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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신장(신강)자치구의 성도인 우루무치에 도착했다. 세번째 우루무치 여행이다. 여행할 때마다 우루무치라는 도시에 대해 놀랄수밖에 없었는데, 첫번째는 우루무치가 예상보다 훨씬 더 대도시라는 사실이었다. 두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장위구르 문화가 진하게 남아있다는 점이었다. 세번째인 이번 여행에서는 그 사이 우루무치가 그리워진 내 모습이었다. 이제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익숙하고 편안하다.
우루무치 기차역에 도착해 가장 먼저 국제대바자르로 향했다. 국제대바자르는 내가 우루무치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국제대바자르에는 내가 중국을 여행하며 먹은 양꼬치 중 가장 맛있는 양꼬치가 있다. 두툼하고 신선한 고기와 야채가 불맛과 어우러진 환상적인 양꼬치는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맛이다. 우루무치에 오는 내내 양꼬치를 먹을 생각에 미소가 절로 나왔었다.
국제대바자르는 이도교(二道㤭)지하철역과 연결되어 있다.
지하철 역에 내리면 차도를 중앙으로 미식거리와 기념품 거리가 마주하고 있다. 각 거리에 들어가려면 짐검사가 필수다. 시장에 들어가는데 굳이 짐 검색까지 해야하나 싶지만, 우루무치를 포함한 신장자치구 지역은 어딜가나 보안 검색이 많다. 위구르인들의 분리독립 운동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루무치는 이미 상당히 한족화가 진행되어 있지만 카슈가르, 쿠처 등 다른 신장자치구 지역에서는 여전히 위구르인들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정치적 상황이다.
국제대바자르(国际大巴扎)는 현지어로는 '다빠차'로 부른다. 바자르(bazzar)가 시장이므로 국제시장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2003년 6월에 개장했다. 역사가 오래되진 않았지만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이슬람시장으로 우루무치의 랜드마크가 됐다. 신장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카자흐족 등이 결합된 이슬람 스타일로 건축됐다.
과거 우루무치는 실크로드를 따라 동서양의 문화가 교류하던 최대 요충지였다. 동서양의 진귀한 물건들이 거래됐고, 여러 나라 사람들이 오가던 번화한 도시였다. 문명의 교차로에는 필연적으로 거대 시장들이 생겨났다. 국제대바자르는 과거 우루무치의 번영을 재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다보니 실크로드 도시의 고전미(古典美)가 없다고 실망하는 여행자도 있지만, 훼손되지 않은 자연풍광으로 가득한 실크로드 도시 여러곳을 여행하다보면 이렇게 인위적인 테마파크도 신선하고 재밌게 느껴진다.
국제대바자르는 4천제곱미터의 넓은 규모에 관광타워, 모스크, 오페라극장과 푸드코트 등이 있다.
신장지역에서 생산되는 질좋고 맛있는 말린 과일과 향신료, 악기 등 다양한 기념품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현재 우루무치는 인구의 70%가 한족일 정도로 '한족화'가 가속화되었지만, 대바자르를 구경하다보면 여전히 이국적인 신장자치구의 낭만으로 가득하다.
미식거리는 신장자치구 음식의 백화점이다.
성인 팔길이만한 양꼬치부터 큼지막한 생선구이, 통째로 튀겨낸 닭 한마리, 얼굴보다 큰 낭(화덕에 굽는 넓직한 빵으로 위구르인의 주식이다) 등 보는 즐거움이 있는 음식들이 가득하다. 뭘 먹을지 고르기 힘들지만 언제나처럼 생맥주와 양꼬치부터 주문했다. 생맥주는 그 자리에서 바로 맥주 잔에 담아주는데, 신장지역의 맥주인 우수(wosu)가 특히 맛있다. 주의할 건 이곳은 작은 잔은 없다. 기본이 1리터부터 시작하는데, 그래서 더 맘에 든다.
꼬치와 함께 생선 구이도 추가했다. 양꼬치는 누린내가 전혀 없는 담백한 고기맛이 일품이다. 생선구이는 독특한 향신료를 뿌려 구워 짭조롬해서 역시 맥주 안주로 궁합이 좋다.
음식을 주문해 중앙의 테이블에서 먹으면 된다. 스피커에는 위구르족의 경쾌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주변에는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맛있는 음식 냄새로 가득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잊지 못할 순간이 있는데, 나에겐 우루무치 국제대바자르에서 꼬치를 먹는 순간이 그 중 하나다. 소박하지만 온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난 이 공간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엄청난 크기의 꼬치구이
갓 뽑아내는 생맥주
생선구이
기념품 거리로 가면 황토색의 이슬람 전통스타일의 건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슬람 건축물의 특징은 돔과 붉은 벽돌은 파란 하늘색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겉보기에는 이슬람 사원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서있는 쇼핑센터다. 중앙아시아 여행에서 꼭 사온다는 말린 과일과 견과류가 많다. 신장자치구 또한 햇볕이 강하고 건조하다보니 말린 과일이 달고 맛있다.
악기 매장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 기타보다 목이 가늘고 하체가 불룩한 두타르라는 악기가 많다. 두타르는 위구르족 등 중앙아시아 민족들의 전통민속악기다. 현이 두개밖에 없는 단순한 구조인데 음색이 꽤 구슬프다. 깊은 울림과 서정성이 있다. 실크로드 여행을 하다보면 두타르 연주를 종종 듣게 되는데, 그때마다 그 자리에 멈춰서서 연주에 빠져들곤 했다.
위구르 전통악기, 두타르
투르판 베제클리크 천불동앞에서 두타르를 연주하는 노인
말린 과일과 견과류
우루무치는 한여름에는 40도를 웃돌 정도로 덥다. 하지만 건조하다보니 그늘만 가도 시원해지는데, 이럴 땐 찻집이 제격이다.
국제대바자르에는 전통 찻집이 많다. 그 중 현지에서 유명한 '국제대바자르노차관(老茶馆)'이라는 곳에 갔다. 미식거리 윗층에 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카페라떼다. 전통찻집에 왠 커피라고 의아할 테지만, 낭 같은 빵으로 만든 커피잔에 담아낸 커피는 의외로 이곳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