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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특별하게 보내려면?
여름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는 호주로!
코 끝부터 차가운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겨울이 시작되면, 나도 모르게 따뜻한 날씨를 그리워한다. 매번 연말을 대비한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가장 우선순위에 두었던 것도 '따뜻한 기온'이었다. 보다 간결하게 정리하자면, "겨울에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가 가장 큰 목표였다. 그래서 그동안 연말에 동남아를 자주 찾았었다.
하지만 몇 번 여름의 겨울을 보내다 보니 조금 욕심이 생겼다. 좀 더 특별한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와 정반대 계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여행하지 않았던 나라인 호주,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났다.
유럽에 있는 오스트리아와 발음이 유사한 이름을 가진 나라, 남반구에 있으며 다양한 지형과 기후가 있는 나라, 캥거루와 코알라가 있는 나라, 영연방 국가로 영국식 영어를 쓰는 나라, 우리보다 1인당 GDP가 두 배 가까이 되는 선진국이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킹홀리데이로 선호하는 나라라는 것 외에 여행 전에 호주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옆에 있는 뉴질랜드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촬영지로 유명해서 조금 더 알고 있었지만, 여행하기 전까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면적을 자랑하는 이 대륙 국가에 대해 관심이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 여행 계획을 세우고 떠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여행을 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면서 호주에 볼거리, 즐길 거리가 생각보다 더 즐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덩달아 호주의 수도가 시드니가 아니라 '캔버라(Canberra)'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호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데다가 대표 랜드마크인 오페라 하우스 때문에 시드니가 당연히 수도라고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무식한 사람이 될 뻔했다! 역시 무언가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배움이 된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깨달았다.
조금 더 알아보니 캔버라로 수도가 결정된 흥미로운 역사가 있었다. 1901년 수도를 결정할 때 양대 대도시로 꼽혔던 멜버른과 시드니가 충돌했다고 한다. 몇 년 동안 대립했던 두 도시는 결국 타협을 통해 시드니에서 남서쪽으로 280km, 멜버른에서 북동쪽으로 660km 떨어진 중간 위치에 있는 캔버라를 수도로 결정한다.
호주 여행을 한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시드니와 멜버른이 선택되는 이유도 여기에서 알 수 있었다.
현재 시드니는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주도로, 나폴리, 리우데자네이루와 함께 세계 3대 미항 도시로 꼽힌다. 멜버른은 빅토리아 주의 주도로 세련된 건축물 사이로 역사 깊은 유럽풍 건물이 공존하는 풍경으로 '남반구의 유럽'으로 불리고 있다. 호주 여행이 처음이라면 당연히 두 도시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이런 역사와 상황을 나중에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저 직항이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시드니와 '브리즈번'을 선택했다. 멜버른이 더 큰 도시고, 꼭 가봐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대부분의 예약이 얼추 마무리된 후였다. 자신의 무지함에 또 한 번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브리즈번 또한 호주에서 큰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시드니, 멜버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이며 퀸즐랜드 주의 주도이다. 두 도시에 비해 개성이 덜 할 수는 있어도 호주 내에서 가볼 만한 도시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과 더불어 휴양지로 꼽히는 골드 코스트가 근교에 있어 한국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왠지 멜버른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런 아쉬움 때문에 호주를 한 번 더 들를 이유가 생겼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시드니가 호주를 대표하는 도시였기에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그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브리즈번을 들르기로 결정했고, 좋은 선택이었다. 브리즈번에는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도시가 갖춰야 할 인프라와 문화 예술 시설도 잘 구비되어 있다.
사람들이 많은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우리로서는 브리즈번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으면 하루, 길면 3일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도시였지만, 왠지 오래 머물면서 이곳이 주는 휴식 같은 여유를 즐기고 싶어졌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브리즈번에 머물렀을 때 여행은 즉흥적인 경우가 많았다.
보통 우리의 여행의 스타일은 여행을 하기 전에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맞춰서 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고 없이 무사히,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지만, 여행의 재미는 소소한 편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원래 성격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브리즈번에서는 왠지 계획대로 여행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눈에 띄는 곳부터 차근하게 들르기 시작했고,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찾지 못했던 명소들도 들를 수 있었다. 의도치 않게 즉흥적인 여행의 매력을 깨닫게 된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낯설게만 느껴졌던 호주에서 친밀감을 서서히 만들 수 있었던 도시였다.
브리즈번에 이어 들른 시드니에서는 대도시의 면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웬만하면 차가 막히지 않았던 브리즈번과 달리 시드니의 도로에는 늘 차가 가득했다. 기차, 트램, 버스 등 대중교통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조금 두렵기도 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를 보며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시드니에서도 즉흥적으로 여행을 즐기려 노력했지만, 가볼 곳이 너무나 많아서 조금은 계획적인 여행을 즐겼다. 그런데도 관광지에서 느끼는 감정은 다른 곳과 달랐다. 더 흥미진진했고, 즐거웠다. 아마도 호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점이 여행의 즐거움을 극대화한 것 같다.
게다가 호주 사람들은 우리에게 퍽 친절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수시로 주눅이 들었지만, 호주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다. 도시에 다양한 민족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이, 따스한 날씨가 우리에게 여유를 선사한 듯했다.
호주 여행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최고의 여행지는 전 세계인의 파라다이스로 꼽히는 '하와이'와 아시아의 부를 느낄 수 있는 '싱가포르'였었다. 하지만 호주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여행지에서 느꼈던 장점들이 그곳에 대부분 있다는 것을 느꼈고, 여행지 순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 우리에게 있어 최고의 여행지는 호주다. 이제서야 그 매력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자주 여행하며 매력을 신나게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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