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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주요 도시의 박물관, 기념관을 돌아보는 뮤지엄 투어
#28. 광저우 해사박물관
해사(海事)라고 하면 바다와 관련된 모든 일을 의미한다. 즉 배를 만드는 조선과 배를 운행하는 해운도 모두 해사에 포함된다. 광저우 해사박물관은 바다와 관계된 모든 내용들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특히 필자가 다녀본 중국 내 어떤 박물관보다도 중국 조선(造船)의 역사를 잘 정리해 놓았다.
광저우 해사박물관 입구. 2024 Ⓒ 김동하.
당·송 시대(7-13C) 광저우-아랍 간 항선도. 광저우 해사박물관. 2024 Ⓒ 김동하.
당·송 시대 원양 선박 모형. 광저우 해사박물관. 2024 Ⓒ 김동하.
광저우 해사박물관은 광저우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황포구 수동가묘두(穗东街庙头)에 위치하고 있으며 다행히 이곳까지 광저우시 지하철 노선(南海神庙·남해신묘역)이 연결되어 있다. 또한 박물관 바로 맞은 편에 청나라 부두 유적지(清代码头遗址)가 있다. 또한 부두 유적지 배후에 있는 남해신묘(南海神庙)는 수나라 때인 594년에 조성된 사당이다. 역대 중국 황제들이 이곳에 와서 바다의 평안을 빌었던 역사적 장소이며, 해상 실크로드가 시작된 곳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곳에 해사박물관을 조성해 놓은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지상 4층, 지하 1층으로 이루어진 광저우 해사박물관은 총 점유면적이 18000㎡ 규모이며, 총 건축면적은 5620㎡ 수준이다. 이중 지하 전시실 면적은 3840㎡, 지상 및 야외 전시실 면적은 1780㎡에 달한다. 수중에서 출토된 도자기 유물은 100여건이며, 남송 및 송대 시박사(市舶使) 관련 유물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역대 중국 해사(海事) 관련 전시물을 소장하고 있다.
닻 대신 쓰이는 돌(Killick). 광저우 해사박물관. 2024 Ⓒ 김동하.
수밀격벽(방수격막·watertight compartment) 구조의 당대 목선구조. 광저우 해사박물관. 2024 Ⓒ 김동하.
조선용 수제 공구. 광저우 해사박물관. 2024 Ⓒ 김동하.
당대, 송대, 원대, 명대에 시박사(市舶司)라는 무역담당 관청이 설치되어 세관 업무를 수행했다. 청대에는 시박사가 폐지되고 세관이 등장하기에 이른다. 청나라 때 통상 항구 4곳에 주요 세관을 설치했는데, 먼저 강희제 23년인 1684년 복건성 하문에 민해관(闽海关·복건세관)을 설치한 것이 첫번째이다. 민(闽)은 복건성의 약칭이다. 바로 그 다음 해(1685년)에 월세관(광동세관)이 광저우에 설치되었고, 청대에 가장 많은 무역량을 처리했다. 1685년, 절세관(浙海关·절강세관)도 절강성 영파(宁波)에 설치되었고, 장강과 연계된 내륙 무역까지 관장하였다. 같은 해 강세관(江海关)이 상하이 송강(上海松江)에 설치되었으며, 이로써 청대 4대 세관 체계가 완성되었다.
당대 동전 및 은괴. 광저우 해사박물관. 2024 Ⓒ 김동하.
송대 구리 및 금 잉곳(주괴. Ingot). 광저우 해사박물관. 2024 Ⓒ 김동하.
송대 동전. 광저우 해사박물관. 2024 Ⓒ 김동하.
광동성은 중국 최남단에 위치하며, 복건, 강서, 호남, 광서, 홍콩, 마카오와 인접해 있고 바다는 남해와 인접해 있으며, 북회귀선이 광동성 중부를 지난다. 송나라때 이곳에 광남동로(廣南東路)라는 행정구역을 설치했고, 줄여서 광동로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 연유로 ‘광동’이라 부르게 됐다. 광동성의 현재 약칭은 웨(粤)인데, 그 배경은 기원전 204-111년간 이 지역에 남월국(南越国)이라는 나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월국은 한무제에게 멸망되었다. 따라서 한동안 광동성의 약칭은 웨(越. 넘을 월, 나라이름 월)로 불리었다. 그런데 춘추전국시대(B.C.770-222)에 지금의 절강성 지역에 월(越)나라가 들어선다. 결국 월(越)은 절강성 혹은 광동성의 약칭으로 한동안 혼용되었다. 서기 23년에 완성된 역사책인 한서(汉书)에 처음으로 광동 지역을 남월(南粤)으로 부르면서 웨(粤)가 별칭으로 등장했다. 이 때 남월 지역을 영남(岭南) 일대로 지칭했는데, 광동성에 위치한 산맥인 남령산맥의 남쪽 즉 광동 남부 지역을 가르킨다. 청말에 이르러 이러한 혼용을 바로 잡기위해 광동성은 영남을 가르키는 웨(粤)로, 절강성은 웨(越) 혹은 저(浙)로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송대 도자기. 광저우 해사박물관. 2024 Ⓒ 김동하.
