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디세이(황정희) 작가의 다른 여행기
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60일 로드트립의 애마, 렌트카를 찾고 캠핑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사고 한인마트에서 양념류를 싹 쓸어담았다. 산타모니카를 걸었고 마리나델레이의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즐감했다.
천사들의 도시 "Los Angeles", 쇼핑만 하다 끝나버렸다. 도로를 달리다 마주친 마약 중독자의 실상에 가슴이 내려앉았고 한국보다 더 김치 종류가 많은 한인마트에서 유레카를 외치며 한국의 K-food, K-culture의 힘을 피부로 느꼈다. 미국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맘껏 즐겼던 미국 LA도시탐험 이야기
여행 기간은 7월과 8월 두 달이다. 굳이 미국, 캐나다인들의 휴가시즌과 겹치는 완전 성수기에 가는 이유는 우리의 일정 대부분 국립공원에서 캠핑을 하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캠핑인데 여름을 고집하는 이유는 캠핑 준비물의 간소함과 날씨, 또는 여행의 편의성를 들 수 있다. 이는 국립공원의 날씨가 주요 요인이다. 일례를 들면 요세미티국립공원은 12월부터 3월 사이에 눈이 많이 오고 이 눈은 4월부터 6월 사이에 녹는다. 2023년 올해 같은 경우는 눈이 녹는 봄에 홍수까지 겹쳐 물난리가 났다. 그때 쓸려 내려온 바위와 나무 둥치가 도로에 뒹구는 등 도로 정비가 안된 곳이 꽤 있고 국립공원 내의 캠핑장도 폐쇄된 곳이 많았다. 7월, 8월은 눈도 대부분 녹고 트레킹하기에 최적이다.
한국 공항을 오후 2시 40분에 출발해서 LA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같은 날 10시 20분, 총 비행시간은 12시간 40분이었다. 인천에서 LA는 운항하는 항공편이 많은 노선이다. 우리는 캠핑 여행이라는 것 때문에 유난히 짐이 많아 부칠 수 있는 수하물이 여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했다. 기내에 들고 갈 수 있는 20kg의 짐 외에 수하물로 25kg짜리 두 개를 부칠 수 있다는 메리트는 충분히 값을 했다.
인천공항에서 체크인을 하였다. 긴 시간 편하게 가보겠다고 2인 15,000마일로 결제가 가능한 이코노미 좌석 제일 앞 칸을 신청했는데 이에 대한 효과는 미지수다. 앞쪽 좌석의 경우 바로 앞에 화장실이 있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고 화장실에 가지 않더라도 꽤 공간이 있기 때문에 장시간 굽은 다리를 펴려는 사람들이 자리에서 나와 서있곤 한다. 중국인 남녀가 우리 좌석 옆의 넓은 공간에서 시끄럽게 꽤 오랫동안 떠드는 것을 보고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미국·캐나다 로드트립을 하며 내내 떠나지 않은 생각은 과연 인종차별을 겪거나 아니면 눈으로 볼 수 있을까 또는 ‘내가 하고 있지는 않나’였다. 비행기에서의 이런 상황을 시작으로 이 화두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드디어 LA 공항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LA공항은 세련되지 않았고 압도적이지도 않았다. 미국 국기를 보고 미국임을 체감했다는 정도의 감흥이다. 비자면제프로그램인 ESTA(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를 미리 신청해 두었기 때문에 입국 심사가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고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Have you visited the United States before” 미국에 온 적 있느냐?
“What is the purpose of your visit?” 이번 방문 목적을 묻고 난 후
“How long will you be stay?” 얼마 동안 체류할 거냐는 질문에
“Two Month”라고 답하니 눈이 동그래지면서 “왜 그리 길게 있느냐?”라는 질문이 나왔다.
“미국과 캐나다를 여행할 거고 횡단할 거다”라는 내용의 말을 건넸고 “좋은 여행 하라”는 인사를 받았다.
심사대를 통과한 후 짐을 찾아 세관 심사를 하는 곳을 나가려는데 브레이크가 걸렸다. 대부분 그냥 통과하는데 우리는 별도로 된 곳으로 따라가란다. 누가 보면 이민이라도 가는 줄 알 정도로 커다란 짐더미때문이었다. 앞사람이 일일이 박스를 뜯어 그 안을 샅샅이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도 짐을 다 풀어야 하나?’ 싶은 걱정은 기우였다. 몇 개의 가벼운 가방만 검색대를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옆으로 그냥 밀고 가라고 하였다. 형식적인 절차였을 뿐이었나? 그렇다면 앞 사람은?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그냥 통과시킨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공항을 나와 알라모 렌터카 셔틀버스가 정차하는 곳을 찾아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 안에는 짐을 차곡차곡 쌓는 칸이 있다. 사람들이 드나드는 통로에 놓으면 짐칸에 쌓으라는 경고를 듣게 된다. 무조건 짐칸에 꾹꾹 밀어 넣어야 한다. 여행 중 느낀 것, 미국, 캐나다 모두 예외나 편법은 없다. 룰에 따라야 한다.
