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는 정말 '가고싶은섬'이다.
하지만 섬여행은 배를 타야한다는 낭만적인 제약이 있다.
원래 계획한 2박3일 여행은 풍랑으로 배가 뜨지 않으면 출근 못하는 일이 생겨버린다.
또한 땅에 굳건히 발을 내리고 살던 육지인은
몇시간이나 뱃속을 흔들어대는 배멀미를 견디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인천 백아도와 백령도 여행이 꽤 만족스러웠지만
울릉도 여행이 자꾸 미뤄지는 이유가 되었다.
울릉크루즈는 멀미를 일으키지 않는다.
왜? 처음 만나는 순간 이해가 간다.
"아~ 커다란 산이 움직이는구나. 그래서 흔들림을 못 느끼겠구나."
장비에 대한 자신감으로 크루즈 승객에게 선실을 보여주는 무료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스테이블라이저'는 파고가 높을 때 배의 흔들림을 줄여주는 도구인데,
거북선 옆구리 노처럼 길다란 날개같은 부속이 나와 균형을 잡아준다.
평택에서 을지문덕함 항공모함 만큼이나 큰것같다.
이동하는 시간은 오래걸린다.
쾌속선이 3시간 이내 도착한다면 두배인 6시간 이상 소요된다.
그 긴 시간 어떻게 지내라는거지?
울릉크루즈에서 시간 보내는 방법으로
5층 식당 공연, 노래방, 선상 술집 운영과 미디어아트쇼,
계단 설치된 게임기, 무료로 대여해주는 보드게임 등이 있다.
한대가 포항과 울릉도를 왔다갔다 하는데
포항에서 한밤 중 약12시에 출발해 이른 아침 6시 넘어 도착하니까
살랑살랑 요람을 흔들어주는 느낌의 침대에서 잠들었다가 일어나면 울릉도에 도착해있다.
선상 일출을 보려면 알람 맞추고 한 시간 가량 일찍일어나면 된다.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장면은 꽤 볼만하고 낭만적이다.
사동항 여객선터미널 인근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육지에서도 터미널 식당은 복불복인데 2층에 있는 한식뷔페는 너무나 짰다.
다양한 나물과 라면을 끓여먹을 수 있는 시스템에 한껏 기대했는데
나물이 너무나 짜다. 문득 조지아에서의 악몽이 떠오른다.
맛있으나 모든 음식이 너무 짜서 "Please Less salt"라고 말하고 다녔다.
다행이 이 식당 빼고 도동항, 나리분지, 사동에서 들른 울릉도 밥집은
적당한 간에 담백해서 맛있게 먹었다. 양은 적다.
가격은 배로 물자를 들여와야하는 섬 특성상 비싸다.
작은 홍합밥 한그릇에 18,000원이 통상적이다.
우릴 데리러 올 관광버스를 기다리다가 여객선터미널에서 태극기 스카프를 산다.
울릉도는 독도 근처라서인지 왠지 일본사람에게 우리땅이라고 드러내야할 것 같다.
태하항 모노레일 타러간다.
한칸에 20명 정원인 2량 모노레일이 부지런히 승객을 실어나른다.
태하향목전망대까지는 숲을 지나 걸어가야한다.
태하는 큰 바람이라는 뜻이다.
돛단배로 이동했던 시절 태하항은 바람으로 번성했다.
빠르게 울릉도까지 데려다주던 큰 바람은 많은 배를 모이게했고,
특산물이던 오징어를 말리기에도 좋았던 것이다.
대풍감은 바람을 기다리는 언덕이라는 뜻이다.
향목은 제사상에 사용되는 향을 만드는 나무인데
과거 태하리에서 현포리 사이에 '향나무재'가 있었다.
기대하고 갔던 향나무가 많이 없던 이유는 석달 열흘동안 이어진 큰 산불때문이다.
이 때 향나무 타는 냄새가 강원도까지 풍겨 사람들이 울릉도에 큰 불이 났음을 알게되었다.
지명을 보고 향기에 취하겠구나 하며 올랐다가 의외로 몇 그루 없음에 실망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다. 대신 태하향목전망대에서 바라 본 풍경은
향나무군락지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대신하기에 충분하다.
얽히고 설킨 동남동녀 연리지 나무를 '멋있구나'하고 무심코 사진에 담다가 안내문을 보고 착잡해진다.
인신공양의 흔적이다. 1417년 ( 태종17년 ) 울릉도 쇄환정책을 이행한 안무사 김인우가
꿈에 나타난 해신에게 바치려고 어린 남녀아이를 남겨두고 섬을 떠난다.
마치 인당수 심청이처럼 험한 바다를 달래고 무사히 지나가기위해 제물로 바친것이다.
이후 섬을 다시 찾았을 때, 서로 부둥켜안고 백골이 된 동남동녀의 모습을 발견하고 사당을 지어 제를 지낸다.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엉켜있는 연리지가 그들을 연상시켜 '동남동녀 연리지'라고 부른다.
'쇄환정책'은 폭설이 내려 관리가 힘든 겨울에 사람이 살지 못하게 섬을 비우는 것이다.
24절기 중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이 온다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8월의 마지막날은 무척이나덥다.
울릉도 바닷물 온도가 높아져 찬바다에 사는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단다.
기후변화가 무서워지는 요즘이다.
아직 내려오지 않는 동료들을 기다리며 아이스크림을 서울의 두배인 2천원에 사먹으며 기다린다.
아침에 먹은 엉겅퀴나물과 마가목젤리를 기념품으로 구입한다.
천적이 없는 울릉도엉겅퀴는 육지와 달리 가시가 없이 부드럽다.
된장넣고 국 끓여먹어야겠다. 마가목은 술을 담그던데 관절과 염증치료에 좋단다.
달달한 젤리로 만들면 효과가 얼마나 있겠나 싶지만 한봉지 5천원으로 선물하기에 부담없다.
울릉도해안도로를 따라 사동항에서 서면으로 이동한다.
봉분이 뾰족한 무덤이 보인다. 제주도에서 흔히 보이던 무덤인 밭땀과 달리
울릉도에는 무덤을 보기 힘들다. 조선시대 사람이 살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근대 이후로 아프면 치료를 위해 육지를 나왔기 때문에 섬에서 죽는 경우는 많지 않단다.
울릉군청에서 사용신청하는 캠핑장이 있다.
다음에 한번 이용해봐야겠다.
차에서 잠시 내려 거북바위를 구경한다.
얼마전 거북이 머리부분에 해당되는 부분이 무너져내려 지금은 거북이형태는 아니다.
거북바위 좌측 (동쪽)은 평탄하고 우측(서쪽)은 울퉁불퉁한데 서로 다른 암석 재질이기 때문이다.
좌측은 침식에 강한 포놀라이트 관입암, 우측에는 침식에 약한 집괴암과 현무암이 분포한다.
그래서 분리되었나보다.
이제 나리분지 방향으로 이동한다.
울릉도 사동항
경북 울릉군 사동리 946 ( 울릉순환로 78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