. 비가 쌓일 때면 수동으로 손가락을 올려대며 쓸려내려가는 비를 바라볼 때 나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비가 그치기를 바라며 모험을 할지, 아니면 잠시 이 비를 피할 은신처에서 일보 후퇴할지.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오늘은 왜인지 일보 후퇴를 해야겠단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렇게 나는 빛의 벙커로 걸음을 옮겼다.
흐림 속의 빛
빛의 벙커
빛의 벙커에 주차를 하니 흐린 하늘이 성산을 뒤덮었다. 나름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나는 다시금 이곳이 오래전 국가 통신시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옛날 사용하던 관제탑에는 출입 금지 표지판이 있고, 무성한 풀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벙커. 잘 보이지 않았던 모습마저 보이게 되니 새로이 여행하는 기분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내가 이곳을 마지막으로 찾았을 때는 <지중해로 간 화가들 '모네, 르누아르...샤갈'>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지금은 <<세잔, 프로방스의 빛>>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기서 놀라운 건 새로운 전시가 시작된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다는 것이다. 이제는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구나 하고.
THE LIGHTS OF PROVENCE 세잔, 프로방스의 빛
2022.11.04-2023.10.15
빛의 벙커는 이제 유명할 대로 유명해진 전시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몰입형 미디어 아트라는 장르로 귀로 듣고, 눈으로 따라가며 전시관 전체가 무대가 되는 하나의 공연. 처음 빛의 벙커가 제주에 오픈했을 때 느껴진 웅장함을 센세이셔널 하게 다가왔다. 이번 전시 <세잔, 프로방스의 빛>에서는 세잔하면 떠오르는 사과를 소재로 그린 정물화 및 <카드놀이하는 사람들(1890-1895)>,<목욕하는 사람들(1906년경)> 등 세잔의 주요 작품을 선보였다.
세잔에 대하여
세잔은 초상화, 정물화, 풍속화, 풍경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그리면서 회화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탐구했던 작가로 유명하다. 세잔이 1861년 파리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했던 당시, 그의 작품을 살롱전에 출품을 거절당했다. 1895년 프랑스의 화상 앙브루아즈 볼라르가 세잔의 작품 세계를 기념하는 회고전을 열기 전까지 동시대 사람들은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오늘날 세잔은 현대 미술의 선구자로 불린다. 작품 활동 초기에 그는 인상파의 뒤를 따랐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형태 및 색채의 표현 방식을 연구하며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 차별성을 두었다. 이후에는 야수파, 입체파 및 20세기 초 아방가르드의 여러 기조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유명한 화가로는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등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테마별 여정을 따라 이번 전시는 전기부터 후기에 이르는 세잔의 작품들을 보여줬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풍경화는 세잔이 자연의 본질로 여겼던 프로방스의 풍경으로, 비베무스의 채석장, 레스타크, 그리고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소재인 생트 빅투아르 산이 있다.
전시는 또한 세잔이 그린 초상화와 자화상을 통해서 그의 내면의 고뇌에 대한 시선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작품들은 그가 가진 고유의 스타일과 그의 그림에 나타난 세계와의 새로운 관계를 보여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선사했다.
더움이 가실 무렵, 마지막 여름 날 들린 빛의 벙커. 다음 전시는 가우디와 달리라고 알고 있는데 좋아하는 두 작가의 컬래버레이션이 기대가 된다. 겨울이 올 때 다시 한번 찾아보려 한다.
오늘의 여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