렌터카 사무실에 도착해서 한국운전면허증, 국제운전면허증과 신용카드를 제출하고 긴 시간의 설명(?)을 듣고 난 후 차량을 고르게 했다.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차량 중에 운행 거리가 가장 짧은 차량을 선택했다. 트렁크에 큰 아이스박스를 넣었을 때 공간이 넓어 용이했고 내부도 널찍해서 긴 여행에 불편함이 없었다.
자동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도로 가장자리 보라색 자카란다 꽃이 매혹적이다. 얼마 전 포루투칼 여행 중이라는 여행작가가 올린 가로수 사진에 자카란다를 보고 감탄하였는데 이곳에서 그 보라색 꽃을 보다니. 아열대 원산의 키큰 나무인 자카란다는 봄부터 여름까지 2개월 동안이나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의 개오동꽃과 닮아 보인다.
숙소는 몬터레이에 위치한 주택가에 위치했다. 2달 일정의 짐을 꾸려야 하기 때문에 독립공간이 필요하여 선택한 숙소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하였다. 차고에 차를 넣고 숙소까지 들어가려면 총 세 차례 비밀번호를 눌러야 했다. 방 2개에 거실이 있는 2층 공간을 이틀 이용하는데 지불한 금액은 ₩422,900원. 몇 달 전에 예약을 마쳐서 이 가격이다. 대강 짐을 내려놓고 쇼핑을 나선다. 회원권을 준비해온 코스트코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캠핑용품이 다양하지 않았다. 피곤함에 오늘 일정을 얼렁뚱땅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첫 식사로 특A 소고기를 구워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LA에서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여행 내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것. 이곳저곳을 둘러 보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쇼핑은 월마트에서 이루어졌다. 대형 아이스박스를 사고 캠핑매트, 침낭, 의자, 탁자 등 온갖 것을 구입했다. 그다음 간 곳이 한인마트다. 양념류 구매를 위해서다.
코리아타운과 가까운 한인마트를 가는 도중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는 사람을 보았다. TV에서나 봤던 마약 중독자의 모습이다. 차가 신호를 기다리고 그 신호가 바뀌어 움직일 때까지 그대로 멈춰 미동이 없었다. 섬찟하다. 이 모습이 미국의 민낯일까? 인도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이들, 마약중독자처럼 보이는 이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헐리우드페임에서 내렸을 때 가까이에서 중얼중얼하다 큰소리를 치는 이상한 사람에 놀랐고 어서 빨리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향했다.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휴식을 취하는 동네 해변이었다. 인라인을 타거나 담요를 깔고 누운 사람들, 바다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 번잡하고 시끄러운 산타모니카는 그 속에 삶의 모습이 녹아 있어 다정해 보였다. 다음으로 간 베니스해변은 젊었고 흥이 넘쳤다. 길을 걷다 만난 젊은이가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다. BTS Korea라는 말에 꺅 소리를 치며 환하게 웃었다.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놓칠 수 없어 부랴부랴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섰고 우리가 향한 곳은 마리나델레이다. 6,000척의 요트가 있는 선착장. 8시 반경 시작한 불꽃놀이는 20여분 이어졌고 마지막 하이라이트에는 누군가의 선창에 미국 국가가 울려퍼졌다. 자리를 잡은 후 나는 움직일 수 없었고 다른 이들의 관람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 가 걱정하여 물어보니 괜찮다고 얼른 사진 찍으라고 미소를 지으며 말해 주었다. 크라이막스 부분을 제외하고는 두런두런 얘기 소리와 감탄 외에는 조용하였다.
불꽃놀이가 끝나고 난 뒤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차들로 북새통이어도 누군가 나서 교통정리를 하는 대로 따르고 인내하며 양보하면서 차례를 기다렸다. 짙은 밤, 숙소로 돌아오는 차에서 ‘피융’하고 올라오는 불꽃과 ‘팡’ 하고 터지는 소리를 간간이 들었다. 누군가는 마약에 찌들어 삶을 거리에 내동댕이치고 있고 어떤 이는 사랑하는 이와의 시간을 온유함으로 채우고 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국립공원 캠핑 여행이 시작된다. LA의 도시에서 스치듯 만난 이들은 기괴하기도, 친절하기도 했다. 내가 낯설고 이질적인 공간으로 떠나왔음을 실감하며 정신 없이 하루를 보냈다. 내일은 LA를 떠난 다니 기분이 좋아졌다.
블루오디세이(황정희) 작가의 다른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