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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예년에는 10월 말이었지만,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 이제야 노랗게 물든 강천섬 은행나무길, 이번 주 지나면 갑자기 추워진다고 하니 얼른 다녀오세요. 강천섬 황금색 은행나무길!
강천섬 은행나무는 이번 주까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낮기온이 덥다 느껴지는 요즘 날씨에 단풍 시기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다음 주부터는 영하를 오락가락할 정도로 추워진다고 하니 서둘러 가을 단풍여행을 다녀와야 할 듯하다. 서울에서 한시간 반 거리~ 강천섬 은행나무길과 산책로를 걸으며 왔는 지도 몰랐다가 너무나 빨리 떠나가는 가을 꼬랑지라도 잡는다.
노랑과 가을빛으로
물든 여주, 강천섬
지금 강천섬은 노랑과 갈빛으로 한창 가을가을하다. 올해는 단풍 시기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너무나 더운 날씨 때문일 것이다. 11월에 20도까지 올라가다니, 말이 안되는 지구촌 날씨, 아니 우리나라 날씨다. 그 때문인지, 산에 가도 단풍나무에 빨갛게 단풍이 들었지 기대하지만 그 사이에 시들어버려 허탈함을 느끼곤 한다.
여름은 너무나 뜨거워서 동남아인가 하였던 것처럼, 올해는 가을을 종잡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을 느끼려는 갈망은 계속된다. 예년보다 너무나 짧아진 가을이라도 어떻게든 가을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
사실 강천섬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10월 27일에 갔었다. 예년 강천섬 은행나무가 물들었던 기억을 떠올려 가보았으나, 웬걸~ 은행나무가 초록초록하였다. 가을색은 커녕 여름인가 하였다. 그래도 늦은 오후에 가서인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은행나무는 초록에 가까웠지만, 그때 느낀 것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여유로운 여행이었다. 아이와 원반 던지기를 하거나, 특이한 조형물에 호기심을 드러내는 아이의 사진을 찍거나,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그저 휴식을 취하는 이들도 보였다. 그들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강천섬에서 삶에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가을 색이 물들지 않았다 하여도 충분히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들처럼 현재를 충분히 즐겨도 좋았을 것을, 노란 은행나무길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내가 욕심이 많은 걸까, 강천섬은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든 것을 보아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쯤이면 은행나무가 물들지 않을까 하는 열흘 뒤에 다시 강천섬을 찾았다. 강천섬은 워낙 힐링과 여유를 누리기 좋은 여행지라 다시 찾는 것에 대한 번거로움은 없었다.
강천섬의 가을 하이라이트
황금빛 은행나무길
역시나, 강천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 은행나무 길이 맞다. 은행나무가 황금색으로 물들어 그사이를 걷다 보면 황금 터널 아래를 걷는 듯하다. 그동안 가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강천섬을 찾아보자. 은행나무길의 노란색 황금융단도 멋스럽지만 섬 가장자리를 따라 놓여있는 산책로도 은근한 정취가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은행나무, 사실은 저 혼자의 힘으로는 지금까지 생존해 나갈 수 없었을 거라고 한다.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릴 만큼 오랜 세월 동안 진화해온 나무라서 매우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여겨지지만 여러가지 장애물이 있어 살아남는 것이 녹록치 않은 나무다.
은행나무 열매가 바닥에 떨어지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거의 똥냄새에 가까워 혹시라도 신발에 묻혀 오면 차 안에 꽤 오래 냄새가 남는다. 동물들이 열매를 먹지 못하도록 이런 냄새를 풍긴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은행을 다른 나라에서 먹는 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은행을 잔뜩 주워와서는 다라이에 넣고 물로 수 차례 씻어낸 후 단단한 것 위에 올려 망치(망치는 은행 열매를 으깰 정도여서 이것보다는 뺀치 정도가 적당하다)를 살짝 두드려 그 사이에 종자를 꺼내서는 후라이팬에 약한 불로 볶아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은행에는 독성이 있어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
종자가 냄새나는 과육에 덮여있는 데다, 과육안의 종자가 워낙 크고 단단해 누가 이것을 퍼뜨릴까 싶다. 게다가 어린 은행나무가 종자를 맺기까지는 30년의 긴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자연 상태 그래도 두면 멸종해버릴 나무인데 사람들이 가로수로 심고 보살펴 세계 곳곳에서 은행나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면 왜 그리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 수 있기는 하다.
아이들과 놀기 좋은
강천섬 너른 잔디밭
강천섬은 특히 아이와 함께 놀러 가기 좋다. 피크닉을 즐기기 좋은 너른 잔디밭과 특이한 조형물, 은행나무길과 산책로가 참 잘되어 있다. 서울에서 한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당일치기 여행지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역시나 강천섬은 넓은 잔디밭이 매력적이다. 최근에 캠핑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 강천섬 캠핑장을 예약하려면 https://camp.yjcf.or.kr/에서 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강천섬 은행나무에만 집중하지만, 강천섬에는 특별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 강천섬에 들어가는 입구에 억새밭이 펼쳐지고 은색 억새 사이에 보라색 꽃이 그닥 화려하진 않지만 굳건하게 피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 강천섬은 단양쑥부쟁이 산지다. 단양쑥부쟁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식물 II급으로 무분별한 남한강 개발로 사라져가는 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지금은 꽤 눈에 띤다. 하지만 알지 못하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무리 지어 자라는 억새나 강천섬에서 바라보는 멋진 풍경에 취해 그냥 지나칠 수가 있다.
단양쑥부쟁이는 억새밭 사이, 돌무더기 위에 의연히 자라고 있다. 단양쑥부쟁이를 보거들랑 눈인사를 해보다. 사람의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잘 자라준 너, 단양쑥부쟁이가 대견하다고.
이번 주가 지나면 영하권의 날씨가 될 거라고 한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며칠 안에 후딱, 강천섬 은행나무길을 걸어보자. 캠핑을 좋아한다면 강천섬에서 캠핑을 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지나는 이들은 보지 못하는 강천섬의 가을, 천천히 느리게 걸으며 그 가을에 흠뻑 취해보자. 그 시간은 올해 안에는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