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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즐랜드 주의 주도인 브리즈번에서
가장 먼저 가야 하는 관광 명소는?
이번 호주 여행의 첫 여행지는 퀸즐랜드(Queensland) 주의 주도인 '브리즈번(Brisbane)'이었다. 직항이 있다는 점과 더불어 호주의 다른 대도시에 비해 비행시간이 짧아서 선택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잘한 선택이다 싶다. 낯설게만 느껴졌던 호주라는 나라를 친근하게 느끼게 만든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브리즈번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본 결과,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브리즈번의 어딜 가나 눈이 시원하게 뻥 뚫린 공간을 마주했다. 그런데 은근히 즐길 거리도 많았다. 그래서 매일 즐거웠다. 아마 시드니를 먼저 들렀더라면 이런 감정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호주의 동해안에 위치한 브리즈번은 모레턴 만(Moreton Bay)으로 흘러가는 브리즈번 강(Brisbane River)의 하구에서 약 22km 상류에 자리하고 있으며,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모레턴 만 연안은 1824년에 오스트레일리아 탈옥수들을 수용하기 위한 정벌 식민지로 지정되었으며, 이런 상황 속에서 브리즈번은 지역의 중심지로 발전하게 되었다. 도시 이름은 1834년에 당시 총독이었던 T. 브리즈번 경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고 한다.
브리즈번은 브리즈번 강을 중심으로 발전한 도시이기에 '강의 도시'라는 별명이 있다. 이 강은 물자 운송과 항구 역할을 하며 브리즈번이 퀸즐랜드 주의 중심 도시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강을 따라 성장하고 강을 따라 설계된 도시인만큼, 강 주변에는 주요 랜드마크와 공원, 문화 시설이 이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에는 한강이 있듯이, 브리즈번에는 브리즈번 강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브리즈번을 친근하게 여기는 이유는 서울처럼 강을 따라서 갈 수 있는 곳이 다양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묵었던 호텔의 객실에서는 이 강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었다. 처음 객실에 짐을 풀고 풍경을 봤을 때 느꼈던 안도감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이곳에 있는 강 덕분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 찾아간 관광지도 강을 따라 구성되어 있는 '사우스 뱅크 파크랜드(South Bank Parklands)'였다.
브리즈번에 왔다면 누구나 인증 사진을 찍는 브리즈번 사인이 있는 곳이라서 찾아갔는데, 생각보다 더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있어서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의 면적은 자그마치 15헥타르(45,375평)에 달하기 때문이다. '파크랜드'가 붙은 만큼 이곳에는 넓은 잔디밭과 공원이 있고, 열대우림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있었다.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도시의 수많은 건물들을 구경하는 기분은 꽤나 상쾌했다.
심지어 이곳에는 수영장, 아니, 해변도 있었다!
‘스트리트 비치(Streets Beach)’로 불리는 이 해변은 약 2,000제곱미터(605평) 규모의 인공 라군으로 조성되었다. 해변을 완벽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매년 브리즈번 강어귀 인근의 주요 수로에서 모래를 공수해 온다고 한다. 또한, 6시간마다 염소 처리된 담수가 재순환되어 방문객들이 안심하고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 해변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소가 되었으며, 현지인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도심을 배경으로 수영을 즐기다니! 게다가 진짜 해변처럼 모래도 있어서 낭만적이었다. 보자마자 주말이나 공휴일에 시간을 보내러 올만한 도심 속 휴식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곳곳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았다. 도시 속에 있는 자연 풍경 속에서 활기차게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사우스 뱅크는 유럽인이 오기 전까지 원주민 부족 간의 만남의 장소였었다고 한다. 초창기 유럽 정착민의 중심지로 브리즈번이 발전하면서 사우스 뱅크 또한 브리즈번의 경제 중심지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1893년 일어난 홍수로 인해 중심 상업 지구가 북쪽으로 이전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공업·중공업의 본거지로 유지되어 왔다.
이 지역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난 시기는 1970년 대였다. 강을 따라 퀸즐랜드 문화 센터가 건설되면서 공업에서 문화 예술의 본거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현재 문화 센터에는 퀸즐랜드 미술관, 퀸즐랜드 박물관, 퀸즐랜드 공연예술 센터, 퀸즐랜드 주립도서관, 그리고 퀸즐랜드 현대미술관이 있다.
이곳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88년 세계박람회가 개최되면서부터였다.
성공적인 박람회 개최 이후 정부는 이곳을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재개발 사업을 통해 1992년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파크랜드로 대중에게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파크랜드의 전반적인 개발 및 관리는 퀸즐랜드 주 정부의 법정 기관인 사우스 뱅크 공사가 진행하지만, 레스토랑 등과 같은 상업 시설은 민간 업체가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공공과 민간의 상호 협력이 빛을 발한 지역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초록빛 숲속에서 싱그러움이 가득한 해변에 감탄하고, 공원을 누비는 작은 열차를 구경하며 소박한 시간을 보냈다. 이곳의 명물로 꼽히는 휠 오브 브리즈번(Wheel of Brisbane)까지 구경하고 브리즈번 사인으로 향하던 중에 이곳의 분위기와 상반되는 곳에 다다랐다.
그곳은 바로 '네팔 평화탑(The Nepalese Peace Pagoda)'이었다. 나도 모르게 경건해지는 분위기라서 인상적이었다. 이 탑은 원래 세계박람회 부지에 있었다고 한다. 박람회가 끝난 후 탑을 유지하려는 정부와 민간의 모금 캠페인이 진행되었고, 노력의 결과로 사우스 뱅크 내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된다.
이곳에 오면 왜 사람들이 나서서 건물을 유지하려 노력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네팔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공원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들떠 있었지만, 탑을 마주하자 나도 모르게 조용히 이를 감상하고 있었다. 건축물 자체로 예술품이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숙연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마침내 기대하던 이곳을 찾게 만든 브리즈번 사인에 도착했다. 2014년 열린 G20 정상회담을 위해 설치된 조형물은 여전히 남아 관광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브리즈번에 도착했다는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인 것 같았다. 우리 말고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남겼다.
공원에서 즐겼던 모든 일들은 행복했다. 별것 아닌 일에도 웃음이 나왔고, 그저 즐거웠다. 이처럼 쾌청한 날씨 아래 사람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늘 함께 하던 풍경은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호주 여행을 시작했던 곳의 기억이 좋았기에 여행 내내 즐거울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