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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알라 코알라
KOALA, TARONGA ZOO
어릴 적 책에서, 애니메이션에서, 머나먼 나라의 동물들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에서나 만난 적이 있다. 회색의 보들보들한 털을 가진 귀여운 작은 존재를. 걸음은 나무늘보처럼 느리고, 식성은 까다롭디 까다로워 유칼립투스 잎만 먹는다고 하는 이 존재를 언제 직접 만날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다. 대한민국에서 12시간 떨어진 거대한 섬이자 대륙인 호주에서나 볼 수 있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상상만 하던 작은 존재 '코알라'. 아주 짧았던 호주 여행이지만, 이 짧은 순간 만나게 됐다. 여유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타롱가 동물원'에서.
시드니라는 여유
타롱가 동물원
히어로 스시를 먹으며 달링하버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항구 위의 풍경은 꽤나 포근했다. 선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 습관이 밴 듯 빠르게 걸어갔고, 그 뒤로는 총 총 총 갈매기들이 두 발로 날 생각은 안 하고 뛰어댔다. 몇몇 사람들은 항구 주변 앉을 만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한창 동안 햇볕을 맞으며 대화했다. 이 여유를 조금 더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즘, 마음속으로 스멀스멀 떠오른 다음 일정. 소니 헤드셋을 끼고, 카메라를 쥐어든 채 마지막 롤 하나를 집어먹은 뒤 여행객 행세로 두리번, 두리번 쓰레기통을 찾은 뒤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가까운 트램 역에서 카드를 찍고 목적지인 서큘러키로 향했다.
서큘러키에서 탄 페리
트램을 타고 도착한 서큘러키엔 페리 선착장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시드니의 대중교통은 왜인지 기분 좋은 느낌이다. 이런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얼까. 한국에 없어서 일까. 아니면 이미 한국 대중교통에 질릴 대로 질려버려서일까. 전자도 후자도 맞는 말이겠지. 서울 생활을 할 때 느꼈던 지옥철의 끔찍한 기억과 과격하게 운전을 해대는 택시와 버스(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기억에는 그런 운전기사가 많았다.)는 차를 몰 때 여전히 위협이 되기 때문일 거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2번 선착장에서 페리를 기다렸다. 목적지인 타롱가 동물원으로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서 말이다. 30분에서 40분 사이마다 운행이 되는 페리. 운이 좋았던 걸까. 4분 뒤 출발이라는 표시가 눈에 들어와 기분 좋게 페리 위에 탑승하게 됐다.
페리 위의 풍경
운이 좋게 페리에 올라탄 뒤, 관광객스럽게 곧장 2층 야외 공간으로 걸음을 옮겼다. 페리 바깥 풍경은 그저 동물원으로 이동하는 수단이 아닌 여행 그 자체였다. 어느 유람선 부럽지 않은 풍경. 시드니의 관광 랜드마크인 하버브리지가 눈앞에 보이고, 그 옆으로 하얀 조가비 모양의 오페라 하우스가 담긴다. 시드니 풍경 전체를 담는 페리 위의 풍경. 이는 여행의 이동 수단이자 그 자체였다.
타롱가를 여행한다면
타롱가를 여행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페리에서 내린 뒤 아래에 있는 매표소를 통과해 여행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페리에서 내린 뒤 버스를 타고 꼭대기에 있는 매표소에서 여행하는 방법이다. 위 문맥에서 많은 독자는 눈치챘을 거다. 타롱가 동물원은 산을 깎아서 만든 동물원으로 아래 매표소를 통과해 여행하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뒤 여행하거나 오르막길을 오르며 여행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코스는 크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버스를 타고 위로 올라가 천천히 곱씹으며 아래로 내려가는 게 최고다. 그렇게 아래에 도착하면 페리 승강장에서 곧장 시드니로 다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타롱가 동물원도 그것을 추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이유는 메인 매표소가 위에 있기 때문이다.
도심 속 동물원
곧장 버스를 타고 메인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은 뒤, 더위를 식힐 겸 코카콜라 슬러시 하나를 구매했다. 차가운 탄산 맛이 들어오니 가시는 더위. 타롱가에서 다양한 동물들을 맞이할 최상의 컨디션을 만든 뒤 기린부터 코끼리, 고릴라까지 다양한 동물을 만났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물론 코알라가 당연 우선이지만, 그다음으론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건초를 먹고 있는 기린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동물원과 도시가 잘 어우러지는 모습. 타롱가 동물원은 도심 속 동물원이라는 타이틀에 가장 걸맞은 장소였다.
알라알라 코알라
타롱가 동물원에서 모든 동물을 다 만났지만, 코알라를 만난 순간 보다 기쁜 순간이 있을까. 심지어 눈을 뜬 코알라를 말이다. 보통 코알라는 20시간 정도를 자는 동물이라고 하는데, 허락된 4시간이 동물원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코알라를 소개하는 시간이 타롱가 동물원에 딱 한 타임 있는데 그 시간, 그 자리에 운이 좋게도 서 있었다. 말똥말똥한 눈으로 아이 컨택을 허락한 코알라. 이번 호주 여행은 이것 하나만으로도 완벽했고,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늠름하고, 귀엽고
코알라를 만난 뒤 호주를 상징하는 대표 동물인 캥거루도 만났다. 근육이 웬만한 성인 남자보다 낫다. 저렇게 누워만 있는데 근손실은 안 날까 우려스럽지만, 조금은 근손실이 나도 괜찮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캥거루. 코알라의 귀여움과는 상반되는 모습에 굳이 오래 시간을 들이며 보지는 않았다. 캥거루를 지나 마지막으로 만난 동물은 물범이었다. 자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저 반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혹여 깨지는 않을까 기대를 품으며 오랜 시간 지켜보았지만, 10분 넘는 시간 동안 나는 한 장면만 볼 수 있었다.
오늘의 여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