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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부럽다고 생각하다가 다시 생각을 고쳤다.
BEFORE SUNSET
타롱가 동물원에서 만나고 싶었던 코알라와 다양한 동물을 실컷 보고, 다시금 페리를 탔다. 페리 위에는 여전히 시드니를 상징하는 오페라 하우스가 물 위를 유영했고, 저 멀리에는 하버브리지가 안온한 여행이 되었냐며 안정감 넘치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오후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정을 잘 매듭지었다는 사실은 J 성향에게 커다란 선물처럼 다가왔다. 완벽했던 2일차 여행. 그 후의 일정은 어땠냐고?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
여유가 부럽다 말했다
시드니의 오후
페리에서 내리니 아쉬움이 밀려왔다. 시드니의 풍경을 떠나보내는 것 같아서. 하지만, 그 풍경 위를 걸어야 진정한 여행이 아니겠는가라는 위로 아닌 위로는 페리에서 땅으로 인도했다. 귀에 소니 헤드셋을 끼고, 좋아하는 카더가든의 목소리를 벗 삼아 선착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호주의 일상 위를 누비는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거리를 나섰다. 한 손에는 카메라를 쥐고, 그들의 일상을 담으며 말이다.
도파민 중독자
중독이었다. 작은 화면이 전부였다. 그 안에 나오는 때로는 재밌는, 때로는 의미 없는 것이 흐르는 시간을 자꾸만 놓치게 했다. 이번 여행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휴대폰은 최소로만 보기로 했다. 내가 허락한 도파민은 노래를 듣는 것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니 주변의 사물이 보였다. 사람들의 표정이 보였다. 시드니라는 도시의 감성이 느껴졌다. 그들의 평범한 일상인 트램 안은 나처럼 노래를 듣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조용히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았다. 퇴근 시간, 트램 안은 도파민 중독자로서 보지 못했던 다양한 풍경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찾아왔다. 왠지 모를 부러움이.
생각은 하기 나름
차이나타운에 내렸다. 조금 걷고 싶어서. 15분 정도 걸으면 숙소까지 갈 수 있기에 조금은 일찍 내리는 것은 문제가 안 됐다. 길 위에는 퇴근 시간이어서 인지 많은 사람들이 트램을 타고, 걸으며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도 한국과 다를 건 없어 보였다. 대부분 작은 화면에 몸을 맡겼고, 풍경을 유심히 보는 건 나와 같은 여행자였다. 그런 풍경을 보니 또 부러움은 금세 사라졌다. 상황은 사람마다 다른 거고, 부러움은 생각하기 나름이기에. 그러면서 여유는 부러워하되 이 여유는 장소 상관없이 어디서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로 했다.
비포 선셋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이라 말한다. 태양이 기울면서 빛이 사선으로 풍경을 내리쬘 때의 색은 실로 놀랍다. 평소 일상처럼 걷던 거리도 마법처럼 로맨틱해지니까. 그러니 여행을 하며 만난 비포 선셋의 순간은 얼마나 놀랍고, 아름답겠는가. 짧은 시간, 신이 내린 선물을 만끽하는 것. 이것만큼 여행을 완벽히 즐기는 것도 없을 테다.
시드니는 호주라는 커다란 대륙 특성상 일몰이 아름다운 곳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 곳 일몰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시드니 CBD 북서쪽 변두리 높은 위치에 있는 천문대가 그곳이었다.
빛과 어둠의 경계
일몰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 눈에 담기는 풍경의 색이 대비되기 때문은 아닐까. 그말인즉슨 빛과 어둠의 경계가 명확해지며 바라보는 빛이 어둠을 통해 더 또렷하게 보인다는 뜻이다. 그림자가 커지고, 빛 뒤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어둠이 공존하는 일몰.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기에 이 시간은 더욱 아름답다. 시드니 천문대가 위치한 공원 위에는 이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이 시간을 즐겼다. 이번에는 헤드셋을 빼기로 했다.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한 순간, 이곳은 더욱 아름다워졌다. 풍경 위에 점처럼 놓인 사람들. 그들의 대화에 묻어있는 사랑의 이야기는 천문대 공원을 정말 맛있는 케이크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나눠 먹는 순간처럼 만들었다. 선선해진 날씨, 포근한 풍경, 들리는 긍정적인 대화들. 어찌 이 시간을, 이 순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나는 사람들
시드니의 2일차이자 마지막 밤인 순간, 모든 게 들어맞는 사랑스러운 풍경 위로 생각나는 사람들이 나열됐다. 엄마, 아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이 풍경을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만큼 시드니의 마지막 선셋은 완벽했다. 아주 많이 감사할 정도로.
에프터 선셋
해가 완전히 질 무렵 담기는 하버브리지, 그 뒤로 보이는 루나파크와 도시 건물들. 해가 완전히 지기 바로 직전 하늘은 놀랍게도, 아주 짧은 시간 선명한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한다. 그 순간 담기는 풍경이 시드니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라니. 탕롱가 동물원부터 페리, 그리고 이 순간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앞에 놓인 동화 같은 집들과 뒤로 보이는 도시는 조화로워 식상하지만,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왜 한국인은 멋진 그림을 보면 사진 같다고 말하고, 멋진 풍경을 보면 그림 같다고 말할까. 여전히 아이러니하지만, 여전히 이 식상한 표현을 사랑하는 나다.
새로운 불빛들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그리고 새로운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건물들 창으로 보이는 주황의 불빛과 그 속에 평화로운 풍경. 이 모습이 눈에 담기니 여행도 끝이 나기 시작했다. 다음 날이면 뉴질랜드의 여행이 시작된다. 어떤 여정이 있을까 기대되고, 기대됐다. 뉴질랜드 여행의 워밍업이었던 호주 여행. 이 순간은 안온함으로 강렬하게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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