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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몰아치는 비소리. 텐트를 직접 때리는 비소리는 내 귓속으로 집적 몰아치듯 들려왔다.
괜찮겠지.. 에이 괜찮아.
괜찮다며 텐트의 내수압 스펙을 다시 확인했다. 오늘따라 유독 강한 바람. 바다가를 향하고 있는 입구는 디팩마냥 내 몸쪽으로 튀어 나와있다.
불안함. 테스트할 기회긴 하지만 여행을 망칠 기회여서도 안된다. 침낭, 매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배낭에 집어 넣고 잠을 청했다. 물론 잠 따위는 오지 않았다. 그저 새벽 두시까진 텐트가 괜찮았다.
새벽 다섯시 반. 추워서 입은 옷덕에 밖의 비 덕에 온 몸이 습기로 꾸득꾸득하다. 어차피 더 자기도 힘든 상황. 라디오를 키고 랜턴도 켜서 어두운 텐트 내부를 살펴봤다. 예상보다는 적은 물이지만 묘하게도 자체적으로 심실러를 바른 곳에서는 여지 없이 물이 세는 듯 했다. 이건 어떻게 해야 할려나... 일단은 스포츠 타월로 4방향의 소재가 다른 원단을 연결한 곳 밑의 물을 닦고 밖을 바라봤다. 그래도 아침이라고 어둡고 무거운 구름은 하늘에 가득 했지만 비는 그쳤다. 그 때 내 눈에 왠 빨간 빛이 보였다. 한참 이재은의 아침을 여는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말이다.
아직 세상을 깨우기 싫다는 듯 자리 잡은 먹구름과 여전히 늘 그자리에 있는 지평선 사이 작은 공간에 붉은 빛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말도 안되고 기대도 안했던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지평선에서부터 구름속으로 사라지기까지 멍하니 쳐다봤다. 완벽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일출. 그만의 색을 보였다.
감상은 여기까지. 이제는 떠나야할 준비를 해야할 때다. 추위는 커피를 마시며 해결하고 서둘러 텐트를 털고 자리를 나선다. 텐트 주변과 텐트가 있던 자리가 확연히 다른 색을 보이는 게 묘하다. 물론, 그렇다고 텐트가 젖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모래가 자꾸 텐트에 들러 붙는 묘한 상황이 나타났다. 하지만 길은 나서야 하고 텐트는 말리기 힘든 상황. 이럴 때를 대비해 애초에 방수팩을 따로 준비해온 상태였다.
당장이라도 말리고 싶지만 아직 숙소를 가기엔 이른 상황이다. 망상 해변 이후에는 이제는 익숙해진 해안가를 따라 걷는 해파랑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방송에 나왔다고 할 때 나올 '예정'이라고 말하는 솔직한 집
유난히 곰치국이 많던 거리를 지나 해파랑길은 서서히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실 저 멀리 등대가 보일 때부터 혹시 했다. 그동안 해파랑길이 한번씩 등대 주변으로 조성된 길을 따라 주변을 둘러보면서 구경 시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비교적 체력이 빵빵한 이른 시간이기도 했고, 올라가는 길이 마치 해안가의 작은 언덕 마을 같아서 아기자기하게 이쁜 모습을 보여서인지 딱히 싫지는 않았다.
묵호 등대
묵호등대는 강원도 동해시의 주요 항구인 묵호항 근처에 자리한 등대이자 논골담길의 종착지다. 등대의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탁 트인 동해가 펼쳐져 풍광이 시원스럽다. 등대가 있는 언덕 아래에는 동해를 마주 보는 카페와 민박집이 여럿 있다.
동해시의 관광명소인 논골담길에는 묵호항의 역사와 바닷가 주민의 삶이 깃든 담화가 벽에 새겨져 있다. 2010년, 지역 어르신과 예술가가 소통하고 합심해 그림을 그렸기에 ‘벽화’가 아니라 ‘담화’라는 표현을 쓴다. 논골마을에 형성된 논골담길은 논골1길, 논골2길, 논골3길, 등대오름길, 총 네 구역으로 나뉘고, 어느 곳으로 올라가도 묵호등대에서 만난다. 굽이진 언덕길 따라 “신랑 없이 살아도 장화 없인 못 살고”라는 글귀, 큰 보따리를 머리에 인 할머니, 오징어와 명태를 나르는 지게꾼 등 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삶이 담긴 그림을 볼 수 있다. 논골1길 끝자락의 ‘바람의 언덕’은 논골담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동해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있고, 묵호항 일대와 알록달록한 지붕을 인 마을 풍광이 한눈에 담긴다. 또한, 다양한 색상을 연출하는 LED 조명등을 설치하여 야간에 아름다운 빛을 볼 수 있다.
-출처, 대한민국 구석구석
등대 이후에는 벽화 길이 아닌 담화길이 나타났고, 마치 통영의 동피랑 마을 처럼 곳곳에 주민들의 귀여운 손길이 묻어나 있어서 보기 좋았다.
묵호 등대를 지나 내려오면 묵호항이 나타난다. 동해시에서 가장 넓고 발달한 곳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제대로 된 관광지였다.
묵호항 이후에는 조금은 이상한 길들을 지나가게 된다. 철길을 우측에 두고 좌측의 철책을 두고 사이로 지나가는 좁은 길이라고 해야할까 철책 사이다보니 큰 배낭을 메고 지나가는 나로서는 여간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었다.
너무 좁은 길.
마침 넓은 공간에서 해가 들어오자 서둘러 텐트를 꺼내 말리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말리면 냄새도 나지 않고 무게도 가벼워지니 이럴 때 서둘러 말려야 했다.
동해역을 만나고, 기차역 앞에는 식당이 많아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다. 길 위의 식당이 귀할 때가 많다보니 골라 먹을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
그 후 자전거 길과 여러 표지를 따라 몇 번을 길을 헤매게 되었다. 뭔가 일부러 돌리는 경향도 있고, 공장지대도 있다보니까 좀처럼 길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촛대 바위가 보이는 추암해변에서 텐트를 치고 쉴까 싶었지만, 마침 공사중이라 매우 시끄러웠고, 뭔가 새로이 개편하는 듯 해서 조금 더 길을 이어나가서 삼척시로 넘어가게 되었다. 조금만 건너가면 증산해변이 나타나는데 마침 이곳에서도 촛대바위가 잘 보였다.
나는 굉장히 지친 상태였지만, 시간은 아직 이른 상황. 카페에 들어가 지친 몸을 달래기도 하고, 필요한 전자기기 충전도 이어갔다. 조금 오랜시간 있다보니 이곳에서 맥주도 시켜 나름 힐링 타임을 가지게 되었다. 요며칠 계속 해변에서 자고 있지만 은근 해변이 기울어진 경우가 많아 늘 잠자리가 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변이 아닌 곳에서 자기 힘든 와중에 눈앞에 데크가 보였다. 하지만 이 데크는 카페의 데크. 아쉬운 마음에 그냥 해변에서 텐트를 쳐도 되냐고 여쭤보았다. 그런데 되돌아온 답변이 의외였다.
"나무 데크 말하시는 거에요? 요즘은 손님이 별로 없으니까 밤에는 치셔도 괜찮아요!"
놀라운 답변이 되돌아 왔다! 드디어 오랜만에 평평한 잠자리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빵도 맛있고, 사장님도 친절하면서 맥주도 파는 증산해변의 산타 로사 카페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