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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으로 점포 수만 1만 개가 넘는다는 남대문 시장! 만화가가 꿈이었던 어린시절 문구용품을 사기 위해 친구들과 지하철을 타고 종종 오기도 했고 시장을 가로 지르는 골목 사이로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언젠가는 친구에게 아기가 생겼을 때 유아복을 사러 오기도 했고 이따금씩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방문하면 서울은 이런 곳이란다 하는 마음으로 손잡고 데리고 갔던 기억도 난다.
사람도 많고 가게도 많은 만큼 남대문에는 숨겨진 맛집도 정말 많이 있는데 오늘은 칼국수 골목을 소개하려고 한다. 참고로 나는 어렸을 때 남대문에서 잠깐 일을 한 적이 있어서 남대문 맛집 탐방에 푹 빠져 있었던 때도 있었다! ㅎㅎ
칼국수골목은 서울역에서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지만 회현역이 더 가깝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로 나와 10m 정도만 내려가면 한켠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시장통이 나오고 우레탄 커튼으로 된 좁은 입구를 들어서면 듣기만 해도 친숙해 보이는 이름의 칼국수집이 길을 따라 양쪽으로 쭉 이어진다.
남대문 칼국수 골목은 한국전쟁 때 모습이 갖춰졌다. 6.25 직후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잔반을 파는 가게가 모여 있었는데, 이곳에서 칼국수를 함께 팔던 게 시작이라고 한다. 예전엔 지붕이 없어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먹어야 할 정도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남대문과 명동을 대표하는 먹자골목이 됐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칼국수 집들 중 한 곳을 뽑으라면 아마 최강달인 남해식당이 아닐까?
최강달인 남해식당
영업시간 : 06:00 ~ 21:00
전화번호 : 02-319-7245
주소 :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4길 42-1
(지하철 회현역 5번 출구에서 24m)
최강달인 남해식당은 이 골목에서 사람이 가장 바글바글하다. 1989년 개업했으니 올해로 벌써 36년이 되었다. 김진순 향우와 김정순, 김두례 세 자매가 운영하고 있으며 생방송 오늘저녁, 2TV 생생정보, 모닝와이드, 한국인의 밥상, 생방송 아침이좋다, 생활의달인, MBC파워매거진, 찾아라 맛있는TV, 굿모닝 대한민국, 생방송 투데이 등 여러 방송매체에 출연하며 맛집으로 인정 받았고 그 결과 가게도 두배로 커졌다.
- 메뉴 -
칼국수 5,500원 / 보리밥 6,000원 / 찰밥 7,000원 / 수제비 5,500원 / 냉면 6,000원
칼국수 + 냉면 8,000원
보리밥 + 칼국수 + 냉면 8,000원
찰밥 + 칼국수 + 냉면 10,000원
수제비 + 냉면 8,000원
냉면 + 칼국수 10,000원
스페셜세트) 보리밥 + 칼국수 + 냉면 + 된장국 + 김치 8,000원
1인 1메뉴 주문 / 현금만 가능
이곳의 메뉴는 조금 특별하다. 칼국수, 보리밥, 찰밥 같은 단일 메뉴도 있지만 칼국수를 시키면 냉면을 주고 보리밥을 시키면 칼국수도 주고 냉면도 주는 세트 메뉴가 그렇다. 칼국수 면은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이 손으로 반죽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담백한 멸치 육수에 유부와 김가루, 양념장을 올려 만든 칼국수와 시래기 된장국을 곁들이는 보리 비빔밥이 이 집의 인기 메뉴다.
바 형태의 자리에 앉아 보리밥 + 칼국수 + 냉면 세트를 주문했더니 1분도 안 돼 후루룩 나왔다.
열무김치와 배추김치 이렇게 2가지 종류의 김치와 얼큰한 된장국, 냉면이 먼저 나왔다. 세트메뉴에 있는 냉면은 1인분 냉면이라기 보다 작은 찬그릇에 나오는 서비스 냉면인데 서비스라고는 해도 오이, 무, 계란까지 들어가는 완벽한 비빔냉면이다. 에피타이저 비냉이랄까..ㅋㅋ
칼국수는 칼국수 골목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주문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직접 썰어 삶는다. 잘 익은 칼국수 면을 건져 내어 갖가지 고명을 듬뿍 올리고 양념장과 국물을 부어 나오는데 면발은 못생겼지만 쫄깃쫄깃하고 맛있다. 혹시 양이 부족하다면 칼국수를 다 먹고 더 달라고 요청해도 된다!
비빔밥 형태로 나오는 보리밥과 찰밥은 테이블 바로 앞에 있는 큰 그릇에서 무채와 미나리, 콩나물, 상추를 손 가는 대로 집어 밥그릇에 수북하게 올려준다. 역시 비빔밥이라는 것은.. 전주비빔밥 처럼 고급 요리로 먹는 것보다 양푼에 아무거나 집에 있는 남는 재료를 넣어 고추장 넣고 팍팍 비벼먹는 것이 제 맛 아니던가. 대충 설렁설렁 비벼서 된장국물 호로록 마셔가며 먹는 게 뭔가 정겹단 말이지.
내 옆에 앉은 사람은 단골 같아 보였는데 찰밥을 시켜 주문하고 포장도 잔뜩해 갔다. 누굴 주려고 저렇게 잔뜩 가져갈까 싶기도 하고 어릴 적 엄마가 해마다 지어 주시던 찰밥이 생각나기도 해서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나는 음식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라 맛집 탐방파는 아니고 그저 새로운 것을 찾아 본다는 느낌으로 유명한 맛집을 여행하는 느낌을 더 좋아하는데 나이를 들수록 이상하게 음식이 단지 음식으로 느껴지지 않고 어떤 기억이나 풍경을 회상하게 되는 향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들을 다시 먹으면 그 때 생각이 굉장히 선명하게 떠오르는게 정말이지 참으로 놀랍고 신기한 일이란 말이지. 여튼 다음에는 꼭 찰밥도 먹어봐야지하고 생각했다.
참, 칼국수골목에서 나와 조금 더 걸으면 갈치조림골목이 나온다. 칼국수 골목처럼 양쪽으로 줄지어져 일자로 이어진 구조는 아니고 작은 식당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고춧가루랑 무를 듬뿍 넣고 양은 냄비에 끓여내는 방식인데 가격이 저렴해서 양이 엄청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찬거리와 서비스가 있어 마찬가지로 인기가 많다. 2인분 이상만 받지만 말만 잘하면 1인분도 준다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