벨리퉁 난파선 모형(당대 도자기 운반 무역선). 광저우 해사박물관. 2024 Ⓒ 김동하.
벨리퉁 난파선 발굴 유물들. 광저우 해사박물관. 2024 Ⓒ 김동하.
광동성은 춘추시대에는 백월(百越)이라고 칭하고, 명나라 때부터 현재의 광동으로 칭했다. 광동성의 수도이자 최대 항구인 광저우항의 대외무역은 서한(西漢. B.C.202-8년)초기에 이미 형성되었다고 역사서(漢書·地理志)에 해상 실크로드 노선과 함께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송시대부터 급속히 발전하여 페르시아 및 아라비아와 교역이 이루어졌다. 광동성의 수도인 광저우는 명대 말기에 중국 최대의 무역항으로 발전했다. 청나라 때 총독제를 신설하여, 광동성과 광서장족자치구에 양광(兩廣) 총독을 두었으며, 1746년에 총독부를 광저우에 설치했다.
광저우는 진시황이 점령한 후 남해군(南海郡)을 설치했었고, 당나라 때 페르시아 지역까지 교역했던 해상실크로드 발상지였다. 당나라 말기 광저우 연간 입항 선박이 40,000여척에 달했으며, 광저우 거주 외국인 상인 수가 12만명에 달했다. 해금령(海禁令· 정부가 허용한 지역 외에서의 무역을 금지)을 실시했던 명나라 때도 광저우는 동남아시아 각국의 조공선이 입항하는 중국의 유일한 통상항구의 관문 역할을 담당했다. 청나라 때 광저우는 중국 도시 최초로 유럽과 교역을 시작하며 항구도시로서의 명성은 절정에 달했다. 강희제는 1685년 중국 4개 세관, 월해관(광저우), 민해관(푸저우), 절해관(닝보), 강해관(상하이)을 대외 개방해 외국 상선이 입항하도록 했다. 이후 1757년 건륭제가 다른 3곳 세관 폐쇄할 때에도 월해관(광저우)은 그대로 남아 대외무역을 독점하며 청나라 황실에 진귀한 서양 문물과 비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광저우는 청대 중국 최대 무역항으로 부상했다.
남해 수중에서 발굴된 강진향목. 광저우 해사박물관. 2024 Ⓒ 김동하.
당나라 광저우항 모습. 광저우 해사박물관. 2024 Ⓒ 김동하.
이곳 해사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유물 중 하나는 벨리퉁 난파선(Belitung shipwreck)에서 발견된 도자기, 향신료, 침향, 중약 등이 있다. 9세기에 아랍 무역선 1척이 인도네시아 자바해 벨리퉁섬(Belitung Island) 해역에서 난파되었다. 이 해역은 예로부터 산호초가 넓게 분포되어 있어 큰 배들이 항해하기 힘든 곳이었다. 무역선은 바투히탐(Batu Hitam: 검은 바위, 黑石)이라는 암초에 부딛쳐 난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연유로 벨리퉁 난파선을 중국에서는 흑석호(黑石號)라고 부른다.
1998년 바다 속에서 해삼을 캐던 잠수사가 도자기를 발견했고, 2년후 본격적인 수중 발굴이 이뤄졌다. 난파된 선체와 무역품들이 바닷속 17m 지점에 고운 모래에 덮인채 잘 보존되어 있었다. 이는 20세기 동남아시아 수중고고학 역사상 가장 큰 성과로 손꼽힌다. 200톤급의 벨리퉁 난파선(최대 길이는 20~22m, 너비 6.5m)은 해상 실크로드를 따라 아시아를 왕래하던 아랍 무역선이었다. 출발지는 바로 이곳 광저우였고 목적지는 페르시아만의 무역항으로 추정된다. 발굴된 도자기에 ‘보력(寶曆) 2년’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당나라 경종(敬宗) 2년, 서기 826년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당시 해상 실크로드를 주도했던 이슬람 세계의 아바스제국(Abbasid Dynasty, 750~1258)과 중국 당(唐, 618~907) 간의 해상 무역활동과 상호 문화교류의 흔적들을 알 수 있다.
남해신묘 출토 유물 와당 등. 광저우 해사박물관. 2024 Ⓒ 김동하.
당대 시박사에서 외국 사진 접대 모습. 광저우 해사박물관. 2024 Ⓒ 김동하.
이 배에는 6만7,000여점의 각종 보물이 가득 차 있었다. 파손된 것을 포함하면 7만 점으로 추정된다. 선적 화물들은 장사요 도자기, 금·은 그릇과 은괴, 청동거울, 유리병, 칠기, 동전(개원통보와 건원중보), 서아시아 유리기와, 저울추, 선상 생활품 등이다. 특히 갈색 무늬가 특징인 ‘장사요(長沙窯) 청자’, 당삼채 계열의 ‘녹유자기’ 등이 눈에 띄인다. 당삼채(唐三彩)는 당나라 때 백색 바탕에 녹색‧갈색‧남색 등의 유약을 사용한 도기이다.
본 여행기 작성에는 「중국인문·경제지리 (2024)」 를 참고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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