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고 어청도 구불길을 걷기로 한다. 89%가 100m내외의 오르내리는 산지라 걸을 맛이 나는 섬길다. 어제 걸은 길이 4코스와 1코스고 오늘은 한반도 지형이 보이는 3코스와 해안데크길은 2코스다. 어청도에는 4개의 구불길이 있으니 오늘까지 걸으면 모두 다 도는 셈이다. 3코스 안산넘길의 포인트는 해안절벽과 어청도항의 평화로움 사이를 아슬아슬 걷는 능선길이다. 3코스에서는 한반도지형을 볼 수 있다?
어청도 초등학교
두 그루 향나무 교문
3코스를 가려면 어청도 등대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 팔각정까지 올라야 한다. 아침의 어청도 마을은 깨어날 준비를 한다. 주민은 450여 명, 그들은 항구 근처에 오밀조밀 모여있다. 소박한 항구를 지나 단순한 일상의 섬마을이 평온하게 다가온다.
전횡장군의 사당인 치동묘를 지나 어청도 초등학교에 이른다. 어청도 초등학교는 올해로 딱 백년 째를 맞는다. 그런데 올해에 폐교되었다. 옛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딱 하나가 부족해 100을 채우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숫자적 상징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우리나라 전체에 위협으로 다가오는 점점 줄어드는 아이들, 더욱이 섬이라면 그 영향이 더 빨리 치명적임을 실감한다. 아이들은 없지만, 학교를 보기 위해 몇 개의 계단을 오른다. 어청도 초등학교 입구를 아치 형태로 감싸고 있는 향나무가 명물이다. 얼기설기 뻗은 가지가 서로를 꽉 붙잡아 그늘을 만들고 있다. 아이들은 향나무 아래를 지나 운동장을 걸어 교실로 들어갔으리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어청도민들의 어린 날의 기억을 쓰다듬듯 드리워져 있을 것 같다.
초등학교에서 나와 팔각정까지는 오름길이다. 어제 등대를 보고 내려오는 길은 수월했는데 아침 6시 반에 출발했는데도 덥게 느껴지는, 꽤 오르막 길에 힘이 부친다. 섬에서 느끼는 고요의 끝판왕이다. 닭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마을에 비해 항구는 배의 드나듦으로 쉴 새 없다.
어청도 트레킹의 백미는 등대길
참미이자 비밀은 3코스 안산넘길
3코스(안산넘길)은 팔각정에서 오른쪽 공치산과 안산 능선을 넘어가는 트레킹 코스다. 4코스인 전횡장군길이 원시림이었다면 이곳 3코스는 섬풍경을 보면서 트레킹 할 수 있어 어청도를 만나기에 가장 좋은 길이다. 어청도 트레킹 코스인 4가지 코스를 다 돌 여력이 안된다면 가볍게 등대길과 해안산책길에 더하여 이곳 3코스를 가보길 권한다.
섬 어디를 가나 칡넝쿨과 잡초가 드세게 자라고 있었다. 이곳 어청도는 주민이라고 해봐야 450여 명, 그들이 바다로 나가 물고기 잡기도 바쁜데 산길을 정비할 여력이 있을까? 군산시의 관심과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무릎까지 오는 잡풀을 헤쳐나간다. 이슬에 젖은 풀들이 바지 아랫단을 적신다. 어청도에서는 트레킹 시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예덕나무가 많이 보이고 칡넝쿨은 여전히 위세를 자랑하고 강아지풀이 활개를 치는 숲길이다. 탁 트인 들판을 가로지르는 구불구불한 길은 돌아설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에 새로운 걸음에 대한 힘을 준다. 약간의 소금기가 따라붙고 발밑은 돌과 흙이 섞여 걷기 쉽다 할 수는 없지만, 눈을 시원하게 하는 풍경에, 드러나는 섬의 비밀에 힘든 줄도 모르고 걷게 된다.
어청도는 새를 애호하는 이들과 낚시인들의 성지이다. 새들이 새끼를 낳을 때인 4~5월, 그중에서도 비가 오거나 안개가 꼈을 때 많은 새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때는 새를 찍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어 숙소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참고하도록.
능선을 몇 번 오르내리다 드디어 한반도 지형이 보이는 곳에 선다. 섬의 형태가 이런 모습이라니, 내가 서 있는 곳으로 뻗어내린 줄기는 숲과 풀에 의해 그 형태가 퍼지지만 위쪽은 형태가 뚜렷하다. 이 경치를 보기 위해 아침밥을 포기하고 이른 아침 트레킹을 나왔나보다. 그 몫을 충분히 하는 풍경이다. 3코스는 해안 절경과 함께 걷고 오른쪽으로는 어촌 마을의 소박한 풍경이 함께 한다. 내내 눈이 즐거운 걷기 길이다.
해안산책길 따라
걸은 후 어청도 맛 즐기기
낯선 이들의 침입 때문일까? 바위 절벽에 쉬던 어린 송골매가 화들짝 놀라 날아오른다.
목넘쉼터에 마련된 정자가 멋스럽다. 흘린 땀을 식히며 앉아서 사방으로 뚫린 경치를 감상한다. 안산으로 넘어가려 시도하였는데 풀이 가슴까지 자라서 더 앞으로 나가는 것은 무리로 보여 해안길로 내려간다. 기껏 내려갔는데 데크길 출입금지라고 되어 있다.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어 아래쪽으로 더 내려갔고 어찌어찌 2코스인 해안데크길에 도착했다. 곳곳이 파손된 흔적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지만 바다에 몰아치는 태풍과 풍랑의 영향때문이라 여겨진다. 자연재해 앞에서 무력한 인간의 모습이 아닌가. 얼른 정비되어 아름다운 해안길을 안전하게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아침을 걸렀더니 배가 몹시 고프다. 3코스를 걸어 올라가 6시 반 부터 10시까지 걸었으니 배고플 만도 하다. 아침밥에 나온 자연산 돌미역으로 끓인 미역국 이야기에 침이 고인다. 땀을 씻어내고 난 후 점심을 먹기 위해 군산식당에 들어간다. 꽃게탕과 생선구이다. 주인장에게 사정해 아침에 남은 미역국을 사정해 먹었다.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만한 깊고 진한 풍미다. 찬수는 얼마 안되도 반찬 하나하나가 맛있다. 반찬을 몇 번이나 리필해가며 역시 전라도 맛이라며 또 한 번 엄지를 치켜 올린다.
군산식당은 10월 10일부로 비응도에서 어가 생선구이라는 백반집으로 새로 개업한다고 한다. 어청도 안에는 군산식당 외에 아름식당, 중국집 양자강도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매표소에서 이곳 할머니들이 담근 조개젓을 3만원에 구입하였다. 집에 와서 청향고추를 송송 썰어넣고 조개젖무침을 만들었더니 삼삼하니 맛이 좋다.
어청도 여행 팁
평일에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에서 1박 이상 체류하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여객선 운임을 할인한다. 평일(월~목요일) 어청도에서 1박 이상 숙박하는 여행객은 민박업체에서 여객선사에 숙박자 명단을 통보해 주면 24,500원자리 평일 운임을 5,000원에 살 수 있다. 이는 어청도 주민 운임과 같다. 5월부터 9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