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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아쉬운 매홍손을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인 치앙라이로 향했다. 치앙라이는 태국 최북단에 위치해있다. 매홍손에서 치앙라이에 가려면 반드시 치앙마이를 거쳐가야 한다. 산악지대다보니 대중 교통은 아직 없었다. 차를 렌트했다면 시도해볼만하겠지만, 뚜벅이 여행자다보니 먼저 치앙마이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치앙마이까지 6시간,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까지 3시간. 9시간만에 치앙라이에 도착했다.
치앙마이에서 출발하는 치앙라이행 버스. 3시간이면 도착한다.
요즘 태국 북부에서 치앙마이 못지 않게 유명한 여행지가 바로 치앙라이다.
치앙라이는 1933년 태국의 주로 편입되기 전까지 수백년간 버마(지금의 미얀마)의 지배를 받던 곳이었다. 그렇다보니 치앙라이에 도착하면 어딘가 모르게 태국과는 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치앙라이의 대표 관광지는 골든트라이앵글이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가 만나는 삼각주로 한때는 동남아시아 마약의 온상지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약 생산지의 불명예를 벗고 커피와 예술의 도시로 재탄생했다. 새로운 골든트라이앵글을 만나는 것 또한 치앙라이의 볼거리다.
치앙라이에 도착해 가장 먼저 화이트템플이라 불리는 왓롱쿤(wat Rong Khun)을 찾았다.
태국여행에서는 사원이 흔하다. 그렇다보니 어느 순간에는 비교 조차 안될 정도로 다 비슷해 보이는데, 치앙라이 사원만큼은 한눈에 알아보게 된다. 바로 색(色)때문이다. 하얀 겨울 왕국에 온 것 같은 백색 사원이 있는가하면 바닷물을 머금은 듯한 블루사원(왓롱 쑤어텐)과 블랙템플(반탐아트스페이스)도 있다. 사원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치앙라이의 자유로움은 사원에서도 느껴진다.
눈꽃이 피어난 화이트템플
치앙라이에 대해 잘 몰라도 아마 화이트템플만큼은 한번쯤 봤을 것이다. 사원 외벽이 모두 하얀색으로 칠해져있어 마치 소복히 눈이 쌓여있는 듯한 사원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태국이 아니라 시베리아 어디 쯤에 온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렇다보니 실제 이름인 왓롱쿤보다 화이트템플로 불리운다.
지금은 누구나 찾는 치앙라이 대표 사원이 됐지만, 화이트템플의 역사는 의외로 짧다. 찰름차이 코싯피팟이라는 치앙라이 아티스트가 1997년 디자인한 현대 사원이다. 현재는 일부만 건축된 것으로 2070년이 되야 사원이 모두 완성된다.
화이트템플 행 버스는 치앙라이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다. 치앙라이 대표 여행지답게 하루에도 10여편의 버스가 운행된다. 버스는 당장 폐차장에 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낡았지만, 오히려 덜컹거리는 버스의 진동이 여행의 낭만을 더해준다.
30여분만에 도착한 화이트템플은 입구에서부터 눈을 사로잡았다. 사원 속 어딘가에 겨울 왕국 속 엘사가 살고 있지 않을까. 30도가 넘는 뜨거운 태양아래 겨울왕국이라니. 그래서인지 사원을 보는 것만으로도 치앙라이의 무더위가 한풀 꺽여지는 듯했다.
입장료는 100밧이다. 태국 물가 치고는 싸지 않은 금액이다. 그럼에도 화이트템플 내부는 관광객들이 넘쳐났다.
본당에 들어가려면 먼저 윤회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그런데 다리 양 옆의 조각상이 무시무시하다. 수많은 손들이 뒤섞이며 고통에 아우성치는 모습이 마치 지옥에 온 듯하다. 현세에서 과업을 지으면 저런 모습으로 처참하게 살아야 한다니 전율이 느껴진다. 사람이 죽은 뒤 다리를 건너면 되돌아올 수 없는 것처럼 사원 관람 방향은 한길이다. 혼자 태어나 혼자 죽음을 향해 가는 인간의 숙명을 보여준다.
본당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지만 사원 외벽을 배경으로는 촬영이 가능하다. 많은 관광객들이 파란 하늘과 하얀 사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사실 화이트템플은 멀리서 보는것과 달리 자세히 보면 페인트칠이 벗겨져있고, 울퉁불퉁하게 덧칠까지 되어 있다. 어디 화이트템플 뿐이겠는가. 인생은 멀리서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보면 비극이 아니겠는가.
화이트템플행 버스
윤회의 다리
이곳에서 기도를 드렸다
바다 한 스푼, 블루템플
화이트템플과 함께 치앙라이에서 또 유명한 사원은 블루템플이다. 사원 앞으로는 콕 강이 유유히 흐른다.
화이트템플을 디자인한 코스피팟의 제자 푸타 살라녹 캅캐우가 디자인했다. 제자는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듯 화이트템플과 조각스타일은 같고 색깔만 다르게 사원을 만들었다. 그동안 사원에서 잘 쓰이지 않던 청녹색을 사용했다. 이곳 또한 원래 이름인 왓롱 쑤어텐보다 블루템플로 더 유명해졌다.
2005년부터 11년간의 공사끝에 만들어졌으니 화이트템플보다 더 최근에 지어진 현대 사원이다.
'춤추는 사자'를 뜻하는 쑤어텐의 이름처럼 사원 곳곳에는 사자상이 있다. 아담한 사원으로, 30분이면 사원 한바퀴를 돌아볼 수 있다. 본당 내부에는 푸른 빛의 부처님이 있고 부처의 일생이 천장과 벽에 그려져있다.
청색과 황금색의 조화, 바다물을 머금은 푸른 불상은 낯설고 신비롭다.
어딘가에서 틀을 벗기란 참 쉽지 않다. 종교는 더욱 규제가 심하다. 신앙의 영역은 성스럽고 신성스러워야 한다. 그렇다보니 자연히 엄숙주의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치앙라이 사원에서는 무한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이런 자유분방함이야말로 치앙라이를 예술의 도시로 부르는 이유일 것이다.
블루템플 근처에는 멋진 식당이 있어 함께 가보기 좋다. 저택을 개조한 식당으로, 콕강을 마주하고 있다. 저렴하지만 맛있는 태국 북부 음식전문점으로 현지에서도 유명하다. 치앙라이의 낭만적인 밤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블루템플 근처에 있는 분위기좋은 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