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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하면 생각나는 풍경? 녹차밭이다. 전국 차 재배의 1/3이 보성에서 일어난다. 어디를 가나 차밭이 펼쳐지는 보성에서 한국차박물관을 찾아 과거와 현재를 만나야 하는 이유다
보성은 차의 고장,
사철 푸르른 녹차 이야기
보성 하면 생각나는 풍경은 사철 푸르른 녹차 밭이다. 진달래 곱던 봄에 가도 녹차 밭은 푸르렀고 단풍이 드는 가을에 가도 차밭은 푸르렀다. 역시나 겨울에 가도 녹차 밭은 푸르다. 보성은 녹차의 고장이다. 전국 차 재배 면적의 34%, 생산량의 37%를 차지하는 녹차의 중심지, 보성을 만나고 한국녹차박물관에서 차의 역사를 한눈에 본다.
이십년 가까이 알고 지낸 지인의 고향이 보성이다. 남에게 베풀기에 아낌이 없고 보성에 계신 어머님을 자주 찾아뵙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는 단체로 떠난 여행에서 동충하초를 샀다. 어머님을 준비한 선물이었다. 그런 모습도 좋았지만 가장 부러웠던 것은 어린 날을 함께 보낸 깨복쟁이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며 행복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푸르른 녹차 밭이 떠오르는 보성은 사심 없이 짓는 무해한 미소다.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보여주는 녹차 밭은 은근슬쩍 감성을 건드린다. 보성에 왔으니 녹차 밭을 마음껏 보리라 마음먹었다. 10월에 절정으로 피는 은은한 우윳빛의 녹차 꽃은 이미 져 버린 시기다. 녹차 꽃은 가을에 피고 녹차의 싱그러움이 절정일 때는 봄이다. 그렇다고 이런 계절,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문턱에는 볼 것이 없을까. 나는 이 계절이 다른 모든 것이 스러져가는 때에 가장 빛을 발하는 여행지라고 생각한다. 겨울에도 푸르름을 보여주는 것은 깊은 절망에도 피어나는 희망과도 같다.
남해가 저 멀리
산허리를 휘도는 녹차밭 풍경
붓재 골짜기에 누구나 가 볼 수 있는 명품 녹차밭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보성차밭전망대다. 사시사철 압도적인 전망에 무료 관람이다. 율포해변 가는 길에 잠시라도 멈추어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보성의 녹차밭은 산자락에 펼쳐진 산비탈을 따라 녹차 나무가 심어져 있어 마치 초록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하다. 그 너머로 남해가 있어 녹차밭과 어우러짐이 한 편의 파노라마다.
보성은 한국의 대표적인 차 생산지로 브랜드를 확립한 상태다. 보성은 전국 녹차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지이다. 보성에 한국차박물관이 만들어진 것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한국차박물관은 보성 차의 역사성을 드러내고 올바른 차 문화를 보급하겠다는 취지로 2010년 9월에 개관했다. 2018년에는 보성 녹차밭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역사성과 우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한국차박물관 탐방을 시작한다.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구성되어 있다. 1층은 차 문화실로 차의 재배부터 생산까지의 과정을 전시하고 있다. 2층은 차 역사실 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차 관련 유물과 다기 전시되어 있다.
3층은 차 생활실로 차 마시는 예절 체험과 한국, 중국, 일본, 유럽의 차 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나에겐 특히 이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지리적인 거리에 비해 많은 차이를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지금이야 그리 멀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그때 당시로는 너무나 멀어 존재감조차 몰랐던 유럽의 차 문화와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지리적으로 가까우나 너무나 큰 차별성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를 테니 3층 차문화실을 세세히 둘러보며 그 차이점을 느껴보자.
5층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한눈에 아우르는 순간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다. 요즘 드론 촬영을 시작했는데 드론을 높이 띄워 새의 시선으로 본 사진을 보면 나의 시선이 너무나 편협하였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드론을 알게 되면서 세상은 너무나 많은 시선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2차원적으로 보는 시선과는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그러니 꼭 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그곳에 서면 새로운 시선의 보성을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나오면 끝일까? 그렇지 않다. 눈을 들어 박물관 주변을 감싸는 풍경을 바라보자. 한국차박물관 뒤쪽으로 계단식의 아름다운 차밭이 눈을 푸르게 채운다.
***한국차박물관
전남 보성군 보성읍 녹차로 775
061-852-0918
운영 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동절기), 오전 10시 ~ 오후 6시 (하절기)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군경 700원, 어린이 500원
대한다원에서 만나는
겨울의 고요함
대한다원은 보성에서 가장 큰 규모의 차밭이다. 보성의 녹차 재배 역사는 약 160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적인 의미의 대규모 녹차 재배는 일제강점기에 시작되었다. 1939년에 개원하였으나 전쟁 이후 폐허로 남아있던 것을 1957년에 “장영섭‘회장이 인수하여 차밭을 일구었다. 지금은 약 170만 평의 면적에 차밭만 50만 평에 이르러 대한민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보성다원으로 불리다 큰 다원과 보성다원의 의미가 합쳐져 대한다원으로 불리게 되었다.
대한다원은 계절별로 왔었다. 봄에는 갓 피어나는 새잎이 보여주는 연둣빛이 싱그러워 마음까지 상큼해지는 느낌이었다. 여름에는 푸르다 못해 짙은 초록의 바다다. 가을에는 초록이 옅어질까 하였으나 여전히 초록이다. 초록에 깊이감이 얹어진 듯하다. 겨울에는 겨울만의 특유한 매력이 있다. 한겨울에도 여전한 초록의 향연, 녹차 밭 사이를 걸으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보자.
입구를 지나 삼나무가 도열하듯 늘어서 있는 삼나무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차밭으로 가기 전에 지나는 이 삼나무 길은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었다. 삼나무 아래에 초록의 이끼가 역시나 이곳이 겨울에 받는 선물상자라는 느낌을 더 강하게 만든다.
고요한 겨울 풍경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 전망대로 올랐다. 다원의 중앙에 있는 전망대는 대한다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스팟 중 하나이다. 일정이 촉박하더라고 꼭 이곳만은 올라야 하기에 서둘러 올랐다.
광활한 녹차 밭을 바라보며 고요한 분위기 속 차밭을 걷는 느낌이 묘하다. 초록색 카펫 사이를 걸어 올라가는데 가을에 피는 녹차 꽃 늦둥이가 남아 단아함을 드러내고 있어 멈춰 서게 한다.
전망대에 서자 부드러운 선을 그리는 녹차 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녹차 밭뿐만 아니라 주변의 산과 숲, 그리고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남해의 풍경까지 한 폭의 그림이다. 언덕 위에 홀로 서 있는 나무가 고독감을 느끼게 하기보다 의연함으로 다가온다. 어디를 둘러봐도 푸른 차밭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이 단단해 보인다.
대한다원은 여러 미디어에서 촬영지로 인기가 있고 찰나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CF 촬영 장소로 활용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영화 <선물>, <목포는 항구다> 등, 드라마 <여름향기>, <태왕사신기> 등의 촬영지다. 2012년 미국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관광지 50선”에 선정되었고 2013년에는 “세계의 놀라운 풍경 31선”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대한다원은 어느 계절에 가도 좋지만, 겨울에는 한적함과 고요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대한다원
전라남도 보성군 보성읍 녹차로 763-67
운영 시간: 오전 9시 ~ 오후 5시 (동계시즌 11월~2월)
오전 9시 ~ 오후 6시 (하계시즌 3월~10월)
입장료: 성인 4,000원, 청소년 3,000원
홈페이지 http://dhda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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