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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카우처호수가는 길
히말라야 마못
무협 영화 속 주인공과 악당이 쫓고 쫓기면서 우연처럼 마주쳐서 결국 싸움을 벌이는 무대가 되곤 하는 객잔, 보통 객잔은 황무지나 오지에 있다. 그런 오지에 파묻히듯 있는 위롱시 객잔이 우리의 숙소다. 터덜터덜 비포장도로를 달려 도착한 객잔에 짐을 풀고 렁카우처 호수를 향했다. 티베트 고유의 건물과 야크농장, 그 너머에 부드럽게 솟아있는 야트막한 산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 진달래가 무리지어 핀 것이다.
차를 운전해주는 기사가 갑자기 차를 세운다. 우리에게 다람쥐를 닮은 듯한 히말라야 마못을 가까이 보게 해주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히말라야 마못(Marmots Himalayans)은 다람쥐과에 속하는 설치류다. 보기에도 다람쥐를 닮았다 싶지만, 덩치는 커다란 집고양이만큼 크다. “휘슬 돼지” 또는 “티베트 눈돼지”라 불린다. 그들이 우는 소리가 삐~ 하는 휘슬 소리를 닮았다.
히말라야 마못은 고산인 3,500m와 5,200m 사이의 티베트고원과 히말라야산맥 전역의 고산 초원 지대에서 산다. 산허리에 굴처럼 보이는 것들이 보이면 대부분 이들의 집이다. 보통 여러 마리가 함께 모여 산다. 눈여겨 보니 굴이 보이고 여러마리의 마못이 사람들이 궁금한 지 호기심을 가지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객잔에서 5km를 달렸을까? 왼쪽으로 난 더 험한 길을 올라 렁카우처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차는 우리가 내려오길 기다릴 것이라고 한다. 가이드가 관광지라고 하는데 구글 지도에 표시가 안 되어 있어 실제로 그곳에 가기 전에는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표시가 안 될 정도이니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을까 했는데 이런 오지에도 많은 사람이 있었다. 간간이 비가 뿌리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렁카우처(冷噶措 영어로 Lenggacuo)는 Minya Konka Range 서쪽에 있는 호수로 Minya Konka 산의 반영 사진을 찍는 명소이다. 렁카우처 호수 날씨가 좋아 호수 위에 설산의 반영을 볼 수 있는 시기는 10월과 11월이다. 6월, 7월, 8월에는 구름과 안개로 인해 산을 볼 확률이 낮긴 하다.
말을 타고
4,500m호수까지
매표소처럼 보이는 허름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한 명당 30위안의 입장료를 냈고 매표소 건물을 나와 렁카춰로 가기 위해 나서자 넓은 벌판에 말이 수십 마리 매어져 있고 그 옆에는 오토바이도 꽤 많이 보인다. 이곳 입구의 고도는 4,000m, 호수까지 가려면 500m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 약 4.5km의 거리다.
입구부터 보이는 길은 공가산라운드 트레킹에 비한다면 거의 고속도로 수준이라 할 만큼 잘 나 있다. 그러나 고산병에 시달렸던 트라우마는 걷기보다 말타기를 하도록 종용하는 것 같았다. 승마비는 편도 1인당 200위안이다. 여기의 말들은 샹리우체에서 로도메인빙하까지 타고 올랐던 짐 싣는 말에 비하면 양반이다. 훨씬 크고 단단해 보이며 안장도 제대로 얹혀있다.
험한 길을 말을 타고 올랐던 경험이 있었기에 처음보다는 여유가 생겼다. 첫 번째에는 말 안장을 꽉 잡느라 핸드폰을 꺼낼 엄두도 못 냈던 것에 비해 핸드폰을 꺼내 몇 컷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호수에 도착하자 구름이 너무 짙어 건너편의 설산 봉우리들이 제모습을 보여주지를 않는다. 구름에 피어오르는 호수는 황량한 듯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꽃들이 보였고 히말라야 마모트가 가까이 다가와 먹이를 달라는 듯 주변을 배회했다.
앞니가 튀어나와 뭐를 먹나 하였더니 호숫가에 풀이나 꽃을 먹는다. 이곳은 관광지이다 보니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도 익숙해진 것인지 잘 받아먹는다. 일행 중 한 명에게 무릎 위에 올라올 것처럼 가까이 다가와서 먹을 걸 달라고 졸랐다.
6월은 우기의 시작
앙증맞은 고산 꽃들
호수 주변에 네모난 건물은 일몰, 일출을 기다리는 이를 위해 공간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나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안 좋아서인지 자물쇠가 걸려 있다. 그네 의자에 앉아 혹시라도 구름이 걷혀 설산의 위용을 보여줄까 기다렸다.
비가 오니 우비를 꺼내 입어서 한기가 든다. 서로의 체온에 기대어 그네에 옹기종기 앉아 히말라야 마모트와 놀면서 오후 4시부터 1시간여를 기다렸으나 날이 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포기해야 하나 보다. 공가산(7,556m)는 히말라야 연봉을 제외하고 중국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고산은 대부분 구름이 걸려 정상을 보기 어렵다는데 하필 날씨도 좋지 않으니 포기할 수밖에.
걸어서 내려가는 길에 만난 고산의 꽃들이 빗방울 맺힌 청초한 모습으로 자꾸만 발을 붙잡는다. 매발톱나무와 공가산에 많다는 진달래(중국에서는 두견화(杜鵑花)라 부른다.), 중국이 원산지인 천리향이 나무꽃이라면 고산의 석회암지대에서 자라는 Androsace villosa는 앵초과의 봄맞이를 닮은 풀꽃이다.
고산병은 고산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말을 타고 올랐던 4.5km를 1시간 10분 만에 내려왔다. 돌아오는 길에 가이드가 취안화탄을 둘러보자고 하였는데 날씨도 흐린 데다 저녁 무렵이고 황룡에서 석회암 계단 연못을 실컷 보았기에 굳이 볼 필요가 없다 여겨 숙소로 향했다.
객잔은 3,900m의 Yulongshi 마을에 있다. 숙소에 돌아오자 렁카우처에 가지 않은 한 명이 고산병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고산병 증상이 더 악화되는 듯해 한 명의 가이드와 고산병 증상이 심한 2명은 캉딩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부랴부랴 차량을 수배하여 가이드와 함께 출발했다. 객잔을 떠난 시각은 6시 50분, 캉딩까지 가는 데만 해도 5~6시간 가량 걸릴 텐데 안개와 오락가락하는 비에 무사히 도착할 수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